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55)
황혼
* * *
무르하탈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설마 로브를 뒤집어쓰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여자로 오해받다니!
물론 언데드에게 성별은 의미가 없다.
다 같은 시체일 뿐. 생식이 불가능한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무르하탈의 정신은 여전히 인간 남자의 그것이다.
무르하탈은 깊은 굴욕을 느꼈다.
그리고 그 굴욕에 대한 적의는 습격자들에게 향했다.
“이 노옴드을!! 감히 이 무르하탈에게!”
무르하탈이 달려드는 습격자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앙상한 뼈다귀 손이 시퍼렇게 빛났다.
뒤늦게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습격자들이 급하게 멈춰서려 했다. 하지만 늦었다.
무르하탈의 저주가 습격자들에게 적중했다.
“커어억.”
“그윽.”
습격자의 피부가 순식간에 푸석푸석해지고,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피부가 녹아내려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그제야 습격자는 어떻게든 도망치려 했지만, 도저히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부패의 저주.
수준 높은 흑마법에 습격자들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죽어! 죽어! 하하하! 감히 나에게 굴욕을 선사한 대가다!”
무르하탈은 리치답게 사악한 광소를 터트렸다.
“클클클! 아무도 나를 멈출 수 없다!!”
“멈춰라.”
“넵.”
데일이 오자 무르하탈은 얼른 공손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저주를 거두었다.
정보를 얻으려면 죽여서는 안 된다.
데일은 바닥에 널브러진 습격자들에게 다가갔다.
그 외향을 살폈다.
‘악마 숭배자인가? 꽤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 상당히 강한 악마를 섬기는 것 같은데. 근데, 그런 것치고는 거의 인간 모습 그대로고.’
숭배자든 하수인이든, 악마에게 더 강한 힘을 받을수록 그 모습은 흉하게 뒤틀린다.
하지만 지금 사로잡은 자들은 요사하게 빛나는 눈만 제외하면, 여느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데일이 다가서자 습격자가 외쳤다.
“네놈! 네놈들은 대체 뭐냐!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나! 우리의 동지들이 네놈을 찢어죽일 것이다!”
“어째 너희들은 하는 말이 죄다 비슷한지 모르겠군. 같이 대본이라도 읽고 연습이라도 하나?”
“뭐?”
무르하탈이 끼어들며 성을 냈다.
“이노오옴! 감히 주인님께 건방지게 굴다니! 조금이라도 편하게 죽고 싶다면, 지금 이 근방에 누가 있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부 불어라!”
“크하! 멍청한 뼈다귀 놈아! 그런 한심한 협박에 내가 입을 열 것 같나! 편한 죽음이라고? 마음껏 고문해라! 나는 오히려 고통을 즐긴다!”
“이 녀석이!”
데일은 무르하탈을 저지했다.
“그만.”
“하지만…….”
“어차피 순순히 털어놓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어.”
악마 숭배자나 하수인들은 독하기 그지없는 놈들이다.
고문 같은 건 의미 없다.
대신, 데일은 다른 수를 쓰기로 했다.
“내 눈을 봐라.”
“뭐? 크으으윽.”
데일은 습격자의 머리를 덥석 붙잡았다.
마력이 뿜어져 나와 습격자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습격자는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잇따른 성장으로 정신력이 몹시 강해진 데일이다.
그리고 영혼지배는 서로 간에 정신력 차이가 클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머지않아 습격자의 동공이 탁 풀렸다.
녀석의 입에서 침이 뚝뚝 흘러내렸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질문에 알고 있는 걸 전부 털어놓으면 된다. 알겠나?”
“알겠…… 습니다.”
데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우선. 이 근처에 사람이 모여 사는 장소가 있나?”
“예…… 저희가 관리하는…… 마을이 있습니다.”
“너희가 관리한다고?”
악마 숭배자들이 마을을 관리한다는 말은 또 처음이었다.
보통은 강제로 악마를 따르게 시키거나, 반항하면 제물로 사용해버리는데 말이다.
그런 데일의 의문에 추종자가 답했다.
“저희는 인간의 편입니다…… 어찌 같은 인간을 제물로…… 바치겠습니까.”
“음. 살면서 들어본 가장 해괴한 말이군.”
