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78)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78
77. 흑마타락(2)
악불의 화신, 9리스크 흑마인의 습 격 이후 마법계에 비상이 걸린 지도 어느덧 한 달.
시간은 무심하게도 빠르게 흘러 겨 울방학이 다가왔다.
한 학년의 종착지.
명문학교에서는 사실상 2학년이 학 교에서의 막바지를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3학년부터는 야외 임무 를 다니며 실적을 쌓는 데에 집중해 야만 했기에 2학년의 마지막은 여러 모로 남다른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
동급생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마지막 해였던 만큼, 겨울방학이 되 자 훌쩍 여행을 떠나는 학생들도 줄 을 이었다.
‘여행이라…….’
안타깝게도 백유설은 여행 대신 임 무 파견을 가야만 했다.
그 임무도 보통 임무가 아니라 연
녹탑주의 흑마타락을 확인해보기 위 해 삭월탑주 루드릭과 마녀왕 스칼 렛이 동행하는 초거물급 임무였다.
파견을 위해 마땅히 준비해야 될 건 없었다. 그저 시간이 되는 것을 기다리며, 꾸준히 수행을 하며 기다 렸을 뿐.
‘부럽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 와서 제대 로 된 여행을 즐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다양한 관광 명소와 유명한 도시를 많이 들러본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사건 해결차 스쳐 지나다녔을 뿐 여
행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마음 편히 무기를 내려놓고 맛집을 탐방하거나 유명한 장소에서 친구들 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밤에 는 불꽃놀이를 보러 나가서 분위기 에 취해보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학교에 다니면서 그 런 이벤트가 한 번도 없었네.’
원래 아카데미라고 하면 여자친구 와 함께 뜨뜻미지근한 분위기를 자 아내는 게 국룰 아니던가.
여러모로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학창시절을 즐길 여유는 없어.’
그런 것은 다른 학생들에게 양보하 자. 자신의 속내는 이미 30대인데 새삼 10대들의 학창시절을 즐기겠 다는 것도 욕심이다.
배낭에 아이템을 비롯하여 긴급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집 어넣은 백유설은 그것을 어깨에 걸 쳤다. 아공간은 열고닫는 데에 상당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중요한 물건을 찾아서 꺼내기까지 꽤 복잡 해서 당장 사용할 필요성이 있는 것 들은 이렇게 직접 무장해야 한다.
”너는 아공간도 쓸 줄 알면서 왜
그런 걸 챙기는 거야?”
물론, 스칼렛에게는 해당사항이 없 는 이야기다. 그녀는 아공간을 열고 닫는 데에 걸리는 딜레이도 없고, 의지만으로 눈앞에 원하는 물건이 뿅 나타나게 만드는 것도 가능했기 에 그런 백유설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알 만했다.
“누구나 아공간을 너처럼 다루는 건 아니야.”
“나도 아공간 별로 안 쓰는데. 마 나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
그러고 보니, 일전에 세븐 스타디
움의 습격 때 스칼렛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엘트먼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고 했던가.
안 그래도 마나 회복기라서 그 조 금의 마나가 모두 소증할 텐데, 참 으로 과감한 판단이다.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버리는 그 순간적인 판단.
예전이었다면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기에 스칼렛이 기특해 진 백유설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 었다.
,,뭐, 뭐야?,,
“동생 같아서 무심코. 미안.”
“미안하다면서 손은 안 치우네…….”
그래도 썩 나쁜 기분은 아닌 것인 지 스칼렛도 백유설의 팔을 쳐내지 는 않았다.
“스칼렛도 왔으니까, 슬슬 출발해 보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발 시각은 이른 새벽. 겨울의 아침은 늦게 찾 아온다.
“으, 조금 춥네.”
스칼렛은 두터운 옷을 꽁꽁 싸매고 있었다. 어지간한 마법사들은 추위 를 마나로 막아낸다지만, 그녀가 낭 비할 마나는 없다.
“그러게.”
백유설도 추위를 느끼는 건 매한가 지였다. 아마도, 스칼렛보다 더한 한 기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본래 마력누설지체를 타고나는 바 람에 마나로 추위를 방어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둘째 치고, 청동십이월 의 가호를 얻었으니 추위로부터 면 역이 되어야 정상이긴 하겠다.
하지만 그는 일전에 적하유월을 받 아들이고서 그 열기를 버티지 못하 게 된 홍비연의 ‘구양절맥(九陽絶 脈)’을 식히기 위해 청동십이월로부 터 ‘오음절맥(五陰絶脈)’을 스스로
받아들였다.
평생 체내에 한기를 품고 살아가야 만 하는 고통스러운 체질.
