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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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 타운에 작업을 치다니요? 그게 가능합니까?”
윤기원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유지웅이 국내, 그리고 세계에서 가지는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데, 기득권층이 이제 와서 슬슬 이빨을 세우겠다니?
‘설마 자살하고 싶어서 다들 미친 건가?’
윤기원 입장에서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더 이상 소모임 참석이 힘들어서 이제 몽땅 뒤집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차라리 이게 말이 된다.
듣자니 재계 기업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제니스 소모임은 정말이지 가혹한 일정을 달리고 있었으니까.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와 직계 가족, 고위 임원들은 한 주도 빠짐없이 주말마다 제니스 타운까지 내려와서 1박, 혹은 2박 일정의 음주 회식을 즐겨야 한다.
간이 녹아내릴 때까지 들이붓는 술의 양은 건설업계에 수십 년을 몸담으며 술로 몸을 단련한 이들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덕분에 지금 유지웅은 한국에서 가장 술이 센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 그렇다면 오히려 말이 되네. 더 이상 소모임에 참석했다가는 자기들 몸이 남아나지 않겠다고 여긴 거겠지. 쥐도 막다른 길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 수 있는 것처럼…….’
실제로 소모임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적지 않은 수의 재계 임원들이 사표를 쓰고 은퇴했다. 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소모임의 악몽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엄청난 경쟁력을 뚫고 임원 자리까지 겨우 올라간 이들이 몇 달 만에 임원 자리를 포기해버릴 정도다. 그만큼 유지웅의 술 강권이 무시무시하다는 뜻이다.
“믿을 만한 정보 소스가 있는 겁니까, 형식 씨?”
“기원 씨, SBC가 느닷없이 총대를 메고 나서서 제니스 타운을 돌려 깠어요. 24시간 공사 체제로 인부를 가혹하게 혹사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말이죠. 여기에 다른 언론사들도 그 뒤를 따라 나서고 있습니다. 이게 대영건설의 단독 움직임이라기에는 말이 안 되죠.”
“대영건설이요?”
“SBC홀딩스 최대주주입니다. SBC는 오너인 대영건설 회장의 뜻대로 떠들어대는 스피커로 전락한 지 오래 됐어요.”
“…….”
“돌아가는 시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재계를 중심으로 기득권층이 결국 반격에 나서기 시작한 겁니다. 최전방 사령관 역할을 맡은 대영건설이 SBC를 선봉장으로 내세운 거고요.”
“왜 이제 와서 반기를 드는 걸까요? 그건 너무 바보 짓 아닙니까?”
“바보짓이겠지요. 반기를 든 목적이 유지웅 의장을 몰아내고 승리하는 것에 있다면 말입니다.”
“……?”
“이런 건 어떻습니까? 반정의 의의가 강화 협정을 맺는 것에 있다면요?”
윤기원은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최형식은 덤덤하게 설명을 계속했다.
“적폐들이 수십 년 간 쌓아 둔 영향력과 자산은 엄청납니다. 유지웅 의장은 끝없는 부를 지녔지만 인적 인프라 같은, 시간이 필요한 자원 비축은 사실 형편없는 수준이죠. 현재 우리나라의 머리 좋은 인재들 대부분은 담성그룹을 피라미드 꼭짓점으로 해서 몰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지웅 의장이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배척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언젠가는 효율을 위해서 적당히 타협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겁니다. 기득권층으로서는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는 것만 해도 이익이 되죠.”
처음부터 타협과 공존, 협상을 전제로 한 반정.
기득권층이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려 비축한 자원이 많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교하게 맞물린 사회 제도, 인적 자원, 부동산, 각종 권리, 기타 등등.
그 유무형의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유지웅은 가차 없이 짓밟아 버릴 것이다.
“유지웅 의장은 결정체 산업이라는, 전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놀라운 보물을 가지고도 전남의 허허벌판을 사들여 자기만의 성을 쌓고 있습니다. 기득권층과의 전면전을 피한 거죠.”
