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14)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514
81. 시조 마법사의 파편(7)
아르카니움, 스텔라 아카데미행 급 행열차는 멈추지 않고 달린다.
남은 시간은 1시간 남짓.
여유를 부리기엔 충분했기에 백유 설은 아예 인스턴트커피까지 주문해 서 한 잔 마시며 다홍추구월을 추궁 했다.
“다홍추구월을 추궁…… 흐음, 라 임이 제법 괜찮은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겐가?
백유설은 헛기침을 하고서 말했다.
“그러니까, 회공시월과는 정말로 아 무런 관계가 없다. 뭐 이런 뜻인가?”
그의 물음에 다홍추구월은 고개를 위아래로 잽싸게 흔들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양새는 꽤 높은 점수를 쳐줄 법도 했다.
‘진짜 태어날 때부터 귀족이라는 건 저런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인가…….’
어찌 보면 홍비연보다도 더 귀족같 이 보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훈련 이 된 덕분일까.
“이상하네…… 회공시월이 시키지 도 않은 짓을 혼자서 할 이유가 있 나?”
백유설은 다흥추구월을 믿지 않았 다. 연홍춘삼월과 천황정팔월의 권 능을 동시에 얻은 지금, 제아무리 상대가 십이신월이라 할지라도 거짓 말을 치는 정도는 간파할 수 있었 다.
그것은 다홍추구월도 눈치를 챘을 것이다. 일반인에게 정신파의 힘을
사용한다면 아무것도 못 느끼겠지만 상대는 무려 십이신월이 아니던가?
자신의 눈빛으로부터 무언가를 자 꾸만 읽어내려는 백유설의 건방진 작태를 보고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 는 다흥추구월은 지금 이 자리가 가 시방석처럼 느껴졌다.
‘젠장, 내가 인간 따위에게 이딴 꼬라지를! 이렇게 찾아오는 게 아니 었는데……!,
차라리 백유설을 위험에 처하게 만 들어서 은근슬쩍 도와준다든지. 방법 은 많았다. 여태껏 인간들을 꼭두각 시로 부리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여 러 번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저 괴물 같은 백유설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니. 그것이야말 로 요원한 일이겠지만.
다홍추구월은 초조한 심정을 숨기 기 위해 애써 태연을 가장하여 귀족 의 품격을 잊지 않았다.
백유설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쳐다 보았다.
‘회공시월이 명령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스스로 행동했나?’
대화를 나누며 차분히 다홍추구월 을 지켜본 결과 그녀의 성향은 손쉽 게 파악할 수 있었다.
권력을 탐하며, 명예를 누리고 싶
어 하는 야망가.
그러나 십이신월의 제약이 걸려 누 구보다 답답한 상태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회공시월과 나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보았을 때 회 공시월이 더 낫다고 생각했겠지.’
그럴 수밖에 없다. 백유설은 유명 인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으나, 권 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만한 힘과 명성을 지니고도 어떠 한 세력도 갖지 않은 채 홀로 활동 하고 있었으니까.
다홍추구월은 자신의 야망과 백유 설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억지로 회공시월과 의 비밀을 털어놓으라고 말할 필요 도 없겠어.’
간단한 문제였다.
다홍추구월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 켜주면 되는 부분이다.
한편, 다홍추구월은 백유설이 말없 이 30분 동안 자신의 얼굴을 쳐다 보기만 하자 슬슬 초조해졌다.
‘내 말이 거짓말이란 걸 알았겠지. 그렇다고 해서 네가 정말로 나를 죽 일 게 아니라면, 아무것도 할 수 있 는 건 없을 거야.’
이런 사소한 이유로 백유설이 자신 을 죽이려고 든다면, 그의 곁에 있 는 십이신월들이 더욱 실망하여 떠 나갈 것이다. 다홍추구월은 그것까 지 계산하여 이렇게 배짱을 부리고 있었다.
설령 싸움이 발생하더라도, 이 열 차에 있는 무수히 많은 인간들이 피 해를 입을 텐데 정말 그런 이유로 나에게 싸움을 걸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다홍추구월도 바보는 아니다.
그녀는 백유설이 인간들의 영웅으 로서 헌신적이고, 희생을 스스로 도
맡아서 한다는 점까지 알고 있었다.
그저 그가 자신보다 가진 게 많았 고,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고 고자세 로 나오는 바람에 상황이 살짝 불리 해진 것처럼 보일 뿐 아직까지 그에 게 휩쓸릴 이유는 없었다.
“뭐, 그래요. 좋습니다. 본인이 아 니라는데…… 십이신월의 말씀이니 존중해 드리죠.”
“……존중?”
“예. 사실, 아까 전에 협박을 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고 싶군요. 저도 스스로를 방어해야만 했으니까 요. 요즘, 제가 회공시월에게 많이
당하고 사는 건 아시죠?”
