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51
작은 작곡가 (3)
“1차 예선 나가는 애들은 준비 잘해~”
학원은 아주 시끌벅적했다.
2,3월 콩쿠르에 참가한 애들은 대부분 장학대회 참가 자격을 얻었다.
1~3위 수상자는 1차 예선을 치를 필요가 없지만, 입선자는 치러야 한다.
우리 학원에도 대회 입선자가 몇 명 있었다.
기타 전공생 중에서는 나, 소이, 김태현만이 장학대회에 나간다.
대회를 준비하는 애들은, 필사적으로 각자의 악기에 매달렸다.
연습실 방음문을 뚫고 갖가지 소음이 학원에 울려 퍼진다.
딩딩딩-
쟝쟝쟝-
와작 와작-
나는 학원 로비에서 쌀과자를 축냈다.
여기 복지 참 좋구만.
윤대혁 선배가 학원비도 내주고,
쌀과자도 무한으로 즐기고.
무한으로 즐겨요~
“씁 ··· 곡 뭘로 하지?”
머릿속에 있는 악보를 하나하나 더듬어 본다.
동시에, 핸드폰을 만지며 기타 솔로 곡을 검색한다.
칠 수 있는 건 많다.
하지만 뭔가 딱 하고 꽂히는 게 없었다.
“야 1등. 뭐 하냐.”
성예린이 내 옆에 와서 앉았다.
나는 계속해서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유튜브 추천 동영상에 익숙한 공연 영상이 떴다.
에릭 클랩튼이다.
레일라.
명곡 중에 명곡이지.
리프나, 솔로나, 멜로디 라인이나 모든 것이 완벽하다.
비록 내가 노래는 못 부르지만, 에릭 클랩튼의 기타는 꽤 퀄리티 높게 따라 할 수 있다.
“너 유튜브 조회수 엄청 올랐더라. 소이랑 같이 캐논 친 거 거의 30만이던데?”
“크흠 ···”
“유튜버랑 장소 미리 정하고 촬영하는 거야? 아니면 우연히 만난 건가?”
“흐음 ···”
역시 레일라다. 너무 좋잖아.
마침 내 기타도 스트라토 캐스터다.
Ts808도 있고, 공연장 앰프가 그리 구리지도 않을 거고.
톤메이킹만 잘하면 꽤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 사람이 말하는데 쫌!”
개시끄럽네 진짜.
나는 휙, 성예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얘 머리카락은 언제 봐도 갈색이다.
뿌리가 까매질 법도 한데.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물들이는 거 같다.
“왜 너도 유튜브 하려고?”
“어떻게 알았어?”
“알지 알지. 딱 보면 딱이여.”
관심 받고 싶어 하는 건 악기쟁이들의 종특이니까.
성예린은 큼큼, 목을 가다듬더니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곡 쳐야 사람들이 많이 봐줘?”
“그건 ···”
나는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회귀 전 구독자 200명
개중 8할은 애니 커버곡에 이끌린 씹덕들이었다.
“그건 ···?”
“내가 어떻게 알아 임마.”
“아 진짜!”
성예린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도움이 안 돼서 미안하네.
나도 에이트라 채널에 기생하고 있는데 팁 같은 걸 어떻게 줘.
바랄 걸 바래라.
“시작하려면 지금 당장 시작해.”
“지금 ··· 당장?”
“어. 영상 찍어줄까?”
나는 핸드폰을 성예린에게 갖다 댔다.
“유튜브는 늦게 진입할수록 힘들어져. 원래 시장이란 게 다 그래.”
“··· 의외로 제대로 된 소리를 하네.”
평소에 개소리만 하고 다니던 놈이 이러니까 어색한 모양이다.
“녹음 같은 건 어떻게 해?”
“녹음? 그냥 핸드폰으로 찍어서 올려.”
“그래도 되는 거야 ···?”
성예린이 의심스러운 듯한 눈초리를 비췄다.