“형식 씨가 유지웅 의장이라면 어떻게 했을 거 같습니까?”
“결정체 산업, 국제공격대연합, 미국과의 동맹…… 그런 힘을 갖고 있었다면 합법적으로 이 나라의 모든 적폐들을 축출해버렸을 겁니다. 아니면 내전을 일으켜 새로운 정권을 수립한다는 방법도 있지요. 그런데 유지웅 의장을 보세요.”
“…….”
“가지고 있는 힘에 비해서 너무 평화롭고 회피적으로 행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윤기원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소모임에 재벌 회장들을 불러다가 술로 괴롭히고,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잘못된 기업 관행을 바로잡도록 할 때에는 속으로 큰 통쾌함을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 최형식의 말을 들으니, 자신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한쪽 면만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유지웅은 자기가 지닌 힘의 단 1%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유지웅 의장도 마음이 약해서 줄곧 주저해온 겁니다. 부패한 기득권층을 완전히 쳐내는 것을……. 그래서 자신만의 청정구역을 따로 만들어 새로이 시작하려고 하는 거지요. 기껏해야 소모임을 만들어서 못된 기업가들을 술로 괴롭히는 정도가 그가 보일 수 있는 ‘잔인한’ 면모겠지요.”
“냉혹한 군주는 아니라는 거군요.”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할 뿐입니다. 그의 진정한 내면은 철혈 군주가 아닌, 온화하고 따스한 덕장일 뿐입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윤기원은 자신의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꺼풀을 한 장 벗겨낸 듯한 기분이었다.
유지웅이 망설임 때문에 자신의 힘을 온전히 쓰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이었다니.
기득권층 몰살에 부담을 느껴 전남의 허허발판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었다니.
“애초에 결정체가 전남에 광맥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닌, 작물에서 재배하는 겁니다. 유지웅 의장으로서는 자신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 지역에 그 많은 돈을 쏟아 부어 새로운 도시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어요.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정말 듣고 보니 그렇군요.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요. 아니,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유지웅 의장과 결정체 산업은 이 나라의 희망입니다. 전 차라리 유지웅 의장이 쿠데타라도 일으켜서 이 나라를 한 번 뒤엎는 게 낫다고 봅니다. 물론 그만큼 권력욕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베풀지 않았겠지요.”
최형식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를 말했다.
“유지웅 의장이 저들과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것…… 전 그게 가장 끔찍합니다.”
―빅브라더! 요즘 SBC에서 교묘하게 빅브라더 까는 거 같은데 대관절 무슨 일이에요? 저런 괘씸한 짓거리를 가만히 놔둬도 되는 건가요?
―빅브라더의 시원하고 묵직한 한 방이 필요할 때입니다! 대영방송 따위 한 방에 보내버리세요!
―지웅 형님, 너무 오래 침묵하시는 거 아닙니까? 원래 형님 이런 분 아니셨잖아요.
유지웅이 개인 방송을 켤 때마다 시청자들이 SBC를 포함한 언론사들의 교묘한 돌려까기를 언급했다. 그때마다 유지웅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 제니스 타운 건설 운영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제니스 컴퍼니에서 하는 거라서 말이야. 대영방송이 뭐라고 하든 간에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지. 난 그래서 관심 안 두고 있어.”
―제니스 컴퍼니를 까는 게 바로 빅브라더를 까는 거 아닙니까?
“현장 인부 혹사 우려가 있다고 의혹 제기하는 것 정도야 언론사라면 당연히 실행해야 할 공정보도 임무니까. 원래 언론이 그러라고 있는 거잖아?”
―이거 왠지 뼈가 있는 말씀 같지 않아? 만약 헛소리로 보도한 거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 뭐 그런 뉘앙스가 느껴지는 건 나만 그래?
―어, 너두? 야, 나두.
―나두! 나두 그래.
“아, 그리고 전 세계의 탈모인들을 위해서 내가 오늘 좋은 소식 하나를 가져왔다.”
―네?
