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9)
하수인
* * *
“시발 괴물이다!”
깜짝 놀란 하켄이 본능적으로 방패를 내리치려 했다.
데일은 손을 뻗어 방패를 붙잡은 뒤, 드워프에게 물었다.
“분명 심장이 멈췄었는데?”
눈꺼풀을 움직일 힘도 없는지, 눈을 감은 드워프가 힘겹게 말했다.
“살아남으려다 보니 이것저것 잡다한 기술을 배웠소. 심장을 잠시지만 아주 느리게 뛰는 법 같은 것 말이오. 당신들은 누구시오. 내가 드디어 미쳐서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아니면 그 악마 하수인 놈이 또 현혹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오?”
“가란드가 보냈다.”
데일의 대답에 드워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그건……. 전혀 예상치 못했군. 너무 형편 좋은 상황이니, 오히려 현혹 마법은 아닌 것 같소.”
드워프는 갖은 고문에 시달렸지만, 그 정신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다.
목소리에서는 오히려 여유마저 느껴졌다.
데일은 이 드워프에게 흥미가 일었다.
“이름을 말해라.”
“발튼. 브릭스의 아들 발튼이오.”
“그래 발튼. 몸은 좀 어떤가?”
“음. 솔직히 말해 죽을 맛이오. 호들갑이 아니라, 피를 좀만 더 흘리면 죽을 것 같소.”
데일은 에스델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것만으로도 뜻을 알아차린 에스델이 성수를 발튼에게 뿌렸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를 읊었다.
하얀 빛무리가 드워프의 몸을 감쌌다.
상처가 빠르게 아물어갔다.
“거, 위험한 싸움을 앞두고 성수랑 기적을 낭비해도 되나 모르겠네요.”
하켄이 꿍얼거렸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몸이 어느 정도 치유되자, 발튼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발튼이 힘겹게 고개만 데일쪽으로 돌렸다. 그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발튼이 물었다.
“다른 용병들은 어찌 되었는지 아시오?”
“다 죽었다. 네 동료들이었나?”
발튼은 바로 부정했다.
“하! 그럴 리가! 이번에 급조된 파티였소. 순 머저리 뿐이였지. 글쎄, 악마 하수인 놈이 고문을 준비하며 회유하려 하자, 칼이 살가죽에 닿기도 전에 홀랑 넘어가 버리더군. 그 네 놈 다. 덕분에 나는 집중 고문을 당해야 했소. 염병할 것들.”
데일은 순수한 호기심을 담아 물었다.
“용케 너는 넘어가지 않았군. 견디기 어려웠을 텐데.”
“우리 드워프의 정신력을 얕보지 마시오. 이 정도로는 끄떡도 없소. 게다가 악마에게 넘어갔다가는 죽어서 내 선조들이 골통을 깨려 할 텐데, 어찌 넘어갈 수 있겠소.”
드워프 종족의 특징은 자부심과 고집.
발튼의 말에서는 그 두 가지가 모두 느껴졌다.
회유에 당하지 않는 고집, 드워프라는 자부심.
어느새 응급처치가 끝났다.
흉터는 남겠지만, 목숨이 위험할 일은 없을 거다.
이제 악마 하수인 놈을 상대하러 가야 한다.
떠나기 전에 데일이 물었다.
“발튼. 악마 하수인이 어떤 마법을 쓰는지 아나?”
“글쎄. 악마 특유의 요사하고 뜨거운 불꽃을 다루는 것 말고는 모르겠소. 우리를 한번 회유한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아서……. 잠깐. 설마 지금 그 자식을 죽이러 가는 것이오?”
“그래야겠지.”
“목숨을 소중히 여기시오! 세 명이 어떻게 해볼 만한 놈이 아니……. 엇.”
놀란 발튼은 힘겹게 두 눈을 떴다. 그제야 자신을 도와준 은인의 정체를 눈에 담았다.
잠깐 굳어있던 발튼이 중얼거렸다.
“어쩐지 몸이 으스스 떨리더라니. 설마 흑기사가 나를 도와줄 줄은 꿈에도 몰랐소.”
“도와서 손해될 건 없으니까.”
“그렇긴 한데, 젠장. 역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조사를 떠나다 악마의 하수인을 만나 사로잡히고, 죽은 줄 알았는데 구출대가 오고, 그 구출대를 이끄는 게 흑기사고.
