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19)
00719 황제의 마실 =========================================================================
“내복단? 대체 그 녀석들이 누구냐?”
“어디 혈맹에서 정체를 숨기고 몰래 움직이는 별동대라도 되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강력할 리가 없어!”
“혹시 외국에서 나선 건 아냐?”
내복단의 활약이 점차적으로 거세어졌다. 약 40인으로 구성된 내복단은 거대 혈맹이 붙는 대규모 접전 지역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내복단은 주로 혈맹전에 휩쓸리는 민간인, 중소 공격대를 구하는데 힘을 아끼지 않았다. 혈맹원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은 거의 개입하지 않지만, 그들의 칼날이 엉뚱한 곳으로 향할 때에는 가차 없었다.
점점 내복단이 위명을 떨치자 군소 공격대원들도 내복단처럼 옷을 입고, 내복단으로 위장한 채 거대 혈맹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이에 혈맹들은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내복단과 내복단으로 위장한 이들은 얼핏 봐서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니 함부로 대응할 수도 없었다. 만약 반격했는데 진짜 내복단이라면 소속 혈맹원들이 그 피해를 입게 된다.
“돈 받은 값을 하시오!”
이에 혈맹원들은 본국 정부를 닦달했다. 그들과 결탁한 고위 인사들은 정부를 움직여 항의서한을 보냈다. 수신인은 미국, 영국, 러시아 등 강대국이었다.
“아프리카의 문제에 개입하지 마시오!”
“그게 무슨 말이오?”
“내복단 말이오! 귀국이 투입한 전투 세력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단 말이오!”
“지금 근거 없는 소문을 가지고 외교를 논하자는 거요?”
미국이 차갑게 경고했다. 그러나 리비아 정부는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다.
“미국에 아프리카 1세대 이주민 레이더가 수천 명이 넘는다는 걸 모르는 국가는 없소! 분명 그들을 투입한 것 아니오?”
“본국은 아는 바가 없소.”
WCO 회의장에서 미국과 리비아 대사는 서로 그렇게 으르렁거렸다. 의장인 남기철이 제지했다.
“두 국가 모두 그만 하세요.”
“…….”
“…….”
“어쨌든 아프리카 혈맹전은 아프리카 대륙에 있어서도, 세계에 있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모든 국가가 힘을 합쳐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리 준비한 연설을 하면서, 남기철은 대체 왜 자신이 이러고 있어야 하나 회의에 빠졌다. WCO는 세계결정체기구지 UN이 아니란 말이다. 이런 안건은 보통 UN에서 다뤄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스팟 필드가 얽혀 있다지만…….’
이거 혹시 음모 아닌가? 자신을 말려 죽이려고 업무를 일괄적으로 WCO에 몰아넣으려는 뭐 그런 거?
아무튼 WCO는 아프리카 혈맹전 사태가 매우 심각한 지경에 다다랐음을 인정하고, 속히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의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을 논하는데 있어서 좀처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적극 무력을 투입해 혈맹을 제압하자는 쪽과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쪽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양쪽 다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기에, 중심추는 어느 한쪽으로 쉽게 기울지 않았다.
남기철은 몇 차례나 흑석동에 참여 요청을 넣었지만 유지웅이 자리에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래서 야속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중요한 시기에…….’
게임룸에 틀어박혀 있다니! 분명히 그 사람이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너무했다!
오늘 밤에도 남기철의 눈 밑에 드리운 다크서클은 지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 *
거대 혈맹의 억압에 분개한 군소 공격대원들이 내복단을 따라 비슷한 옷을 입고 떨치고 일어서자, 거대 혈맹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주춤거렸다.
이는 바츠 연합에 있어서도 절호의 기회였다. 바츠는 지금이 바로 신이 주신 기회라 생각했다.
‘내복단을 끌어들여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내복단의 정체, 위치, 접촉 방법을 아는 이들은 없다. 그들은 정말 신출귀몰한 방법으로 나타나 거대 혈맹을 치고, 민간인과 군소 공격대를 구출한 뒤 사라진다.
가까스로 내복단을 찾아내 접선을 해보면 진짜 내복단이 아니라 내복단을 흉내 낸 다른 군소 공격대였다. 바츠는 그런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내복단을 찾을 수 없다면…….’
바츠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지금 내복단을 흉내 내어 거대 혈맹을 치는 군소 공격대 숫자는 엄청나다. 족히 잡아도 이만은 되는 것 같다. 그만큼 거대 혈맹의 압제에 눌려 있던 분노와 저항심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복단을 흉내 내는 가짜 내복단은 전혀 하나로 응집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구심점 없이 쌓여 있던 분노를 터트리고 있을 뿐이다.
이래선 안 된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거대 혈맹도 내복단과 가짜 내복단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우리 연합이 나서야 한다!’
