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ult lead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61
제161화 – 파기나레코르에게 간단하게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했다.
시간이 돌아간 여파로, 샤를의 심상 세계는 텅 비어 있었다. 재빨리 달리기 시작해서 동쪽의 궁전과 서쪽의 궁전을 돌면서 미친 듯이 물건을 털어온 샤를은, 기어코 남쪽까지 가서 드래곤의 알까지 꺼내서 심상 세계에 집어넣었다.
-죽여!
-좋았어!
파기나레코르가 무존자의 창을 발사해서 시문두하를 곤죽으로 만들었을 것이 뻔했다.
그러나 죽었다는 메시지도, 돌아간다는 메시지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돌아와!
-응!
정면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적이었다. 알을 꺼내자마자 거대한 골드 드래곤이 허공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놈을 상대하기보다, 어차피 목적을 달성했으니 튀면 된다.
한 손으로 도약의 아스트롤라베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운명의 셉터를 그곳에 얹었다.
처음 사용해보는 유물이었지만 정신을 집중하니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좌표를 계산하고, 운명의 셉터로 치환이 진행 중인 미래를 떠올렸다.
‘현대의 체르노이 시로.’
-나왔어!
-좋아.
분노한 골드드래곤이 날뛰기 전에, 도약의 아스트롤라베가 작동하고 운명의 셉터로 지정된 미래로 날아갔다.
눈을 뜨니, 총독부 건물의 복도 안이었다.
‘성공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시문두하의 방심을 이용해서, 너무도 쉽게 일을 처리한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딱딱 떨어지는 일이라니.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샤를은 운명의 셉터를 들어서 정신을 집중했다. 첫 번째로 치환되었던 아마조네스들이 가득한 원시림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그리고 두 번째……. 오스굿이 있던 치치노아사쿱탈 사원도 원래대로 되돌린다.
샤를은 영성이 쭉 빨려 나가고, 성배 조각품의 영성조차 미친 듯이 빨아먹는 이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의 영성은 마도사들 중에서는 수준급이었음에도, 이 유물의 영성 요구량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두 번째 공간치환도 끝낸 뒤, 지금 ‘공간치환’중인 상태의 공간들도 모조리 원상복귀 시켜버렸다.
다행히 공간치환 도중으로 취급되는지 빠져나가는 영성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 땀을 닦았다. 이 미친 일도 끝내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헤르메스의 계략이고 뭐고 소용없을 거다.’
애초에 시문두하 자체를 부활시키지 않고 죽인 뒤, 공간을 뒤바꾸어버렸으니까.
샤를은 등불 주문을 사용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라 비틀거리면서 겨우겨우 남들의 눈을 피해 나왔다.
도로에,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거대 괴물 때문에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문을 닫고 자신의 집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군부대가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아마도 총독부에서는 난리가 났을 지도.
뭐, 그건 이제 그들이 처리해야 할 일이었다.
비틀거리면서 머물던 호텔에 도착한 샤를은 깜짝 놀란 플로나를 만날 수 있었다.
“샤를님!? 괜찮으세요?”
“그래. 걱정마. 다치진 않았어.”
다만 정신적인 피로감이 너무 극심했다. 다가온 플로나가 샤를을 부축해서 안으로 데려갔다.
“드레이크랑 라이스는?”
“다들 호텔에 계세요. 석판의 예언에 의하면 체합타클 박물관도 과거로 바뀌게 될 수 있다면서……. 번역할만한 것들을 챙겨서 나오셨어요.”
“잘했네.”
샤를은 자신의 침실로 가서 눈을 감았다. 지독한 수마가 곧 닥쳐오기 시작했다.
*
보통 어떤 사람에 대해서 말할 때, 그 사람의 존재감을 격(格)이라고 표현한다. 이게 신적인 등급까지 높아지면 신격이라고 표현한다.
시문두하는 신격으로 올라갈 정도로 위대한 존재였으나, 너무 자만심이 깊어진 나머지 무방비하게 있다가 죽었다.
이렇게 허탈한 방식으로 해결된 경우는 운이 좋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샤를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쭉 되짚어보면서 잠깐 정비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라이스와 드레이크는 메트로폴 열차를 타고난 이후에 헤어졌다.
그들은 번역본을 가지고 재차 번역하기로 했지만, 특별히 위험하진 않을 거다. 남대륙에선 몰라도 여기선 아미티지 교수가 옆에 있을 테니.