상상치도 못한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니, 머리가 지끈지끈해졌다.
“어쨌건, 내가 말린다고 여기서 도망칠 것 같지는 않군.”
“그랬을 거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다.”
한숨을 푹 내쉰 발튼이 말했다.
“이 근처에 내 배낭이 있지 않소?”
하켄이 땅에 널브러진 녹색 배낭 하나를 주워들었다. 배낭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이걸 말하는 거 같은데요?”
“그거 맞소. 다행히 하수인 놈이 신경도 안 썼군. 앞주머니에 주먹만 한 상자가 있을 거요.”
하켄은 시키는 대로 배낭을 뒤졌다. 앞주머니에는 발튼의 말대로 주먹만 한 상자가 있었는데, 그 크기에 비해 상당히 묵직했다.
하켄은 상자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앞쪽에 손가락만 한 구멍이 있고, 위쪽에는 버튼이 하나 있었는데, 당최 무슨 용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켄이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뭐야.”
“내 걸작품이오. 위쪽의 버튼을 누르면, 구멍에서 비수가 날아가지. 가까이서 쏘면 철판도 뚫을 위력이니, 부디 놈의 머리통에 그걸로 구멍이나 하나 내주시오.”
하켄은 데일에게 상자를 건네주었다. 상자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데일이 말했다.
“네 말대로의 위력이라면 상당히 비쌀 것 같은데.”
“비싸고 자시고. 당신들이 죽으면 나도 꼼짝없이 죽은 목숨 아니오. 잘 써주시오.”
당장 가진 물건을 아껴봤자 죽으면 무슨 소용인가.
데일은 발튼의 그런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건 하켄 네가 사용해라.”
“아. 그러죠 뭐.”
“한발 밖에 못 쓰니 잘 생각하고 사용하시오.”
“가자.”
데일이 등을 돌리자 하켄도 그 뒤를 따랐다.
에스델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군. 난 좀 자야겠소.”
발튼은 눈을 감았다.
에스델마저 사라지자 방안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그 적막을 버텨내지 못한 발튼이 일부러 소리 내 중얼거렸다.
“젠장. 눈을 뜨면 다 꿈이었을까 봐 두렵군.”
* * *
셋은 복도를 걸었다.
한없이 이어지던 복도의 저편에 드디어 끝이 보였다.
굳게 닫힌 쇠문.
저 안에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건 자명했다.
하켄과 에스델의 걸음이 점차 느려졌다. 막상 싸움이 가까워져 오니, 다잡았던 의지가 흐트러지는 것이다.
데일은 뒤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둘과 달리, 데일은 어떤 망설임도 없이 쇠문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끼익.
문은 쉽게 밀려났다.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널따란 정사각형 방 한가운데에 있는 정사각형 제단.
그 제단에 꽂힌 시커먼 롱소드 한 자루.
그리고 그 롱소드에 손을 가져다 대며 쉬지 않고 알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리는 여자 마법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마법사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분명히 귀찮게 하지 말라 경고했는데, 못 알아들은 모양이……. 끄헉!”
데일은 주저 없이 달려가 롱소드를 내질렀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마법사의 반응이 늦었다.
롱소드가 마법사의 어깨 깊숙이 박혀 들었다. 하지만 데일은 고개를 갸웃했다.
‘밀려나지 않는다?’
온 힘을 실은 검이니, 당연히 마법사의 가녀린 몸이 날아갈 거라 생각했다.
한데. 마법사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치 무거운 바위가 그곳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법사 역시 어이없는 눈으로 데일을 쳐다보았다.
“세상이 아무리 갈 데까지 갔다지만, 대화도 없이 다짜고짜 검을 찌르는 건 어느 왕국 예절이지?”
“악마의 하수인이 예절도 따지나?”
“…….”
듣고 보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잠시 떨떠름한 침묵이 둘 사이에 감돌았다.
일단 마법사는 데일을 힘껏 밀쳤다.
팔에는 예상보다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데일은 뒤로 물러났다.
마법사가 이쪽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눈이 보석처럼 경화되어 붉은빛을 띠는 것 외에는 평범하게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하지만 양 눈에 자리한 루비처럼 빨간 보석이 한번 반짝였다. 그러자 평범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대신 신비롭고 요사한 분위기를 풍겼다.
마법사가 물었다.
