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85)
00785 %3C프리시즌 딜러편%3E 이래도 천민같아? =========================================================================
“저 사람이야, 저 사람. 그 무적 근딜.”
“어머, 정말? 완전 어리다.”
“진짜 그렇게 부자야?”
“저번에 UCC에 올라온 거 봤지? 그게 다 블루 결정체래. 그거 돈으로 따지면 원가만 8조 원이 넘는다는데?”
“와, 대단하다.”
유지웅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1층 홀에서 몇 몇 주민들이 그를 알아보고 흘끔거렸다. 젊은 여자들은 관심 가득한 눈으로 몰래 그를 훔쳐봤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지웅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팔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남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도보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산책을 나온 듯 보였다.
“저어, 안녕하세요. 2701호 맞으시죠?”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UCC 봤어요. 저 팬 됐어요!”
“사인해드려요?”
유지웅이 정말 사인을 해줄 것처럼 자연스럽게 묻자 여자는 조금 당황했다. 아니, 연예인도 아니고 뭐가 저렇게 자연스러워?
그래도 좋은 기회인지라 여자는 얼른 가방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내밀었다. 유지웅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고 휙휙 멋들어지게 사인을 해주었다.
“자, 여깄어요.”
“고맙습니다!”
“좋아요 버튼 많이 눌러주세요.”
“네! 그럴게요!”
케즈빌에는 조그마한 공원이 따로 있다. 유지웅은 공원에서 줄넘기를 했다. 이따금씩 지나가다가 그를 알아본 주민들이 신기해하며 쳐다봤다.
“저 사람이야?”
“응. 그렇대.”
“와, 얼마나 부자일까.”
“그런 부자가 왜 이런 데서 살아? 더 좋은 데도 얼마든지 갈 수 있을 텐데.”
“못 들었어? 저 사람 2701호 살잖아.”
“아……. 그 펜트하우스? 복층?”
“그렇대. 그거 매매가만 600억 넘을 걸?”
“그래도 아파트는 좀 아니지 않나?”
사실 케즈빌도 소위 말하는 1%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러나 유지웅의 재력에 걸맞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저 정도 부자라면 넓은 정원이 딸린 고급 주택에서 사는 게 일반적이니.
부우우웅!
그때였다. 커다란 트레일러가 케즈빌 건물 지상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젊은 경비원이 접근을 제지하려고 다가갔다가 트레일러에 선명하게 찍힌 람보르기니 마크를 보고 흠칫 했다.
트레일러를 발견한 유지웅이 줄넘기를 멈추고 얼른 달려왔다.
“오, 왔네.”
“유지웅 고객님 맞으십니까? 주문하신 차량 배송 왔습니다. 어디에 내려드리면 될까요?”
“여기에 꺼내 주세요. 바로 타고 나갈 거예요.”
“알겠습니다.”
여기에 바로? 직원은 조금 떨떠름했지만 고객이 시키는 대로 해야지 별 수 있나. 군말 없이 트레일러를 조작해 열었다.
뭔가 하고 호기심에 몰려온 경비원과 주민들은 잠시 후 트레일러가 열리자 우와 하고 감탄을 터트렸다.
“와, 저게 뭐야?”
“무슨 SF 영화 보는 거 같네.”
트레일러에 실려 있던 수퍼카가 날렵하게 잘 빠진 몸체를 자랑하며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흑색과 은색이 섞여 만들어진 매끄러운 광택과 멋지게 각이 진 본넷, 낮은 동체는 금방이라도 뛰어나갈 듯 발을 구르는 황소처럼 힘이 넘쳐 보였다.
케즈빌 주민은 한국에서도 매우 부유한 층에 속한다. 그러나 세스토 엘레멘토는 그들에게도 급이 다른, 다른 세상 사람들이 타는 차량이다. 저것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있는 차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얘는 옆으로 열려서 좋다니까.”
조수석 문을 몇 번 열었다 닫았다 하던 유지웅은 만족스러워하며 발로 문을 툭 차서 닫았다. 트레일러를 몰고 온 직원이 그것을 보고 속으로 기겁을 했다. 구경 난 듯이 쳐다보던 주민들도 숨이 넘어갈 듯이 놀랐다.
