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15)
00915 %3C프리시즌 딜러편%3E 잡았다! 요놈….? =========================================================================
“자, 그럼 이직 전에 마지막으로 상사분과 인사도 나누시고, 회포도 푸시고, 이번 사건도 잘 마무리해주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유지웅이 바쁜 듯이 일어나자 대통령이 물었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일정이 있으신가요?”
“히카리 교육시켜야죠.”
유지웅은 목줄을 잡아당기며 그렇게 말했다. 히카리는 낑낑거리며 당기는 대로 끌려왔다. 개줄과 소녀와 청년이라. 무척 바람직, 아니 위험해 보이는 모습이다.
“그럼 부탁합니다.”
“이, 인간! 살살 잡아당겨라!”
“어딜! 하찮은 미물 주제에! 잠자코 따라 와!”
……왠지 지금 분위기에서 저러고 다니면 안 될 것 같은데.
그가 나가고 대통령은 넥타이를 풀었다. 갑갑함을 조금은 내려놓은 것 같다. 그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피로도가 증가한다.
대통령은 박철수 차장을 바라보다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정말로 저 분을 위해서 일할 겁니까?”
“죄송합니다.”
“아니아니, 이해합니다. 100억의 연봉인데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하지만 괜찮겠습니까?”
저런 사람 밑에서 일하다가는 제 명에 못 살지 싶다. 대통령은 진심으로 그 점을 염려해주었다. 다행히 그런 마음이 박철수에게도 닿은 모양이다.
“연 100억입니다. 제 인생에 다시없을 기회 같습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신변 정리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이번 임무를 잘 해주길 바랍니다. 박철수 차장도 지금 신분으로 이 일을 처리하는 게 한결 편하겠죠?”
“배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국정원장에게는 내가 따로 말을 해놓겠습니다.”
박철수 차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지웅을 겪은 건 유럽에서 잠깐이다. 하지만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앞으로 고행길이 펼쳐지리라는 것도.
그러나 100억이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만져볼 수 없는 돈이 아닌가. 애들도 키워야 하고 나중에 시집 장가도 보내야 하는데, 100억이면 한 방에 모든 게 해결된다. 게다가 일회성도 아니고 꾸준히 들어오는 수입 아닌가.
제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박철수는 그렇게 믿었다.
* * *
“말도 안 되는 음해입니다!”
쾅! 하고 거친 주먹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김범석은 진심으로 분개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기영도 얼굴 가득 분노를 띠고 있었다.
“이것들을 감히 회장님을 어떻게 보고!”
“회장님이 열 살배기 소녀를 탐하는 분이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음해가 있나!”
“정말 용서하지 못할 것들입니다! 위기에 빠진 소녀를 구해주는 모습을 이렇게까지 악의적으로 왜곡하다니.”
서양, 특히 유럽은 역시 상종할 것들이 못 된다. 오늘 다시 한 번 그 점을 깨닫게 된다. 유지웅 개인비서실은 일심으로 대동단결해서 분노를 터트렸다.
김범석은 사진 한 쪽을 가리키며 펄펄 날뛰었다.
“여기, 이걸 보십시오! 척 봐도 레이드로 황폐화된 지역 아닙니까! 혼잡한 틈을 타 가녀린 소녀가 죽을 뻔한 것을 구출해낸 장면 아닙니까!”
괴수가 나타났다. 마을이 위험에 처했다. 그때 유지웅이 짠하고 나타나서 괴수를 물리쳤다. 죽을 뻔한 어린 소녀를 구출해서 유유히 탈출했다.
이 사진은 그런 아름다운 장면이다. 아무리 뜯어봐도 그것 외에는 해석할 길이 없다.
그런데 유럽 코쟁이들은, 어린 소녀를 나쁜 목적으로 납치했다고 악의적인 기사를 내놓고 있다.
쾅!
김범석은 다시 한 번 강하게 탁자를 내리쳤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감히 회장님의 위엄을 손상한 이것들에게 응징을 내려야 합니다! 회장님이 오시는 대로 즉시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서…….”
“이런, 여기 다 모여 있었습니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김범석은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애타게 ‘My Owner’를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회, 회장님!”
김범석은 새하얗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김기영도 그 못지않게 기겁하며 놀랐다. 어찌나 경악했는지, 둘은 입술조차 제대로 떼지 못했다.
다른 비서들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들은 빳빳하게 굳은 채 유지웅, 그리고 함께 들어선 일행을 번갈아 쳐다봤다. 눈동자만 굴려가면서.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왜들 그리 빤히 쳐다보시죠?”
“회, 회장님…….”
“범석이, 넌 표정이 왜 그래?”
유지웅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범석은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왜냐하면! 유지웅이 지금! 손에 개줄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줄 끝에 달린 개목걸이가 한 소녀의 목에 채워져 있었다. 바로 사진 속의 저 소녀! 그 열 살배기 소녀의 가녀린 목에 말이다!
그러나 김범석은 둘도 없는 충견. 딱딱하게 굳은 얼굴의 경직이 풀리며 곧 미소가 돌아왔다. 반쯤 억지로 만든 듯한 미소이긴 했지만, 그래도 제법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것이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응, 그래.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하하하. 이야기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회장님의 풍류가 대단하다고 칭송 중이었습니다. 유럽 놈들도 그걸 알고 회장님을 부러워하나 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질투 기사나 쏟아내고 말이지요. 아하하.”
김범석은 생각했다.