―드, 드디어!
―지웅이 형님께서 탈모인들을 구제해주시려는가!
결정체로 만든 비누, GCS는 사람을 피부 미인으로 만들어주는 절대적인 효능을 자랑한다.
GCS를 풀어 넣은 물로 목욕을 하면 온몸의 피부가 매끈한 도자기 피부처럼 변한다. 흉터, 화농성 여드름, 기미, 주근깨, 트러블, 반점 등의 색소 질환까지 일체 사라지며 아기처럼 매끈한 피부가 된다.
유지웅은 이 GCS를 경매로 팔아서 번 수익으로 초기 투자 자금을 마련했다.
GCS는 매우 한정된 물량이었기에 일반인들은 구경하기조차 힘들었다. 경매에 나왔다 하면 수십억, 수백억이 넘는 가격을 치르고 중동과 서구권 부호들이 사간다.
그래서 탈모인들은 꾀를 냈다.
여럿이 모여 각자 수천만 원씩 돈을 각출한 다음, 20억 원 미만으로 운 좋게 GCS를 낙찰 받는 것이다. 그리고 욕조에 풀어서 다 같이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다.
이런 꼼수를 통해 그들은 평생의 소원이었던 탈모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수천만 원 이상의 돈을 한 번에 지출해야 할 경제력, 그리고 20억 원 밑으로 낙찰되는 GCS 물량이 있어야 가능했다.
GCS는 웬만해선 50억 밑으로 낙찰되는 경우가 잘 없기에, 탈모인들은 오늘도 내일도 손가락만 빨며 제니스 컴퍼니쪽 방향만 쳐다보고 있다.
“이번에 GC-1을 개량해서 새로 만든…… 아, 여기서 GC-1은 GCS를 말한다는 걸 모르는 동생은 없지?”
―그럼요! 물론입니다!
―누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아무튼 GC-1.1이라고, 개량형 버전을 새로 만들었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전용 탈모 치료제야. 두피에 바르면 그 즉시 머리카락이 자라나기 시작하는데, 효과는 일 년 정도 유지 돼. 1회 시술비가 299만 원 정도, 와 정말 싸다. 그렇지?”
―일 년 동안 풍성충으로 살 수 있는 대가로 299만 원이라면 정말 싸군요! 너무 저렴합니다!
―형님, 그 가격에 팔아서 장사가 되겠습니까? 0하나쯤 더 붙여도 너도 나도 달려들 거 같은데요?
“하하, 나도 양심이 있지,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돈을 받을 수 있겠어. 단, 시중에 약을 파는 것은 아니고 전용 병원에 와서 시술을 받아야 해.”
―전용 병원이요?
“응, 제니스 타운에 GC-1.1을 처방하는 전용 병원이 이제 곧 오픈하게 될 거야.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탈모인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아참, 알겠지만 의료보험 안 되고, 제니스 카드 외에 다른 카드는 결제 안 돼. 무이자 12개월까지 가능하니까 제니스 카드 많이들 이용해.”
―제니스 카드? 그게 뭐지?
―제니스 컴퍼니에서 얼마 전에 중견 카드사 하나 100% 지분 인수했잖아. 규모가 워낙 작아서 조용히 넘어가긴 했지.
―근데 탈모치료 전용 병원이 문 열면 제니스 타운은 관광객들로 바글거리겠네. 탈모 치료하려고 한 해에 200만 명은 거뜬히 오지 않을까?
―SBC가 현장 인부 혹사 건수로 기껏 포문 열었는데, 탈모 치료 병원 때문에 죄다 묻히겠네. 역시 지웅이 형님 클래스 절대로 어디 안 가지.
유지웅은 방송을 끄고, 탈모치료 전용 병원 오픈에 관한 보고서를 훑으며 중얼거렸다.
“아아, 어딘가에 숨어서 나를 노리는 용맹하고 무모한 적이여. 내가 준비해둔 스테이지를 부디 무사히 돌파하기를, 너의 건승을 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