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9)
#9. 한 번 해볼까?
탁! 차 문이 닫히는 소리에 재인은 당황스러운 의문에서 벗어났다.
“출발할게.”
“응.”
뒤이어 팀원들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금니를 악문 동생의 말이 들렸다. 그 잠깐 사이 동생의 분위기가 백팔십도 바뀌어 있었다. 으드득! 이도 갈고, 짜증스레 백미러로 뒤차를 노려봤다.
재현은 식당을 룸으로 된 곳을 잡은 걸 다행으로 여겼다. 형이 하루아침에 후광이 비치는 모습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지만, 아니었다면 눈이 돌아간 팀원들 때문에 불편한 자리가 될 뻔했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쥬쥬베 물약. 그거 먹었는데.”
“형. 체질 검사 안 해 볼래?”
“해 봐야 할까?”
“……으음. 아니. 안 하는 게 낫겠다.”
재현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검사는 안 하는 게 나을 듯했다. 혹시라도 특이 체질이라는 검사 결과가 나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얼마나 강렬한가. 형을 해부하다시피 할 게 눈에 선했다.
미용에 좋은 약을 챙겨 주는 일도 일단은 멈춰야 할 듯했다. 나중에 형을 보호할 방법을 찾은 뒤에 다시 챙겨 주는 게 나을 듯싶었다.
‘물약 같은 건 나중에 챙겨도 괜찮아. 그보단 연예인이든 뭐든 보호받는 직업을 가지라고 권해야지.’
저런 외모로 무방비하게 돌아다니면, 아무리 안전으로 손꼽히는 한국이라도 위험할 것 같았다. 차라리 연예인이나 무슨 중요한 일을 맡는 사람이 되어서 평소에도 보호를 받는 게 나았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느라 조용한 재인 형제의 차와 다르게 뒤따라가는 팀원들의 차는 혼란스러웠다.
특히 제일 먼저 뛰어나가 재인의 얼굴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마주 본 김나은의 상태가 심각했다. 눈을 부릅뜨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호흡도 잊은 그녀는 팀장인 박연화가 팔뚝을 다독이는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놀란 상태였다.
“허억! 허억! 내 심장. 얼굴이, 어우, 이렇게 확 들어오는데…….”
“숨 쉬어. 나은아.”
사실 운전석에 앉은 박연화도 뒷좌석에 앉은 숀도 티만 내지 않았을 뿐 심정은 김나은과 다르지 않았다.
대체 자신이 본 게 무엇일까. 사람이 맞나? 어떻게 사람이 빛을 내지? 단련된 각성자의 뛰어난 시력에 의심이 들었다.
“대단하시네요, 오라버님.”
“대단하지.”
“아아, 복잡해라. 오라버님의 수려한 자태를 온 사방에 떠들고 싶은데, 또 나만 혼자 알고 싶기도 하고.”
“……너도 알렉사 닮아 가니?”
“헉! 왜 내가 이렇게…….”
주접스러운 감상을 내뱉던 김나은의 얼굴이 한순간에 허옇게 질렸다.
연예인 덕질로 한국어와 문화를 배운 폐해의 완벽한 예시가 알렉사였다. 그녀의 수치를 모르는 언사와 행동에 얼마나 많은 정신 공격을 당했던가.
팀장은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김나은을 다독이던 팔을 거둬들였다.
* * *
식사 자리는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며 시작됐다. 전날 뜬금없는 재현의 요청에도 흔쾌히 나서 준 팀원들이라 재인은 자못 친근하게 그들을 대했다.
그게 실수였을까. 예약해 둔 화려한 요리가 줄줄이 들어와 테이블을 채웠건만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없었다. 팀원 전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 젓가락은 들지 않고 재인의 얼굴만 바라봤다.
‘너무 가까운데……. 얼굴 뚫어지겠다.’
만약 팀원들과 이제 겨우 두 번째 보는 게 아니었다면 정신 차리라고 한 소리 하고 싶었다.
“이게! 어딜 슬쩍 다가와?”
물론 동생인 재현은 그런 상황을 두고 보지 않았다. 더 자세히 보려는지 점점 재인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김나은을 막으며 짜증을 냈다.
“죄, 죄송해요. 이게 왜 그러냐면요. 막 빛이 나니까, 저도 모르게 그냥 몸이 막 이쪽으로……. 숀 오빠. 오빠도 말 좀 해 봐. 오빠도 눈부시다 그랬잖아.”
“…….”
“숀 오빠 선글라스는 언제 꺼내 썼어?”
“아까.”
“아하하하!”
재인의 웃음보가 터졌다. 팀원들이 심하게 주목해서 불편했는데, 두 사람의 만담에 굳었던 얼굴이 풀렸다. 몸에서 힘이 빠지자 그제야 그들이 제대로 보였다.
호감 가득한 눈빛, 쫑긋 세운 귀, 붉어진 뺨. 팀원들은 온몸으로 그에게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재현이 좋은 사람들 하고 일하는 것 같네. 다행이다.’