“아, 아니! 그 무슨!”
“왜요?”
“아니, 아니에요. 미안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던 어느 주민은 유지웅이 의아해서 돌아보자 당황해서 물러났다. 그러나 얼굴에서 끝내 안타까운 심정을 지우지는 못했다.
유지웅은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도로로 빠져 나갔다. 그제야 구경하던 주민들의 입에서 한꺼번에 한숨이 터져 나왔다.
“몇십억은 할 텐데…… 그냥 발로 막 차네.”
“대박, 완전 대박.”
“사진 찍은 거 없어? SNS에 올리자!”
“여기, 여기! 내가 찍은 거 있어!”
* * *
유지웅은 람보르기니를 몰고 시원하게 도로를 달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나 매우 비싼 차임’이라고 자랑하는 디자인에, 도로에서는 차량들이 앞을 다투어 피했다. 괜히 스크래치라도 냈다가 인생 망치기 싫어서다.
“역시 이 맛이야.”
세스토 엘레멘토는 그에게 매우 특별한 차다. 가격은 저렴하지만(30억이 넘음) 안슐이 우정의 증표로 선물해준 차량이기 때문이다. 전의 인생에서도 그는 세스토 엘레멘토를 가장 많이 타고 다녔다. 2인승이라서 나중에 애 낳고 나서는 자주 못 탔지만…….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길을 들이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여기 케즈빌 관리사무소입니다. 2701호 입주민분 맞으시죠?」
“예, 맞아요. 말씀하세요.”
전화 너머 상대방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유지웅이 워낙 일을 크게 벌인 탓에, 이제 케즈빌에서는 그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로 전화 드리기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희가 임의로 처리할 일이 아닌 듯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 드렸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시죠?”
「어떤 분이 그…… 사장님을 찾아오셔서요. 자기 이름이 김범석이라고 합니다.」
관리사무소도 당연히 김범석이라는 이름을 안다. 하지만 얼굴은 알지 못한다. 어중이떠중이가 어떻게든 유지웅을 만나 보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대처가 신중했다. 만약 정말 김범석이라면 보통 큰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 그래요? 맞겠죠. 제가 지금 바로 갈 테니까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주세요.”
「예?」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다리라고 하세요. 다른 데 가지 말고요. 그럼 알아들을 거예요.”
「아, 예. 알겠습니다.」
관리사무소측은 당혹스러워 했다. 김범석이 그래도 마흔이 훨씬 넘는데 한참 어린 유지웅이 저리 전하라고 했으니. UCC 동영상을 보면 둘이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 같지도 않았다. 이건 너무 예의 없는 거 아닌가?
유지웅은 차를 돌렸다. 케즈빌에 오는 길에 고급 양주 매장에 들러서 샴페인을 몇 병 샀다. 눈이 튀어나오게 비싼 샴페인을 아무렇지 않게 계산하자 매니저의 허리가 땅에 닿을 듯이 숙여졌다.
케즈빌에 도착한 유지웅은 지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시 정문 쪽을 바라봤다. 입구에 양복을 입은 웬 중년 남자가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한눈에 알아봤다.
“이봐! 김 실장!”
유지웅의 목소리에 김범석은 화들짝 놀랐다가 세스토 엘레멘토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앳된 청년이 차량 본넷에 기대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손가락 하나를 건방지게 까딱거렸다. 김범석은 부리나케 그를 향해 뛰어갔다. 두뇌가 명령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뼈에 박힌 습관대로.
“오, 오셨습니까!”
“어. 이거 지하 주차장에 파킹하고, 조수석에 내가 술 사온 거 있으니까 들고 2701호로 올라와. 경비원들한테는 내가 말해놓을 테니 들여보내줄 거야.”
“알겠습니다!”
몰래 훔쳐보던 경비원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새파랗게 어린애한테 반말 찍찍을 듣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아? 저 나이를 먹고서도? 어떻게 저렇게 비굴하게 허리가 굽혀질 수 있지?
‘저런 사람이었나?’