“그냥 올려. 찍는 게 중요하지. 장비 먼저 덜렁 사는 건 안 돼.”
“그렇구나··· 고마워!”
“아, 잠시만. 인기 많은 곡이 ···”
“있어? 진작 알려주지~”
나는 유튜브로 케이온을 검색해서 성예린에게 내밀었다.
“··· 너 이런 거 봐?”
서글서글 웃던 인상이 단번에 찌푸려졌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나도 전생에 어그로 끌려고 커버 많이 했어.
“인기 많네 ··· 이런 건 대체 왜 보는 거야?”
“궁금하면 직접 1화부터 정주행 하든가.”
“싫어.”
얘랑은 대화가 꽤 자연스러워 졌다.
··· 첫 만남이 딱히 좋진 않았는데.
보다 보니까 나름 적응되기도 하고.
하민서 때문인가?
역시 강약약강의 여포라 해도 또라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 마련이지.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인 다음에, 연습실로 들어갔다.
에릭 클랩튼의 레일라.
정했다.
이거 쳐야겠다.
곡은 너무 좋은데··· 화려한 테크닉이 없어서 약간 불안하기도 하네.
나는 케이블을 앰프에 꽂고, 곧바로 ts 808과 앰프 리버브만으로 톤을 조정했다.
뜨르르르란 따라란~
특유의 리프가 기타 앰프에서 흘러나왔다.
소리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에릭클랩튼 본인조차 공연할 때의 톤이 제각각이다.
클린톤이나 통기타로 치는 경우도 있고, 리어픽업으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도 하며, 프론트 픽업을 써서 몽글몽글하게 만들 때도 있다.
본인도 톤을 마음대로 잡는데, 괜히 어설프게 따라할 필요는 없을 터.
나는 내 스타일 대로 소리를 만들었다.
레일라를 원곡 그대로 치는 것은 좀 그렇다.
보컬이 빠지면 곡이 좀 비는데, 그러면 너무 임펙트가 없잖아.
유튜브를 뒤지다 보면 적절히 어레인지 된 버전을 찾을 수 있다.
보컬 대신 기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레일라.
나는 그걸 칠 거다.
지긋이 –
연습 시작한지 10분 쯤 지났을까, 창밖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윤대혁 선배였다.
덜컥-
그는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문을 열었다.
“잘 되가나?”
“옙.”
나는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레일라 특유의 멜로디가 펜더 프론트맨 앰프에서 흘러나온다.
윤대혁 선배는 벽에 기댄 채, 말없이 연주를 감상했다.
약 4분 정도의 곡이 끝났다.
괜찮네.
손 제대로 풀고 연습좀 빡세게 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을 것 같다.
“레일라인가 ···.”
윤대혁 선배는 말끝을 흐렸다.
“레일라예요.”
“흠 ···”
왜 애매하다는 표정을 짓는 걸까.
명곡 중에 명곡인데.
에릭클랩튼의 최고의 곡이라 평가받는 놈이다.
“장학대회 나가지 않나? 잘 생각해라. ‘전국’ 1,2,3 위 들이 다 모이는 곳이야.”
“알고 있어요.”
“레일라보다는 ···”
윤대혁 선배의 시선이 나의 왼손에 머물렀다.
“테크니션 곡이 나을 것 같다. 왼손이 좋으니까..”
“음···.”
윤대혁 선배는 테크니션 기타리스트다.
속주 능력으로 따지면 윤대혁 선배가 나보다도 두 수 정도 위다.
그런 그가, 나에게 테크니션 곡을 추천한다.
나는 잠깐의 고민 끝에 대답했다.
“한 번 생각해 볼게요. 그래도 레일라는 칠 거예요. 백킹트랙 직접 만들어서.”
“직접 ··· 만든다고? 작곡도 하나?”
“취미로 좀 하죠.”
윤대혁 선배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작곡한다는 게 신기한 건가.
그렇게 안 어울리나?
“G.O.D 곡도 괜찮아. 일본 쪽 솔로곡들이 꽤 먹히지.”
