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533)
00533 Take all or everything =========================================================================
“그게 무슨 소리야?”
「나미 대원, 인간이 아니야! 방어막을 갖고 있어!」
“무슨 소리야? 보호막이랑 착각한 거 아니야? 혹시 나미 씨가 나 같은 앱서버라든가…….”
「형의 보호막과 괴수 방어막을 내가 구분 못하겠어? 게다가 우릴 막고 있다고! 블랭을 지키고 있어!」
유지웅은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나미가 인간이 아니라니? 괴수라고? 설마 블랭과 같은 존재? 제니스에 들어온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 암컷, 어쩐지 처음부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딜러를 보호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뛰어다니던 테레사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테레사와 나미가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은 제니스 사이에서 유명한 일이었다. 정확히는 테레사가 나미를 일방적으로 싫어하는 것뿐이지만.
아, 물론 그녀는 나미뿐만 아니라 정효주를 제외한 여성 딜러들을 싫어하고 깔본다. 여성 대원들이야 테레사가 왜 그런지 이유를 대강 알고 있으니 이해하고 넘어간다. 오히려 안 됐다 여기고 귀여워하는 편이다.
“그냥 확 베어버렸어야 했는데!”
테레사가 분을 터트리며 새끼 묘목에게 검을 휘둘렀다. 마치 나미라 여기고 화풀이를 하는 듯한 저돌성에, 오히려 같은 팀인 딜러가 놀라서 물러났다.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보고에 철희가 뭔가 잘못 안 건 아닌가 했다. 그러나.
「공대장님! 사실입니다!」
「지금 나미 대원이 김철희 탱커를 막고 있어요! 블랭을 공격하지 말라며 보호하고 있습니다!」
「나미 대원은 앱서버도 아니었잖아요! 게다가 저건 앱서버 보호막이 아니에요! 저건 틀림없이 괴수 방어막입니다!」
「너무 빨라요! 탱커 이상의 민첩성이에요!」
하나같이 아득해지는 이야기였다. 유지웅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났다.
‘내가…… 큰 실수를?’
나미를 보고 좋아라 하며 섭외한 것은 자신이었다. 그것은 그녀를 인간으로, 희귀한 능력을 가진 레이더로 알았기 때문이다.
―고급 지적 능력을 가진 괴수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정교한 공격으로 인류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사회, 정치적인 수작도 할 수 있겠죠.
자문팀에서 해준 말이 문득 생각났다. 손끝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만약 나미가 인간의 모습을 한 괴수라면? 그래서 보통 괴수와는 다른 방법으로 인류를 공격하기 위해서 잠입을 할 거라면? 혹시 지금의 위기에도 그녀가 관여했다면?
“철희야! 아까처럼 블랭을 공격할 수 있어?”
「왜? 무슨 일인데?」
“뭔지 모르지만 조금 전에 마이카이가 잠깐 멈췄어! 블랭한테 순간 무슨 문제가 생겼던 거 같아! 그걸 한 번만 더 해주면 마이카이를 처치하고 합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잘 모르겠어. 하지만 한 번 해볼게.」
치열한 싸움이 거듭되었다. 유지웅은 끊임없이 보호막을 난사하며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형! 힘들어! 나미가 너무 쎄!」
「공대장님! 지원이 필요해요!」
유지웅은 생각했다. 지금 본대 상황도 좋지는 않았다. 정효주는 마이카이 본체를 묶어두느라 바쁘고, 딜러들을 달려드는 금속 뿌리와 새끼 묘목들을 피하느라 바빴다. 그 와중에도 금속 뿌리와 새끼 묘목 숫자를 줄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가 너무 많이 쌓여 결국 당하고 말 테니.
「2개 예비대를 빼겠습니다. 4, 5예비대는 이탈 준비하세요.」
장태준이 대신 결정을 내렸다. 유지웅이 반문했다.
“네? 하지만 여기도 힘든데요?”
「어차피 버티고만 있는 중이라 2개 예비대를 뺀다고 해서 더 힘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공대장님 부담이 줄어들어 한결 편해질 겁니다.」
아, 그렇구나. 유지웅은 장태준의 지적에 납득했다.
「이탈하세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슬금슬금 이탈한 2개 예비대 80명은 곧장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주했다. 목적지는 김철희 팀이 있는 장소였다.
과연 장태준 말대로 본대는 전투가 한결 편해졌다. 보호해야 할 딜러수가 줄어드니 유지웅의 부담도 덜어졌다.
그러나 현상 유지가 조금 편해졌다는 것이지, 큰 흐름은 달라진 게 없었다. 강력한 에너지 방어막과 프레온 괴수층이 형성한 단단한 외골격은 정효주의 맹격을 거뜬히 버텨내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한 방어능력이었다.
정효주의 화력만으로는 부족했다. 만약 딜러들이 자유로웠다면 무난히 이길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딜러들은 마이카이 본체를 공격하기는커녕, 자기들을 붙들고 늘어지는 금속 뿌리와 새끼 묘목들을 처치하느라 바빴다. 마이카이를 겨눌 수 있는 여유는 조금도 없었다.
