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6)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206
46. 옛날이야기⑵
위잉!위잉!
요란스레도 울려대는 사이렌에 섞 여 빗물이 추적추적 쏟아져 내렸다.
쿠르릉…!
벼락이 요란스럽게도 세상을 두드 리자 젤리엘의 창백한 뺨이 푸른색
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공허한 눈동 자로 넋이 나간 듯 한참이나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아마도.
아버지가 앉아계셨을 자리였다.
세계 상공 기업 회의.
별구름 회장을 포함하여 각국의 내 로라하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모여 세계의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토론 을 가지는 모임.
참가자만 무려 100인에 달하는 이 회의는 세계의 최정상들이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중에서 도 젤리엘의 아버지 멜리안은 최고
의 상석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없다.
99인의 참가자 모두가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증언하였으니까.
‘멜리안 회장이 사라졌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눈앞에서 먼 지가 되어 화했다는 것이다.
쏴아아아-!!
쿠르릉!
소나기가 유난히 거세다.
거탑의 꼭대기에서 진행되는 상공 기업 회의는 현재 토론이 종료되어 천장이 거둬진 채였는데, 덕분에 젤
리엘은 구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나기를 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 었다.
아버지의 실종 이후, 사흘이 지났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전 세계 각지에서 ‘거탑’ 후보로 거론되는 대마탑의 마법사들이 찾아 와 수색을 도와주기도 하였으며 당 장에 바깥에 깔린 경찰 수색기동대 만 해도 수백 대였고 갑철 마법 기 사단이 찾아와 호위를 도와주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수백 명 이상의 취재진이 찾아와 진을 치는 바람에 7클래스의 마법사
들이 폴리스 라인의 결계를 쳐야만 했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으며 혹 여나 멜리안의 생명을 감지할 수 있 을지도 모른다며 연금술사들의 천공 위성이 지금도 구름 아래를 둥실 떠 다니며 사방을 비추고 있었다.
고작,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세 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그만큼 아버지가 대단했다는 의미 였으나, 그런 것따위는 젤리엘에게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했다.
빗물에 젖은 타이포그래피처럼 주 변의 모든 풍경이 흘러내렸다.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그 누구도 아버지의 흔적조 차 발견해 내지 못하고 있다.
……자신도 포함해서.
‘나 때문이야.’
다른 무언가 또 다른 원인이 있었 다면, 그래서 아버지가 사라졌다면.
원망할 대상이라도 있었을 텐데.
이 사태가 오로지 자신의 잘못 때 문이었기에, 그녀는 그 누구도 원망 하지 못한 채 스스로의 감정을 서서 히 깎아내리고 있었다.
‘나는, 대체 무슨 짓을……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저녁이었다.
눈을 감았다 뜨니 해가 떠 있었고.
흐릿해진 눈을 깜빡이니 또다시 저 녁이 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같은 자리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녀를 걱정하여 별구름의 전속 의 료진이 찾아왔으나, 젤리엘은 그들 에게 시선조차 두지 않았다.
“미련한 것.”
그가 찾아온 것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어느 날 오후였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시간이 었거늘 먹구름에 가려져 하늘이 어
둑어둑하기만 하다.
“기어이 이런 사달을 냈구나.”
세계에서 최정점이라 불리는 9클래 스의 마법사 중 한 명이자, 서부 사 막의 기둥이라 불리는 사내.
만월의 거탑주, 해성월.
그가 젤리엘을 찾아왔다.
멍한 눈으로 해성월과 눈을 마주친 그녀는 기계적으로 목례를 했다. 해 성월은 그 꼬라지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성큼 다가오더니 젤리엘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짜악-!!
볼이 얼얼하다.
아주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
“고대 카르멘세트를 찾을 때, 아무 도 경고하지 않았더냐?”
경고했다.
지금 눈앞에 서있는, 세상에서 가 장 위대한 마법사가 직접.
‘카르멘세트는 너의 모든 것을 파 멸로 이끌 것이다.’
멜리안과 교류 관계를 맺고 있는 해성월은 어린 시절의 젤리엘과 마 주할 때마다 줄곧 충고를 해주었다.
그러나, 듣지 않았다.
자신이 가장 옳다고 믿었기에.
“그래서 지금 어떤 꼴이 되었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젤리엘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서 빗 물에 젖은 분홍빛 입술을 떼어 그에 게 물었다.
“저는…… 어떡해야 하나요……
혀를 찬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 다. 멜리안은 사업적인 관계 외에도 워낙 성격이 좋은 탓에 술친구로서 자주 만나고는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버릴 줄이야.
해성월 또한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그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도 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카르멘세트에게 어떤 소원을 빌었 느냐.”
“……아버지에게 영생을 달라고 하 였습니다.”
“멍청하고, 우둔하고, 어리석군. 네 무지가 아버지에게 해악을 끼쳤다.”
그는 젤리엘과 눈을 똑바로 마주쳤 다.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꿰뚫어 죽 일 수 있는 대마법사의 시선에 그녀 의 몸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 으나,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네 소원은 분명히 이루어졌을 것 이다.”