신문을 펴도, 남대륙 식민지령에 관한 이야기는 짤막하게 언급되었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남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식민지인들의 구릿빛 피부는 그 무관심을 특출나게 증폭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혐오하고, 생김새가 다르다고 혐오하고, 장애가 생겼다고 혐오한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전근대 인간에게 도덕의 기준은 극도로 희미하거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미친 일들이 일어나서 군부대까지 출동했는데도 신문에서 이 사건은 진짜 딱 한 줄로 표현되었다.
「고아 식민지령에서 이상 사태가 발생해 군부대가 출동, 반나절 만에 사건이 종료되었다.」
샤를은 신문을 내려놓고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멈추고 운명의 셉터를 꺼내 들었다.
은으로 빛나는 모양의 짧은 지팡이. 짚고 다닐 수 있을 만큼 길지만 허리 정도밖에 안 온다. 셉터의 끝에는 똬리를 문 뱀이 장식되어 있고 그 옆으로 날개 두 장이 활짝 펼쳐져 있다.
이게 바로 시문두하에게서 빼앗아온 물건이다. 이 물건은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운명의 셉터 첫 번째 능력.
셉터를 뻗어서 물잔을 향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셉터의 힘을 집중하자 물잔에 있는 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래의 물잔과 현재의 물잔을 치환했어.’
질량보존의 법칙? 그런 걸 무시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이 물잔을 가만히 내버려 뒀을 경우의 미래를 현재로 가져온 것이다.
‘생물에게도 사용이 되긴 하지만.’
시험삼아 쥐에게 운명의 셉터를 내밀어 봤다.
과거나 미래로 치환할 때, 생물에게 사용할 경우 막대한 영성을 소모한다. 1분 뒤의 미래로 보낼 경우, 샤를이 가진 모든 영성을 소모하게 된다.
상대방을 순식간에 늙어 죽이거나 미래로 날려 보내서 없애버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잠깐 시공간을 바꿀 수 있을 뿐.
‘시문두하는 갖고 있는 영성이 엄청나기 때문에 그런 미친 짓을 할 수 있었던 거야.’
신격의 존재가 작정하고 모은 영성을 이용해서 공간을 미래로 보내서 성공한 것.
너무 긴 시간을 미래로 보내면, 현실과 치환되면서 엄청난 여파가 번진다. 지진이 일어났던 건, 공간이 치환되면서 벌어진 일일 터.
‘이걸 어디다 써먹지?’
시간을 사용한 입체적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한데,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다.
‘어라, 미래의 적을 과거로 보냈는데 문제가 생겨서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지?’
그럼 샤를이 현재에 살아있는 것은 타임패러독스가 된다. 머리가 좀 아프니, 나중에 시간을 들여서 시험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두 번째 능력. 체크포인트 지정. 이건 엄청난 사기 능력이다. 사실상 무적으로 만들어주는 능력으로, 원하는 지점에서 루프할 수 있다. 운명의 셉터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터다. 이 능력을 쓰면 누구든 대충 무적이 된다.
‘반대로 이걸 들고도 나한테 털린 시문두하가 ㅂㅅ이었던 걸까.’
만약 샤를이 싸워야 하는 상대가 그 자신과 같은 도플갱어 같은 거라던가, 아니면 헤르메스의 화신인 트리메스 교수였다면 진짜로 농담 안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을 거다.
다만 부작용이 있다.
“역시 영성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운명의 셉터의 부작용, 영성의 유출이 대체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영성의 최대치를 감소시키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영혼의 격을 높여서 영성을 키우기 때문에, 이 부작용은 치명적일 것이었다.
하지만 샤를은 석판을 얻을 때마다 숨풍숨풍 늘어나는 영성의 최대치를 생각했을 때, 아직 그렇게까지 큰 위험은 아니었다.
줄어드는 속도가 미미해서, 샤를이 성장하는 속도와 엇비슷한 느낌이다.
“근데 대체 이 ???는 뭘까?”
지배의 권능으로 파악한 것들은 상태창과 연동되면서 늘 정확한 정보를 알려왔다. 대부분의 유물들이 말이지. 그러나 처음으로 알 수 없다는 표시가 적힌 것을 마주하자 고민에 빠졌다.
