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7)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87
42. 격리(5)
서리궁전의 지하.
오로지 아돌레비트의 직계 왕족만 이 출입 가능한 비밀스럽고 은밀한 어둠의 공간에서 구두 소리가 널리 울려 퍼졌다.
또각!
끝없이 이어진 복도의 양 끝에서 불꽃이 화르륵! 피어난다.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아돌 레비트의 여왕 홍세류. 그녀가 복도 를 한 발자국씩 나아갈 때마다 양옆 의 화롯불에 불이 붙는다.
그녀는 최대한 여유를 가장하여 걷 고 있었지만, 그 발걸음에는 초조함 이 담겨 있었다.
……마침내 복도의 끝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거대한 제단이 있었다.
새하얀 수녀복을 입은 여인들이 여 왕을 향해 고개를 숙이나 아무런 말 도 하지 않았다.
사락-
수군가가 조용히 여왕에게 다가와 말한다.
“폐하. 점점 더 화령꽃의 불길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래 보이는군.”
제단의 계단 꼭대기에는 커다란 옥 배(玉杯)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웬 꽃 한 송이가 자라있었 다.
‘화령꽃.’
전설 속 ‘불의 화신’이 잠들어 있 다는 전설 속 보물이자 아돌레비트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
오로지 왕족만이 저것을 다룰 자격 이 주어지나…… 지금껏 그 누구도 저것의 능력을 제대로 제어할 수 있 었던 왕은 아무도 없었다.
화령꽃을 받아들이는 즉시 모든 마 법과 자아를 잃고서 불꽃에 지배당 하여 폭주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화령꽃을 제대로 다루었 던 존재는…… 최초에 저것을 계승 하였던 시조 마법사의 열두 제자 ‘아돌레비트’밖에는 없었다.
‘뒤섞인 핏줄로는 다룰 수 없다는 것이겠지.’
홍세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서 은색의 스태프가 생성되더니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화르륵!
홍세류가 다가가자, 그에 저항하듯 화령꽃이 거센 불길을 일으켰다. 그 녀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힘겹게 그것의 불꽃을 억제하였다.
태초에 아돌레비트가 화령꽃을 가 문에 계승한 그 날 이후로 저것의 불꽃은 점점 더 거칠어져만 갔다.
역대 왕들은 왕위를 물려받음과 동 시에 화령꽃을 억제해야만 한다는 임무를 동시에 부여받았으나…….
내 대에서 그것도 한계인 건가.’
더 이상 화령꽃의 불을 제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불꽃에 능통 한 9클래스의 마법사가 온다면 모를 까 아직 자신의 수준은 거기까지 미 치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어쩌면 방법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레비앙의 해안.’
얼음의 화신이 잠들어 있어, 영원 히 겨울의 계절이 갇혀 버린 장소.
역대 선왕들은 레비앙의 해안을 결 코 건드리지 말라고 하였으며 지금
까지 그 누구도 어긴 적이 없으나,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 이상 화령꽃의 힘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역사상 단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던 대재앙이 발 생할 수도 있겠다.
홍세류는 식은땀을 훔쳐내며, 화령 꽃에게서 손을 떼었다.
,……내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얼음의 화신에게서 해답을 찾는 것 은 필수불가결한 일.
‘나는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
방법은 이것뿐이므로, 그녀는 스스 로의 판단을 굳게 믿기로 하였다.
* * *
백유설이 아돌레비트의 왕립 도서 관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게 된 지도 어언 열흘 차가 되었다.
그간 바뀐 것은 딱히 없으나, 달라 진 점이 하나 있다면
‘야야. 저기 진짜 공주님이야.’
‘그러게…….)
‘와 진짜 미치겠다.’
‘너무 예쁜데…….,
‘쉿. 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백유설이 근무하는 왕립 도서관은 3등급 출입제한이 걸려 있어, 아돌 레비트의 시민권이 있다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
그런 장소에 무려 홍비연 공주가 매일같이 찾아오기 시작한다면?
시민들 사이에 소문이 널리 퍼져서 찾아오는 사람이 급증하게 마련.
햄스터나 고양이처럼 귀여운 동물 이나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보면 힐 링 된다는 자주 말을 하고는 한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홍비연은 일종 의 ‘힐링 토템’이 아닐까 싶다.
매일 왕립 도서관의 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요정 같은 자태로 독서를 하 고 있어 주는 덕분에, 시민들이 오 고 가며 눈을 정화할 수 있었으니 까.
‘그런데, 공주님이 왜 갑자기 도서 관에 계속 찾아오시는 거지?’
‘글쎄……,)
‘소문에 의하면 성격 엄청 괴팍하 다던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네.’
‘그러니까. 엄청 얌전하게 책만 읽 다 돌아가셔.’
‘저번에는 실수로 누가 부딪혔는데 도 아무 말 안 하고 오히려 손수건
을 건네주더라.’
‘진짜?’
사람들이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백유설은 홍비연이 계속 이곳에 찾아오는 이 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외로워서 그렇겠지.’
