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obsessed tyrant and a sleeping cat every night RAW novel - Chapter (142)
141화
‘경고하는데 호기심으로라도 마시지 마. 향은 좋을지 모르지만 도수가 위험할 만큼 높으니까.’
킬리언의 음성이 귓가에 울리고 나에게 딸려 나온 맥클런의 몸이 함께 바닥으로 추락했다.
맥클런은 이대로 곤두박질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분명 남아 있는 마력을 모두 다 써서라도…….
쾅! 콰광! 쿵!
예상한 대로 발버둥 치는 맥클런이 죽지 않기 위해 마력을 휘둘러 댔다.
그는 닥치는 대로 붙잡고 벽을 긁고 난간에 몸을 부딪히며 수직 낙하하는 몸을 어떻게든 멈추려 했다.
“으윽……!”
내 몸도 그의 팔을 잡고 있었기에 그가 부딪히는 대로 덩달아 함께 벽에 내던져지듯 부딪히고 난간 모서리에 긁혔다.
“비를 보호하라!”
빠르게 달려오는 킬리언의 맹렬한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새하얀 무언가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퍽!
날아든 무언가가 엄청난 무게로 나와 맥클런을 가격했다.
충격으로 머리가 웅웅 울리는 중에 어렴풋이 킬리언이 바른에게 소리치는 게 들렸다.
가까스로 눈을 떠 보니 나와 맥클런이 완전히 분리된 채로, 묵직한 무언가가 나를 격렬한 속도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보려 노력하지 않아도 촉감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새하얗고 보드라운 깃털.
밋시오였다.
바른이 킬리언의 명에 따라 날아든 밋시오에 마력을 불어넣어 나를 사선으로 빠르게 밀어내게 했다.
“……!”
밋시오와 같은 방향으로 전력 질주한 킬리언이 나를 잡아채듯 받자 시야가 홱 도는 듯했다.
“하아…… 하아…….”
어느덧 맨발에 잔디가 닿는 감각이 전해지고 눈을 뜨자 더이상 아찔한 허공과 벽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괴로움으로 얼룩진 킬리언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당장에 일어난 일들을 믿기 힘들어하는 사람처럼 차츰차츰 내 얼굴을, 상처 난 목덜미를, 몸을 차례로 내려다봤다.
“…….”
다시 거슬러 올라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를 안는 킬리언의 손에 꽈악 힘이 실렸다.
“어떻게…… 너를……. 내가 어떻게…….”
내 상태를 확인하는 그의 눈자위가 더더욱 참담한 붉은빛을 띠고, 무언가를 감내하는 사람처럼 그의 숨결이 격하게 흐트러졌다.
고개를 떨군 그가 나를 끌어안자, 바들바들 떨리는 그의 턱 끝이 느껴졌다.
“미안해…… 미안해…….”
나를 부둥켜안고 연거푸 속삭이는 킬리언의 머리칼에 손을 뻗었다.
많이 부딪혔으니 어딘가에 상처가 나고 다쳤겠지만 아직 나는 내 모습이 어떤지 모르겠다.
그저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만이 가득했다.
“수로…….”
내가 입을 달싹이자 킬리언이 멈칫했다.
그의 암담하고도 사나운 눈동자가 서서히 나를 쳐다봤다.
“수로에 불을 떨어뜨려야 해요…….”
무슨 말이냐는 듯 나를 보던 킬리언의 붉은 눈동자가 돌연 그의 옆에 흐르는 수로를 내려다봤다.
그가 검집에서 검을 빼내자 선명한 오러가 검에서 넘실거렸다.
“위에서 본 수로 모양이 꼭, 나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검을 내리꽂았다.
폭이 넓은 수로에 검을 내리꽂자 눈 깜짝할 새에 시뻘건 마귀가 입을 벌리며 닥치는 대로 수로를 잡아먹듯 독한 술을 빨아들이며 뜨거운 불길이 양 갈래로 퍼져 나갔다.
“전하!”
달려온 알키오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다.
수로를 타고 불이 빠르게 옮겨 가자 어둠에서 솟아난 마물들이 아직 빛이 닿지 않은 수로의 길을 끊기 시작했다.
킬리언이 너울지는 불꽃이 번지는 속도를 보더니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수로에 불을 붙여라!”
킬리언의 명령에 성벽에서 대기 중이던 궁수들이 불덩이를 쏘아 올렸다.
정원에 분주히 오가던 병사들도 횃불을 집어 독한 술에 불을 질렀다.
사방에서 시작된 불길이 널따랗게 퍼진 수로 곳곳을 타고 거세게 솟구쳤다.
“누구도 수로에 접근할 수 없게 하라!”