한바탕 웃고 난 뒤에는 재인 형제도 팀원도 편하게 저녁을 먹었다. 좋은 분위기 덕인지 던전에서 목격한 신기한 식물, 사냥하다 저지른 길드원들의 삽질, 숙소 식당의 메뉴 등, 식사 자리의 대화 주제가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오라버님은 연예인 하실 생각 없으세요?”
“네?”
“오라버님 영화 찍으시면 제가 열 번, 아니 백 번 볼게요. 우리 길드 사람들 다 데리고 가서요.”
“아하하. 칭찬으로 들을게요. 전 연예인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왜요?”
“성격에 안 맞아서요. 재주도 없고.”
재인을 제외한 네 명의 얼굴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얼굴이 얼굴인데 성격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냥 가볍게 한번 웃어만 줘도 완벽한데.
재인의 얼굴이라면 다른 사람들처럼 돋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개인기다 뭐다 보여 줄 필요도 없었다. 자막도 배경 음악도 화려한 효과도 필요 없었다. 그저 화면 가운데에 앉아만 있어도 충분했다.
“연예인이라고 다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인 건 아니야. 그리고 형한테 재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모르잖아. 형이 해 본 거라고는 어제 해 본 사진 촬영이 전부인데.”
“하지만…….”
“해 보기도 전에 안 된다 하지 말고, 한 번 해 봐.”
“맞아요. 오라버님 만약 데뷔하시면 제가 1호 팬 할게요.”
난 2호라는 박연화의 말 뒤로 숀이 조용히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데뷔도 하기 전에 세 명의 팬을 확보한 재인의 눈빛에 의심이 서렸다. 은근슬쩍 연예인을 해 보라고 떠미는 게 동생이 뭘 알고, 정확히는 그의 황당한 상태창을 알고 하는 말 같아서였다.
“으음. 사실 아까 어제 본 사진작가님이 사진집 모델을 해 달라고 하긴 했었어.”
“무슨 사진인데? 하겠다고 했어?”
“아니, 거절했어. 주제가 빛과 소년이라고 그래서. 내가 소년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좀.”
“나이가 어때서? 삼십 대 배우도 고등학생 역할을 잘만 하드만.”
“그래도.”
재인은 정말로 연예인이 되는 일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회귀 전에도 그랬고 이쪽 세상으로 온 뒤에는 더 그랬다. 이쪽 세상에 온 지 겨우 사 일째였다. 앞일을 정하기엔 아직 적응도 다 끝나지 않았다.
“그 사진집 어디서 살 수 있어요?”
“네? 아직 촬영도, 아니 이미 거절해서 촬영은…….”
“언제 촬영하시는데요?”
“다음 주 주말에 첫 촬영을 하고 싶다고 듣긴 했었는데요.”
“다음 주 주말. 팀장 다음 주 주말에 우리 공략 없죠?”
재인은 떨떠름하게 김나은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직 찍지도 않은, 아니 찍겠다고 하지도 않은 사진집의 구매 방법과 촬영 스케줄을 묻는 게 이상했다.
“오라버님 촬영하실 때 경호는 제가 맡을게요.”
“네?”
“우리 형 경호를 왜 네가 맡아? 맡아도 내가 맡아야지.”
“같이 하면 되지.”
“저기, 촬영 거절했는데?”
재인은 거절했다는 말은 귓등으로 듣지 않고 경호 얘기를 진행 중인 두 사람이 황당했다. 아무리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서 그렇다지만, 사진작가도 이 두 사람도 참 막무가내였다. 게다가 주말에 서울 근교에서 하는 촬영을 무슨 경호까지 한다는 건지.
‘거절은 듣지 않는 게 유행인가?’
무음으로 해 둔 지금도 핸드폰에는 사진작가의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었다. 일하는 중인 거 같은데 바쁘지도 않은지 아침부터 한 시간이 멀다 하고 꾸준히 보내고 있었다.
“모델 계약하러 가실 때 제가 같이 가 드릴게요.”
“네?”
“알아보니까 그쪽 일은 많이들 계약서도 없이 한다고 하네요. 당일 아르바이트를 해도 계약서를 쓰는 세상인데, 그러면 안 되죠.”
“그건 그렇죠.”
“경호는 저희 팀이 대신할 테니, 그 부분 경비도 페이에 포함시켜서 받아 드릴게요.”
용역 계약서야 그도 회귀 전에 자주 써 봐서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러나 그런 말을 꺼내기엔 상황이 안 좋았다. 재현이를 비롯한 나머지 두 명까지 박연화 팀장을 존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우러러보는 중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팀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팀 리더를 무시하는 건 그다지 적절치 않았다.
‘이렇게까지 권하는데 한번 해 볼까? 어제 촬영도 결과는 그랬지만, 촬영 자체는 나쁘진 않았었고.’