그녀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아마 서리궁에서 홍비연의 편을 들 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여왕 홍세류가 작정하고 그녀를 사 회적으로 고립시켰을 테니까.
그런 와중 익숙한 얼굴을 만났으니 얼마나 서럽고 반가웠을까. 아마 그
이상의 뜻은 없었으리라고 생각한 다.
백유설은 아직 그날 밤을 기억한 다.
조명 꺼진 깊은 밤의 도서관.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 사이에 주 저앉아, 눈물 흘리던 그 소녀를.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날 부터 홍비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처럼 평상시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늘 그랬듯 싸늘하고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무뚝뚝한 말을 툭툭 내뱉었으나…….
뭔가.
정말로 뭔가가 묘하게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연홍춘삼월의 능력 까지 풀가동하여 홍비연을 뚫어지게 쳐다보아도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 그 능력 의 한계인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쟤는 뭔 도서관 오는데 저렇게 차려입냐…….’
그녀의 복장은 항상 눈에 띄었다.
값비싸고 반짝이는 보석을 주렁주 렁 달고서 일명 ‘공주님 드레스’를 즐겨 입고는 했으니까.
일반 시민들의 평범한 정장 차림을
생각하면 참 화려하기는 했으나 다 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마저도 예 뻐서 그런지 나쁘지는 않나 보다.
“후우…. 오늘도 더럽게 피곤하네.”
하루의 일과를 모두 끝내고,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무렵.
그때까지도 자리에 남아서 책을 읽 던 홍비연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 났다 슬슬 백유설이 퇴근하는 시간 이 되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방문자들이 모두 돌아간 뒤 적막함으로 가득한 도서관의 뒷 정리를 하던 백유설에게 홍비연이 대뜸 말을 걸었다.
“평민,,
“어. 왜.”
“……설마 여기에 와서, 계속 일만 한 거야?”
“음. 그렇게 되겠지?”
그럼 의미가 없잖아.
무심코 그렇게 생각해 버린 홍비연 은 대뜸 말을 꺼냈다.
“퇴근하고 갈 데 있어?”
“딱히…?,,
“성 구경이나 시켜줄게. 가자.”
“아니, 나는 별로…….”
“너 같은 평민은 평생 발을 디딜 수도 없는 곳이야.”
“그러지 뭐……
우리 홍비연 공주님께서 그렇게 말 씀하시는데 평민이 뭐 어쩌겠는가.
도서관의 뒷정리를 완전히 끝낸 백 유설은 바깥에서 기다리던 홍비연에 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를 힐끗 쳐 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앞 장서 어디론가 걸어갔다.
백유설은 살짝 거리를 벌리고서 그 녀를 뒤쫓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스텔라는 지금쯤 한여름의 무더위 에 시달릴 텐데, ‘얼음의 화신’이 바 로 지척에 잠들어 있는 탓일까 이곳 은 여전히 쌀쌀하다.
여름에야 시원해서 좋다만 겨울에 는 극심한 추위에 시달리며 살아간 다니 부러운 기후 환경은 아니었다.
어느덧 나는 왕족과 왕족을 따르는 궁인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영역까 지 들어왔다.
성과 성을 잇는 브릿지를 지나치던 와중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마
득하게 솟아 있는 궁전의 위엄이 새 삼 느껴졌다.
휘이잉…….
불어오는 바람에 홍비연의 은색 머 리칼이 휘날렸다. 수십 마리의 새하 얀 새가 날아오른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홍비연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아서 어쩐지 멀게만 느껴졌다.
그리 생각하는 순간.
“어때?”
홍비연이 뒤돌아 내게 물었다.
그녀는…… 그림이 아니었다.
“어? 뭐, 뭐가.’‘
“뭘 그렇게 멍해? 아름답지 않냐 고.”
그제야 나는 풍경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었다.
하늘다리라고 불러도 좋을 브릿지 위에 우뚝 서 있자니, 탑처럼 솟아 오른 궁전의 위엄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절벽 위에 세워진 궁전 답게 위태로웠으나 그마저도 짜릿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아름다운 궁전에.
홍비연이 서 있었다.
그녀는 답지 않게도 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옛날에…… 언니와 함께 자주 찾 아오던 곳이야. 그래서 너한테도 보 여주고 싶었어. 여기는, 한 번 보면 평생 잊지 못하는 장소거든.”
“……응. 그런 거 같네.”
게임의 CG 따위와는 비교조차 되 지 않는 현실적인 아름다움. 나는 넋조차 잃은 채 멍하니 서리절벽 궁 전의 풍경을 감상하였다.
그녀는 그런 백유설을 바라보았다.
정말이ス 1, 솔직히 말해서.
궁생활을 다시 하게 된 이후로…… 가장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 했는데, 그가 갑작스레 눈앞에 나타 나서 얼마나 놀랐던가.
백유설이 자신을 찾아와준 것은 정 말 눈물이 날 정도로…… 아니, 실 제로 눈물을 홀렸을 정도로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그녀는 궁을 떠나야만 하는 운명.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짧은 시간 동안 함께 많은 것을 하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리고, 그가 나를 찾아와줬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하지 않 았던가.
