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66)
#66. 던전 체험
김 실장은 보안팀 직원의 말에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침입자는 있는데 도난품은 없는 게 말이야 방귀야?’
침입자가 제일 오래 머문 자리의 주인인 그가 봐도 없어진 물건이 없으니, 보안팀 말은 사실이었다. 믿기는 힘들었지만.
“대체 왜 침입했을까요?”
“저희도 잘…….”
“이상한 인간이네. 기껏 건물 보안을 다 뚫고 침입해서 훔쳐 간 게 없다니. 세레나데 앨범도 있고, 재인 씨 사진집도 있는데. 시계랑 태블릿도 자리에 있었고.”
“금품을 노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을 털었을 것이다. 대표실만 해도 값비싼 액세서리와 장식품이 즐비했다. 그곳을 두고 전 세레나데, 현 이재인 담당인 김 실장의 자리를 건드린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군. 침입한 이유도 모르겠고.’
없어진 물건이 없는 데다, 범인이 전신을 가리고 있어 잡기도 어려웠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김 실장과 보안팀은 앞으로 보안을 좀 더 철저히 하겠다는 합의로 일을 일단락 지었다.
* * *
재인은 아침부터 들이닥친 동생과 김나은의 성화에 분주히 짐을 싸야 했다. 초보 각성자 연수 일정을 이렇게 후다닥 잡아서 해치워도 되는 건지 의문이었지만, 둘의 태도로 보면 원래 이런 듯했다.
“이렇게 안전한 던전은 진짜 희귀해요. 아마 최대한 클리어하지 않고 활용하려고 할 거예요.”
“어느 정도로 안전하길래 그래요?”
“……음. 하찬이가 혼자서 한 시간이면 공략하는 수준이요.”
“아! 진짜 안전하구나.”
“네, 사실 말이 훈련이지 MT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재인의 옷 중에서 던전에서 입어도 괜찮은 옷을 같이 골라 주던 김나은이 공략에 관해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공략보다 실제로 던전 생물을 보고 환경을 겪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훈련 내용도 전투가 메인이 아니고, 초보 각성자 팀의 팀워크를 훈련하고 던전 안에서 야영하는 방법을 배우는 정도라고.
“난 소속 팀이 없는데요?”
“오라버님은…….”
“형은 길드원 가족이랑 같이 다니게 될 거야.”
털썩. 커다란 하찬의 간식 박스를 재인의 가방 옆에 내려놓은 재현이 김나은의 말을 자르고 설명을 덧붙였다.
“예비 스트라이커 팀에 치유사로 몇 번 끼긴 할 테지만, 그보다는 각성한 길드원 가족이랑 같이 다니면서 던전 체험을 하게 될 거야.”
“길드원 가족들도 같이 가?”
“어, 전투에 부적합한 초능력을 각성한 가족들도 경험 삼아 들어가기로 했거든.”
“나은 씨 말대로 MT 같겠다.”
“맞아. 길드원 가족 동반 야유회 정도로 생각하면 돼.”
알렉사 팀이 발견하고 정보부에서 평가한 던전은 위험도 1등급이었다. 만약 그 아래 등급이 있었다면, -1 혹은 –2를 받을 거라는 게 정확한 평가였다. 덕분에 일이 커졌다.
미약한 초능력을 각성한 사무직 길드원과 그 가족들까지 전부 던전을 체험시키자는 얘기가 나왔다. 던전 발생이 멈추지 않는 한 언젠가는 겪게 될 테니, 안전하게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자는 의도였다. 참관인 수도 늘어서 애써 선점한 보람이 없었다.
“그런데 형. 저 방 안의 간식 상자는 다 뭐야? 어디 기부하려고 챙겨 둔 거야? 내가 옮겨 줘?”
“……아니. 전부 하찬이 거야.”
“스무 박스가 넘던데?”
“얘가 많이 먹잖아.”
“먀아앙. 먀아앙.”
“그렇게 됐어.”
도청기 설치 퀘스트의 보상이었다. 원래는 마흔 박스가 넘었는데, 매일 한 박스씩 먹고 그만큼 남은 것이었다.
‘어지간해선 펫 전용 퀘스트 같은 건 하지 말아야지.’
돈은 들더라도 육포로 보상을 때울 수 있는 게 오히려 더 편했다. 산책 시간과 놀이 시간 등을 채우는 게 더 오래 걸렸다. 덕분에 일일 퀘스트 하듯이 매일 해 주고 있는데도 보상을 다 해 주려면 한참은 더 걸릴 것 같았다.
“다 챙겼으면 가자.”
