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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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권은 제니스 컴퍼니 겸직 이사였다.
본업은 대학교 법학 교수였지만, 어쩌다 보니 제니스 컴퍼니의 이사직을 맡아서 수행하게 되었다.
현재 제니스 컴퍼니에서 그가 맡은 임무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었다.
하나는 제니스 타운에서 통용되는 규칙을 만들고 정비하는 작업이다. 정확히 따지면 그는 규칙 정비 실무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
다른 위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수정이나 검토를 맡는 작업을 한다.
그는 아직도 유지웅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가 생생했다.
최초의 괴수, 필드 드래곤이 출현하기 전의 일이다.
당시 유지웅은 아무런 사전 약속도 없이 다짜고짜 교수실까지 찾아와서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었다.
“박조권 교수님이시죠?”
“그렇습니다만…… 그쪽은 누굽니까?”
“생각나는 대로 틈틈이 빨대들을 모으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게 꽂힌 빨대가 너무 많다 보니 그때그때 필요하거나 보이거나 생각날 때마다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예?”
처음에는 무슨 헛소리인가 했다. 스물이 되었을까 말까 한 앳된 외모에 더욱 의심이 짙어졌다. 어디서 미친 놈 하나가 쳐들어온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자 오히려 상대가 당황해서 물었다.
“아니, 그 반응은…… 저, 혹시 제가 누군지 모르세요?”
“이봐요, 학생. 우리는 오늘 처음 본 사이 같은데요?”
“아아, 역시 박조권 교수님다워. 관심사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고 연구에만 몰두하시는 그 학자로서의 열정, 이 유지웅이가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이름이 ‘유지웅이’ 네 글자는 아닐 테고, 뭔가 스스로를 칭하는 게 노년스럽다.
‘잠깐만? 유지웅?’
그제야 퍼뜩 생각났다.
요즘 한창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격동시키고 있는, 세계 제일의 부자이자 결정체 산업의 주인. 지금 전남에는 제니스 타운이라는 거대 도시가 한창 지어지고 있다지?
‘이런…….’
박조권의 안색이 굳었다.
그는 유지웅이 전남 지역을 몽땅 사유지화하는 것을 맹렬히 반대하고 비판했다. 많은 돈을 쏟아 부어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좋지만 그 방법이 너무 틀렸다는 주장이었다.
「제니스 타운은 현존하는 10대 재벌들을 합친 것보다 백배는 더 무시무시하고 지독한 재벌 왕국이 될 겁니다.」
「제니스 컴퍼니는 전남의 모든 토지를 사유화해서 지대에서 나오는 수익을 독점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근시안적인 관점입니다. 제니스 컴퍼니가 궁극적으로 독점하고자 하는 것은 토지 이용 수익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삶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지배하는 완전한 사유물 도시, 아니 국가입니다!」
「제니스 타운은 이론상 최대 1억의 인구까지도 수용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모든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한국은 제니스 타운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단순 관광지로 전락하고 말 겁니다.」
설마 그 논조 때문에 자신에게 항의를 하러 온 것인가?
박조권 교수는 마음을 강하게 다잡았다. 학자로서의 양심을 걸고 주장한 비판이다. 그 어떤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으리라.
“저는 교수님의 식견에 감탄했습니다. 아무도 저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50대의 대학 교수는 당황한 낌새를 감추지 못했다. 느닷없이 칭찬이라니?
“교수님의 분석이 맞습니다. 저는 제니스 타운에 거주하는 인간들의 삶을 지배하기 위해서 모든 토지를 사유화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이 나라의 왕이 돼서 특권과 향락을 누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군주로서의 무거운 도덕적 책임을 짊어지기 위한 긴급수단이었어요.”
“군주로서의 도덕적 책임?”
박조권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학자로서 무언가 의미심장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 유지웅이 지금 보이는 눈빛과 발언에 거짓이 섞여 있는 게 아니라면…….
“교수님, 이런 가정을 해보시죠. 제가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면 어떨 거 같으세요?”
“수단이라면 무슨 목적을 위한 수단이냐가 관건이 되겠지요.”
“다른 재벌들과 목적이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
박조권은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유지웅은 씩 웃으며 조금 가까이 다가왔다. 박조권은 묘한 위압감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물러날 뻔했다.
“제가 돈을 긁어모으는 것은 가능한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베풀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말도 안 된다. 박조권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흔히 재벌들이 그럴 듯하게 하는 변명 아닌가.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사회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그러므로 회사가 살아야 사회도 산다고.
“납득이 안 되실 겁니다. 이해합니다. 교수님은 원래 그런 분이셨으니까요.”
원래 그렇다?
마치 자신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말에, 박조권은 긴장해서 마른침을 삼켰다.
“제가 갖고 싶은 것은 나라입니다. 돈이나 자산은 그걸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죠.”
막연한 부연설명이지만, 이상하리만치 그의 가슴에 콱 박혔다.
“근데 기왕이면, 아니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어요. 세계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고 싶어하는 풍요롭고 평화롭고 안정적인 나라. 모두가 동경하는 그런 이상향 같은 나라. 그리고 그 나라의 유일한 소유주가 바로 저였으면 좋겠습니다. 제니스 타운은 바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졌죠.”
