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220)
220. 로케이션 촬영
똑같은 장소로 되돌아 나오는 숲? 설마! 재인은 불현듯 최상급 성수 재료를 얻었을 때가 떠올랐다.
캠프장 뒷산에 있는 신비로운 공간, 재인에게 약수의 존재를 들은 재현은 직접 수확하러 가길 원했다. 약수가 다시 채워지길 기다려서 같이 뜨러 갔을 때였다. 동생은 재인이 알려 준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들어갈 수 있나 시험해 봤다.
혹시 모를 침입자를 대비할 생각이었는데, 결과적으론 신비한 공간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때도 어떤 방향으로 들어가도 똑같은 장소로 나왔지.’
대체 어떤 원리로 그렇게 되는지는 몰랐으나 몇 번을 시도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약수가 솟는 샘물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같은 장소로 되돌아 나왔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보면 분명히 공간이 더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수를 써도 깊은 숲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답니다.”
“혹시 누군가가 그곳에 아이템을 사용한 게 아닐까요? 결계 같은 거요.”
재인은 아이템이 사용된 흔적이 있는지 물었다. 속으로는 가능성 없는 얘기라고 여겼으나 혹시나 해서였다.
빌리 브라운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글쓴이는 인근 길드에서 수색 능력자가 나와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적었다. 초능력이나 아이템이 사용됐다면 각성자들이 못 알아차릴 리 없었다.
“기묘하네요. 팬 카페에 올라온 글이라고 했죠?”
“네.”
“나중에 찾아봐야겠네요. 다른 얘기는 없었어요?”
“언제나처럼 팬 미팅 안 하냐는 얘기가 제일 많았죠.”
“읔!”
“하하하. 팬들도 지금 영화 촬영 중이라는 거 다 알아요. 그냥 아쉬워서 그러는 거죠.”
이상한 숲에 관한 얘기를 단단히 기억한 뒤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된 얘기가 더 있는지 물었다.
해외에서 촬영하는 중이라 이런 얘기를 듣기 쉽지 않았다. 북미 쪽 에이전시는 스케줄이나 계약 관련된 일만 다뤄서였다.
최상호가 꼭 알아야 하는 이슈를 정리해서 전해 주곤 하지만, 그쪽도 차기작 관련이나 업계 동향 위주였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일하느라 바빠서 팬 반응이나 커뮤니티 반응 같은 부분은 업데이트가 느렸다.
“삼촌!”
“삼쵼!”
“재인 삼촌!”
빌리 브라운에게 얘기도 듣고 리필 받은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쉬고 있자 기다리던 현서가 카페로 왔다. 에디스를 비롯해 태권도장에서 사귄 친구들과 한 뭉치가 되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르르.
“삼쵼, 컵케이크 먹어도 돼요?”
“되고말고. 그 전에 레일라한테 허락을 받아야겠지만. 에디스, 엄마가 간식 먹어도 된다고 했어?”
“네, 했어요. 친구들도요. 그치?”
“맞아요. 허락받았어요, 재이니 삼쵼.”
“알았어. 그럼 하나씩 골라 보자.”
“와아!”
현서와 아이들은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재인의 자리로 몰려왔다. 오늘의 간식에 대한 기대로 눈을 반짝이면서.
물론 그는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달콤한 간식을 허락했다. 현서와 친한 아이들의 보호자와는 이미 연락해서, 허락을 받아 둔 상태였다. 그에 더해 아이들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 정보까지 받아 둔 상태였다.
“로비, 올리비아 디저트 고르러 가실래요?”
“그러지.”
재인은 부인과 아이를 기다리는 로버트 무어까지 일으켜서 쇼케이스 쪽으로 움직였다. 아이들은 그의 허락이 떨어진 순간 이미 디저트가 가득한 쇼케이스로 몰려가 원하는 걸 고르는 중이었다.
“태권도장이 끝나면 매번 이렇게 디저트를 사 주나?”
“제가 기다릴 때는 제가 사 주고요. 다른 보호자가 기다릴 때는 다른 보호자가 사 줘요.”
“으음.”
“단 걸 너무 많이 먹는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디저트는 전부 유기농에 저설탕이나 무설탕이거든요.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어도 돼요.”
“그렇군. 그럼 우리 올리비아 것도 골라 볼까.”
“곰돌이 컵케이크가 괜찮아요. 요거트 크림이라 아이들이 호불호 없이 전부 좋아해요.”
각자 원하는 디저트와 음료수를 고른 아이들과 태권도장 수속을 마친 로버트 무어의 가족까지 한자리에 모여 촬영이 없는 오후의 티타임을 즐겼다.
* * *
“우와! 멋있다. 호수 어때, 현서야? 멋있지?”
“멋있어요. 삼촌 우리 호수에서 수영해요?”
“수영은 들어갈 수 있는 호수인지 물어보고 나서. 대신 카누랑 낚시는 할 수 있을 거야.”