인간의 편이라고?
악마 숭배자가?
영혼 지배가 먹힌 상태니 거짓말은 아니다.
습격자는 진심이었다.
“그러고 보니 질문하는 걸 잊고 있었는데, 너. 어떤 악마를 섬기는 거냐.”
“저는…… 악마를 섬기지 않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황혼의 추종자. 제가 섬기는 건 오직 하나. ‘황혼’님뿐입니다.”
데일은 미간을 좁혔다.
황혼.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그가 게임을 할 적에도 황혼이라는 별명을 가진 적은 없었다.
항상 인류의 적은 악마들이었다.
“황혼이 뭔데. 새로운 악마냐?”
“그분은…… 가장 위대한 인간입니다. 이제 더는 신을 섬겨야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악마를 섬겨야 하는 시대는 더더욱 아니지요…… 사람 위에 설 수 있는 건…… 오직 사람뿐입니다.”
“더 자세히 말해라.”
“그분을 섬겨야 합니다. 가장 위대한 인간을!”
그 후. 추종자는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그분을 섬겨야 한다’는 말만을 내뱉었다.
영혼 지배를 너무 강하게 사용해, 머리가 엉망이 되어버린 듯했다.
무르하탈이 중얼거렸다.
“신을 저버리다니. 그렇다고 악마를 섬기는 것도 아니고 인간을 섬긴다? 정말 이상한 놈들이군요. 저 하늘의 위대한 존재들에게 거슬러봤자, 좋을 게 어디 있단 말입니까.”
“…….”
“주인님께서도 들어보셨겠죠. 신에게 대항했다 멸망해버린 어리석은 드워프 왕국에 대한 이야기를요.”
“알다마다. 이 마검이 그들이 만든 물건이니까.”
“엑.”
화들짝 놀란 무르하탈이 새삼 데일의 마검을 살폈다.
대단한 물건이라는 건 알았지만, 설마 전설 속의 무기였을 줄이야.
‘잠깐. 근데 드워프 왕이 만들어낸 검은, 오직 불신자만이 다룰 수 있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눈앞의 흑기사는 여신의 기사가 아닌가?
역시 소문이 잘못된 걸까?
무르하탈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데일은 고장 나버린 황혼 추종자의 숨통을 끊은 뒤.
녀석의 목에 건틀릿을 박아넣었다.
생기, 잔혼과 함께 기억도 흘러들어왔다.
여느 다른 추종자와 같이 대부분 혼란스럽고 끔찍한 기억들이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정보도 들어 있었다.
가령. 추종자들이 관리한다던 마을의 위치라거나.
‘여기서 멀지 않군.’
데일은 자리에 일어나 다시 걸음을 옮겼다.
무르하탈이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이놈들이 관리하는 마을로 간다. 여기서 북쪽으로 좀 더 가면 있더군.”
“오오. 기억을 읽으신 겁니까. 대단하십니다. 근데…….”
무르하탈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쪽은 북쪽이 아닙니다만.”
* * *
“한눈팔지 말고 일해라!”
“채찍질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빨리빨리 움직여!”
찰싹!
험상궂게 생긴 황혼의 추종자가 채찍을 바닥에 내리쳤다.
사람의 피와 살점이 달라붙어 흉흉한 기운을 흩뿌리는 채찍이다.
더욱 두려운 건, 저 피와 살점이 묻은 지 얼마 안 된 녀석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부르르 떨며.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남자들은 채석장에서 일했다.
노인이고 어린아이고 가리지 않고 바위를 옮겨야 했다.
위험하고 고된 일이었다.
언덕에서 미끄러진 바위가 번번이 사람들을 깔아뭉갰고, 무거운 바위를 들다 다치는 경우도 많았다.
몇몇은 탈진해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추종자가 다가와 채찍을 휘둘렀다.
“게으름 부리지 마라 하찮은 녀석! 아니. 너 같은 버러지는 필요 없다. 그냥 죽어라!”
“아악! 살려주십쇼! 잘못했습니다! 제발……!”
추종자는 잔인하게 채찍을 휘둘러, 가엾은 사내를 피떡으로 만들었다.
사내는 숨이 끊어질 때까지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사내를 잔인하게 죽인 추종자는 히죽 웃었다.