“가는 길에 디저트 사 가자. 팀장이 간식 지참해도 된다고 했어.”
“그럼 마트 들러서 가자. 아이스크림이랑 라면도 사게.”
“어.”
고기랑 상추도 사고 초밥도 사자는 얘기에 던전에 들어가는 긴장감이 하나도 없었다. 진심으로 야유회 정도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마트에서 한가득 장을 보고 한 시간쯤 달려서 도착한 곳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전부 KH 길드 길드원과 그 가족이었다. 개중에는 미성년으로 보이는 소년, 소녀까지 있었다.
‘각성자 수가 꽤 많네.’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더니, 각성자 수가 꽤 되었다. 참관인까지 더하면 백 명도 넘을 것 같았다.
“저쪽에 장비 착용한 애들이 예비 스트라이커 팀이야.”
“아!”
“이런 식으로 훈련하면서 팀원 구성을 맞춰 보다, 연말 대청소쯤에 정식 팀으로 승급할 거야. 우리 팀도 그렇게 승급했어.”
“그렇구나.”
설명을 들은 재인의 눈에 예비 스트라이커 팀이 새롭게 보였다. 동생의 후배들이라니, 던전에서 도와줄 일이 있으면 성심껏 돕고 싶었다.
-인원 점검하겠습니다.
집합 시간이 끝났다. 인원을 점검하고 던전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 * *
“와아! 멋있다.”
“여기가 던전?”
“던전 맞아? 이런 곳이었다고?”
“사진을 못 찍는 게 아쉽다.”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광경에 사람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고운 흙길과 넓게 펼쳐진 초원, 화사한 색으로 물든 하늘과 나무들은 상상하던 던전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이곳이 특이한 거야. 다른 던전도 이 정도로 좋은 환경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해.”
“역시 그렇지?”
“응. 여기서부턴 하찬이 리드 풀어 줘도 돼.”
“어.”
다른 던전이 여기처럼 사람을 홀릴 정도로 온화하고 한가로운 분위기일 리 없었다. 던전 공략 후 매번 엉망진창이 되어서 돌아오는 동생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던전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하고 험한지.
“저쪽은 벌써 시작했네.”
“어디?”
“저기.”
재현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자 예비 스트라이커 팀이 조용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삼삼오오 모여 소곤소곤 떠들며 구경하는 각성자 가족들과 다르게 그들은 탐색 인원을 먼저 보내고 나머지 인원은 한 사람의 지시에 맞춰 대형을 갖췄다.
“우리는 이제 뭐 해?”
“저쪽에서 적당한 야영지를 찾을 때까지 천천히 이동하면 돼.”
“알았어.”
재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인솔을 담당한 길드원이 주의 사항을 설명했다. 위험하니 혼자 다니지 말고 지시에 잘 따라라. 몸에 이상이 있으면 가까이 있는 길드원에게 말해라, 등등. 무척 익숙한 내용이었다.
“하찬아 주위 돌아보고 와. 괜찮지?”
“괜찮아.”
“커허헝!”
고개를 높이 들고 킁킁거리는 게 새로운 냄새에 몸이 닳은 모습이었다. 재인은 흥분해서 앞발로 땅을 긁으면서도 얌전히 자리를 지키는 하찬에 자유를 주었다. 근처에 동생도 있고 길드원도 많고 해서 보냈더니, 금세 수풀 사이로 사라졌다.
“던전 환경은 일반적인 지구의 환경과 다릅니다. 마이너스 에너지라고 들어 보셨지요? 기본적인 환경 구성 요소에 마이너스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공기 속에도, 우리가 지금 밟고 있는 흙에도 마이너스 에너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채집한 광물이나 식물은 특수한 처치 과정이 필요합니다. 혹시 여러분 중…….”
야영지를 찾아가는 도중 재인과 길드원 가족들은 던전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기본적인 내용으로 평소에는 무심코 넘긴 것이었는데, 실제 던전에서 들으니 새삼 머리에 쏙쏙 박혔다.
‘사람들이 내 근처로는 안 오네?’
설명을 들으면서 둘러보니 근처에 있던 길드원 가족들이 전부 그만 남겨 두고 가 버렸다. 커다란 덩치의 재현이 버티고 있어서 그런가 했는데, 아니었다. 동생보다 더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길드원 곁에도 잘만 붙어 서 있었다.
“휘유! 형이 유명해지긴 유명해졌나 보다. 애들도 다 알아보네.”
“아! 맞다. 나 배우였지.”
“뭐래. 형이 배우지 그럼 뭐야.”
“…….”
이곳이 던전이라는 생각에 치유사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지팡이도 들고 있고, 몇 번 치료해 준 길드원이 주위에 있어서 배우라는 직업을 까먹고 있었다.
