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216
216
광명 교단의 부제들은 촛불이 켜진 숙소에서 잠을 청한다. 그들의 일과는 사그라든 등잔의 불씨를 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빛은 모든 비밀을 탄로 낸다. 성직자들은 광명의 자식을 자처하기에 언제나 환히 밝힌 공간에서만 살아간다.
반대로 어둠은 드리우기 마련.
“으, 으···!!”
철갑을 두르더라도 금속 너머 찐득대며 짓뭉개지는 감촉만은 생생했다.
【끼리끼끽―.】
머리통을 으스러트려도 악착같이 들러붙으려는 집요함에 질릴 정도였다. 비록 문드러진 손톱이나 이빨이 갑옷을 뚫진 못하더라도 딱딱거리며 부딪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귓가에 맴돌았다.
전신을 썩은 피로 덧칠하고도 곧잘 저지하던 성전사들이었으나 하나둘씩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는 자들이 속출했다.
한 명이 고꾸라지면 즉각 시체들은 아귀처럼 달려들어 몸을 포갰다.
“크헉, 켁, 켁!”
갑옷과 더불어 수십 명의 하중이 동시에 짓눌러온다. 아무리 축복을 받은 투사라도 그 역시 필멸의 인간. 전우들이 감히 구할 엄두조차 못 낼 정도로 시체들이 겹겹이 쌓였다.
온통 송장들이 내뿜는 역겨운 숨결이 가득한 가운데, 꿈틀대는 어둠 속에서 질긴 목숨이 끊기기만을 기다려야만 하는 처지였다.
점점 아득해지는 사지의 감각으로부터 성전사가 임종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돌연 그는 섬광을 목격했다.
귀가 먹먹해지는 굉음과 더불어 몸 위로 올라탔던 흉물들이 일거에 재로 화해 흩어졌다.
“구주께서 우리에게 안배한 사역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니.”
낮게 울리는 음성.
육중한 갑옷을 입은 인영이 그를 향해 친히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게. 형제여.”
사내는 전신에 샛별처럼 환하게 타오르는 광채를 두르고 있었다. 그의 존재가 일대에 내려앉은 음영을 내쫓는 듯했다.
성전사가 비로소 자기 앞에 선 이를 알아봤다.
“서, 성하!”
가뿐히 맞잡은 손을 일으켜 세운 성인께선 주변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비록 저들의 수는 많으나, 죄다 저열한 수준의 졸개들이다.”
그가 높이 장검을 치켜들자 눈부신 광휘가 부정한 존재들을 비췄다. 마구잡이로 달려들던 시체들은 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명멸했다.
“전진한다.”
교단의 전설적인 성자, 성 안토니오.
그가 무수한 악인과 이교도들을 단죄한 솔마르의 망치가 직접 선봉을 이끌고 있었다. 자신 또한 신화적 일대기의 일원이 된 것만 같은 고양감에 성전사도 바닥에 떨어진 장검을 주워들었다.
“구주께서 바라신다!”
안톤의 독려에 고무된 성전사들은 기세를 받아 거침없이 시체들을 도륙했다.
그들의 열성적인 반응과 별개로, 투구 속 안톤의 눈매는 싸늘했다.
‘고작 아프트망그 따위도 밀어내지 못하고 빌빌대다니.’
구울 계열 최상위 개체라지만 그래 봤자 레벨 60 전후에 머무르는 떨거지들이다.
‘성화가 꺼진 이후의 기수들은 죄다 무능한 얼뜨기들뿐이군.’
날파리 치우는 양 가볍게 밀어내는 그와 달리, 성전사들은 다수의 타격을 수행한 뒤에야 망자들을 쓰러트렸다.
‘아무리 그놈에게 던져줄 미끼들이라지만, 성전 기사단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추락하다니. 통탄스럽다.’
한창 활동할 때만 하더라도 성전사에게 소환물 거부나 구축 성사는 기본 소양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오랫동안 부재했다 하더라도 이깟 하급 언데드들 따위에 발목을 잡힌다니. 도무지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였다.
‘어차피 놈을 죽이면 비교할 수 없는 양의 성결이 들어오겠지. 그렇다면 예전보다도 위대한 위상의 기사단으로 재건될 거다.’
파상 공세를 밀어내고 역공을 거듭하던 와중, 제법 거구들이 나타났다.
【그아악! 빛! 눈부셔! 끈다!】
어눌한 말씨는 우스울지 몰라도, 무지막지한 덩치에서 비롯되는 힘에 성전사들이 주춤댔다. 한두 놈도 아니고 다수의 살점 거인들이 아군을 밟아 죽이니 한껏 피어 올렸던 기세가 흔들린다.
