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383)
00383 보이 프렌드? =========================================================================
미국은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나다.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고 쏟아 붓는다. 가끔 애국심이 지나친 현장 요원이나 현장 지휘관의 삽질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정보 수집에 많은 관심을 붓는다.
브라우니와 트리스티나 부녀가 곤충 괴수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 영상은 백악관에도 들어갔다. 비시 대통령은 영상이 재생되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말문을 열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그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 영상, 무슨 CG 처리를 한 거나 어디 영화의 한 장면을 따온 것은 아니겠지?”
“각하.”
“농담일세. 너무 믿어지지 않아서 한 말이야.”
충격을 받은 것은 비시뿐만이 아니었다. 참모진도 저마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
딱 냉전 시대에서 한창 우주 개발을 놓고 경쟁하던 관계인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을 쏘았을 때의 심정이라고 해두면 좋겠다. 물론 충격의 크기는 인공위성이 아닌 우주정거장을 쏜 것쯤으로 해야 비율이 맞을 것 같다.
차마 비교가 안 된다. 미국은 이제 겨우 걷기 시작했는데, 다른 나라들은 아직 제대로 기지도 못하는데, 한국은 괴수 관련 부문에서 벌써 제트기를 띄우고 있었다.
“각하, 브라우니의 효용성은 이미 중국 전쟁 때 입증되었습니다. 브라우니보다 약한 대다수의 레드 몹 이하 괴수들은 감히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비슷한 원리로 곤충형 괴수들을 기절시켜 속박하는 듯합니다.”
“단순히 속박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바람을 일으켜 한꺼번에 긁어모으는 힘까지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우리 미국에 절실히 필요한 힘입니다.”
갖고 싶다. 브라우니를 어떻게 해서든 갖고 싶다. 참모진의 얼굴에는 그런 마음이 절실히 떠올랐다.
하지만 제니스는 절대로 브라우니를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소망으로만 남겨둬야 할 것 같다.
“각하, 지금까지 패턴으로 보건대 곤충 괴수들은 어떤 계기만 주어지면 놀랍도록 빠르게 증식하는 것 같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미 전 세계에 곤충 괴수가 퍼져 있을 거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물며 대규모 2차 습격지인 우리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곤충 괴수의 잠재적 습격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올해 미전역 수확량은 작년의 35% 이하까지 감소했습니다. 수확기가 오려면 아직 두 달이 남았습니다. 그 전에 곤충 괴수들이 또다시 습격한다면 생산량이 0에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해서 적어도 수확기까지만 브라우니를 방어용으로 임대를 했으면 합니다.”
“CIA 테러 때문에 우리 미국은 안전지대 설치 후순위로 내려갔는데, 과연 임대해주겠는가?”
“제니스 회장도 그것과 이것은 별개 문제로 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적절한 대가만 지불한다면 굳이 못 들어줄 이유가 없습니다.”
유지웅이 미국의 순위를 떨어뜨리고 올려주지 않는 것은 징벌의 의미다. 어찌 되었든 간에 미국 첩보 기관이 자국에 테러를 가했으니 그에 대한 응징을 가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외적으로 본보기가 서지 않는다.
테러까지 가한 나라인데 별 거 아니라는 듯이 하하 웃고 지내면 다른 나라들이 우습게 본다. 그래서 막대한 배상을 뜯어내고, SC컴퍼니를 빼앗고, 설치 순위를 떨어뜨린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원히 갈라설 수는 없다. 어찌 되었든 미국은 최대 소비 시장 중 하나다. 유지웅도 대농장 등 미국 내에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수천 명의 농업 종사자들이 그의 비호 아래 미국 대농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한 번 제안해보게.”
국무부는 한국 정부를 통해서 브라우니를 두 달만 임대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한국은 ‘조건만 맞으면.’이라며 예상보다 흔쾌히 수락했다.
긍정적인 대답에 비시는 모처럼 안색이 밝아졌다.
“그래, 그 조건이 뭔가?”
“한국이 개발한 신약, TK-1의 승인 처리를 빠르게 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비시는 가볍게 얼굴을 찌푸렸다.
TK-1은 한국이 블루 결정체를 정제해서 만든 차세대 항암제다. 블루 결정체를 사용한 만큼 가격이 무지막지하게 비싼 대신 효능은 매우 탁월했다. 정상 세포는 거의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죽이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도 거의 없고, 살상 능력도 뛰어나다.
미국도 블루 결정체를 이용한 비슷한 의약품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다양한 임상 실험에서 이미 성능이 입증되었음에도 승인 처리 문제를 질질 끌었다.