그것은 때때로 그의 손과 발을 차 갑게 만들어서 괴롭게 만들었으나 온갖 고통을 이겨왔던 백유설을 무 너뜨리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다만.
조금 더 추워지면 꽤 힘들지도…….’
현재 날씨는 영하 6도
일반인들이 춥다 춥다 하는 날씨 정 도였기에 백유설에게는 아무것도 아 닌 정도에 불과했으나, 더욱 극한의 한기가 몰아치는 장소에 가게 되었을
때 버틸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비행정은 1시간 정도를 비행해서 근처의 선착장에 내렸다. 그 뒤로 백 유설은 차량에 탑승해서 워프 홀 게 이트를 몇 번 정도 갈아타야만 했다.
‘라셀론의 기둥.’
연녹탑을 일컫는 단어였다.
왜 기둥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는 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마탑’ 대신 다른 대체 단어를 찾다가 기둥이라 고 이름을 붙인 듯싶다.
그럼, 왜 사람들이 마탑이라고 부 르고 싶지 않아 했는가.
그건 그들이 마탑으로서 매우 부적
합했기 때문이다.
마탑주 포함 인원 수 8명으로서 최소 인원 미달에 매년 최소 연구 미달, 최소 마법 기여도 미달, 마법 계 법률 위반, 마법계 이탈 등등.
마법계에서는 여러모로 이단아 취 급을 받는 곳이었다.
당연하지만 공식적으로 ‘마탑’에 이름을 등록하지는 못했다.
하여, 연녹탑이라고 이름을 붙여두 기는 했으나 사람들은 그들을 두고 서 라셀론의 기둥이라고 칭하는 것 이다.
“사실 기둥보다는 비행정에 가깝지
않을까 싶긴 하다만.”
스칼렛은 꼬치구이를 먹으며 그리 말했다.
“그렇긴 하겠네. 항상 부유해 있으 니까.”
“오호, 잘 알고 있네?”
“모르는 게 이상하지.”
“하기야 너는 뭐든 다 알고 있을 테니까.”
스칼렛의 봉인을 풀어준 이후로 묘 하게 평가가 올라간 느낌이다.
사실 백유설도 모르는 분야에 대해
서는 전혀 모르는데 말이다.
“비행하는 마탑이라…… 신기하기 는 한데, 찾아갈 때는 귀찮네.”
연녹탑은 항상 지상에서부터 10cm 가량을 부유해 있다. 고작 10cm 같 지만 마탑주 토아 레그론이 마음만 먹으면 세계 일주도 가능하다.
현존하는 비행정 중에서 가장 오래 비행할 수 있는 유인 비행정도 한 번에 세계 일주를 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비행정도 아니고 마탑을 통 째로 띄워서 세계 일주라니.
정말 꿈만 같은 기술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마탑으로 하는 세계 일주 는 재미있겠어.”
백유설이 그리 독백하자 뒤에서 청 년의 듣기 좋은 부드러운 저음이 들 려왔다.
“글쎄. 매일 그렇게 살다 보면 막 상 또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거든.”
삭월탑주 루드릭.
그가 중절모를 벗으며 빙그레 웃었 다.
루드릭 할로우. 그 역시도 연녹탑 과 마찬가지로 특이한 마탑 중 하나 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둘밖에 안 되는 ‘거탑이 면서도 일반인들은 그 존재조차 알 지 못한다. 심지어 삭월탑은 이공간 에 숨어 있어서 물리적으로 걸어서 는 찾아갈 수도 없다.
이공간에 있다는 것은 곧, 어디든 지 갈 수 있다는 의미
연녹탑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일 주를 언제든 할 수 있는 또다른 마 탑이기도 했다.
지금도 막 마탑에서 문을 열고 나 오는 게 전부였을 텐데, 몇 시간이 나 워프 홀 게이트를 타고서 달려온 백유설과 똑같은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했을 것이다.
“공간이동은 여러모로 부럽네요….”
“훙, 저런 게 뭐가 부러워?”
“하하, 맞는 말이야. 너는 나보다 더 좋은 권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스칼렛과 루드릭의 말에 백유설은 오히려 어리둥절한 기분이 되었다.
“내가 더 좋은걸?”
“그렇지.”
루드릭은 자신의 눈을 툭툭 치는 시늉을 했다.
“역행하는 시간조차 관측할 수 있 는 네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백유설에 대해 아는 척하지 말거 라, 무지몽매한 꼬맹아.”
“후후, 죄송하게 됐습니다.”
“하 참…… 백유설의 부탁이 아니 었다면 너 따위와 동행하는 일은 없 었을 것이다. 영광으로 알도록.”
“모쪼록 잘부탁드립니다.”
대놓고 짜증 난다는 듯 툴툴대는 스칼렛과 여유롭게 웃으며 받아내는 루드릭.