그리고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주위 주민들에게 말했다.
“뭘 멀뚱히 보고 있는 거지? 너희도 같은 꼴이 되고 싶은가? 어서 일해 버러지들아!!”
사내들은 다시 이를 악물고 바위를 옮겼다.
다른 한편. 여자들은 농사일과 길쌈을 비롯한 일을 해야 했다.
남자들보다 나은 건 없었다.
추종자는 식량을 넉넉히 주지 않았고, 여자라고 채찍을 더 부드럽게 휘두르지도 않았다.
이따금 음심에 물든 추종자에게 어딘가로 끌려가는 건 덤이었다.
원래도 고된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레네와 함께 질서와 평화가 무너진 지금.
삶은 지옥이 되었다.
그런 고단한 일과지만, 가뭄의 단비처럼 쉬는 시간도 주어졌다.
“모여라!”
“전부 일을 멈추고 모여라!”
매일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기 직전인 그 황혼의 시간.
추종자들은 사람들을 제단 앞에 모았다.
채석장에서 옮긴 돌을 깎아 만든 거대한 석상이 있었다.
석상의 인물은 기묘한 생김새를 가졌다.
여자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남자처럼 억세며.
마법사처럼 현명해보이기도 하지만, 전사처럼 강인해보이며, 사제처럼 인자해 보이기도 한다.
무어라 딱 잘라 표현할 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석상을 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이 인물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설령 이 자를 사랑하든, 증오하든 말이다.
추종자가 외쳤다.
“우리 인류를 해방시켜준 위대한 분께 예를 취해라!”
그러자 사람들은 석상을 향해 모두 엎드려 절했다.
때마침 지평선 너머로 해가 넘어가, 석상 앞으로 긴 그림자가 생겨났다.
빛을 등진 탓에 석상의 얼굴은 어둠에 잠겨 있지만, 그 뒤는 마치 주황색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늘 황혼께 감사하라! 우리가 온전히 인간으로서 당당히 두 다리로 설 수 있게 된 건 모두 이분 덕분이다! 항상 감사하고, 경배하라!”
“경배하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앞다퉈 감사를 표했다.
정말로 감사를 느껴 그리 행동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추종자의 서슬 퍼런 눈빛 때문에 강제로 행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요란한 경배가 끝나면. 추종자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내주었다.
“왕께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습관적으로 외쳐댄 사람들은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며 허기진 속을 채웠다.
아침과 점심은 빈약하지만, 저녁 식사는 제법 제대로 된 편이었다.
적은 양이지만 고기가 둥둥 떠다니는 수프를 먹을 수 있으니.
그 감미로운 국물이 뱃속으로 들어가 위장을 따뜻하게 뎁히는 걸 느끼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그 황혼이라는 이가 내려준 은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나날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정말로 황혼을 섬기게 될 것이었다.
그게 추종자들이 노리는 것이었고.
“자! 해가 졌다!”
“모두 돌아가 잠에 들도록!”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져 숙소로 향했다.
수십 명이 다닥다닥 붙어 누워 자야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시설이 열악해도 사람들은 금세 곯아떨어졌다.
푹 자고,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해야 내일을 버틸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눈치를 살피더니 조용히 모여들었다.
학식 있어 보이는 사내가 숨겨둔 양초를 꺼내 불을 켰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반드시 아침은 찾아오는 법입니다. 신께서는 여전히 저희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빛의 신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사내는 신도들을 타일렀다.
“형제님들. 용기를 가지십시오. 오늘이야말로 저 간악한 무리에게서 벗어나, 신앙을 되찾을 때입니다.”
신도들은 굳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도록 준비해온 탈출이다.
다들 일사불란하게 짐과 무기를 챙겼다.
짐이라 해봤자 다 헤진 의류 몇 벌만이 있었고, 무기라 해봤자 나무를 깎아 만든 조잡한 단창이다.
하지만 추종자들의 감시를 피해 이렇게 준비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거였다.
사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성공할 수 있을까.’
추종자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 탈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탈출에 시도했다 실패한 이에게는 모진 고문만이 기다렸다.
저번 탈출 실패자들은 말뚝에 묶여 일주일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고문을 받았다.