킬리언의 명령이 허공을 울리자 알키오가 불길이 일어난 수로 앞에서 검을 빼 들었다.
병사들도 제각각 수로 주변으로 달려가고 마법사들은 수로 주변으로 빛을 쏘아 올려 진을 쳤다.
곳곳에서 시작된 불길이 무서운 기세로 휘몰아치듯 달려 나갔다.
마물들이 비명을 지르며 땅에서부터 올라와 수로를 끊거나, 거대한 몸을 내던져 막으려 했으나 온갖 수로에서 시작되는 불길을 다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윽고 나비 형상의 수로를 타고 폭주하는 불길이 한가운데로 몰려들었다.
쩌어어억…….
동상을 받치고 있던 거대한 석대에 포악한 열기를 이기지 못한 균열이 곳곳에 생겨나 빠르게 가지를 뻗어 갔다.
균열을 타고 올라가자 돌가루가 땅을 향해 흘러내리고 이내 항복하듯 갈라지며 큰 돌덩이들을 뱉어 냈다.
웅장한 석대가 갈라지자 그 위의 태양을 떠받든 사람들 동상이 하나둘 흔들리더니 아래로 굉음을 일으키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쿵! 쿠웅! 쾅!
태양을 받치고 있던 사람들 동상들이 석대 아래로 한 번에 내려앉았다.
“!”
그때, 심연에 가라앉는 배처럼 무너지는 동상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나는 다급하게 킬리언의 재킷을 잡아당겼다.
“저기에……!”
내가 수로 한가운데에서 무너져 내리는 석대를 가리키자, 킬리언이 나를 안아 들었다.
“바른! ‘헬리오스’까지 게이트를 연다!”
“!”
나는 솟구치는 불길 사이를 어떻게 뚫고 저 먼 동상에까지 닿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킬리언이 바른의 이름을 부르며 단숨에 내 목에 걸린 목걸이를 끊어 내고 게이트를 외친 것이다.
그는 곧바로 다른 병사의 검을 검집에서 빼내 오러를 일으켰다.
그렇지만…….
“제 목걸이를 왜……!?”
채 다 묻기도 전에 무언가 내 안에서 확 퍼져 나가는 기운과 함께 우리 앞에 게이트가 열렸다.
우리는 금세 ‘헬리오스’ 동상과 무너진 내린 석대 앞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 둘만 통과한 게이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재와 먼지만이 우리의 주변에 가득했다.
“여,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분명 반짝이면서 떨어지는 게 눈에 얼핏 들어왔던 것 같았는데……!
내가 서둘러 킬리언의 품에서 내려오려 하자 그가 나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곧바로 내가 바윗덩이 밑을 확인하려 하자 킬리언이 단숨에 그것을 치워 내며 내 손을 붙잡았다.
“내가 할게, 제발……. 제발 그만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내가 한다고, 레네트!”
“하지만……!”
그 순간 킬리언이 무얼 발견한 것인지 나를 단박에 끌어당겼다.
불시에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게 된 내가 당황해 바동거렸지만 킬리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레네트.”
“……네?”
“떨어지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그대로 안아 일으킨 킬리언이 내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 쥔 채 다른 손으로 검에 힘을 실었다.
내가 볼 수 있는 건 내려앉은 석대와 동상들뿐이었다.
킬리언이 보고 있는 쪽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똑똑히 보거라 이 애송이 황태자야…… 네가 감히 누구에게 대항하려 했는지…….”
“!”
맥클런의 목소리였다.
소름이 쭈뼛 돋는 기괴한 웃음소리에 놀라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가운데, 한쪽 다리가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영생을 약속받은 존재다…….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나는 살아남을 수밖에 없단 말이다!”
콰르릉!
무시무시한 포효와 함께 무언가 꾸역꾸역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내놔! 이제 나의 것을 어서……으아아악!”
킬리언이 나를 안은 채 움직이자 맥클런이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 풀썩 고꾸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러를 맞은 건가? 그럼에도 걷잡을 수 없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볼 수 없어 답답한데, 내 눈은 그보다 아까 본 반짝이는 물건을 찾아 움직여야만 했다.
“저 아이도…… 신탁도 모두 나의 것이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맥클런이 소리쳤다.
머리 위 허공에서 킬리언의 오러가 채찍처럼 길게 하늘을 가르고 저 멀리 떨어져 나간 마물들의 머리가 풀숲으로 떨어졌다.
마법사들이 쏜 빛이 허공에 떠 있었지만 마물들이 계속해서 달려드는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죽을 것을 각오한 모양이었다.
“괘, 괜찮은 거예요?”
내가 돌 더미 사이에 눈길을 떼지 않은 채 킬리언에게 묻자 그가 그걸 말이라고 묻느냐는 듯 헛웃음을 내뱉는 게 얼핏 들렸다.