박조권은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유지웅이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허황되리만치 큰 이상이지만, 유지웅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와 결합해 생각하니, 그 안에 담긴 측정할 수 없는 거대한 목적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독재입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그렇지 않은 적이 있었나요?”
“…….”
“소수 자본가들의 교묘한 규칙 위반으로 대다수가 모르는 사이에 착취당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타락하지 않는 철인이란 없습니다. 있을 수 없습니다.”
“적어도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얻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영원한 것은 없어요. 그래요. 유지웅 씨가 품은 이상이 거짓이 아니라고 칩시다. 하지만 그 이상이 과연 다음 대, 그 다음 대에까지 이어지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기득권층의 탐욕이 대를 이어갈수록 더욱 강해지리라는 것 역시 확실한 미래죠.”
“…….”
“적어도 저는 제 대에서라도 확실하게 사회를 바꾸려고 노력이라도 하잖아요? 아니면, 지금처럼 이 좁은 연구실에서 논문과 씨름하는 것에 만족하며 재벌들의 착취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외면하실 건가요?”
한참 동안 말이 없던 박조권은 마침내 물었다.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그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한 중의적인 질문이었다.
유지웅이 원하는 것,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 그 모든 의문을 총망라한 일침이었다.
“사실 제가 궁극적으로 가지고 싶은 것은 돈이나 도시, 나라, 재화가 아닙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
“사람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 수는 얼마가 되던 상관하지 않고 환영합니다. 물론 저는 그들 모두에게 사람다운 대접을 해줄 거예요. 전 사람 같은 사람을 옆에 많이 두고 있는 게 참 좋거든요.”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군요.”
“보통 인두겁을 쓴 짐승이라고 하죠.”
유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니스 타운에서 거주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데, 총책임자가 되어주세요.”
“거주 규칙?”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회사 내규라 생각해도 좋고, 제니스 타운 내에서 통하는 법률이라 생각해도 좋습니다. 후자라고 생각하시는 게 더 작업하는 게 편하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박조권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유지웅의 말에 모두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몸을 던져 불사를 가치는 있다고 느꼈다. 그가 가는 길이 어떤 건지 옆에서 확인해야만 한다는, 학자로서의 강한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그리고 하나 더, 제가 모니터링 팀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그것도 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니터링 팀이요?”
들은 바가 없기에 박조권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유지웅은 모니터링 팀에 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SNS나 개인 행적, 전과 기록, 평소 발언이나 행동거지, 뭐 그런 것들을 전수조사해서 임의의 인물의 성향을 판별하는 기준표 같은 겁니다. 물론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만 쓸 겁니다. 제니스 타운에 들여도 되는지 안 되는지, 저로 인해 이익을 얻는 걸 허용해야 할지 예방해야 할지 구별하기 위해서 쓰는 거죠.”
무언가 날카로운 촉감이 곤두 섰다. 박조권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혹시 그 대상은……?”
“일단 이 나라 국민 전부입니다. 당연히 직원들을 아주 많이 고용해야겠죠?
박조권은 이 일이 더욱 끔찍하고 어려운 난이도의 업무가 될 것이라고 느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것도 어느덧 제법 시간이 흘렀다.
박조권은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많은 연구비 지원 덕분에 학교에서도 총장 앞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를 칠 수 있었고, 제니스 컴퍼니 겸직 이사로서 나오는 많은 월급은 아무 염려 없이 일과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제니스 타운 거주 규칙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바로 모니터링 팀을 운용하는 것이었다.
‘이건 불법 사찰인가, 아닌가.’
그는 지금도 그런 고민에 시달린다.
모니터링 팀은 분명히 합법적인 영역 안에서만 움직인다. 해킹을 하거나 불법으로 개인 정보를 취득하지 않는다.
SNS가 비약적으로 발달한 요즘 시대에서는 그저 상대방의 인터넷 활동을 추적하는 것만으로 성향을 알기 쉬웠다.
여기에 약간의 오프라인 조사를 곁들이면 거의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보인다.
문제는 인원과 비용과 시간.
아니 인원과 비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오직 시간만이 이 작업의 가장 큰 난관이었다.
‘제니스 타운, 아니 제니스 컴퍼니로 인해 이익을 받아도 되는 자를 구별하기 위한 작업이라…….’
유지웅은 사람다운 사람한테만 베풀 것이라고 했다.
사람의 형상만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베풀지 않을 것이라 했다.
해를 끼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나라를 사실상 움직이는 그에게서 배제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해를 끼치는 게 아닌가? 박조권은 지금도 그런 의문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는 오랜만에 유지웅을 찾았다.
“아, 교수님. 오랜만이시네요. 어서 오세요.”
“임시 의사당을 광주에 짓기로 드디어 결정이 났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 겨우 그거 때문에 오셨을 거 같지는 않고…… 뭐 때문에 무거운 발걸음을 하셨나요?”
“전수조사 때문에 중간보고 드릴 게 있어서요.”
“그거 아직 20%도 채 안 됐다고 들은 거 같은데요. 6,000만 명 중에서 1,500만 명 정도 했다고요.”
“그 정도면 유의미한 표본으로 충분하지요. 제니스 타운 거주 자격이 있는 사람, 제니스 컴퍼니로부터 이익을 얻어도 되는 사람, 제니스 컴퍼니에 들여서는 안 될 사람, 그런 대략적인 비율을 추산하기에는 충분한 표본입니다.”
“그래서 얼마라고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