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08
나는 작가다 108화
108화
“그럼 됐죠, 형님?”
성용 형님과의 해장 자리에서 나온 회사 관련 이야기를 정리한 뒤 물었다.
내 물음에 성용 형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리고 고맙다.”
“고맙긴요. 형님이 사장인데 당연히 그 정도 권한은 당연한 거죠.”
사장으로서의 권한.
이제 더 이상 내가 작가의 원고 검토 및 계약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성용 형님이 나중에 매니지먼트를 차리기 전까지 쌓아야 할 경험이 부족해서 내가 관여한 거였다.
편집자 이준경이 경험 진득한 성용 형님에게 배운 걸 그대로 돌려줘서 가르쳐 줬을 뿐이다.
그리고 이젠 성용 형님이 그걸 배우고 혼자서 잘할 위치에 올라섰다.
아! 한 가지가 남긴 했다.
2012년도부터 갑자기 증식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규모가 크게 벌어지는 전자책 시장.
거기서 또 잘 해봐야지.
그렇다고 지금 시기에 전자책 시장을 안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스마트폰이 아닌 2G폰인 폴더폰 시대인 지금에도 전자책은 있었다.
단지 사용자 수가 스마트폰 시대에 비하면 뒤쳐졌을 뿐이지.
현재 전자책 연재 플랫폼은 구무협 작가 중 한 명인 궁신 작가가 차린 나우북하고 각 휴대폰 통신사들이 차린 곳들이 있었다.
나중에 전자책 시장이 열릴 때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지금 전자책 시장은 더욱 연령대가 지긋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애들도 결제가 쉬워지기도 하고, 사회 인식이 소액결제 정도야 가뿐하단 생각이 커졌으나 지금은 달랐다.
전화 비용이란 게 어마어마한 요금으로 와 닿았고, 실질적으로 데이터 비용이 크기도 했다.
나중에 스마트폰 시장은 데이터 비용이 지금처럼 크진 않으나 소액결제 기준으로 돈을 엄청 쓸 뿐.
어쨌거나 지금도 성용 형님에게 전자책을 잘 봐두라고 하고 있긴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흐름에 도움을 줘야 잘 이끌어 나갈 거다.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난 회사 업무에 관한 건 모두 맡겼다. 물론, 한 가지 제동장치는 걸긴 할 거다.
그건 내 친구 ‘철이’다.
회사의 자금에 모든 걸 담당하는 철이.
당장 성용 형님에겐 알아서 하라곤 했지만, 금액이 좀 커질 경우에는 철이한테 내게 몰래 보고하라고 할 거다.
결국 이건 내가 회사 운영에 관여하는 것이니 철이에게 몰래 이야기해야만 했다.
그렇게 회사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뒤 난 ‘대표’ 작가가 아닌 대표 ‘작가’로서 할 일을 할 생각이었다.
‘생각해 보면 한동안 배우물 연구를 위해서 이것저것 해본다고 이쪽에 관심이 뜸하긴 했지.’
사실 이 기간 동안 뜸한 이유가 하나 더 있긴 했다.
준비가 필요했으니까.
난 성용 형님에게 내가 신작의 준비를 위해 다른 일을 할 동안 부탁한 걸 준비한 지 물었다.
“그래서 이제 연재 사이트 준비는 끝났습니까?”
“그래, 이제 오픈할 수 있어.”
연재 사이트.
나중에 북피아로 바뀌는 무림북, 조아북으로 바뀌는 북조아.
전자책 시장에 유료연재란 개념이 생기면서 가장 흥함과 동시에 장수하는 연재 사이트.
2016년 기준으로 몇백억의 매출이 나는 사이트들이다. 그리고 시장은 각종 연재 플랫폼을 합치면서 몇 천억. 심지어 이것들이 아직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게 전자책 시장이었다.
이 시기가 오면서 수많은 작가들이 후회했다.
‘나도 연재 사이트나 하나 만들어볼걸.’
‘연재 사이트 만든 걸 잘 관리할걸.’
‘이럴 줄 알았으면 문 닫은 연재 사이트라도 하나 사서 살려볼걸.’
지금 시기에는 큰 가치를 지니지 못했기에 얼마 하지 않는 연재 사이트.
다들 몰랐다.