그러니, 충분하다.
자신에게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될지 는 모르겠으나 오늘의 행복을 되뇌 며 평생을 버텨낸다면 살아갈 힘 정 도는 얻어낼 수 있을 테니까
,,백유설.”
홍비연이 그를 불렀다.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마도 처음이 아니었을까.
“이제, 돌아가.”
“어?”
바보 같은 표정.
“나, 내일 떠날 예정이야. 그리고 다시는…… 스텔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내 얼굴을 보러 온 게 너의 목적이었다면…… 더 이상 여 기에 있어 봐야 의미는 없어.”
홍비연은 마치 자신이 스스로 그것 을 선택했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 었던 것일까. 하지만 백유설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동조할 생각이 눈곱 만큼도 없었다.
“그럴 생각 없는데.”
“……뭐?”
“어디로 떠나는지 알아. 레비앙의 해안이겠지. 그리고, 네가 거기로 떠 난 뒤 어떻게 될지도…… 잘 알아.”
“……그렇겠네. 너는 뭐든 다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 아느냐고 묻지 않았다.
홍비연은 그저 작게 웃으며 수긍했
다. 하긴, 백유설에게 무언가를 숨긴 다는 것 자체가 멍청한 짓이었을지 도 모르겠다. 수많은 시간을 되풀이 하며 살아온 그에게 모르는 게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그리고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 데.”
그는 홍비연에게 한 발자국 더 다 가가서, 거리를 좁혔다.
“내가 시간이 남아돌아서 네 얼굴 만 보려고 여기까지 왔겠냐?”
“어, 어…?”
아니었어? 그런 줄 알았는데?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뻔한 것을 간신히 버텼으나.
“여기서 꺼내주려고 찾아왔지.”
그다음의 말 때문에.
‘아…….’
이번에는 정말로 가슴에 쌓여 있던 모든 감정들이 내려앉고 말았다.
“자, 잠깐…….”
무어라 말을 내뱉으려고 했으나 목 에 걸려서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그게 무슨 의미인 줄은 알고 하는 소리야?’
‘아무리 너라도 그건 불가능해.’
‘평민 주제에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수많은 문장이 입술을 스치고 지나 갔으나 결국 그녀가 간신히 꺼낸 말
“.왜?”
고작, 한 단어였다.
왜?
왜였을까.
“글쎄.”
백유설은 짓궂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본인도 무어라 대답해 야 하는지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빠 믿지?”
늘상 백유설이 장난처럼 하던 말이 었다. 너무나도 장난스럽고 진지하 지 못해서, 도저히 믿고 싶어도 그 럴 수가 없는 말투.
그러나 그의 말에는 신비로운 힘이 담겨 있었다. 정말, 말하는대로 뭐든 지 이루어질 것만 같은 그런 힘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영영 이렇게 살 것이라고, 운명을 받아들이고 낙담하였다.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버텨 내리라 다짐했고 아무리 슬프고 괴 로워도 울지 않겠노라 마음을 굳건
히 먹었다.
희망이 없었으니까.
미래가 너무나도 절망적이었으니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왜 그는 이렇게나 간단히, 내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일까.
”……믿어.”
홍비연은 홀린 듯이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서는 그리 답하였다.
그러나 그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실…… 네가 믿을 사람은
내가 아니야.”
“뭐……r
“네가 생각하는 대로 내 힘으로는 너를 꺼내줄 수 없어.”
“그럼……
“그러니까, 너는 네가 직접 스스로 를 구해야만 해. 아마도, 목숨을 걸 어야 할지도 몰라.”
그녀는 백유설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계획을 하고 있기에, 목숨마저 걸어야 하는가.
“그래도 스텔라로 돌아가고 싶어?”
그러나 그 질문에는, 단연코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평생 궁에서 살며 호의호식할 수 있을지도 모른 다.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만 스텔라 로 돌아갈 수 있다니.
이건 너무…… 정답이 정해진 뻔한 선택지가 아니던가.
“돌아가고 싶어.”
“정말로?”
“……정말로.”
“그럼, 각오해야 할 거야.”
끄덕.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서 자신의
옷자락을 움켜쥔 채 고개를 숙였다.
백유설은 그런 홍비연을 보더니, 또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또 우냐?”
“…아니야.”
“우는 거 맞는 거 같은데?”
“……아니라고.”
“어, 어 아니면 아닌 거지 왜 그 렇게 무섭게 쳐다보세요…….”
홍비연이 고개를 다시 치켜들고서 싸늘하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하 スト, 백유설은 찔끔 쫄아서 뒷걸음질 을 쳤다. 한이 가득 서린 귀신 같아
서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난 이제 돌아간다.”
그녀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다리 건너편의 성을 향해 걸었다.
백유설은 그녀를 쫓지 않았고, 홍 비연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굳이 작별인사를 나눌 필요가 없기 에, 그래서 그랬다.
어차피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또 보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