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47
Chapter 11. 길을 여는 자(2)
스스스스스스슷-!
하늘 속 바다가 출렁였다.
검은 바다가 혓바닥처럼 내밀고.
울컥!
내뱉은 건.
쿠우우우우웅!
“산……?”
“아니, 저건…….”
바위였다.
흡사 자그마한 산으로 착각할 만큼 우람한 바위.
[남은 시간은 10분.] [‘스톤 골렘’을 처치하고 살아남으세요!]삼각지역 교차로 한복판.
팔다리에 머리까지 달린 돌산 하나가 쿵 떨어졌다.
그 탓에 밑에 있던 자동차며 전봇대며 표지판은 흔적도 없이 파묻혔고.
파스스스슷-!
졸지에 묵직한 돌덩이를 품은 아스팔트는 여기저기 분진을 날리기 시작했다.
탕! 그그그극! 빠드득!
매캐한 연기 속에서 수많은 파편이 날아들었다.
튀기는 크고 작은 파편이 뼈 사이를 긁어 댔지만, 거슬리진 않았다.
왜냐하면.
“스톤 골렘?!”
“케헥! 저, 저걸 처치하라고? 지금?”
모두 새로운 적의 등장에 온 정신이 팔렸었으니까.
산 자건 죽은 자건 관계없이.
“썅! 더럽게 크네!”
욕쟁이의 표현 그대로다.
크다.
더럽게 크다.
어찌나 크던지, 웬만한 오피스 건물 하나는 통째로 집어삼킬 정도의 면적을 홀로 채웠다.
덕분에 원 주변을 포위하고 선 해골 병사들과는, 손 뻗으면 닿을 만큼 지척이었고.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겠어.’
“으그그그극…… 공격……!”
제일 가까운 곳의 녀석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깡-!
해골 병사들이 휘두른 검이 이쑤시개처럼 튕겨 나갔다.
깡! 깡! 깡! 깡! 깡……!
수십, 수백 개의 쇠로 만든 이쑤시개가 사방으로 휘날렸다.
압도적인 힘의 격차.
그리고는 성가시다는 듯 발을 쿵쿵 구르기 시작한 골렘.
쿠우우웅-!
왼발을 내딛자.
“!!”
지면이 울리고. 자동차가 껌딱지가 되고. 전신주가 쓰러졌다.
쿠우우우우웅-!
그리고 오른발을 내딛자.
“으어어어어어!”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튀어 올랐다.
달그라아아아악! 하고.
그리고 떨어졌다. 온몸의 뼈가 어긋나고 뭉친 채로.
무리다.
해골 병사 천이 아니라 만, 십만이 달려들어도 이기기 힘들어 보인다.
인해전술로 싸워서 될 상대가 아니란 얘기.
그래서 다급히 소리쳤다.
“그만! 물러나라!”
그리고 녀석들이 빠질 시간을 벌기 위해서.
“검풍!”
내뱉음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 나가 베어 낸 공간.
쌔애애애애액!
공기를 찢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초승달 모양의 파공성.
그 기세만큼은 무뎌진 감각을 뚫고서도 들려올 정도였으나.
끼기기기긱!
골렘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생채기. 긁힌 자국. 가렵지도 않은 상처.
만약 자동차였다면 수리도 필요 없고, 도색만 하면 된다고 판단했을 정도로 하찮은 흔적.
딱 그 정도였다.
‘공격이…… 안 통해?’
“으그그극……!”
“예, 대장님……!”
─ 끄그그그그극…….
놈이 온다.
돌산 같은 외양과 방금 전 공격을 막아 낸 모습으로 보건대, 방어력이 보통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껏 만났던 그 어떤 적보다 강할지도.
그런 적이 이번엔 제 차례라는 듯 주먹을 치켜들었다.
어둡다.
머리 위 태양이 삽시간에 가려져 서늘함마저 느껴질 때.
홰애애애액-!
우람하고 두툼한 바위가 별똥별처럼 날아들었다.
“!!”
쿠웅!
대로를 냅다 깨부수고 들어오는 주먹.
아스팔트가 두부처럼 으깨졌다. 부스러기가 된 시꺼먼 파편들이 천지에 들썩들썩했다.
“대, 대장……!”
“형님! 위험합니다!”
압도적인 중량에서 나오는 힘.
길잡이 칭호의 효과로 막아 냈던 뼈 폭탄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
저 주먹에 맞았다간 뽀얀 정수리뼈에서부터 발뼈까지, 모두 합쳐져 하나의 조각이 될 테지.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이 자식, 나만 쫓아오네.’
휘이이익-!
“여기야! 여기!”
머리에 씌울 생각인지, 하늘에 가죽인지 천인지를 띄운 채 골렘을 유인하는 지은 씨와.