바츠는 그렇게 결심하고 수뇌부 회의에 제안했다. 그러나 연합 수뇌부는 시큰둥했다.
“내복단을 찾을 수 없으니 내복단을 흉내 내는 군소 공격대를 규합하자고?”
“글쎄, 그런 나약한 녀석들이 과연 힘이 되려나 모르겠네. 혈맹과 붙을 때 도망이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지.”
어느 간부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회의장은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바츠는 실망스러운 분위기에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거대 혈맹에 복수의 칼을 꽂기 위해 들고 일어난 연합은 아슛카드함 혈맹을 몰아내고 본거지를 차지한 이후 변질했다. 단일 조직으로서는 아프리카 지역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조직 간의 화합을 깨뜨리고 있었다.
아슛카드함을 몰아내고 차지한 이권, 재화가 오히려 이들의 눈을 멀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더니 지금이 딱 그 꼴이다.
자기들도 처음에는 압제에 들고 일어난 군소 공격대 연합이었으면서 다른 군소 공격대를 우습게 보는 꼴이라니. 얼굴을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스꺼워질 지경이다.
“그보다는 저번에 미처 논의하지 못한 아덴 지역 소유권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는 게 좋겠습니다.”
“이미 말했다시피 아덴 지역을 점령하는데는 우리 까이르뜨 공격대의 힘이 가장 컸소. 그러니 아덴 지역은 반드시 우리 까이르뜨 공격대 소유가 되어야 하오.”
“그게 무슨 소리요? 까이르뜨 공격대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오히려 우리 필츠뤼오나 공격대가 가장 큰 희생을 치렀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연합 수뇌부는 또다시 이권 문제를 놓고 다투기 시작했다. 아슛카드함 본거지를 빼앗고 줄곧 이 꼴이었다.
앞으로 거대 혈맹들에 부딪쳐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움직여야 할지 생산적인 논의를 해도 부족할 판에, 기껏 차지한 이권을 분할하는 문제로 매일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돈이 무섭다더니 딱 그 꼴이다. 서로를 위해서 죽어줄 것처럼 굴었던 전우애는 사라지고 없다. 남은 것은 고깃덩어리를 놓고 조금이라도 많이 뜯어먹으려고 아웅다웅하는 아귀들의 추한 모습뿐이다.
역겨움을 참지 못한 바츠는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큰 소리에 놀라 연합 수뇌부가 그를 돌아봤다. 그는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
“지금 이게 다들 뭐하는 짓입니까!”
“…….”
“우리가 뭉친 목적을 생각하십시오! 이제 겨우 아슛카드함 혈맹을 몰아냈을 뿐입니다! 단일 조직으로서는 최대 규모라고요? 다른 혈맹이 서너 개만 뭉쳐도 우리 연합은 인력에서 밀립니다! 무기 사용법도 제대로 숙달되어 있지 않고요! 헌데 이렇게 이권 다툼으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이보시오, 바츠.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맞소. 그동안은 당신이 연합 수장이고 해서 존중해줬는데, 말이 너무 과한 거 같소.”
“정당한 보상을 가져가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다고 핏대를 세우고 그러는 거요?”
“혹시 바츠 공격대가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지 못할까 봐 겁나서 그러는 거요? 그렇다면 이해하겠소.”
“맞소. 바츠 공격대의 기여도가 가장 크다는 점은,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테니까.”
바츠는 답답했다. 무엇이 대체 이들을 이리 변질케 했을까.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 바츠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한 마디 한 마디 끊어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바츠 공격대 단독으로라도 가짜 내복단 규합을 위한 작업에 나서겠습니다. 함께 할 분들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바츠의 눈빛을 외면하듯이 모두 시선을 피했다. 바츠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바츠는 즉시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데리고 가짜 내복단을 찾아다녔다. 진심을 다해 그들을 설득했다. 기꺼이 참여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연합 수뇌부의 불화를 이유로 들어 거절하는 이들도 있었다.
“바츠 연합이 아슛카드함을 몰아낸 공적은 인정하지만, 그 이후로 타락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그런 변질 연합에 들어갈 마음이 없습니다. 지금의 바츠 연합과 아슛카드함 혈맹이 서로 다를 게 뭡니까?”
그래도 바츠는 포기하지 않고 내복단을 흉내 내는 군소 공격대를 규합하는 일에 나섰다.
그리고 열흘이 지났을 때였다.
“가자! 나의 자랑스러운 혈맹원들이여! 우리를 몰아낸 저 버러지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자! 이 곳은 우리 땅이다!”
캄캄한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전열을 가다듬고 되돌아온 아슛카드함 혈맹이 세 방향으로 갈라져 본거지를 쳤다.
기습 침공 단 한 시간 만에 아슛카드함 본거지의 주요 전진 기지, 아덴이 탈환되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잘래여 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