“일단 물어볼게. 내 권속과 노예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한 거지?”
“설마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 건가?”
데일의 대답에 마법사는 미간을 좁혔다.
“그래. 다 죽였다 이거군. 이상한데. 아무리 그것들이 되다만 머저리들이었어도, 그 숫자는 무시할 수 없었을 텐데.”
마법사의 붉은 눈동자가 빛을 내뿜었다.
빛은 데일과 일행의 몸을 느릿하게 훑었다. 벌레가 피부를 기어가는 듯한 소름 끼치는 느낌에 하켄과 에스델이 움츠러들었다.
마법사가 중얼거렸다.
“뒤에 있는 머저리와 빛의 노예를 자청하는 갈보는 하찮은 수준이네. 반면에 너, 어둠을 따르는 반 송장은…….”
마법사의 눈이 흥미로 빛났다.
“세상에. 이런 영혼은 본 적이 없는데. 너. 대체 뭐야. 어떻게 이런 형태로…….”
데일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법사 특유의 ‘나만 아는 이야기 지껄이며 으스대기’ 화법은 몹시 짜증 났다.
데일이 롱소드를 고쳐 들며 말했다.
“알아듣게 설명해라. 너만 아는 얘기 하지 말고.”
“하하! 나에게 이런 행운이 오다니! 저놈을 사로잡아 주인님께 바치고, 이 검까지 드리면 난 그분의 사도가 될 수 있을 거야!”
“아니. 설명을 하라니까.”
마법사가 이쪽을 보며 씨익 웃었다. 사람을 홀리는 요사한 매력이 있는 미소였다.
“간단히 말해, 너를 죽일 거라는 얘기야.”
데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좀 알아듣겠군.”
마법사는 양팔을 활짝 펴며 외쳤다.
“더러운 언데드야! 나는 19위의 악마, 별의 바다를 거슬러 오르는 자, 절멸의 아르구르를 섬기는 사도 하시나다! 네 놈을 죽일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두어라!”
하시나의 눈빛이 빠르게 명멸했다. 동시에 그녀의 신체가 기묘하게 변질되기 시작했다.
피부 위에 비늘이 생겨 마치 바위처럼 딱딱해지고, 다리는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꺾여 마치 문어의 다리처럼 생긴 촉수 여섯 가닥이 되었다.
촉수에 빼곡히 박힌 빨판이 쉼 없이 뻐끔거렸다.
겉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전에 상대했던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하시나는 계속해서 변태를 거듭해, 점점 인간에게서 동떨어진 모습이 되어갔다.
하지만 데일은 상대의 변신을 기다려주는 그런 명예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빠르게 달려든 데일이 그대로 그대로 롱소드를 내리쳤다.
하시나는 촉수를 힘껏 휘둘렀다.
까강!
촉수와 칼날이 부딪혔다. 놀랍게도, 버텨내지 못한 쪽은 롱소드였다.
롱소드의 검신에 쩌적 균열이 생겼다.
‘또 깨졌네.’
데일은 롱소드를 휙 던진 뒤, 워해머를 들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빠르게 기억을 훑었다.
쓸만한 정보들이 제법 남아 있었다.
‘절멸의 아르구르. 하수인의 신체를 뒤틀어 강한 육체를 선사하는 악마. 사용하는 마법은 투박하지만, 더럽게 생명력이 질겼던 것 같은데.’
마법사가 주인으로 선택할 만한 악마는 아니었다.
아르구르는 육체파인데에 반해, 대부분의 마법사는 운동 부족이었으므로.
하시나는 직접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타입인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악마에게 붙어 기회를 노린 것인가.
알 수 없다.
데일은 그저 워해머를 휘둘렀다.
팡!
워해머가 놀랄 만큼 빠르게 휘둘러졌다. 망치의 뾰족한 끝이 하시나의 암석 같은 피부를 강타했다.
비늘 두어 개가 후두두 떨어졌다.
“꺄악!”
생김새에 비해 너무나 인간적인 비명을 내지른 하시나가 촉수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힘과 무게가 모두 실린 일격이다.
게다가 저 벌름거리는 빨판에 닿는다면, 아무리 데일이라도 곤욕을 치를 것 같았다.
빠르게 뒤로 두 발짝 물러난 데일은 거리를 유지하며 틈을 엿보았다.
하시나가 외쳤다.