“……네?”
“너에게 삶이란 무엇이냐?”
너무나도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기계적이고, 계산적이고, 합리적으
로 살아온 젤리엘에게 있어서는 덧 없이 어려운 질문이기도 했다.
“저마다 ‘삶’의 의미는 다르다. 누 군가에게는 마법의 진리를 파헤치는 것이 곧 삶의 의미일 것이고, 누군 가에게는 물욕을 채우는 것이 삶의 의미일 수도 있겠지.”
해성월은 말했다.
“그런데, 너는 아무런 조건도 규칙 도 제한도 없이 단지 영원한 삶을 달라고 하였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저마다 각자 다른 삶의 의미를 타고 나는데,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제야 그의 말뜻을 이해한 젤리엘
은 눈동자를 크게 뜨고서 입술을 파 르르 떨었다.
“서, 설마……!”
“그래. 네 아버지는 ‘카르멘세트의 삶에 가치관이 맞춰졌다. 아마도 그에게 있어 영생이란 육신을 버린 채 혼령이 되어 구천을 떠도는 것이 겠지. 본인이 그러한 것처럼.”
“아……广
털썩
젤리엘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 바 닥에 무릎을 끓고 말았다.
육신의 완전한 소멸.
그건…….
죽음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지금도 네 아비는 자아를 상실한 채 혼령이 되어 아이테르의 어딘가 를 떠돌고 있겠지. 안타깝게도 유령 을 탐지하는 기술은 존재하지도 않 으며, 설령 그의 혼을 찾는다 하여 도 소멸된 육신을 복구하는 건 불가 능하다.”
등을 돌리며, 해성월은 냉정하게도 판단을 내렸다.
“……너의 아비를 찾는 것은 포기 하거라.”
만월탑주는 안개가 되어 사라졌고,
젤리엘은 그가 서 있던 자리를 넋이 빠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흐흐..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하게 콱 막혀왔고 목울대를 타고 무언가가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으며, 머리가 깨져 버릴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이게 뭘까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다.
아니, 이건 감각이 아닌…….
감정이었다.
* * *
비록 입으로는 포기하라고 말했으 나 해성월은 만월의 거탑 인력을 총 동원하여 유체 탐색 신기술 개발에 착수하였다고 한다.
그 외에도 혹여나 다른 형태로 멜 리안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생각 하여 엘리트 마법 수색대를 풀어놓 았으나, 여전히 성과는 없었다.
그렇게 이 주일쯤이 경과하여 몸도 마음도 지쳐갈 무렵.
“학생. 운세 좀 봐.”
……웬 지나가던 점쟁이가 젤리엘 에게 말을 걸었다. 현장의 수색을
지휘하던 와중이었기에 사소한 말씨 름을 할 틈은 없었으나 점쟁이가 찾 아온 타이밍이 아주 기가 막혔기에 젤리엘은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야, 아줌마? 여긴 어떻게 들어 온 거야! 당장 나가!”
“쯧쯔.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여.”
수색대가 점쟁이를 쫓아내려고 했 으나 젤리엘은 손을 들어서 막았다.
“기다리세요.”
“네? 네, 넵!”
“물러나겠습니다!”
현재 이 장소는 7단계 폴리스 라
인 결계로 보호되는 구역이다. 일반 인은 결코 쉽게 출입할 수 없다는 의미. ‘우연히’ 들어왔다는 말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 젤리엘은 경 비를 그렇게 허술하게 두지 않았다.
“흘흘, 운세 좀 볼텨?”
게다가, 눈앞의 이 점쟁이.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분명히 살아 있는 생명체를 마주하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거대한 산을 올려다보는 느낌이었 다.
해성월과 마주했을 때도 이런 느낌
은 받지 못했다. 그녀는 오싹한 기 분을 애써 꾹꾹 눌러담으며 말했다.
네. 운세를 보고 싶어요.”
“어떤 운세를 보고 싶으냐?”
젤리엘은 잠시 고민하였고.
“……재회운. 재회운을 봐주세요.”
“흘흘흘. 그리움은 아름답지만, 애 달픈 감정이기도 하지.”
그리 말한 뒤 점쟁이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득히 머나먼 어딘가, 젤리엘의 인지 능력으로는 감히 바 라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네가 그리워하는 이와 함께 그렸
던 추억의 장소가 있을 것이다.”
“그곳을 찾아가보거라. 너의 재회 운이 좋다면, 재수 좋은 만남을 가 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홀홀.”
점쟁이는 그리 말한 뒤 굽은 등을 돌려 터덜터덜 어디론가 걸어서 사 라졌다. 젤리엘은 그녀의 말을 한참 이나 머릿속으로 곱씹었다.
‘추억의 장소…….’
젤리엘과 아버지는 평생을 바쁘게 살아온 터라 추억을 그리 많이 쌓지 는 못했다.
그러나 단 한 곳
추억을 쌓았던 장소가 틀림없이 존 재했다.