“넵. 한 번 알아볼게요.”
“긴장해라. 성남 쪽에 잘 치는 애들이 몇 명 있어.”
“성남이요?”
“그래.”
민수가 우리학교에 전학을 오는 건 2학년 2학기 때다.
본가는 분명 ··· 성남이었다.
“이민수라고 아세요?”
“이민수? 기타리스트인가?”
“아뇨 ··· 아니에요.”
괜히 물어봤다.
알 리가 없겠지.
민수는 바늘구멍을 뚫고 메이저에 진출해서 tv에도 자주 얼굴을 비쳤다.
하지만 지금은, 나랑 같은 코흘리개 고 1 전공생일 뿐.
기억을 더듬어본다.
윤대혁 선배와 민수가 서로를 리스펙하는 모습.
회귀전 나는, TV에 비치는 두 사람을 보며 부러움에 한없이 침만 흘렸다.
하지만 열등감이니 그런 건 딱히 느끼지 않았다.
민수는 고마운 놈이니까.
“연습에 집중해라. 1등 하려면.”
“옙. 걱정 마세요.”
나는 오른손으로 아르페지오를 튕겼다.
확신할 수 있다.
실력이 올랐다.
매일매일 자기 전에 한 시간씩 거르지 않고 오른손 트레이닝을 하고,
평소에 잘 듣지도 않는 클래식 기타 곡을 치고.
지금 내 오른손은 전생 현생 다 합쳐 가장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다
아르페지오 활용성은 B- 에서 어느새인가 B까지 올라왔다.
물론 … 이걸로 끝이 아닐 거다.
더 올라갈 거다.
최소 a까지.
“그래 ··· 잘하고 있네.”
윤대혁 선배는 어색한 칭찬만을 남긴 채, 연습실에서 나갔다.
오늘은 레슨이 없는 날이다.
나는 학원이 닫을 때까지 레일라를 쳤다.
집으로 향하는 길.
최유진한테 카톡이 왔다.
– Im Getting Sentimental Over you 라고 알아?
– 재즈?
알기는 알지.
짐 홀의 Im Getting Sentimental Over You.
짐 홀은 모던 재즈 기타의 본좌 격인 사람이다.
3월 콩쿠르에서는 웨스 몽고메리 거 치던데. 이번에는 짐 홀 곡인가.
– 응.
– 예선에서 그거 치려고?
– 치려는데 BGM을 못 찾겠어. 혹시 있어?
오래된 곡이긴 하다.
근데 잘 찾아보면 사람들이 만들어 둔 거 몇 개쯤은 있을 텐데?
– 이거 치려고 하거든? https://www.youtube.com/watch?v=oOZRdowmaosd2332
나는 링크를 눌렀다.
···1964년도 라이브 영상이네.
악기 구성은 할로우 바디 기타와 콘트라베이스, 드럼이 전부다.
– 나도 없어. 솔직히 못 찾을 듯.
– 역시 그렇지···?
괜히 내가 다 아쉬운 느낌이다.
최유진 ··· 장학금 엄청 기대하는 것 같던데.
알바도하고, 연습도 열심히 하고.
얘 삼수했던가?
아무리 성격이 밝은 애라도, 두 번이나 입시에서 떨어지면 절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나는 이어폰을 꼽고 짐 홀의 곡을 들었다.
그래 뭐.
어차피 나도 만들어야 하는데.
딱히 어려워 보이지도, 오래 걸릴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집 들어가자마자 책상 위에 맥북을 펼쳤다.
교육용 번들 셋을 구입하고, 로직 프로를 깐다.
회귀전에 쓰던 인터페이스와는 다르지만, 헷갈릴 정도는 아니다.
옛날 생각 나는구만.
– 내가 만들어 줄게.
– 뭐!? 어떻게?!
어떻게긴.
대충 귀로 따고 찍으면 되지.
들어보니 베이스랑 드럼이 계속 반복되네.
나는 가상악기 두 개를 불러와 바로 음계를 찍어나갔다.