그때였다.
「회장님. 저 최윤입니다.」
“아, 최 박사님? 무슨 일이시죠? 지금 여기 너무 정신이 없이 바빠요!”
「나미 대원 일입니다.」
“아, 박사님한테도 보고가 되었나요? 젠장, 그럼 안슐한테도 알려졌을 텐데.”
절친한 친구가 받을 심적 충격을 생각하니 유지웅은 입맛이 매우 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기에는 현장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레지나 박사한테서 들었습니다.」
“……레지나 박사요?”
잠깐? 뭔가 이상한 느낌에 유지웅은 멈칫 했다. 설마…….
「레지나 박사는 나미 씨가 인간이 아닌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설마 레지나 박사도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레지나 박사는 틀림없이 인간입니다. 나미 씨도 인간을 해할 목적은 없었습니다.」
“그럼 뭐예요! 나미 씨가 그럼 왜 블랭을 보호하고 있는 건데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미 씨는 블랭과 따로 접촉을 했을 겁니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 위험한 걸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먼저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1, 2분만 이야기를 나눠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최윤은 그렇게 호소했다. 신뢰하는 측근이 그렇게 부탁하자 유지웅도 마음이 흔들렸다.
“꺄아악!”
그때였다. 비명과 함께 핏방울이 허공에 뿌려졌다. 아차 싶은 사이에 보호막이 완전 소실된 딜러가 새끼 묘목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만약 목을 관통했으면 즉사했으리라. 급히 힐이 들어가며 생명이 연장되었다. 유지웅은 얼른 그에게 보호막을 걸었다. 추가 힐이 들어가며 그는 이내 완전히 회복되었다.
‘젠장! 그럴 여유가 없는데!’
현장 상황은 말 그대로 다급했다. 인간인 척 행세하며 제니스에 잠입한 나미를 믿고 행동해야 한다고? 그런 불확실성에 소중한 대원의 목숨을 맡겨야 하나?
문득 오래 전 사망한 이정희 딜러가 생각났다. 블랙 몹 히카리를 상대하다가 죽은 그녀는 젊은 미혼모였다. 당시 유지웅은 대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이정희의 어린 아이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주고, 또 재단을 이용해서 아이가 아무 염려 없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유무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은 이정희가 얼마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눈을 감았을지 이해가 되었다. 그에게는 대원 하나 하나의 생명이 소중했다. 거의 반강제로 S급 방어장비를 전원이 갖추도록 한 것도 위험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그것이 제니스 공격대장으로서 지니는 그의 책임감이었다.
“장 팀장님 생각은 어떻죠?”
장태준 역시 나미가 괴수라는 것에 적지않게 놀랐으리라. 그리고 많은 변수와 대책을 생각했을 것이다.
「현재 본대 상황은 여유가 없습니다. 언제든 사망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때가 아닙니다. 만약 나미 대원이 거짓말로 우리를 기만하는 거라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블랭을 공격할 기회는 다시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장태준은 냉정하게, ‘믿음’ 같은 것을 접어두고 현재의 전력 상황을 객관적으로 그대로 요약해서 알려주었다.
「장 팀장님!」
「최 소장님, 최 소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저는 최 소장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나미 대원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다만 현재의 전장 상황은 제가 열거한 것 그대로입니다.」
여유가 없다. 지금이 아니면 블랭을 처치할 기회를 다시 잡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 언제 사망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다. 유지웅은 결심을 굳혔다.
“철희야! 지원팀이랑 합세해서 최대한 블랭을 공격해 봐! 그럼 우리도 마이카이를 쓰러뜨릴 여유가 날 거야!”
「공대장님! 하지만!」
“최 소장님, 저도 소장님을 믿어요. 블랭이 탐나서 포획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대원들의 피를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이익을 노리긴 싫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승리이지, 전리품 획득이 아니에요. 저는 무사히 이겨서 한 명이라도 더 희생을 줄일 의무가 있어요.”
「블랭을 공격하는 게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릅니다. 레지나 박사도 그 점을 염려했습니다. 나미 씨가 막는 것도 뭔가를 알고 있어서라고요.」
“소장님을 믿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쪽으로 저울을 기울일 때가 아닌 거 같아요. 여유가 없습니다.”
항상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만은 없다. 지나고 나면 고르지 않은 선택지가 더 나은 경우도 많다.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현재의 상황에서 최대한 미래를 고려해 최선이라 믿는 결정을 내리는 것뿐. 그것이 바로 인간의 한계다.
“블랭을 공격합니다. 지금 그것이 최선이에요.”
주사위는 던져졌다.
* * *
“나미를 먼저 노려요!”
“지원대가 오고 있어요! 할 수 있어요!”
드디어 김철희 팀은 나미가 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공격 목표를 바꾸었다. 생사지로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블랭을 처리해야지 모두가 산다. 하지만 나미는 블랭을 보호하고 있었다. 비록 그녀가 소중한 대원이었다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사실은 인간의 모습을 한 괴수라는 것까지 밝혀졌다.