분명 실제로 살아온 세월만 따지면
스칼렛이 압도적으로 오래 살았을 터인데, 어째서일까 루드릭이 더 연 장자로 보이는 것은.
스칼렛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백유 설을 흘겨보았다.
“불순한 생각하고 있는 거, 다 보 여.”
“그럴 리가.”
보통 사람이었다면 마녀왕의 그 예 리한 말에 찔렸겠지만, 백유설은 아 니다. 연홍춘삼월의 가호를 믿고 있 는 그로서는 스칼렛이 그저 떠보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루드릭은 백유설의 맞은편에 있던 통나무를 의자 삼아 착석했다.
그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싹 가시며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슬슬, 임무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가 지금부터 무엇을 하러 가 는지, 마녀왕께는 이야기했나?”
“……아직 안 했습니다.”
“그렇군…….”
“뭐야? 무슨 얘기야? 지금부터 토 아 만나러 가는 거 아니였어?”
스칼렛의 말에 백유설은 어두운 표
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만나러 갈 겁니다. 만나러 갈 건데……
백유설이 말하기를 꺼려하면서 주 저흐)■자, 루드릭은 그의 속내를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차마 자신의 입으로 할 수 없으니, 여기까지 말하지 않은 채 데려왔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입 대신, 말해 줄 다른 누군가를 원했던 것이다.
‘그게 나라는 뜻이군.’
루드릭은 쓰게 웃으며 양손을 깍지 끼고서 스칼렛에게 말했다.
”마녀왕이여. 당신은 마법사가 무
너질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뭐? 무슨 뜬금없는……
이상한 질문이었으나 루드릭이 허 튼 말을 할 사내는 아니었다.
“그,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데.”
마법사였던 적도 없고, 흑마인이었 던 적도 없다.
그런 스칼렛이 마법사가 무너질 때 를 물어봐도 알 리가 없었다.
“지독한 고독을 느낄 때.”
“고독……r
“그렇습니다. 마법사에게 고독이란, 자신이 커다란 벽에 둘러싸여 있을
때 느껴지는 것이죠. 아무에게도 이 해받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순간 마법사는 지독한 외로 움을 느낍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이때, 마법사는 선택의 기로 에 놓이게 됩니다.”
루드릭은 손가락 세 개를 폈다.
“하나, 포기하고 벽으로부터 도망 친다.”
하나를 접었다.
“둘, 벽을 허물어버리고 자신의 한 계를 뛰어넘는다.”
하나를 더 접는다.
“셋, 도망치지도 극복하지도 못하 여 가서는 안 되는 길로 돌아선다.”
가서는 안 되는 길.
그것이 말하는 바는 하나밖에 없었다.
“흑마타락, 그걸 이야기하고 싶은 거야……?”
“그렇습니다.”
“그걸 왜 갑자기 이야기하는 거야?”
“당신은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 습니다만, 토아 레그론은 지독한 고 독에 잠겨 있었습니다.”
“뭐? 그 아이는 9클래스에 도달했 다구. 나와 같은 경지일 터인데 고 독을 느낀다니, 이상하잖아.”
“같은 경지라……. 정말 그렇게 생 각하십니까? 전성기의 당신이 돌아 왔다고 가정했을 때, 토아 레그론과 결투하여 패배할 자신이 있습니까?”
”그건……
아니다.
같은 9클래스라고 하여도, 명백한 실력 차이는 존재한다.
“게다가, 9클래스가 끝이라고는 해 도 벽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닙니다. 당신도 잘 알지 않습니까.”
”……알지.”
끝이라는 이름의 벽.
그것은 너무나도 거대하고 두터워 서, 감히 생명체 따위가 부술 엄두 조차 낼 수 없는 무언가였다.
성장 한계.
마치 신이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너희는 이 이상 강해지지 말라고 협 박하는 것처럼.
마법사들은 그 이상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잠깐, 토아가 거기에서 고독을 느 꼈다는 건……
순간 루드릭의 말에서 이상한 낌새 를 눈치챈 스칼렛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선 백유설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그가 얼굴을 푹 숙 인 채 바닥을 쳐다보고 있다.
“그, 그럼…… 내가 이곳에 동행하 는 이유는……
“그렇습니다. 그건, 백유설 학생의 마지막 배려.”
루드릭은 암영이 드리운 표정으로 무겁게 입술을 떼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토아 레그론의 흑마타락 여부를 확인하러 갑니다.”
털썩, 스칼렛이 바닥에 무릎을 꿇
고 주저앉았다.
루드릭과 백유설.
저 둘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섰 다는 것은, 토아 레그론의 흑마타락 이 기정사실이라는 의미.
그것이 그녀를 절망스럽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