가정해보면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다. 무언가 이 능력에 대한 해금에 대한 조건이 있던가, 아니면 능력이 확정된 게 아니라 앞으로 정해야 되기 때문이라던가.
아무튼, 운명의 셉터는 이 정도면 충분히 살펴본 것 같다.
그다음, 소득이 또 있다. 시문두하의 궁전을 탈탈 털어온 서적들과 보물들, 그리고 드래곤의 알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샤를이 신대문자 번역본을 완전히 외운 것이다. 그동안은 너무도 바빠서 전혀 시도도 해보지 않은 것을 이번에 해볼 생각이었다.
눈을 감고 심상 세계 속으로 들어간 샤를은, 석판 조각의 앞에 섰다.
‘여긴가.’
거대한 오벨리스크 아래에 석판 조각이 있었다. 이제 모은 조각은 5개
첫 번째로 원래부터 갖고 있던 것.
두 번째는 에이브라함, 세 번째는 크래프트, 네 번째는 마쉬, 다섯 번째로 오스굿의 석판을 손에 넣었다.
신대문자를 해석하려고 하니, 중앙에 석판이 비어 있었다. 석판 조각은 서로 알아서 달라붙는데, 중앙의 부분에만 비어 있다.
‘씁. 다른 사람의 석판이군. 이러면 해석하기 곤란한데.’
신대문자 특성상 다의어나 동음이의어가 많으므로, 제대로 된 석판의 전문을 해석하지 않으면 이상한 방식으로 해석될 확률이 높으니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알려진 남은 석판 조각은 사이먼의 것이었으나 지금은 헤르메스의 손에 들어가 있는 석판 조각, 그리고 문글로즈가 가지고 있는 것 하나.
‘석판 조각을 모으는 속도에 비교해서 그것을 소화해내는 속도가 느려.’
이제 4번째 석판 조각에 입문하는 수준.
크래프트의 것을 이제 다 소화한 참이었는데 지금 마쉬와 오스굿의 석판을 손에 넣었다. 오스굿이 가지고 있던 도약의 아스트롤라베가 있으면 문글로즈에게 가는 것은 금방.
그러면 6개의 석판 조각을 갖게 되다. 하지만 샤를은 그래도 문글로즈에게 가는 의식을 치러야 한다고 판단했다.
문글로즈의 환영이 남겼던 메시지를 통해서 의식을 치를 방법을 들었다.
그리고 그간 경매장을 들락날락하면서 모든 재료를 모은 상황, 도약의 아스트롤라베가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문글로즈의 석판을 회수하러 갔을 것이다.
샤를은 이 의식만큼은 자신의 비밀 서재에서 치러야할 것 같아서, 여전히 두문불출한 상태는 유지하기로 했다.
그간 찾아온 사람이 꽤 있었다고 들었지만, 대부분 돌려보냈다. 이 문글로즈의 의식까지 치른 뒤에 나머지 일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잭의콩. 암흑 쏘가리의 아가미에서 자라는 미나리, 암흑탱자나무 묘목, 은월잎 차. 뿔 달린 말의 두개골로 영혼의 그릇을 완성한다.
그 위에 대량의 꿈조각을 올린다. 이건 어디서 공조해올 필요 없이 샤를이 시문두하랑 맞짱 뜨면서 올랐던 계몽 수치를 중화제로 처리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제 도약의 아스트롤라베를 준비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스크롤을 꺼내서 축문을 읽는다.
“존재하지 않는 달빛으로 은월잎 차를 우려내었으니 처음 보는 세상이 열리게 되리라. 끝없이 자라는 나무의 씨앗과 그것을 보해주는 나물을 얹고 탱자나무를 기르니 끝없이 자라나 처음 보는 세상과 연결하게 되리라.”
도약의 아스트롤라베를 들어서 공간좌표를 지정하자 의식이 완성되면서 차원문이 열렸다.
이 얇은 차원문은 사람 키 정도로 큰 편이었는데 의식에 쓰이던 탱자나무가 길게 증식하더니 차원문과 현실을 고정했다.
그 안으로 일렁이는 공간을 향해 샤를이 발을 내디뎠다.
일렁거리는 구름 같은 공간에 도착했다. 이계 같긴 한데,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어서 이곳이 이계의 얕은 곳인지 깊은 곳인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에 구름 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문글로즈가 있었다.
“이거이거, 낚이라는 하늘치는 안낚이고 사람이 낚여부렸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