페이도 잘 쳐준다고 하고 사용할 곳은 없지만 프로필 사진도 찍어 준다고 하니, 솔직히 혹했었다. 사진집 주제가 빛과 소년만 아니었다면 제안을 덥석 물었을지도 몰랐다.
‘소년이라니, 그건 좀. 지금은 스물셋이고 얼굴은 그보다 어려 보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회귀 전 나이는 서른다섯이었다. 소년은커녕 아저씨라는 말이 더 익숙하고, 정체성 역시 그쪽이었다. 재인의 고개가 저어졌다. 도저히 소년을 연기할 자신이 없었다.
‘연예인들 정말 대단하다.’
자신은 서너 살 어려 보이게 사진 찍는 것도 고민되는데, 삼십 대가 고등학생 역할을 한다니.
“어제 길드 채용 공고 찍은 사진작가라고 했지? 계약서 쓰기 전에 지원 팀에 정보 먼저 받자.”
“좋은 생각이에요, 팀장. 이상한 경력이 있는지 먼저 파악해야죠. 귀한 우리 재인 오라버님을 아무한테나 맡기면 안 되죠.”
“당연하지. 팀원의 가족을 내 가족처럼 여겨야지. 그게 우리 길드 모토 아니니.”
“어우! 너무 좋은 말이에요, 팀장. 팀원의 가족을 내 가족같이!”
박연화 팀장은 앉은 자리에서 정보를 요청하고, 이상 없으면 계약서를 쓰는데 동행하겠다 말했다. 이어서 촬영 당일 재인을 픽업할 사람과 촬영지를 사전 답사할 사람도 정했다.
재인은 순식간에 매니지먼트 회사 직원에 빙의한 팀원들의 행동력에 눈만 껌뻑였다. 거침없는 일 처리에 끼어들 순간을 잡지 못했다.
‘말썽꾸러기 길드원 중에 마지막 남은 이성 같은 포지션인 줄 알았는데.’
박연화 팀장은 식사 내내 팀원들이 웃고 떠드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고만 있길래 참 침착한 사람이다 싶었는데, 아니었다. 행동력이 엄청났다. 괜히 팀장을 맡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아! 죄송해요. 저희 멋대로 결정해서.”
“괜찮아요.”
“아뇨, 아니에요. 재인 씨 의견을 먼저 물어야 하는데, 저희가 설레발쳤어요. 너희도 어서 사과드려.”
“죄송해요, 오라버님. 사진집이라는 얘기에 너무 흥분했어요.”
“불편하셨죠? 이재현, 너도 사과드려. 아무리 친형이라도 그렇게 강요하듯이 하면 못써.”
재인은 박연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안하다고 말하는 재현에게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을 결정하는 게 좀 어이없긴 했어도 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넷이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보는 동안 동생이 평소 일하는 모습을 유추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진지하게 나누는 대화 대부분이 어떻게 하면 자신을 잘 보호할까, 어떻게 해야 그가 더 편할까 하는 내용이어서였다.
‘물론 길드 대표의 롤스로이스를 빌려 오자거나, 길드의 지원 팀을 섭외하자는 얘기는 너무 나갔지만.’
각성자의 패시브 스킬이 오버하기가 아닌가 싶게 행동해도 기저에 깔린 배려가 느껴졌다.
“괜찮아, 재현아. 그리고 다른 분들도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당황스럽긴 해도 기분 상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진짜요?”
“네. 그리고 사진집 얘기도 사진작가님한테 다시 연락해 볼까 해요. 해 본 적 없는 일이라서 망설였는데, 괜찮을 것 같아요.”
“오라버님은 무조건 잘하실 거예요.”
“아하하하.”
처음 도전하는 일이었다. 유일한 경험인 길드 채용 공고 사진 모델도 도중에 잘렸었다. 그러니 무조건 잘할 거라는 건 그냥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서 하는 말이 분명했다. 그래도 그런 응원의 말과 눈빛이 생각보다 좋았다.
[공헌도 1이 올랐습니다.]‘대체 뭘 했다고 또 올라?’
아까는 그의 얼굴을 본 게 좋아서라는, 착각이라면 부끄러운 이유라도 이유가 있긴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로 아무 이유 없었다. 그저 사진작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을 뿐인데, 어째서 공헌도가 오른단 말인가. 자신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는 게 인류 발전에 공헌하는 일은 아닐진 데 말이다.
“오라버님 타실 롤스로이스는 내가 빌려 올게.”
“촬영지 인근의 몹은 미리 치워 두지.”
“계약서 작성은 내가 도울게. 나 아는 샵도 있는데, 거기 예약도 해 드릴까?”
“우리 형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거라니까.”
어리둥절한 재인의 귀에 네 명이 신나게 계획을 세우는 소리가 들어왔다. 그의 긍정적인 대답이 신호였던 듯, 이번에는 더 구체적이고 좀 더 현실성 있는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공헌도 메시지 네 번이었지? 혹시 네 사람이 나 때문에 즐거워해서 그런 건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공헌도 메커니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