“뭐하나! 처음의 그 기세는 어디 갔지? 언데드 주제에 겁을 먹은 거냐?”
하시나의 촉수가 바닥을 짚었다. 빨판이 지면의 판석에 달라붙었다.
촉수에 힘을 주자 판석은 너무나 쉽게 들렸다. 하시나는 판석을 마구잡이로 던져댔다.
‘짜증 나는군.’
판석을 요리조리 피하던 데일은 슬슬 짜증을 느꼈다.
다른 무엇보다, 저 땍땍거리는 마법사의 주둥이부터 막고 싶었다.
데일은 빠르게 날아오던 판석을 덥석 붙잡았다.
묵직한 무게에 양손에 전해졌다. 데일은 판석을 멈추려는 대신, 그 힘을 역이용했다.
날아오는 힘을 이용해 몸을 크게 회전시켰다.
데일의 몸이 한 바퀴 돌았다.
판석은 아직 그 힘을 잃지 않았다. 데일은 그곳에 자기 힘도 실었다.
판석이 더욱 맹렬한 속도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다음 투척을 준비하던 하시나가 서둘러 촉수를 움직여 머리를 방어했다.
콰광!
도저히 돌 부서지는 소리로는 들리지 않는 굉음이 울렸다.
박살 난 판석이 사방에 튀었다.
아무리 악마의 하수인이라도 얼얼한지. 하시나가 잠깐 굳어버렸다.
하지만 이내 자기 실책을 깨닫고는 서둘러 시선을 들었다.
이미 데일의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왼손에 들린 손도끼가 하시나의 머리에 파고들었다.
콰득!
단단한 피부 탓에 뇌까지 꿰뚫지는 못했다.
하지만 초록색 피가 튀는 것이, 분명 타격이 있었다.
데일은 하시나가 비명을 지르기 전에 오른팔로 그 목을 휘감았다. 다른 팔로는 하시나의 겨드랑이로부터 손을 집어넣어, 양손을 삼각형으로 교차했다.
단단히 고정 당한 하시나는 당황했다.
생각보다 데일의 힘이 강했다.
게다가 힘을 주는 방향이 절묘하다.
여섯 촉수를 모두 이용해도 곧바로 떼어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데일 역시 무기를 휘두를 수 없다.
목을 힘껏 조이고 있다 하나, 악마의 하수인은 고작 숨을 못 쉰다고 죽는 놈들이 아니다.
하시나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외쳤다.
“켁! 무, 무슨 개수작이야!”
“너무 나만 보는 것 같아서.”
“뭐?”
“하켄!”
그 순간. 어느새 다가온 하켄이 팔을 힘껏 뻗었다.
하시나는 재빨리 그 손을 살폈다.
날카로운 날붙이가 들려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손에 든 건 자그마한 상자였다.
하시나는 하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때문에 반응이 한발 늦었다.
하켄이 상자를 하시나의 관자놀이에 갖다 대었다.
하시나가 외쳤다.
“뭐야!”
“이 머저리님께서 네년에게 선사할 선물이지.”
“뭐?”
하켄은 버튼을 눌렀다.
틱, 티틱. 태엽 돌아가는 소리와 용수철이 팽창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 순간. 퉁! 하는 소리와 함께 하켄이 뒤로 밀려났다.
“어엇.”
손에 전해지는 충격이 생각보다 컸다. 하켄은 서둘러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자기 역할을 다한 상자는 이미 부서져 있었다.
하켄은 다시 고개를 들어 하시나를 살폈다.
그리고 환호를 내질렀다.
“됐다!”
그 단단한 관자놀이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머리 건너편이 보일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었다.
구멍에서는 끈적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하시나는 부릅뜬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너희…….”
“그래그래. 똑똑히 기억해. 데일 경과 하켄. 너를 쓰러트린 이름이다!”
데일은 촐싹거리는 하켄에게 그만하고 혹시 모르니 물러나라 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다.
하시나의 표정에는 이미 여유가 돌아왔다. 그 보석 같은 눈이 한번 깜빡였다.
그러자 머리에 뚫린 구멍이 경악할 정도로 빠르게 살이 차올랐다.
엇, 하는 사이에 완전히 아물어버렸다.
하시나는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
“설마 준비하게 이게 다라고 하지는 않겠지?”
데일은 생각했다.
‘그래. 너무 쉽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