이 연재 사이트들을 잘 키워두면 나중에 몇백, 몇천억에 해당하는 보물단지가 될 거란 걸.
성용 형님도 그 사실을 모르기에 굳이 내게 연재 사이트를 만들 필요가 있냐고 했다.
근데 지금 상황에서도 연재 사이트는 필요했다.
나중에 알았을 땐 늦었다.
수많은 이들이 연재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망했다.
왜?
이미 자리를 확고히 잡은 연재 사이트나 플랫폼에서 작가도, 독자도 빼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가 있어야 작가가 있고, 작가가 있어야 독자가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사이트는 망한다.
독자가 있어도 작가가 없으면 돈을 만들어낼 수 없고, 작가가 있어도 돈 내주고 봐줄 작가가 없으면 돈을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덕분에 너도, 나도 만든 연재 사이트나 연재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망했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기존 연재 사이트들이나 연재 플랫폼들은 더욱 자리를 잡아나갔다.
작가들도, 독자들도 신규 연재 사이트나 연재 플랫폼으로 피를 보고 나니 안정성을 기하게 됐다.
그러니 더더욱 기존 연재 사이트나 연재 플랫폼들이 견고해질 수밖에 없었다.
연재 사이트란 원석이 보물로 변할 거라는 걸 알기 전에 내가 미리 선수를 칠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 내 손아귀에 그 보물이 되어줄 원석이 준비됐지.’
연재 사이트가.
아직 원석이긴 하다.
보석으로 만들려면 북피아, 조아북 이상의 연재 사이트로 만들어야만 했다.
어차피 이 원석을 다뤄줄 좋은 세공사의 준비는 끝났다.
그래, 세공사는 나다.
장르문학, 아니, 이제 대한민국 소설판을 뒤집어엎은 게 나다.
그런 내가 독점 연재하는 사이트.
뿐만 아니라 나처럼 팔기 위해선 연재는 필수라고 하며 이미 계약한 작가들이나 앞으로 계약하게 될 작가들 모두 독점으로 연재를 시킨다면?
작가는 이미 모일 수밖에 없고, 작가가 모이니 독자들 역시 모일 수밖에 없을 거다.
가능하다면 그것도 이루고 싶다.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독점 연재 사이트.
말 그대로 작가도, 독자도 독점해 버리겠단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성용 형님에게 전달했다.
그때 성용 형님은 내 원대한 계획을 듣곤 이러더라.
“확실히 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독점이 가능하긴 하겠다. 근데 이왕이면 같이 공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안 그래도 요새 몇 군데 사이트들이 사라지고 있던데…….”
2003년 말부터 2004년 초에 몇 개의 연재 사이트가 문을 닫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부에서 작가들과 운영진이 싸웠단 이야기도 있고, 그 외 다른 이유들도 많다곤 하던데.
어쨌거나 그로 인해 무림북과 북조아로 많이 유입됐다.
이러면서 2004년부터 급격하게 두 연재 사이트가 1, 2위로 굳건해지기 시작했다.
성용 형님은 여러 연재 사이트에서 소설을 재밌게 보던 사람이기에 이렇게 사라지는 걸 탐탁찮게 여겼다.
근데 내가 심지어 다른 연재 사이트들을 다 무너뜨릴 정도의 독점하겠단 의지를 밝히자 걱정스럽게 쳐다봤었다.
그냥 다 같이 공생해서 많은 작가들이 연재할 등용문이 있는 게 낫지 않냐며.
공생?
좋지.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 나쁠 게 뭐가 있을까?
하지만 그게 되는 시장이 아니다.
그저 없애버릴 수 없으니 마지못해 공생할 뿐.
어차피 없어질 곳들은 가만히 내버려둬도 없어지고, 견고한 곳들은 없애고자 할 생각으로 덤벼봐야 서로 치킨게임으로 손해만 본다.
때문에 이 모든 걸 해결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연재 사이트가 보물이란 걸 사람들이 알기 전에 독점해 버리는 것.
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난 성용 형님에게 답변했다.
“형님, 그 작가들이 결국 연재할 곳만 있으면 다른 연재 사이트가 망해도 우리 쪽으로 와서 할 겁니다. 꼭 연재 사이트들이 망한다고 작가들 등용문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등용문을 해주면 되죠? 여타 출판사들보다도 더 많은 작가를 수용할 수 있으니까.”