그 말에 십이신월들이 황당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가 누구한테 당하고 산다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지만, 역시나 십이신월인 만큼 그 에 응당한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비록 적이지만 돌아갈 때까 지 어떠한 유혈사태도 없을 것이라 고 약조드릴게요. 이제 도착까지 30 분 남았으니,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 면 얼마든지 물어봐주세요.”
“하. 이제야 나를 존중해 주는구나?”
부채를 촤락! 펼친 다홍추구월은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심장이 뛰었 다. 백유설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서 손가락을 튕기더니, 젊은 남성 웨이 터 세 명을 불렀다.
“나는 싸구려 커피를 마셔도 상관 없지만, 귀하신 분에게 이런 걸 대 접해 드릴 수는 없죠.”
“차를 내어오겠습니다.”
“이 열차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차로 부탁드릴게요.”
“얼마든지.”
웨이터들은 정중히 물러나더니 5분 도 채 되지 않아서 카트를 대령했다.
“본래 앞쪽 칸에 탑승해 있던 울랑 카 왕족의 공주님이 드시려던 차입 니다만, 백유설 마도사께서 부탁하 셨다고 하니 양보해 주셨습니다. 자 신의 이름을 꼭 기억해 달라고 하더 군요.”
그렇다고 남이 마시려던 차를 뺏어 오란 건 아니었는데.
“예. 꼭 기억하겠다고 해주세요.”
“틀림없이 울랑카의 공주님께서도 만족하실 겁니다.”
웨이터들은 테이블 위에 아예 다과 를 한가득 쌓아 올렸다. 그 화려한
데코레이션에 자력일월의 눈이 돌아 가서 손이 슬쩍 나왔으나 연두림사 월이 손등을 찰싹 쳤다.
“……고마워.”
“아무래도 장소가 이런지라 더 대 접해 드리지 못한 게 아쉽네요. 서 로 적대관계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 다면 저녁 식사라도 하실까요? 레스 토랑을 통째로 빌릴 수 있으니 시선 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 이후로도 백유설은 열차가 도착 할 때까지 다홍추구월을 대우해 주 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다.
-아니, 그럴 땐 이렇게 말해.
평소에 이런 로비에는 별로 자신이 없던 백유설인지라 멀리서 이 광경 을 지켜보고 있던 천황정팔월이 몰 래 속삭여서 알려줘야만 했다.
이윽고 마침내 열차가 도착하자 백 유설은 그녀를 직접 에스코트해서 바래다주었다.
“와, 저기 저분 보여?”
“어느 나라의 왕족인가 봐.”
“그러고 보니 열차에 어디의 공주 님이 탑승했다고 하던데…….”
실체화를 한 상태의 다흥추구월은 사람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 빼어난 외모가 워낙에 화려한 탓
도 있었지만 복장만 해도 ‘나 공주 님이요’ 하고 광고하는 모양새였으 니까
‘흐음. 저런 드레스라면 홍비연이 입어도 어울리겠는데. 색상만 조금 칠해서…….’
속내가 어떻든, 백유설은 억지로나 마 웃음을 지으며 다홍추구월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저는 이 만…….”
그렇게 백유설이 걸음을 돌려 떠나 가기 시작하자 다홍추구월은 멍하니 그 자리에서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
각했다.
지금까지 회공시월과 함께하며 이 런 대우를 어디 쉽게 받았던 적이 있던가?
인간들에게는 여러 번 대접을 받았 던 적이 있다. 비록 시조 마법사의 제약 때문에 신분이 높은 왕족에게 는 다가갈 수 없었지만, 십이신월이 라고 밝히는 순간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줄 것처럼 행동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백유설을 인간이라고 무시 하기는 했으나…… 어디 그가 평범 한 인간이던가?
다홍추구월은 회공시월의 곁에서
떠날 생각이 없었다. 훗날 그가 세 상을 완전히 지배하게 되면, 그녀에 게 가장 높은 직책을 주겠노라 약속 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혹시나 회공시월이 세상을 정복한 다고 해도, 그녀에게 그런 권력을 정말로 줄 것인가.
여태까지의 회공시월은 다홍추구월 을 그저 장기말 부리듯 했다.
그런 그가 세상을 자신의 지배하에 놓은 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쓸모를 다한 다홍추구 월을 대우해 줄까?
갑작스레 회의감이 들었다.
정말 이런 취급을 받으며 회공시월 에게 붙어 있어도 좋은지에 대한 생 각이 자꾸만 솟아나는 것이다.
“……잠깐, 잠깐만.”
결국 다홍추구월은 백유설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한번 그의 걸음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시죠?”
백유설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역시나. 저런 타입이 가장 다루기 쉽단 말이지.’
고풍스러운 드레스 차림에 귀족적
인 태도. 저것들이 모두 어디에서부 터 비롯되었는가?
인간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즉, 다홍추구월은 인간 흉내를 내 고 있는 것이다.