“어쩔 수 없지. 그건 원칙대로 진행하게.”
“각하, 파이저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항암제도 조만간 임상 시험에 들어갑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끈 것만 해도 용했어. 한국은 몰라도 제니스는 자극하면 안 되네.”
“하지만 이대로는 한국이 미국 의약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겁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네.”
차세대 항암제 승인 문제를 질질 끈 것도 사실 차후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제니스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으며, 미국은 오히려 변방의 약소국보다 더 꽁꽁 묶여 있으니.
그래서 미국은 이것저것 협상 카드로 사용할 패를 여러 방면에 걸쳐 만들어두고 있었다. 물려고 덤빌 때마다 그 입에 넣어줄 살점을 잔뜩 만들어둔 것이다. 몸뚱이는 살아야지 않겠는가.
* * *
“브라우니를 임대하는 대신 유현제약의 TK-1의 승인 과정을 빠르게 처리해주기로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TK-1? 그게 뭐죠?”
“블루 결정체를 정제해 만든 차세대 항암제입니다. 어느 항암제보다 그 효능이 뛰어나고 부작용도 없습니다.”
“근데 약 하나가 인정받으려면 보통 10년 이상 걸리지 않나요? 그렇게 빨리 진행해도 되는 건가요?”
“임상 기간이 3년으로 좀 짧은 편이긴 한데 전 세계에서 대대적으로 시험을 했죠. 제가 알기로는 임상 시험 대상자만 500만 명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남기철이 진땀을 흘리며 설명하려 하자 유지웅은 제지했다.
“뭐, 나라에서 알아서 했겠지요.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해본 소리예요. 아무튼 그렇다 해도 미국이 너무 쉽게 허락한 건 아닌가요? 다른 것도 아니고 약인데.”
“효능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지연한 겁니다. 파이저 인코포레이티드에서도 동종 약품을 개발 중이거든요. 이제 임상 시험에 들어가는 단계라 들었습니다.”
“아하, 자국 의약 산업 보호 때문에요?”
“네. 하지만 이제 더 끌 수가 없게 되었죠. 곧 TK-1이 미국 항암제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될 겁니다.”
“그거 굉장히 비싸지 않아요? 블루 결정체를 정제한 약이라고 하셨으면서…….”
“물론 매우 비쌉니다. 그래봐야 미국 치료비에 비하면 양호합니다. 거기 의료비는 정말 서민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살인적인 수준입니다. 정보에 발 빠른 미국 환자들은 TK-1이 자국에 들어오기를 하루빨리 기다리고 있습니다.”
“치료비?”
유지웅은 호기심이 생겨서 자세히 물어봤다. 대강 설명을 들은 그는 크게 놀라워했다.
“아니, 한 마디로 돈 없는데 병 걸리면 죽으라는 거네요. 미국이 그랬다니, 정말 의외다.”
“우리나라는 그에 비하면 훨씬 낫죠.”
남기철은 유현제약이 향후 10년 간 TK-1으로 미국 시장에서 얻는 수익의 3%를 유지웅에게 지불할 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에서 브라우니 임대 카드로 일사천리로 통과되었기에, 그 대가라는 것이다.
“회장님의 재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금액이겠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이 될 겁니다.”
“고맙네요. 전 별로 그런 거 생각 안 했는데.”
“아닙니다. 당연히 받으셔야 할 몫이죠.”
절대적인 우위라는 건 참 편하다. 예전에 그냥저냥 우위에 있을 때는 직접 딜(거래)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알아서 자기들끼리 협상을 해서 수익을 갖다 바치지 않는가.
“정부는 그냥 넘어가나요? 나름대로 협상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나요?”
“마찬가지로 10년 간 미국 시장에서 얻는 수익의 2%를 수수료로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브라우니 그게 참 은근히 중요할 때마다 제대로 밥값을 한단 말이야.”
주마등처럼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최초로 녀석을 탱커로 사용했을 때, 중국 전쟁에서 러시아가 침공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지역의 괴수들을 압박했을 때, 베링 샤크를 하늘로 끌어올려 결정타를 가했을 때, 그리고 이번 곤충 괴수를 퇴치했을 때…….
만약 몰디브 신혼여행에서 브라우니를 그냥 죽여 버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지금의 제니스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녀석의 도움으로 무사히 레이드를 마친 적도 많았으니까.
“그래서 유현그룹의 회장이 회장님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합니다.”