장창을 주워든 안톤이 소리쳤다.
“놈들은 둔중하다! 방진을 갖추고 밀어낸다!”
창끝에 맺힌 광휘가 일렁이자 살점 거인들이 적개심을 드러냈다.
【빤짝대는 놈!】
단숨에 터뜨릴 요량으로 거인은 있는 힘껏 양손을 내리찍었지만, 안톤이 힘을 실어 받아냈다.
【으어?】
얼빠진 비명이 거인의 단말마였다. 도리어 기울어진 거인의 머리를 향해 창날이 파고들었다.
콰직!
안톤이 왜소하게 느껴질 정도의 거체가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다른 살점 거인들이 휘둥그레 작은 눈을 치켜떴다.
【막내야!】
뭉개진 듯한 안면 윤곽임에도 일그러진 주름살은 명백히 슬픔과 분노를 드러냈다. 그 모습은 안톤에게 있어 사방에 만연한 지린내나 송장들의 뚝뚝 끊어지는 움직임보다도 불쾌하게 다가왔다.
【이 영아 살해자!】
거인의 힐난에 안톤은 묵묵히 창을 뽑아 들었다.
“너희들은 태어난 지 얼마나 되었지?”
불쾌감이 극에 달했다. 어설프게 섭리를 흉내 내려 지점토로 빚어낸 듯한 모양새가 끊임없이 그의 신경을 긁었다.
“한 달? 일주일? 어쩌면 어제일 수도 있겠군.”
창이 밝게 타오른다. 선명한 서광이 흉물스러운 피조물들의 형상을 낱낱이 고발했다.
“애당초 태어나지도 못했던 불생자들아. 너희의 불경한 창조주 역시 그와 같이 되리라.”
눈이 돌아간 살점 거인들은 죄다 안톤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름 토드가 지성을 개량한 개체들이었음에도 광채가 유달리 그들의 이목을 끈다.
안톤은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살점 거인들의 머리 위로 창을 날렸다. 섬광이 번쩍이고, 사방에 흩어진 빛무리가 거인들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쿠웅.
신은 침묵하고, 대주교들은 변변찮은 기적조차 일으키지 못하는 시대. 교구장의 위용은 성전사들로 하여금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들은 살아있는 성자가 구주께서 내리신 주창자라 의심치 않았다.
경외 어린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안톤은 눈을 감았다.
공경심. 기대. 미약한 두려움. 종교적 열의. 존속을 바라고 비는 기원.
‘이 상념들이 의미 있던 시절도 있었지.’
성직자의 생애란 의무감 없인 지속되기 어려운 고초의 연속이다. 교회의 철권을 수행하는 성전사라면 더더욱.
한때 미숙한 성전사는 교회의 가치를 이 땅에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이 땅에 던져진 이유라고 생각했었다.
그를 위해 자신과 무기를 다잡고,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해왔다.
이윽고 교구장의 눈이 뜨였다.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을 굽어보는 시선에 경멸이 묻어났다.
‘성결 요구치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젠 단발적인 감흥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잔재들에 지나지 않았다.
새어 들어오는 상념의 편린들을 털어내던 도중, 안톤의 귓가에 나직한 휘파람이 들렸다.
딸랑···.
‘방울 소리.’
안톤이 인상을 구겼다. 그는 저주스러운 피조물들 대신, 바닥에 쓰러진 전사자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대놓고 시신을 훼손하는 행위에 성전사들이 숨을 들이켰다.
“이건 무슨···”
아랑곳하지 않고 죽은 아군들의 머리를 절단하던 안톤은 미간을 좁혔다.
‘이미 늦었나.’
뻣뻣하게 멎어있던 주검들이 들썩이더니, 하나둘씩 고개를 치켜든다. 성전사들의 눈동자엔 녹색 안광이 흐릿하게 일렁였다.
“성수를 뿌리고, 구축문을 암송하라.”
중무장한 보병들 대신, 수도복을 입은 사제들이 일제히 축성된 물잔을 끼얹었다. 재빠른 조치 덕에 죽은 성전사들은 검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무너졌다.
‘교전을 오래 끌고 가면 안 되겠군.’
태양을 신봉하더라도 오르카사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소생을 목격한 성전사들은 명백히 동요하고 있었다. 소모품이라지만 일부는 추후 자신이 달성한 원정의 간증자들로 활용할 놈들이었다. 괜히 개중에 불온한 목격담을 퍼뜨리는 종자가 섞여 있다간 곤란하다.
안톤이 손짓으로 기사단장을 호출했다.
“콘스탄조!”