“다친 건 그대일 텐데? 내가 아니라.”
그가 반대 방향으로 검을 휘둘러 내 몸이 잠시 휘청거렸다.
내 몸은 그의 한쪽 팔에 안겨, 마치 한 포대 자루처럼 땅에 발조차 닿지 않은 채로 팔랑팔랑 흔들거리고 있었다.
“어?!”
그 순간 헬리오스 동상 아래 무언가 반짝이는 게 보였다.
“차, 찾은 거 같아요!”
내가 말하자 킬리언이 나를 확 내려다봤다.
“저기, 동상에!”
내가 태양을 직접 받치고 있는 남자 동상을 가리키자 킬리언이 달려드는 마물을 해치우며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조금만 더요! 이제 내려놔 주면 안 돼요?”
“싫어.”
그는 내가 가리킨 지점에 나를 내려놓으면서도 끝까지 허리를 안고 있었다.
어우! 나는 팔을 뻗어 깨진 남자 동상 안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귀퉁이를 잡아당겼다.
“아!”
금색의 가느다란 줄을 잡아당기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딸려 나왔다.
“으아아! 그건 내 거야!”
맥클런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죽을힘을 다해 기어 오는 그가 보였다.
킬리언의 화염이 단숨에 그를 화르륵 감싸자 맥클런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계속해서 바닥을 짚기 위해 땅을 긁어 댔다.
이제 거의 뼈밖에 남아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마물들이 오러에 휩싸인 맥클런을 감싸며 자꾸만 그의 육체를 재생시키려 든다는 것이었다.
킬리언이 시간을 버는 동안 나는 서둘러 줄을 풀고 말린 양피지를 펼쳤다.
“……!”
찢긴 양피지 안에는 아무 글자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왜?
나는 놀란 마음에 빈 문서를 내려다보다 불현듯 드레스 안주머니를 더듬어 파비앙 넬라스의 펜을 꺼냈다.
어쩌면……!
설마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펜을 빈 양피지에 대자 수면 위에 떠오르는 부표처럼 글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언젠가 파비앙 넬라스의 기도문이 완성되던 그날과 같이. 마법사들과 주종 관계를 맺는 그곳에 내 이름이 새겨지던 순간처럼……!
여덟 개의 어둠을 지나 아홉 번의 밤을 맞이할지니.
광명은 사라지고 살이 솟구칠지어다.
뉘우침이 없는 자 멸망을 멸치 못하고, 영광을 뒤로한…….
지금껏 위페르에 알려진 원문이 여기까지였다면…….
남은 여백을 채우며 떠오르는 글자들이 마치 수로를 타고 흐르는 불길처럼 일제히 선명해져 갔다.
덩달아 심장이 달궈지듯 뜨겁게 내달렸다.
‘영광을 뒤로한…… 회개만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진실을 좇아 부서진 심판대에 서게 하라.
거짓으로 말미암은 검은 심연은 암흑에 잠길 것이요,
사자를 영원한 사자로 가두리니.
너희의 해방은 오로지 신의 뜻으로 이뤄지리라.’
“으아아아!”
맥클런의 괴성이 들렸다.
“!”
퍼뜩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다가온 맥클런이 부서진 석대를 짓밟고 서서 킬리언의 검을 움켜쥔 채 격렬한 분노를 분출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수의 마물들이 죽어 가면서도 시체를 타고 올라와 킬리언의 목을 할퀴고 움켜쥐었다.
이제 막 킬리언의 어깨 너머로 징그러운 팔이 나를 잡으러 허공을 헤집었다.
“왜……. 왜……!”
원문을 찾았는데 맥클런은 왜 사라지지 않는 건데?!
나를 돌아보는 킬리언의 눈동자가 삽시간에 마물들의 손길에 뒤덮였다.
“안 돼……!”
“으아아아악!”
마물에 뒤덮인 킬리언의 오러가 더욱 강하게 솟구치자 맥클런이 타들어 가며 고통스럽게 포효했다.
“아니야……, 아니야, 제발!”
킬리언의 팔이 나를 놓아주려 하자 나는 재빨리 그의 팔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엉금엉금 기어가 그의 몸을 끌어안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내게 아귀를 벌리는 마물들의 진액이 살갗에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죽은 자를 영원한 죽은 자로 가두신다면서요! 흐윽…….”
나는 사력을 다해 킬리언의 몸을 더욱 꽉 끌어안은 채 신탁을 움켜쥐었다.
“……우리를 해방시켜 주세요.”
“끼아아아아악!”
내 피부에 파고드는 마물들의 날카로운 파편이 느껴졌다.
“전부, 당신의 뜻대로…… 할게요.”
말을 마치기 무섭게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