“카누?”
“배야. 이렇게 길쭉한 모양의. 나중에 타러 갈까?”
“네! 타러 가요.”
스튜디오 촬영 스케줄 뒤에 기다리는 것은 캐나다 국경을 넘나들면서 하는 로케이션 촬영이었다. 로케이션 촬영 중에는 얼어붙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촬영도 있었고, 눈앞의 호수 같은 곳에서 하는 촬영도 있었다.
촬영 기간 머무를 작은 소도시의 고풍스러운 호텔이었다. 관광객들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주변을 여러 호수가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에디스!”
“현서야!”
호텔에 도착하자 드웨인과 에디스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하고 시간이 좀 지났는지 두 사람의 음료수 컵이 거의 비어 있었다.
“오는 길은 괜찮았어요?”
“괜찮았어요. 볼 게 많아서요.”
“볼 건 많아도 멀긴 멀죠? 제일 가까운 공항이 네 시간 거리라니. 이동하는 것도 일이라니까요.”
“사실 그건 그래요.”
스튜디오에서 블루 스크린을 배경으로 두고 촬영하면 할 필요 없는 고생이었다. 이미 그래픽 소스를 충분히 따 둔 상황이라 그렇게 해도 됐지만, 재인은 로케이션 촬영을 선택했다.
히어로 무비라 그런지 그래픽 분량이 상당했다. 일 년 가까운 촬영 기간의 반 이상이 스튜디오에서 블루 스크린을 뒤에 두고 하는 촬영이었다.
재인은 사전에 스튜디오 촬영 중 현장에서 직접 촬영할 수 있는 장면들은 전부 직접 촬영하기로 했다. 로케이션 일정이 늘어날 게 뻔했으나 흔한 기회가 아니라 의견을 밀어붙였었다.
‘녀석, 잘 노네. 괜한 고집이었나 했는데 이런 걸 보면 보람 있단 말이지.’
꺅꺅! 돌고래 비명을 지르면서 호텔 앞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현서와 에디스를 보면 촬영 기간이 조금 늘어난 정도는 감수할 만했다.
‘게다가 이 지역은 팬 카페에서 본 글에 나온 곳과 가까우니까.’
가깝다고 해도 차로 왕복 10시간 거리였지만, 그 정도면 촬영이 없는 날 다녀오기 나쁘지 않은 거리였다.
“아까 트레일러들이 전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촬영은 예정대로 시작할 거 같아요.”
“휴! 다행이네요. 제 고집 때문에 촬영 일정이 어긋나면 어쩌나 했는데.”
“그럴 일은 절대로 없으니 안심해요. 로케이션 촬영한다고 핸슨 감독님이 칸 감독님을 얼마나 부러워했는데요.”
“진짜로요?”
“진짜로요. 사실 두 분 다 로케이션 촬영을 더 좋아하세요. 능력 좋은 각성자도 있고 예산도 충분해서 상상만 하던 일을 직접 할 수 있게 됐다고 얼마나 기뻐하셨는데요.”
“그러면 다행이고요.”
“그렇다니까요.”
드웨인의 말은 사실이었다. 감독들은 스튜디오 촬영보다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했다. 지금까지는 안전 문제, 더 정확히는 비용 문제 때문에 하지 못해서 그렇지 할 수만 있다면 뛰어난 각성자들을 고용해서 스턴트의 한계를 넘어서는 액션을 촬영하길 바랐다.
‘그런 욕심을 몸값 비싼 배우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채워 준다는데 마다할 감독이 있을 리가.’
치유사부터 비행 가능한 각성자에 의료진까지 준비해도 안심할 수 없는 난도 높은 신들이었다.
그런 신들을 재인과 경호 팀은 시뮬레이션을 확인하고 몇 번 동선을 맞춰 보는 것으로 완벽하게 연기했다. 가끔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팁을 더해 그가 짠 액션 신보다 더 멋지게 연출하기도 했다.
아마 다른 감독들도 사실을 알면 그런 장면들을 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호수 위를 날아가는 장면을 CG가 아닌 직접 촬영할 수 있다니. 이럴 때는 초능력자로 각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니까요.”
“드웨인은 각성은 아직이죠?”
“네. 나이 많은 사람들도 각성하는 일이 늘어서 나도 언젠가 하겠지 생각하는데, 가끔은 이상한 초능력을 각성할까 봐 걱정이에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운동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련 계열로 각성하더라고요.”
확실히 최근에는 각성하는 인원이 많이 늘었다. 공기 중에 퍼진 수분을 모아 물 한 잔을 만들 거나 꼬인 실을 손을 대지 않고 푸는 소소한 초능력이 대다수지만, 가끔 스트라이커급의 강력한 각성자도 나타났다.
이미 하급 각성자를 상회하는 신체 능력을 지닌 드웨인이라면 스트라이커급의 초능력을 각성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자, 촬영까지 시간이 있으니 오늘은 신나게 놀아 보자고요.”