그는 유지웅을 다시 보게 됐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지, 자기 아버지뻘 되는 사람한테, 그것도 오늘 처음 보는 사이 같은데 저렇게 반말 찍찍을 해도 되는 건가?
유지웅은 터덜터덜 정문으로 들어갔다. 김범석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허리를 숙이고 있다가, 그가 사라지자 얼른 차량에 올라 지하 주차장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출입구를 통과했다.
“수고들 하시게.”
경비원들은 황당했다. 유지웅 앞에서는 그렇게 굽실굽실하더니, 어깨를 뻗대는 게 왜 저렇게 자연스러워? 이건 무슨 유지웅 개인 저택 경비원이 된 기분이었다.
김범석은 27층으로 올라갔다. 어떻게 감히 초인종을 누를 수 있지 하고 고민하던 그는 다행히 현관문이 열린 것을 발견했다. 그는 내심 안도하며 조심스럽게 안에 들어섰다.
“회장님. 이제 왔습니다.”
“적당히 앉아.”
“옙.”
유지웅은 거만하게 소파에 앉은 채 패드 컴퓨터로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김범석은 테이블 위에 양주를 가지런하게 놓고는, 조심스럽게 가장 끝에 앉았다.
잠시 후 유지웅이 패드 컴퓨터를 내려놓고 그를 봤다.
“한 잔 따라 봐.”
“알겠습니다.”
김범석은 얼른 샴페인을 따고는, 거품이 흘러넘치는 술을 정중하게 따랐다.
“김 실장도 따라 마셔.”
“김 실장이라니, 저한테는 너무 과분합니다! 그냥 이놈저놈하고 막 부르셔도 됩니다!”
“내 사회적 체면이 있지, 남들 앞에서 이놈저놈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생각을 좀 해.”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유지웅은 원래 아랫사람이라고 막 대하지 않는다. 지위와 나이를 불문하고 항상 존대를 해준다.
그러나 사람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김범석 같은 인물은 사내 정치에 민감하고, 고위층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며 눈치를 보는 인간이다. 전형적인 간신배 타입이라고 할까.
이런 타입은 까마득한 상사나 권력자가 존대를 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아니, 울먹이는 수준이다. 제가 무슨 잘못했나요! 살려주세요! 제발요! 뭐 이렇게.
남들이 보기에는 터무니없고 건방져 보이지만, 오히려 유지웅이 이렇게 막 대하는 태도가 김범석에게는 깊은 믿음과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만약 유지웅이 존대를 쓰고 정중히 대했다면 김범석은 지금처럼 마음을 활짝 열지 못했을 것이다.
“가져 왔어?”
“예! 여기 있습니다!”
김범석은 얼른 들고 온 가죽 케이스 가방을 열어서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가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안에는 서류 뭉치와 디지털 저장 장치, 그리고 노트북이 들어 있었다.
유지웅은 대충 흘끔거리고는 물었다.
“이거면 일성 보낼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권력자들이 비호를 하지만 않으면 충분히 그룹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제가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모든 기록을 빠짐없이 챙겨 두었습니다!”
“잘했어. 저기, 저거.”
유지웅은 턱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방향을 본 김범석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랐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턱이 발치에 닿을 것 같았다.
게임 타이틀이 잔뜩 꽂힌 책장에 블루 결정체 십여 개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게 다 얼만데!
유지웅은 샴페인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거 다 김 실장 거야.”
“가, 감사합니다…….”
김범석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잦아드는 목소리에는 아예 울먹임마저 들어 있었다.
“좀 있다가 김기영이라고 내 비서실장 올 건데, 나이는 ‘김 비서’보다 훨씬 어리지만 한참 상사니 잘 모시고 직장 생활에 적응할 수 있지?”
어느새 호칭이 김 실장에서 김 비서로 은근슬쩍 바뀌었다.
“무, 물론입니다! 직급에서 나이 차이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불화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김 실장 지휘 받아서, 그 비자금 증거로 일성 좀 제대로 날려 보내봐.”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김범석은 그 자리에서 큰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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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비서는 이놈저놈 해주면 오히려 좋아합니다.
…근데 뭔가 만들고 보니 이 캐릭터 귀여운 거 같아… 마흔 넘은 간신배인데…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