“브라우니 두 달 빌려주고 10년 간 수익 3% 받아먹는데 감사 인사까지요? 그건 좀 민망한데요.”
3%를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지들끼리 쑥덕쑥덕 협상해서 갖다 바친 거라지만, 그래도 민망한 건 민망한 거다.
“아닙니다. 유현제약 입장에서는 몇 년을 더 끌었을지도 몰랐는데 회장님 덕분에 미국 진입을 앞당겼습니다. 오히려 더 주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한 번 약속을……. 아니다. 언제 편하신 날 잡아서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오라고 하세요.”
“그래도 될까요?”
“역시 결례가 될까요? 그래도 그룹 회장님인데, 그냥 막 남의 집에 오라고 하면 기분 나쁠까요?”
그룹의 회장님이면 당연히 할아버지뻘일 것이다. 밖에서 제대로 만나려면 격식을 차려야 하는 등 여러모로 귀찮다. 그게 번거로워서 초대하려고 했는데, 역시 안 되려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우 기뻐할 겁니다.”
“기뻐해요? 아니, 왜…….”
“이곳은 한국, 아니 세계 괴수 방위 권력의 중추니까요. 초대받는 것만 해도 대단한 영예입니다.”
흑석동 저택을 괜히 제니스 팰러스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이곳에 드나든다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부러움을 얻는다. 제니스 공격대장과 친분이 있다고 주변에 비치는 것이다. 당연히 고위 정치가들도 그런 사람에게는 함부로 뭐라고 말 못한다.
유현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밖에서 만나는 것보다 한 번 흑석동 저택에 초대받는 게 엄청난 힘이 된다. 원래 왕과 친한 사람은 주변에서 함부로 못 건드린다.
“흠, 그럼 괜히 잡음 생기는 거 아닐까요? 그냥 아예 안 만나는 게 나으려나?”
“유현 회장은 국내 기업인 중에서는 매우 깨끗한 인물입니다. 직원들을 사랑하고 기업 경영도 깨끗하고 투명하게 합니다. 그런 인물에게 한 번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그래요. 그럼 초대하는 걸로 할게요.”
남기철은 현재 국장 일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교섭 창구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덕분에 본직에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지만 직장에서 누구도 그걸 뭐라고 하지 않는가. 차기 장관은 확실하고 미래의 대통령 자리를 꿰찰 지도 모를 인물인데, 누가 감히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집에 드나드는 게 파워가 된다고 하셨죠?”
“예.”
“그럼 남 국장님도 꽤 파워 있으시겠네요? 어느 정도나 돼요? 갑자기 궁금한데.”
남기철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왕’이 저런 질문을 하면 왕의 총애를 받는 신하를 시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니다.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남기철도 솔직하게, 돌려 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했다. 그게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이고, 그를 대하는 가장 뛰어난 처세술이다.
“다음 정권 때 결정체 자원관리부 장관으로 내정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물밑 접촉이 심합니다.”
“하실 건가요?”
“그게 제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회장님께서 허락을 해주셔야 가능한 일이죠.”
“아직 젊으신데, 지금 당장 장관 자리를 맡으셔도 잘 해내실 수 있겠나요?”
사십대 중반. 관례상, 한 나라의 최대 부서 장관을 맡기에는 좀 부족한 나이일지 모른다. 남기철은 잠시 생각했다. 과연 자신이 지금 당장 장관을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마음속에 대고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큼은 안다. 근거 없는 자신감도, 실력이 수반되지 않은 열정도, 지나친 자기 확신에 따른 신념도, 그 자리에는 불필요하다는 것 하나만큼은.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시겠어요?”
“그런 큰 자리는 맡아본 적이 없어서요.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만약 맡으신다면 어떻게 일하실 생각이신가요?”
“……제가 모르는 게 많으니까, 저보다 많이 아는 전문가들이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하세요, 장관.”
“예?”
“그 정도면 충분히 잘해내시겠네요. 장관 하세요.”
남기철은 순간 벙쪄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름대로 진지한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무슨 초장에 딱 잘리냐?
“제가 공대장 짓을 해봐서 아는데, 많이 아는 건 안 중요해요. 많이 아는 놈들 많이 데려다가 잘 써먹는 게 중요하죠. 조직의 머리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그걸 알고 계시니까 장관 해도 잘 하시겠네요.”
남기철은 허탈해졌다. 하지만 허탈감은 잠시, 그는 보이지 않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온몸에서 힘이 났다.
============================ 작품 후기 ============================
1. 남 국장님의 대외적인 위세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2. 주인공 집은 과연 전기료가 얼마나 나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