“형님! 머리 조심하십시오!”
투포환 경기하듯 메이스를 던지고. 다시 부르고. 또다시 던져 대는 재혁이의 눈물 나는 노력에도.
쌔애애애액! 콰앙-!
심지어 모두의 공격에 제 다리 조각이 각질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불러도 본체만체하며 나만 쫓는 골렘을 보아하니.
“이리 오라고! 이 바보야!!”
이놈의 돌 머릿속엔 내가 타깃으로 콱 박혀 있는 모양이다.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잘됐어.’
덕분에 다른 이들의 안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이니까.
게다가.
[‘길을 여는 자’ 칭호의 효과가 발동됩니다!]반가운 안내 방송이 들려오더니.
파앗-!
순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뼈만 남은 다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내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뼈를 마디마디 촘촘히 감싸며 올라오는 푸른 바람.
[뒤따르는 이 : 1,497명] [이동속도가 150% 증가합니다.] [방어력이 150 증가합니다.]몸이 가볍고도 단단했다.
이 정도면 무리 없이 피해 낼 수 있다. 설사 스친다 해도 즉사하진 않을 거다.
콰앙-!
속도가 선물해 준 시간 동안 생각했다.
놈이 가진 것. 가지지 못한 것. 그리고 내가 가진 것.
‘답은 있어.’
엄청난 중량에서 비롯한 느린 반응 속도.
미세하지만 먹혀들어 가는 메이스의 공격.
산개한 일행들은 본체만체하고 내게만 달려드는 놈.
게다가 아직 살아 있는 칭호 효과까지.
‘이 조건에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은…….’
휘이이이익-!
이번엔 내가 휘파람을 불었다.
도망치듯 어딘가로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며.
“은호 씨! 어디 가세요?!”
“형님! 혼자 가시면 위험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해골 모습이신데……!”
“거기 있어!”
지은 씨와 재혁이의 걱정 어린 반응을 뒤로한 채 달렸다.
“1중대! 왼쪽으로! 2중대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따라와!”
“예……!”
“밟히지 않게 조심하고!”
공격이 안 먹히는 게 아니다.
높은 방어력을 한 번에 깎아낼 만한 공격력이 우리에게 없을 뿐.
그렇다면, 우리 대신 공격해 줄 게 있으면 된다는 거지.
‘조금만 더 가면…….’
쿵! 쿠웅! 쿠우우웅!
골렘은 계획대로 따라와 주고 있다.
주먹을 피해 내는 내가 얄미운 지, 이젠 손바닥을 여기저기 내려치면서.
그 탓에 도로 곳곳에 놈의 손자국이 찍혔다.
타닥-!
그렇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에서.
‘여기!’
멈춰 섰다.
잔뜩 약이 올랐을 돌대가리를 기다리며.
쿠웅!
왼발.
쿠우웅!
오른발.
쿠우우우웅!
골렘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가만 서 있는 날 보더니 지체 없이 주먹을 치켜드는 놈.
하늘이 어둡다.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진다.
이렇게 정면에서 내리꽂히면 무조건 죽겠지.
그럼에도 나는.
쌔애애애액-!
별똥별이 정수리까지 다가오길 기다렸다가.
“가속!”
몸을 빼내 뛰었다.
달그라아아아아아악!
지금은 없는 심장이며 폐가 터져 나갈 듯 뛰었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빠득!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서로 부닥쳐 빠드득 소리를 낼 정도로.
아그작!
넙다리뼈와 무릎뼈가 맞닿아 갈려 나갈 만큼 필사적으로.
그리고 잠시 후.
째깍-!
나를 제외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자.
콰아아아아아앙!
골렘의 주먹이 내 뒤에 있던 건물에 꽂혔다.
34층짜리 주상복합 3개 동 한복판에.
“은호 씨!!”
“형니이이이이임!”
20초가 허락하는 최대한의 거리를 달려온 이유.
필사적으로 도망친 이유.
그건…….
나 대신 무너질 건물의 숲에 깔리지 않기 위해.
쿠구구구궁-!
골렘의 주먹을 받아 낸 한 동이 무너졌다.
멍청한 골렘의 머리 위로.
날 노리느라 허리를 숙이고 주먹을 내리꽂은 탓이다.
쿠구구구구구궁-!
도심에선 있을 리 없는 테러에 가까운 충격.
지진보다 더한 공격에 양옆의 동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콰앙! 쿠우우웅! 파스스스슷-!
그리하여 어느 덩어리가 건물의 잔해고, 어느 덩어리가 골렘인지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 때.
폐허 속에서 놈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꿈틀거리는 그 순간.
“대장님…… 무사하셨……!”