“에흠. 몬스터는 없어?”
“있어.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을 거야.”
몬스터에 관해 설명하는 재현의 얼굴이 이상했다. 망설이는 듯 설명이 중간중간 끊겼다.
“그게 참 그래. 몬스터 보고 나서 사람들이 다른 몬스터도 이럴 거라고 착각할까 봐 두려울 정도야.”
“그렇게 이상하게 생겼어?”
“…….”
“왜?”
“보면 알아. 보고 알아서 판단해.”
정상이라고 말하기엔 좀 이상한데, 이상하다고 하면 또 어디가 이상한지 콕 찍어 말하기 힘들었다. 다른 던전의 몬스터처럼 혐오스럽진 않았으나 호감이 생길 만한 외형도 아니었다.
-꾸에에에엑!
천천히, 아이들의 보폭과 체력도 고려해서 천천히 이동하던 일행의 걸음이 멎었다. 흙길 옆 수풀 사이에서 괴성이 들려와서였다.
-꾸에에에엑!
다시 한번 괴성이 들렸을 때 재인은 옆에서 같이 이동하던 동생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진 동생의 모습은 익숙한 길드원들의 틈에서 찾을 수 있었다. 무기를 빼 들고 수풀을 경계하는.
“컹컹! 컹컹!”
하찬이? 길드원을 살피던 재인의 시선이 한순간에 수풀로 돌아갔다. 동시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위험하지 않다고 들었지만, 괴성이 들리는 수풀 사이에 하찬이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졌다.
“외뿔 멧돼지.”
울음소리를 듣고 알았을까. 길드원 가족 사이에서 누군가가 몬스터의 정체를 말했다.
외뿔 멧돼지. 이마 중앙에 솟은 커다란 외뿔을 제외하면 멧돼지와 흡사한 몬스터였다. 주의하면 일반인도 사냥할 수 있는 약한 종이었다.
“꾸웨에에엑!”
“컹컹! 컹컹!”
수풀이 갈라지고 드러난 모습에 재인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만약 가릴 수만 있었다면 얼굴뿐 아니라 전신을 가리고 싶었다.
‘이하찬!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하찬이 몬스터에게 공격당하는 중일 거라는 재인의 짐작은 완전히 빗나갔다. 수풀 밖으로 튀어나온 외뿔 멧돼지는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다만 그 모든 시도는 사방으로 움직이면서 위협하는 하찬 때문에 수포가 되었다.
‘오지 마!’
오지 말라는 말을 재인은 차마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수없이 반복했다. 하찬이 길드원들이 경계하는 위치를 요리조리 피해서 외뿔 멧돼지를 몰고 다가오고 있어서였다.
“꾸웨에에엑!”
“컹컹!”
“…….”
차원 이동한 이후로 이만큼 난처했던 적이 있었을까? 재인은 원치 않던 삼자대면의 시간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곤란한 재인의 눈빛과 기대에 찬 하찬의 눈빛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그때까지 외뿔 멧돼지를 몰기만 하던 하찬이 번개같이 달려들어 두툼한 목덜미를 물었다.
“꾸웨에엑!”
하찬은 제 몸보다 한참 큰 외뿔 멧돼지의 목덜미를 물어 땅바닥에 몇 번이나 패대기쳤다. 흙먼지가 이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외뿔 멧돼지가 바르작대지도 못할 정도로 힘을 뺐다.
“컹컹!”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지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외뿔 멧돼지의 목덜미를 앞발로 누른 하찬이 재인을 돌아보았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무언가를 바라는 듯이.
“왜, 왜? 뭐, 뭔데?”
“컹!”
무얼 바라는지, 무슨 눈빛인지 알 것 같았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나한테 왜 이러니 하찬아?’
손에 든 지팡이가 유독 무겁게 느껴질 때쯤이었다. 수풀 사이 확인을 마쳤는지 재현과 길드원 일부가 하찬과 재인이 대치하는 장소로 다가왔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황당해하는 동생의 목소리 뒤로 길드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거 혹시 재인 씨한테 선물하려는 거 아니야?”
“그러게. 뭔가 했더니, 제 주인 주려고 선물을 챙겨 온 거였네.”
“하이고, 녀석. 영특하네.”
“그런데 재인 씨한테 공격 스킬이 있던가?”
없다, 그런 거. 공격 스킬 따위 스킬 창이나 공헌도 상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훑어도 없었다. 유일한 공격 수단은.
“이것 있잖아. 휙휙.”
손에 쥔 묵직하고 길쭉한 물건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