아무리 은밀하게 주문을 읊더라도 무수한 이교도를 사냥하며 기른 안목을 피해갈 순 없었다. 안톤은 낭송의 발원지를 가리켰다.
“거룩한 비에리의 기수대를 호출하여라. 사령술사가 저 너머에 은거하고 있으니, 우측 능선을 우회하여 섬멸토록 하게.”
그의 지시에 콘스탄조가 당황했다.
“기수대만 단독으로 돌격합니까? 다른 연대의 원호 없이?”
“기동성이 핵심이다. 중앙에 병력을 더 가세하여 이목을 끄는 사이, 기수대가 적의 본영을 타격한다.”
돌격 나팔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다수의 성전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격렬하게 뒤엉킨 전선에 가담하는 와중에 창기병들은 은밀히 우측으로 빠져나갔다.
최전선에서 한 발짝 물러선 안톤은 전장의 추이를 가늠했다. 양측의 주요 병력은 중앙에 쏠려 있었다.
썩은 송장들뿐 아니라 백골만 남은 병사, 살점 거인, 곡성을 내지르는 유령까지. 제국군도 수월하게 전멸시켰던 성전군조차 고전할 정도로 상황은 팽팽했다.
‘뭘 준비해놨느냐.’
기수대가 능선의 절반 가까이를 넘어설 무렵. 저편에서 불꽃이 번뜩였다.
콰앙! 쾅!
제법 격렬한 포화가 피아를 가리지 않고 머리 위로 쏟아졌다. 사령술사가 동원한 망자들은 살상력이 뛰어나진 않더라도, 끈질기게 적을 묶어놓는 능력만큼은 탁월했다.
안톤의 안구에 희미한 백광이 맺혔다. 멀찍이 떨어진 음영 너머로 부산스레 움직이는 망자들이 보였다.
‘시체들을 사수로 부리고 있어서 그런지, 명중률이 그리 훌륭하진 않다. 반절 가까이는 제 졸개를 맞추고 있고.’
양측의 병력이 동시에 갈리고 있지만, 어느 쪽의 목숨이 더 값지냐 따지면 당연히 성전사들이었다. 놈은 무모할 정도로 포격을 쏟아붓고 있었다. 어차피 전원이 궤멸하더라도, 그중 죽은 절반은 고스란히 제 부하로 일으켜 세울 테니.
‘보나 마나 북부 항만의 무법자들이 저놈에게 대포와 화약을 대줬겠군.’
제국의 찌꺼기들이나 모이는 하수구. 그곳의 이름이 판가우라고 했던가. 놈이 세운 가증스러운 요새만큼이나 멸망시켜 마땅할 곳이다.
쩌억!!
제아무리 축도문으로 담금질한 갑주라도 대포알엔 속절없이 짓이겨졌다. 지면에 쓰러진 성전사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던 와중, 탄약을 나를 시점이었는지 포화가 잦아들었다.
사령술사의 낭송이 미치기 전에, 교구장이 광륜표를 움켜쥐었다.
“구주께선 영혼의 불멸과 육신의 완전한 소생을 언약으로 약속하셨노라.”
빛줄기가 쓰러진 자들을 내리쬔다.
“형제들이여. 우리의 성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놈이 죽은 자를 일으킨다면, 죽은 자가 없도록 조치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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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부활이라니. 말이 되냐.’
빗맞았더라도 포도탄을 뿌리고 있는 만큼 적어도 사지는 불구가 될 텐데, 되살아난 성전사들은 멀쩡히 기동했다. 오히려 사망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싸움에 가담하는 모습이었다.
하수인들의 시야를 들여다보던 토드는 기가 막힌 듯 혀를 찼다.
‘그 와중에 으깨진 갑옷까지 멀쩡히 수리됐네. 복원에 기원이랑 광분, 꺼지지 않는 열정까지 포함되어있나?’
게다가 일개 성전사들의 무구에 마르커스만큼이나 환한 빛이 아른거린다.
“이건 사기잖아. 힐러 망겜 같으니라고.”
개인이 대군을 운용하는 시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지만, RPG하는 사람치고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이중잣대를 탑재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었다.
중앙에서 주력을 상대하던 하수인들은 대부분 무력화된 상황. 대강 전황의 가닥이 잡히자 일부 기병대가 화망을 피해 좌익으로 슬금슬금 기동하는 징후도 엿보였다.
‘눈이 잔뜩 쌓여서 다행이야. 여기가 빙판이라는 건 아직 눈치 못 챈 것 같네.’
아직 성전군은 아슬아슬하게 호수의 경계선에 걸쳐있었다. 못해도 충분한 숫자를 수장시키려면 놈들이 더 걸어들어올 때까지 타이밍을 재야 했다.