권력과 명예를 갖고 싶다면서.
십이신월이라는…… 초월적인 자신 의 존재감을 자꾸만 드러내면서도.
결국,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하등한 인간의 흉내를 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나를 뽐내려면, 인간으로 기 준을 낮춰야만 하니까.
다홍추구월은 인간을 무시하는 척
하면서, 부러워하고 있었다.
인간의 존재 따위 세상이 없어도 되는 양 말하면서도 누구보다 인간 을 필요로 했다.
인간에게 대우받는 것이 곧, 그녀 의 삶이자 낙이었으니까.
“궁금한 게 있어서…….”
다흥추구월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물었다.
“너는, 십이신월을 모두 모아서 무 엇이 하고 싶은 거야……r
“왜 그게 궁금한지 모르겠지만……
이 대답은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서
자주 바뀌고는 했다.
이번의 경우에는, 이렇게 대답해야 만 할 것이다.
“글쎄요. 회공시월과 흑마인을 모두 물려낸다면…… 왕이라도 해볼까요?”
“와, 왕이 되겠다고?”
“하핫. 물론 농담이죠. 왕이라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하지만 다홍추구월은 방금의 대답 한 번으로 백유설에게도 권력에 대 한 어떠한 야망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너도…… 그런 목표가 있었구나.”
“왜 그러시죠?”
“아니야. 응, 알겠어. ……조만간 또 볼 것 같네. 그때는 맛있는 저 녁, 기대할게.”
,,예.,,
다홍추구월은 주홍빛 단풍바람과 함께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백유 설은 그런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다음에 돌아올 땐, 회공시월로부 터 뭔가 큰 건을 하나 물어올 테 니…… 정말로 제대로 된 저녁 식사 를 대접하기는 해야겠군.’
이대로 돌아간 다홍추구월은 결코 아무런 수확도 없이 백유설에게 돌
아오지 않을 것이다. 기한이 얼마가 걸리든, 자신의 가치를 백유설에게 단단히 증명해 보이고 싶을 테니까.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 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 보다도 잘 아는 여자였다.
회공시월은 여전히 길로틴 고원의 아틀락스의 갑주에 머물러 있었다.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마법사들도 회공시월의 존재감 때문에 접근할 수 없어서 답답해하는 와중.
,……비밀이 거의 풀려간다.’
시조 마법사의 마법진을 거의 다 해석해내는 데에 성공한 회공시월은 잊지 않고서 기운을 주변에 퍼뜨렸 다. 이제는 백유설과의 약조까지 사 용했으니, 그가 몰래 접근해 올 경 우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없군.’
그날의 사건 이후 백유설은 곧장 스텔라로 돌아갔고, 이후로는 소식 이 들려오지 않았다.
곳곳에 풀어놓은 정보통이 세계의 흐름을 샅샅이 조사하여 그에게 들 려주고는 있었으나 백유설은 미동도
없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어째서지? 이곳에 와봐야, 결국 나를 상대하게 되리란 것을 알아서 그런 것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아틀락스의 갑주에 흑마도왕이 숨 겨둔 시조 마법사의 파편을 회색으 로 물들일 수만 있다면, 모든 계획 은 거의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우우웅!
시조 마법사의 마법진을 역산하여 해제하는 와중, 회색빛 공간이 열리 며 다홍추구월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얼굴은 유달리 환한 낯빛이
었다.
“결과가 좋았나 보군.”
“물론이지.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아주 조금 위험하기는 했지만, 내가 그놈을 아주 제대로 홀려놨거든. 아 직도 나 못 믿어?”
“쓸데없는 소리말고, 성과를 이야 기해라.”
움찔. 회공시월의 그 말에 다홍추 구월의 표정이 살짝 싸해졌으나 애 써 얼굴을 가다듬었다.
“백유설이 스텔라로 돌아가서 하려 는 일을 알아냈어. 은세십일월의 가 호를…….”
백유설의 정보를 살짝 털어놓으며 다홍추구월은 아틀락스의 갑주를 살 펴보았다.
여기서 백유설의 정보를 털어놓는 건 좋지 못한 것처럼 보이나,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를 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아틀락스의 갑주…… 여기에 온통 신경이 쏠려서 내 얘기를 제대로 듣 지도 않는군.’
다홍추구월은 아틀락스의 갑주를 보며 눈을 빛냈다.
백유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아주 강렬하게 각인시키며, 다른 십이신
월보다 더욱 쓸모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리품이 좋을까 고 민했다.
그런데, 눈앞에 떡하니 좋은 전리 품이 있지 않은가?
‘이게 좋겠어.’
다홍추구월은 회공시월 몰래 입꼬 리를 올렸다.
‘나를 그따위로 취급해? 절대 네 마음대로 세상이 굴러가지는 않을 거야, 회공시월.’
한을 품은 여자의 한기는 겨울보다 도 춥고 차가운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