“좋아요.”
에디스가 벗어 던진 볼 캡을 집어 들며 하는 드웨인의 말에 재인이 맞장구쳤다.
로케이션 촬영을 여유 있게 잡은 이유가 뭐였던가. 현서에게 새로운 장소, 새로운 경험을 시켜 주고 싶어서였다. 모처럼 생긴 기회를 알차게 써야 했다.
* * *
“재인.”
“아! 로엔.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에요.”
“…….”
“나 안 보고 싶었어요? 난 재인 보고 싶어서 로케이션 날짜만 기다렸는데.”
재인은 바짝 붙어 오는 로엔 맥코이한테서 슬며시 떨어지면서 멋쩍게 웃었다. 솔직한 심정은 이곳에서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으나 그걸 드러내서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건 바라지 않았다.
육감적인 몸매로 유혹하듯 다가와 로엔 맥코이가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꽤 긴 시간 훈련했어도 좀처럼 액션이 늘지 않는 사람이 감독과 무술 감독이 권하는 스튜디오 촬영을 마다하고 로케이션 촬영을 고집해서였다.
‘불안하다, 불안해. 그냥 스튜디오에서 찍지 왜 로케이션 촬영을 와서.’
배우가 하고 싶어 하는 촬영이니 하는 게 당연했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재인의 경호 팀이 재인 외의 사람한테 초능력을 써 주길 거절한 상황이라 제작사에서 고용한 각성자와 촬영해야 했다. 그 각성자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나 조금 불안했다.
“리허설 시작합니다.”
로케이션 장소까지 오는 동안 힘들었다는 로엔 맥코이의 하소연을 들어 주고 있을 때였다. 리허설 준비가 끝났다는 소식을 가지고 스태프들이 두 사람을 부르러 왔다.
“각성자를 믿고 자세 유지에 주의해 주세요.”
“알았어요.”
“무기 챙기시고. 실전처럼 갑니다. 집중하세요.”
“네.”
실제 촬영은 호수 위에서 진행하지만, 리허설은 호수 옆 공터에서 했다.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호숫가라서 사람들이 올 일은 없었다. 그래도 영상이 찍힐 걸 걱정해서 가림막과 트레일러로 공터를 감싸고 있었다.
“뒤처지지 마라.”
“헬리온은 내 목표야. 가로채지나 마.”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지.”
“내 활보다 먼저 잡을 자신이 있나 보지?”
“자신 있냐고? 없을 리가.”
오늘 촬영할 장면은 호수 속 미해결 던전을 아지트 삼은 빌런 조직을 찾아가는 장면과 그림 같은 호수 위에서 히어로즈 협회 소속 룬과 안나가 티격태격하면서 빌런 무리와 싸우는 장면이었다.
먼저 연습하는 장면은 호수 위를 이동하는 장면이었다. 물기둥을 밟으며 한 걸음에 십수 미터씩 이동하는 안나와 그런 안나를 내려다보면서 비행하는 룬이었다.
“좋았어요. 실제 촬영할 때는 다리 각도를 이 정도로 유지하는 게 훨씬 역동적으로 보일 거예요.”
“이 정도요?”
“네, 딱 좋아요. 촬영 전에 한 번만 더 해 볼까요?”
“네.”
드웨인의 시범을 주의해서 보고 따라 하는 로엔 맥코이는 무척 진지했다. 자신의 약점이 무언지 잘 알고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열심이었다. 이어지는 단체 액션 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휴식도 잊고 동작과 순서를 확인하고 교정하느라 바빴다.
재인은 로엔 맥코이가 드웨인한테 지도를 받는 동안 각성자를 살폈다. 로엔 맥코이가 수면 위를 달리고 물기둥을 세워 올려 점프대로 삼는 장면에 초능력을 사용해 줄 각성자였다.
‘괜찮아 보이네. 저쪽도 프로이니 상태가 안 좋으면 말하겠지.’
제작사에서 고용한 각성자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동료와 대화하고 있었다. 리허설이 끝난 뒤에도 평온해 보였다. 지치고 힘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촬영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사실 리허설을 실전처럼 한다고 했으나 그렇게 하진 못했다. 연습 장소인 공터에 매트만 깐 상태라 그럴 수 없었다. 안전을 고려해 로엔 맥코이를 높이 들어 올리거나 하지는 않고 뛰어오르는 타이밍을 점검하는 정도로만 진행했다.
“촬영 들어가서도 연습한 것처럼만 해 주세요. 그러면 바로 오케이 사인을 받을 거예요. 아셨죠?”
“네.”
드웨인의 만족스러운 미소를 본 재인이 로엔 맥코이와 각성자한테서 시선을 돌렸다. 이 이상 미덥지 않다는 눈길을 보내는 것은 열심히 훈련한 배우와 무술 감독한테 실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