그때 스트레이커가 급박히 외쳤다.
【주군! 우측에서 중기병대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황급히 하수인들의 시야를 전환하던 토드는 맹렬하게 달려오는 기병들을 확인했다. 거리와 속도를 보아 3분 안에 들이닥친다. 사거리 반경에 있는 이상, 대응하기엔 늦지 않았다.
문득 토드는 다시 중앙으로 시야를 돌렸다.
‘흐. 이것들 보게.’
안톤을 필두로 한 성전군은 가만히 멈춰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형을 간파하는 권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중이 실릴 것을 우려하여 대대 단위로 얼음 위를 건너오고 있었다.
저 바퀴벌레 놈들을 냉동 포장하려는 계획은 글러 먹었다. 하지만 접근하는 놈들 쪽으로 포신을 돌리는 게 썩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다.
토드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대포알에 으스러지면 뼈 맞추는 것도 일이란 말이지.’
발상의 전환이다.
경대포들은 일관되게 사격각을 유지했다. 한창 접전일 때보다 밀집도가 낮았기에 대포알 대부분은 호수의 표면을 두들겼다.
일거에 들이닥친 성전 기사단은 세워둔 말뚝이나 장창병들은 가뿐히 밀어버리곤, 사수를 도맡던 하수인들과 더불어 대포들까지 무참히 파괴했다.
‘바이바이. 내 이쁜 대포들아.’
저걸 들여오는 데 사용된 금화를 생각하면 눈가에 물기가 맺혔지만, 그래도 토드는 아군 진형을 휘젓고 다니는 기병들을 차근차근 헤아렸다.
‘대략 600명 정도인가.’
교회 갑주는 준치 뼈만큼이나 발라내는 게 어지간히 성가셨지만, 우수한 방호력이 망자의 지치지 않는 활력과 결부된다면 고중량의 단점도 상쇄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사령술사를 찾아라! 놈은 여기에 있다!”
비에리의 기수대는 전원 성전사보다 격이 높은 수도기사들로만 구성된 정예 부대. 조잡한 망자들론 저지하는 게 불가능했다. 눈을 벌겋게 뜬 수도기사들이 산개하려던 차였다.
청염에 휩싸인 말이 따각대며 다가왔다. 안장 위에 올라탄 이는 열렬히 손뼉을 치며 탄복한 말투로 지껄였다.
【하, 하! 하. 멋진 돌격이었네! 그야말로 교본의 사례로 실릴 법한 모범적인 진형이로다! 이 시대에도 기사도 정신의 전통을 지키는 자들이 있다니! 본인은 기쁘다!】
느닷없이 나타난 기사의 모습에 수도기사들이 바짝 긴장했다.
“조심! 셰우드의 흑기사다.”
안광을 이글거린 파멸의 기사는 팔짱을 낀 채 외쳤다.
【본인은 파멸의 기사, 이스라! 기사단원을 모집 중이다!】
소리 없이 날아든 유해룡이 빙판의 한가운데를 향해 독액을 뿜었다. 지글거리며 끓어오른 얼음이 쩍쩍 갈라지며 성전군과 기수대 간에 깊은 균열을 냈다.
기수대 단장의 표정이 굳었다.
‘퇴로가 막혔다.’
【요즘같이 기병이랍시고 뻗대는 놈팡이들은 조악한 흉갑이나 걸치고 다니더군! 그에 비하면 제군들의 무장은 흠잡을 곳이 없다!】
위아래로 수도기사들을 살핀 이스라는 흡족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신을 감싼 갑주와 방패, 마상창, 부무장으론 취향에 따라 도리깨나 망치까지.
파멸의 기사는 열렬히 손뼉을 쳤다.
【합격! 합격이다! 본인의 기사단원으로 거듭날 영예를 허락하겠다!】
눈살을 찌푸린 수도기사가 랜스를 내던지곤 망치를 거머쥐었다. 녹색 안광이 호선을 그렸다.
【참고로 거부는 거부한다! 제군들은 오늘부로 네크로폴리스의 영광스런 일원으로 입단하는 것이다!】
“구주시여! 나를 주시하소서!”
전투 함성을 외친 수도기사가 달려나갔다. 불티가 세차게 튀어 오르더니 그의 목이 어깨에 걸친 채 덜렁거렸다.
칼날을 거둬들인 파멸의 기사가 어깨를 들썩였다.
【하, 하! 하. 입단을 환영한다! 신참!!】
호쾌한 웃음소리에 축 늘어져 있던 몸뚱이가 흔들린다.
【하.】 【하.】 【하.】
“······.”
수도기사들의 눈동자는 갈 길을 잃은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