온 마을이 떠나가라 울려 퍼지던 비명은 지금도 귓가에 생생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해.’
의지를 굳힌 사내는 마지막으로 기도했다.
“하늘에서 지상을 밝혀주는 분이시여. 부디 우리에게 어둠을 헤쳐나갈 한 줄기 빛을 내려주소서…… 갑시다.”
사내가 사람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
다른 숙소에서는 여자들이 몰려나왔다.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두 무리는 이내 하나로 합쳐져, 은밀히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이 시간이 놈들의 감시가 가장 덜해.’
일행은 두터운 목책 아래로 다가가 바닥에 깔린 목판을 치웠다.
그 아래에 사람 한 명이 드나들 개구멍이 드러났다.
작업 도중 틈틈이 파놓은 구멍이었다.
“자. 몸이 작은 분들부터 차례로 들어가세요.”
작은 구멍이었지만 사람들은 무리 없이 지나갔다.
굶주림과 가혹한 노동에 다들 몸이 앙상한 덕이었다.
무사히 목책 밖을 빠져나온 일행은 그대로 숲으로 향했다.
‘흔적을 지우고 추격을 피하려면, 중간에 강을 한번 지나쳐야 해.’
일행은 재빨리 움직여 숲으로 향했다.
밤의 숲은 위험하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든 이곳보다는 안전할 터.
사람들은 숲으로 들어가고 한참을 걷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사, 살았다. 드디어 그 지옥에서 벗어난 거야.”
“흑. 흐흑.”
“사제님도 기쁘시죠?”
사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예에…… 다만. 너무 순조로워서 도리어 더 불안하군요.”
“하하. 무슨 말입니까 사제님. 다 신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지요.”
사람들이 안도하던 그때였다.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신 타령을 하는 버러지들이 남아 있었군.”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일행은 고개를 들었다.
나무 위에서 무언가가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
“그래. 산책은 즐거웠나?”
추종자들이 일행을 에워쌌다.
사내가 당황해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그러자 일행 중 하나가 눈치를 보다 추종자 편으로 이동했다.
“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잘했다. 돌아가면 포상을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이놈! 우리를 배신한 거냐?”
성난 목소리에 배신자가 움찔했다. 그 얼굴에 미약한 죄책감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표정을 되돌리더니, 도리어 성을 냈다.
“그, 그 잘난 신이 정말 우리를 위했으면! 애초에 이런 일도 없었겠지! 난 이제 황혼 님을 따를 거야.”
“너…….”
추종자가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그 말대로다. 두 여신은 너희를 버렸다. 설령 버리지 않았다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놈들을 섬길 필요가 어딨단 말이냐.”
“저, 적어도 너희가 섬기는 그 황혼인지 뭔지 하는 괴물보다는 낫다! 놈은 악마를 부하로 부린다고 들었다! 악마 따위를 숭배하지 마라 이 더러운 것들아!”
사내가 외치자, 추종자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적당히 봐주려고 했는데. 기어코 선을 넘는군.”
추종자가 채찍을 꺼냈다.
피로 물든 채찍이 달빛을 받아 새빨갛게 번들거렸다.
“어디 네놈의 신에게 간절히 기도해봐라. 살려달라고 말이야. 흐흐. 흐…… 어디서 이상한 냄새 안 나?”
추종자가 옆에 있던 부하에게 물었다.
“냄새 말입니까?”
“시체 썩은 냄새 같은 게 나는데.”
“글쎄 저는 잘…… 어. 진짜네.”
고약한 악취에 이곳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나무가 울창해 유독 어둠에 휩싸인 한 부분.
그저 어둡기만 한 그곳에 돌연. 푸른 안광이 하나둘 나타났다.
안광은 이내 수백 쌍이 되었고, 점점 이쪽과 가까워졌다.
미약한 달빛에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수백의 언데드 군세.
그 선두에 서 있던 무르하탈이 어둠에 잠겨 있는 데일에게 공손히 물었다.
“주인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안 봐도 뻔한 상황이군.”
데일은 짧게 답했다.
“쓸어버려.”
“알겠습니다. 자, 시체들아.”
리치 무르하탈이 앙상한 손아귀를 내밀며 외쳤다.
“밥 먹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