Bgm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훨씬 낫다.
프로그램에 적응도 할 겸 만드는 거다.
나는 2시간을 쏟은 결과물을 최유진에게 보냈다.
– 써라.
– 123123.mp3
“후 ···”
오랜만에 만지니까 꽤 재밌다.
이제 본격적으로 레일라 작업에 들어가야겠다.
보컬이 비어도 어색하지 않게, 스프링 사운드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음 ···”
새 프로젝트를 열고 귀카피를 하고 있을 때 즈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띠리리리링-
“여보세요?”
– bgm 잘 받았어. 고마워 ···
“고맙긴 뭘. 1차 예선 잘 치르고. 내일 모레잖아.”
– 응 ···
최유진의 목소리가 어째 이상하다.
평소에는 까랑까랑 톤인데, 지금은 좀 얌전하다고 할까.
“무슨 일 있냐?”
– 아니 그냥 ··· 진짜 만들어 줄 줄은 몰랐거든 …
“너무 부담 갖지는 말고.”
– 부담 ···. 김수재 너 혹시 ···
최유진의 목소리가 거의 기어들어가려고 한다.
뭔 말을 하는지 잘 안 들린다.
– 아 모르겠다! 나 씻으러 갈게! 잘자!
“그래 잘 자라.”
뚝, 전화가 끊겼다.
1등은 내 거지만, 개인적인 감정으론 얘도 입상했으면 좋겠다.
노력을 하는데, 보상이 따라오지 않으면 슬프니까.
타닥 타닥- 요란하게 로직의 단축키를 연타한다.
노트북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한 굉음이 뿜어져 나왔다.
* * *
최유진은 당당히 1차 예선에 합격했다.
울고불고 소이한테 달라붙는 그 모습이란.
참 눈뜨고 못 볼 광경이었지.
솔직히 대단하다.
빡 집중을 할 여력이 되니까 제대로 된 실력이 나오는구나.
나는 노가다 끝에 예선에서 쓸 bgm 제작을 마쳤다.
보컬음의 ‘일부’는 가상악기 스프링사운드로 대체하고, 베이스, 드럼도 다 찍었다.
백킹기타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 와서 직접 녹음했다.
위상은 시간이 없어서 정확하게 맞추진 못 했다.
나는 조끼에 올라 있는 보푸라기를 뚝뚝 떼며 친구들과 같이 지하철에 올랐다.
회귀후 2달이 지났다.
동복을 입던 아이들은 이제 전부 마이를 벗어던졌다.
콩쿠르에서 한 번 ‘걸러진’ 애들이 치르는 예선전.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번에 민수네 누나를 만났을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목적지는 동작구에 있는 아트홀이다.
5월 3일 오전 9시 30분.
“와 ~ 여기야? 예선을 홀 같은데서 하는 거야?”
최유진의 들뜬 목소리가 세련된 건물 엎에 왕왕 울려 퍼졌다.
주변을 서성거리던 다른 학교 애들의 시선이 쏠린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를 가리키며 속닥속닥, 비밀스런 대화를 나누는 듯 보였다.
“우리가 나갔던 콩쿠르가 규모 작은 거였대.”
“신기하다 ···”
나는 한껏 시선을 즐기며 입구로 발을 내디뎠다.
참가자들 실력은 과연 어떨까.
내가 알고 있는 애들도 있을까?
“수재 왔어?”
건물 복도를 걷던 도중, 김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는 같은 반 친구들이랑은 안 다니고 독고다이로 움직이네.
나는 낮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이내 툭.
팔을 내렸다.
가슴이 쿵쾅거린다.
갑작스레, 정말 갑작스레 손에서 땀이 왕창 흘러나온다.
나는 기타를 고쳐 메고 뛰었다.
익숙한 뒤통수.
평균보단 큰 키.
쟤가 왜 여깄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 잘 알겠다.
민수다.
나는, 목청껏 그 이름을 불렀다.
“이민수 야이색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