* * *
당시의 젤리엘은 아버지의 손을 잡 고, 열차를 탑승했던 것 같다.
‘해피랜드로 향해요!’
낡아빠진 팻말이 소나기에 부딪혀 비り 걱 거린다.
이곳은 오로지 놀이공원으로만 운 행하는 ‘해피라인,이 움직이던 열차 역. 지금은 해피랜드가 폐쇄되어 아
무도 찾지 않는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철로 위에 는 초록색 잡초가 잔뜩 자라났으며 몇 년 전의 포스터가 너덜거리고 잔 뜩 갈라지고 박살 난 벽면과 운행을 멈춘 에스컬레이터 등은 어쩐지 서 늘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추억의 장소.
그날, 젤리엘은 아버지의 손을 잡 고 생에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오로지 그녀를 위해 운행이 종료된 해피라인의 열차가 움직였었고, 오 로지 그녀를 위해 가동이 정지된 해
피랜드에 불빛이 들어왔었다.
또각!
찰팍!
젤리엘이 걸어갈 때마다 바닥에 고 인 물방울이 튀었다. 검은색의 심플 한 드레스는 우산을 쓰지 않아서 흠 뻑 젖은 지 오래였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무도 없는 열차역을 한 걸음씩 걸어갈 때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함께했던 그 날의 기억이 자꾸만 떠 올랐다.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갔으나 그 녀의 완벽한 기억력은 단 한 순간조
차 기억 속에서 놓치지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이곳을, 이 제는 혼자 걷는다.
쏴아아-!
열차역 승강장으로 걸어 올라가자 관리되지 않은 천장에 구멍이 뚫려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듬성듬성 새어 들어오는 소나기 사 이를 피해서 걷던 젤리엘은 문득 느 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웬 소년이 있었다.
흑색의 날림 머리칼, 스텔라 교복.
우산을 쓴 채 웬 포스터를 바라보 며 머리를 긁적이는 그 옆모습 은…… 틀림없는 백유설이었다.
‘……왜?’
대체 왜 저 소년이 여기에 있느냔 말인가.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으나, 젤리엘은 저도 모 르게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찰팍! 찰팍!
발걸음이 빨라진다. 걸음에 방해가 되는 굽 높은 구두는 벗어 던진 지 오래였다. 점점 그가 내게 더 빠르 게 다가온다.
아니, 아니다.
내가 그에게 더, 더, 더 빠르 게…… 다가가고 있었다.
“..어?”
백유설은 웬 못생긴 사람이 그려져 있는 포스터를 황급히 등 뒤로 숨겼 으나, 애당초 젤리엘은 그곳에 시선 조차 한 번도 두지 않았다.
“하아, 하아……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영문도 모르는 백유설이 당황하든 말든, 젤리엘은 그의 앞에 도달하자 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 에 주저앉았다.
쏴아-!!
하필이면 소나기가 쏟아지는 자리 였거늘, 그녀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 못한 채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손이 간신히 닿은 곳은…… 고작 해야 백유설의 바짓자락.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년 과 눈을 마주하였다.
착각은 아닐 것이다.
젤리엘의 눈에 고여 있는 건, 빗물 따위가 아닌 틀림없는 눈물이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참 상.
9클래스의 위대한 대마법사조차 포 기를 선언했다. 모래사장에서 소금 한 톨조차 찾아내는 최고의 수색대 조차 고개를 저었다.
모두가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희망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를 본 순간 희망이 심장 에 감도는 이유는 대체 뭘까.
“너, 설마…….”
무언가를 눈치챈 백유설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마침내 눈물 을 쏟아내며 입술을 떼었다.
“……도와줘.”
그를 괴롭혔고 해하려 했으며, 또 한 인생을 망가뜨리려고 했던 나 따 위가 할 말이 아니었다.
이제는 감정이 생겼기에 안다.
내가 그에게 했던 짓이 얼마나 추 악하고 못된 행위였는지를.
그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송곳이 자 꾸만 심장을 파고들어 그녀를 괴롭 게 만들었다.
이성적으로, 백유설이 자신의 부탁 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아도, 나 같 은 쓰레기의 부탁을 대체 누가 들어 준단 말인가.
그녀는 혼자였고, 혼자서는 아무것 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제발, 제발…… 나는 이제, 아무것 도할수가없어…….”
젤리엘은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야.”
백유설이 말을 걸어오자, 소나기가 갑작스레 멎었다.
쏴아아-!
여전히 빗소리가 세상을 뒤덮고 있 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머리에는 더 이상 소나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아……
다시금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하 니, 백유설이 내게 우산을 씌워주고 있었다.
“감기 걸린다.”
그리 말하며 소년이 손을 뻗어오 スト, 젤리엘은 덜덜 떨며 양손으로 그것을 붙잡았다.
“아, 아으…….”
그의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 았기에, 그녀의 심장 속에서 무수히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소나기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분명 우산을 쓰고 있었거늘, 젤리 엘의 뺨을 타고 유난히도 뜨거운 빗 방울이 홀러내렸다.
감정을 담은 빗방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