그랬다.
작가를 독점한 연재 사이트.
굳이 다른 데 안 가고 우리 사이트에서 계약할 수 있는 등용문을 만들어주면 됐다.
다른 출판사들도 와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되지.
단지 지금 장르판 작가들이 너도, 나도 우리 회사와 계약하길 바란다는 게 중요 포인트다.
그래서 작가라면 하지 않아도 될 투고보다 우리나 그들을 위한 연재로 승부를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우리의 연재 사이트로 작가를 독점하고, 정말 K E&M과 계약하고 싶다면 우리 연재 사이트에서 성적을 보이라고 공지하며.
당연히 경고 문구 한 줄도 필요했다.
‘저희 K E&M은 투고를 받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 연재 사이트인 ‘KN월드’에서 연독률이 좋은 성적을 낸 작품에게 직접 컨택 쪽지를 보낼 겁니다’라고.
등수는 높아질 수 있었다.
오래 연재해서 유입 폭을 대폭 늘리면 연독률이 폭발해도 많은 독자수로 투데이 베스트에 오르리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됐다.
그런 식으로 오르면 회사 이미지를 깎아 먹는 작품들을 계약할 수 있었다.
상상미디어가 그런 식으로 계약을 마구 해가면서 대여점 독자들로부터 많은 불만이 나오게 만들었다.
“아니, 이런 초등학생이나 쓸 법한 글도 작품이라고 책을 내냐?”
이런 식으로.
그런 이유로 오직 우리 회사와의 계약은 연독률을 잘 지키는 뛰어난 작가들만 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이리 제안하면 소수의 작가들로부터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거 완전히 작가 죽이기 아니냐?’
작가 죽이기?
천만에.
오히려 이 방식은 작가와 독자 모두를 살리기 위한 방식이었다.
작가들은 연독률 사수를 위해서 좀 더 작품에 대해 고민하면서 집필하게 될 것이고, 그런 퀄리티 높은 작품들만 모인다면 오히려 독자들도 행복할 거다.
정말 볼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 많아질 테니까.
결국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 작가들은 우리 회사에 도전하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딴 출판사랑 계약하러 가겠지만.
괜찮다.
출판사 컨택 독점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우리 회사랑 계약 못하는 작가들이나 다른 출판사들도 먹곤 살아야지.
‘이 정도 공생쯤은 해줘야지.’
사실 공생이 아니라 우릴 돋보이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어쨌거나 우리 회사 기준에 못 미치는 작가들은 먹고는 살아야 하니 다른 출판사랑 계약할 거다.
그런 작가들을 계약한 출판사들 역시 우리 회사로 잘나가는 작가들이 다 가버리니 그런 작가들이라도 계약하려 들 거고.
그나마 수익을 내줄 수 있는 작가들로.
이렇게 된다면 독자들 사이에선 이야기가 퍼질 것이다.
‘다른 데 소설들보다 K E&M이란 데서 나온 소설들이 믿고 볼 만하더라’라면서.
이럼 더더욱 우리 회사의 입지는 높아질 것이고, 더더욱 장르소설 작가에 도전하는 이들은 우리 회사를 목표로 삼을 것이다.
한때 망했다가 다시 시장판에 뛰어들어서 수많은 작가에게 몇 천부터 몇억을 쏘면서 S, A급 작가를 싹 다 쓸어갔던 출판사가 작가들의 니즈가 된 적이 있었다.
전자책 시장이 열리면서 매달 몇천에서 억 단위를 버는 엄청난 시장.
그 시장이 열리기 전에 방금 언급한 출판사처럼 돈을 쏴준 곳들이 없었으니까.
장르판 작가라면 누구라도 그곳에 한 번 계약해 보고 싶어 했다.
엄청난 돈을 만질 수 있게 해주는 곳인 것도 있었지만, 왠지 자신도 그곳과 계약하면 동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S, A급 작가들과.
하지만 다들 들어간 이후 작가로서 돈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무언가를 느끼고 대다수 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잠깐이긴 했지만 작가들의 니즈가 된 회사.
나 역시 우리 회사를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대한민국 장르소설 작가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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