그래! 나의 회장님이라면 어리고 예쁜 여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멋진 분이시지! 자고로 영웅은 여색을 즐기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회장님을 크게 사모한 나머지 너무 급하게 새치기를 해서 줄을 선 여자애가 한 명쯤 있는 것 같지만, 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저렇게 멋지고 엄청난 회장님인데. 암.
“회장님. 유럽에서 회장님을 음해하려는 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이런 기사를 올렸습니다.”
반대로 김기영은 다소 눈치를 보듯이 말을 꺼냈다. 똑같이 충성하는 입장이지만, 김기영은 김범석과는 다소 색깔이 다르다. 조금은 냉철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쪽이라고 해둘까.
“아, 그거요? 안 그래도 이미 조치를 취했습니다.”
“정말이십니까? 혹시 저희가 알 수는 있는지요?”
“음, 박철수 차장이라고 국정원 간부가 한 명 있는데 그 사람을 섭외했습니다. 제 이미지와 홍보 업무를 맡길 생각인데 이번 문제는 그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야! 두리번거리지 말고 가만히 있지 못해!”
“아흑!”
유지웅이 화를 내며 잡아당기자 히카리는 앓는 비명소리를 내며 끌려 왔다. 김범석은 홀린 눈으로 쳐다보며 가볍게 박수를 짝짝 쳤다.
“역시 회장님! 가차 없으신 모습도 박력 있습니다!”
평비서들은 입만 벙긋거릴 뿐,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이거 조금 위험한 상황 아니야? 아무리 회장님이라지만 충심으로 뭔가를 간언해야 하는 거 아니야?
“회장님. 그런데 그 소녀는……?”
김기영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본래 회장님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말버릇인 걸 알지만, 말을 흐리는 것 외에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아, 이거요? 히카리예요.”
“이름이 히카리입니까? 역시 어여쁜 이름이군요. 과연 회장님 취향답습니다.”
“범석이, 너도 그렇게 생각해?”
“예! 역시 회장님은 풍류를 아는 멋쟁이이십니다! 개줄과 개목걸이라니요, 지구상의 어느 회장님이 감히 그런 멋진 발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원래 고양이는 줄에 묶어서 키우는 게 아닌데, 아직 길이 안 들었으니 당분간은 데리고 다닐 수밖에.”
“고양이 포지션이군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어쩐지 이미지가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생긴 게 왠지 앙칼지고 표독스러운 맛이 있을 것 같다. 김범석은 역시 회장님의 취향은 고풍스럽다며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과연 모시는 쾌감이 있는 분이라니까.
‘어쩜 장난감을 고르셔도 저렇게 예쁜 것만 찾아서 소유하실까.’
“뭐 사자도 일단은 고양이과니까. 아! 여러분, 아무튼 귀엽게 생겼다고 함부로 쓰다듬으면 큰일납니다. 이 녀석 보기보다 사납거든요.”
“그, 그렇군요.”
“이래 뵈도 사람 엄청 물어 죽인 놈이라서 말이죠. 아, 놈이 아니라 년인가? 아무튼 뭐.”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람을 엄청 물어 죽여요?”
김기영은 눈을 크게 떴다. 듣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말했잖아요. 얘, 히카리라고요.”
“히카리? 히카리…… 히카리…… 히카리! 서, 설마 그 히카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럼 히카리가 그 히카리 말고 또 뭐가 있어요? 이 놈이 바로 그 히카리예요.”
유지웅이 이상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김기영은 펄쩍 뛸 듯이 놀랐다. 아니, 그럼 이 소녀가 새로 얻은 어린 애첩이 아니라, 흉악한 괴수 히카리였어?
“하긴, 여러분은 처음 보는 거겠군요. 괴수는 어느 정도 강해지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어요.”
“여, 역시! 회장님은 기르시는 애완동물도 남다르시군요! 이 범석이, 진심으로 감동했습니다!”
김범석이 벌떡 고개를 들고 찬양을 했다. 김기영은 보이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평비서들도 저마다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해프닝이 겨우 가라앉았다.
“비서실 경비 지출은 지금 김 실장님이 관리하고 있죠?”
“예, 그렇습니다.”
“이번에 영입한 박철수 차장, 일단 급여는 100억으로 약속했으니 그렇게 시행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공손하게 대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배가 아팠다. 명색이 비서실장인 자신은 겨우 연봉 200억 밖에 안 되는데, 신입사원은 벌써부터 100억이라니.
사실 유지웅은 김기영이 얼마 받는지 모른다.
다만 백배를 준다는 말에 따라, 김기영이 일성그룹에서 받던 2억 원에 100을 곱한 200억 원을 자신의 급여로 책정했을 뿐이다. 경비 관리는 김기영이 맡아서 하고, 유지웅은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잘 모른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마침 결산하기도 꽤 좋겠네요. 주기도 딱 맞고.”
“네? 금요일이라서 좋다는 게 무슨 말씀이시죠?”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김기영은 의아했다. 연봉 100억이랑 금요일이라서 결산이 좋은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런 말이 왜 나오는 거지?
“주급이니까 금요일 지급이면 계산하기 편하지 않나요?”
“주, 주급…….”
김기영은 혼절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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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 연봉이 200억이라는 게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이거 보세요. 내가 최저 임금도 안 챙겨주는 악덕 고용주라고 노동부에 소환되는 꼴을 그렇게 보고 싶습니까?”
“죄송합니ㄷㅏ.”
“당장 시정하세요.”
ㄷㅏ는 오타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