무사히 근처까지 따라온 해골 병사들이 빼곡히 섰다.
다행이다. 골렘이 뒤따라오는 병사들을 공격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내게 정신이 팔린 탓에 등 뒤에 있는 벌레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모양.
고맙다고 해야 하나 싶다.
왜냐하면.
“전군! 갈비뼈 준비!”
“예……!”
계획대로 진행되게 도와준 셈이니까.
[해골 병사 무리가 지휘관의 명령을 기다립니다!]“던져!”
휘리릭! 휘릭! 휘리리리릭-!
천오백 개의 갈비뼈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니, ‘치솟았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뽀얀 뼈들이 간헐천처럼 터져 나와 공중으로 용솟음쳤으니.
그리고 마침내.
건물의 잔해를 뒤집어쓴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골렘의 형체 위로.
투두두두두두둑!
뼈의 비가 쏟아졌고.
“터뜨려!”
“예……!”
[해골 병사 무리가 ‘뼈 폭탄(Lv.1)’ 스킬을 사용합니다!]해골 병사 1번의 착실한 대답과 동시에.
콰앙!
붉은 점이 터졌다.
붉고, 노랗고, 하얀 총성.
첫 번째 폭탄이 신호탄처럼 터져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우웅! 하며 부풀어 오르는 천오백 개의 폭탄.
[연쇄 폭발로 위력이 가중됩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붉은 점이 한데 모여 기다란 선이 되고. 마침내 면이 되었다.
콰과과과과과과광-!
귀가 멀었다.
없는 귀도 멀어 버렸다.
지잉-!
두개골을 울리는 폭음(爆音)에 나조차 흠칫 놀란 순간.
[다수의 병사들을 체계적으로 지휘하여 통솔 스킬 숙련도가 크게 향상됩니다!] [통솔(Lv.1) 스킬 레벨이 증가합니다.] [통솔(Lv.1) → 통솔(Lv.2)]스킬 레벨이 오름과 동시에.
[축하합니다!]끝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스톤 골렘’을 처치하였습니다.] [복지 포인트 1,000점을 획득합니다!]“끄, 끝났어요!”
“형니이이임! 해치우셨습니다!!”
끝났다.
모두의 얼굴에 안도감과 환호가 감돌았다.
“대장님……!”
“덕분에…….”
표정 없는 해골 병사들의 얼굴에서 편안함이 느껴질 정도로.
[통솔 스킬의 영향으로 휘하의 병사들이 안정감을 느낍니다.] [지휘관의 감정에 동화된 해골 병사들이 안도감을 느낍니다.]……아, 통솔 스킬 때문이었나.
그나저나 병사들이 감정까지 공유하다니.
단순히 말을 잘 듣게 하는 스킬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활용도가 높은 것 같네.
‘이만한 병사를 움직일 일이 언제 또 있겠냐 싶다만은.’
어쨌든.
“너희가 도와준 덕분이야.”
“대장……!”
달려온 일행들과 해골 병사들을 토닥이는 찰나.
“잠깐.”
시야 구석에 있던 남은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정확하게는…….
「%~$*&」
뜻 모를 문자로 변해 버렸다가.
「00:&%」
다시 제 모습을 찾다가.
「#^!%_$~!*&」
더 복잡한 그림으로 변해 버린…… 음?
“남은 시간이 왜 저러죠?”
“네?”
“설마……!”
아니겠지?
설마 아직 끝나지 않은 건……!
순간, 확신 같은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자 시야를 가득 채운 건 붉은 색으로 깜빡이는 단어 하나.
「ERROR!」
“에러……?”
삐───익!
“윽!”
“꺄악! 머리 아파!”
귀를 찌르는 경고음.
천오백의 해골이 흠칫 놀라 떨었다.
감각이 살아 있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소리를 질렀고.
잠시 후, 먹먹해진 귀를 겨우 열자.
[임시 관리자의 권한으로 설정값이 변동되었습니다!] [‘스톤 골렘’에 업데이트 패치가 진행됩니다!]끔찍한 얘기가 들려왔다.
똑똑히 들었으나 믿고 싶지 않은 내용을 담은.
“어, 업데이트……?”
“지금 뭐라고……?”
사람이건 해골이건 모두 파리해진 얼굴로 머리를 흔들었지만.
[패치 완료!]삐빅-!
불길한 기계음과 함께.
쿠구구구궁!
폐허 속에서 무언가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것도…….
“!!”
폭탄으로 깨지고 떨어져 나가고 부서진 부위를 돌 대신 철로 메우고.
철컥-!
온몸을 대포로 둥글게 둘러놓은 냉병기의 모습으로.
“패치…….”
[‘아이언 골렘’를 처치하세요!]……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 개자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