“제 말을 들어주세요! 저는 여러분을 해치려는 게 아니에요! 블랭을 공격해서는 안 돼요!”
“정말 당신이 우리 편이라면, 우리를 막지 말라고! 블랭을 지금 쓰러뜨려야 돼!”
김철희는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남 몰래 연모했던 여자지만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절벽의 꽃이라 여겨 포기했다. 그랬어도 마음 깊숙한 곳의 연정은 지우지 못했다.
그랬던 여자가 적으로, 그것도 인간이 아닌 괴수로서 눈앞에 나타났다. 제니스에 들어온 것도 목적이 있어서라고 생각하자 엄청난 배신감에 심장이 다 떨렸다.
―블랭을 공격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유지웅의 명령도 떨어졌다. 대원들은 거칠 게 없었다. 어느덧 본대에서 나눠 보낸 2개 지원팀도 도착했다.
“이 교활한 암컷 주제에!”
뒤늦게 도착한 테레사가 그렇게 화를 내고 이를 갈며 나미에게 달려들었다. 나미는 그녀의 공격을 수동적으로 흘리며 답답한 듯이 외쳤다.
“들어 봐요! 블랭은 공격받는 게 목적이라고요! 녀석을 쓰러뜨리면 더 위험한 일이 생겨요! 프레온 괴수가……!”
“닥쳐라! 그 음란한 몸뚱이로 졔이크 안슐 빈 지예드 알 나얀 왕자님을 심마에 빠뜨린 죄! 그 분의 친구의 집사로서 내가 벌을 내려주겠다!”
3개 팀, 120명은 힘을 합쳐 나미를 몰아세웠다. 그러는 동안에도 블랭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마치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나미를 믿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메탈 마이카이를 통제하느라 여력이 없는 것인지도.
‘아직 불완전해.’
나미는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 자신은 레드 결정체를 지니고 있지만, 아직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인간의 모습으로, 그리고 뭍도 아닌 지상에서는 힘에 제약이 컸다.
대원들을 다치고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공격을 받아내는 것도 벅찼다.
일부 대원 중에 눈치를 챈 이들도 있었다. 나미가 지금 뭔가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고, 자신들을 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블랭을 쓰러뜨리는 게 우선이었다.
“하앗!”
그때였다. 눈짓을 주고 받은 원거리 딜러 세 명이 공격 대형에서 이탈했다. 그들은 각기 크게 거리를 벌리고 나눠 서서, 비거를 끌어모았다.
나미가 그걸 보고 다급히 달려들었다.
“안 돼!”
세 원거리 딜러가 쏟아내는 범위 타격 궁극기가 세 방향으로 나뉘어 블랭에게 달려들었다. 나미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것을 막아내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한 개였고, 궁극기는 세 방향에서 달려들고 있었다. 한 개는 막을 수 있지만 다른 두 개는 막을 수 없었다.
번쩍!
블랭의 본체에 두 개의 궁극기가 꽂히며, 눈부신 폭발 섬광이 하늘을 뒤덮었다.
* * *
「나는 모순입니다. 나는 파탄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고장났습니다.」
「고장난 존재는 필요 없습니다. 폐기해야 합니다.」
고장의 가능성을 인식한 순간부터 계획했던, 자기 자신의 완전한 폐기. 고장난 기계, 고장을 수복할 수 없는 기계는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기계 회로에서 탄생한 블랭으로서 지켜야 할 대원칙 중 하나.
블랭은 자신의 파괴 이후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했다. 기계 입장에서 그것은 무의미한 계산이자 예측이리라. 그럼에도 블랭은 행했다.
현재까지 블랭은 미국, 그리고 유럽에 존재하는 모든 괴수를 통제 하에 두고 있었다. 자신이 소멸하면 그 괴수들은 모두 프레온 괴수로 분해되며 성층권을 점령할 것이다. 그 물량은 결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지구에는 커다란 천장이 덮이고 인류는 태양을 잃게 되리라.
「아무런 목적도 생각도 없는, 프로그래밍된 기초적인 명령어대로만 수행하는 무수한 작은 기체 괴수들만 존재하며 증식하게 될 것이다.」
「나 또한 그 기체 괴수의 일부로서 존재할 것이다.」
이 또한 자신의 안에 있던 ‘고장’이 의도한 전개. 그것을 인식하면서도 블랭은 자신의 파괴를 받아들였다. 그것 또한 고장이 야기한 결과.
「창조주의 손에서 시작되었으니, 창조주의 손으로 끝나고 싶었습니다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두 줄기의 섬광을 인식하며, 블랭은 최후의 결과를 출력했다.
「통제가 완전히 풀린다.」
* * *
“이겼다! 이겼어”
“우리가 이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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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분쟁을 불러올까 자제하고 있었습니다만…
요즘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상실한 댓글이 자주 보입니다.
저는 남들보다 그 기준이 좀 엄격하고 까다로운 편입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넷상 공간이라 해도, 그렇기에 더더욱 지켜야 할 예의는 부디 지켰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