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ark Knight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92)
시험
* * *
기사가 홀로 다가오며 말했다.
“오네트 가문의 가레스.”
다른 기사들은 끼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런 부분은 기사답다고 해야 할지.
‘나야 좋지만.’
보이는 숫자는 이쪽이 적다. 저쪽에서 1대1로 싸워준다면, 데일에게야 나쁠 게 없었다.
데일은 검을 쥐고 마주 걸어 나갔다.
“데일.”
“그래. 반송장아. 감히 나에게 건방지게 군 걸 후회하게…… 윽!”
갑작스레 달려든 데일이 검을 내려베었다. 가레스는 당황했다.
생각보다 데일의 움직임이 빨랐던 탓이다.
가레스는 급하게 검을 세웠다.
캉!
검과 검이 맞붙었다. 손을 타고 오르는 짜르르한 충격에 가레스가 연거푸 뒤로 밀려났다.
‘무슨 이런 괴물 같은 힘이…….’
가레스는 뒤로 물러나다 거의 넘어질 뻔했다.
그런 가레스를 향해 데일이 툭 던졌다.
“그러게 하체를 좀 단련하라니까.”
“이 새끼가…….”
분노한 가레스의 온몸에 마력이 피어올랐다.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기사들만의 기술. 가레스는 땅을 박차 데일에게 검을 휘둘렀다.
빠르고 날카로운 궤적.
하지만 그 궤적이 어쩐지 낯이 익었다.
‘크리스틴이 사용하던 검술이랑 비슷하다.’
제국의 귀족들은 전부 비슷한 검술을 쓰는 걸까?
가레스의 검술은 제법 뛰어났지만, 크리스틴만 못했다.
이미 크리스틴을 상대해본 데일에게는 검로가 너무나 훤히 읽혔다.
반걸음 앞으로 내디딘 데일은 그대로 어깨를 이용해 가레스를 뒤로 밀쳤다.
깔끔한 반격. 가레스가 다시 밀려났다. 그는 어떻게든 균형을 되찾으려 했다. 그때가 빈틈이다.
데일은 왼손을 앞으로 뻗어 가레스의 투구를 짚었다.
당황한 가레스가 중얼거렸다.
“대체 뭘…….”
다음 순간. 데일은 유물 장갑을 최대 출력으로 발동해, 강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까각!
단단한 투구가 조금이나마 찌그러질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그 안의 내용물도 당연히 무사하지 못했다.
가레스의 코에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눈동자는 흰자위를 드러냈다.
데일은 가레스의 투구를 옆으로 젖혀, 검을 찔러넣음으로써 확인사살까지 마쳤다.
그리고 놈의 몸에 건틀렛을 박아 넣어 생기를 흡수했다.
건장하던 가레스가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되기까지는 불과 얼마 걸리지 않았다.
“어어……!”
지켜보던 에른스트와 사병들이 당황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레스가 죽은 데다가, 생기까지 흡수되었다.
아무리 아군이 벌인 일이라도, 꽤나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적들의 충격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수풀에서 이쪽을 지켜보던 적들은 경악했다.
“가, 가레스 님이 이렇게 무력하게 패배했다고?”
“다섯 합도 못 버텨냈잖아…….”
그들은 주춤했지만, 이내 자기들 숫자가 더 많다는 데에 자신감을 얻고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멍하니 있던 에른스트와 사병들도 퍼뜩 정신을 차린 뒤, 앞으로 나섰다.
에른스트는 적들을 향해 외쳤다.
“멈춰라!”
에른스트의 당당한 외침에 적들이 걸음을 멈췄다.
“나는 티센 가문의 에른스트다! 보아하니 그대들 역시 서북부로 향하는 귀족들 같은데, 어찌하여 우리를 습격하는가!”
그러자 상대방 측은 어이없다는 듯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무슨 이런 당연한 질문을 던지는지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었다.
쐐액!
적은 대답 대신 화살로 자기들의 뜻을 대변했다.
데일은 손을 뻗어 화살을 퉁겨냈다.
“어. 어엇.”
“경쟁자니까 당연히 죽이려고 들겠지. 뒤로 물러나라.”
“겨, 경쟁자라니. 나는 어디까지나 백성들을 위해 나선 것이지, 친위대의 단장이 되기 위해 참여한 것이 아니다.”
“저놈들이 퍽이나 납득해주겠군. 검이나 뽑아라.”
적들이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데일의 지시에 에른스트는 황급히 검을 뽑았고, 사병들도 방어 태세를 굳혔다.
데일이 에른스트에게 물었다.
“실전 경험은 있나?”
“모, 몬스터는 몇 번 사냥해본 적이 있어.”
“사람이랑은?”
“……처음이다.”
데일은 시종에게 말했다.
“네 주인에게 딱 붙어 있어라. 지키면서 싸우는 건 내 전문이 아니야.”
“아, 알겠습니다.”
다들 긴장한 와중.
데일만 홀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상대측을 향해 말했다.
“다음에는 누가 나와 결투를 벌일 생각이지? 얼마든지 상대해주겠다. 설마 비겁하게 여럿이서 달려들 생각은 아니겠지?”
데일의 도발에 기사들의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혼자 나오지 않고, 데일을 향해 신중하게 거리를 좁혀왔다.
앞서 싸운 가레스보다는 현명한 듯했다.
‘기사가 셋이라.’
아군의 전력을 생각하면, 데일이 혼자서 저 셋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할 수 있을까?’
데일은 곰곰이 생각했다.
아마도 가레스보다는 실력이 떨어질 기사가 셋. 그 셋을 상대로 데일 혼자서…….
‘어렵지 않겠어.’
결론이 나왔다.
데일은 홀스터에서 도끼를 꺼냈다. 그대로 팔을 뻗어 투척.
상대도 수준이 떨어지지는 않는지, 기사는 간단히 검을 휘두르는 걸로 가볍게 도끼를 쳐냈다.
“어딜!”
하지만 도끼는 어디까지나 시선 끌기.
그 잠깐의 틈을 이용해 데일이 땅을 박찼다.
세 명의 기사도 곧장 합공을 펼치려 했다. 다음 순간.
데일이 쥐고 있던 주먹을 펼쳤다.
검은 안개가 주위를 덮었다.
사아아아!
더 풍부해진 마력으로, 데일은 아낌없이 검은 안개를 퍼트렸다.
짙은 어둠이 데일과 기사를 감쌌다.
당황한 기사가 외쳤다.
“모, 모두 눈을 감고 청각에 집중해! 보이지는 않아도, 발소리는 낼 수밖에 없어!”
나름 정확한 판단.
하지만 상관없다. 이쪽은 하나고, 저들은 셋.
어둠 속에서 서로 얽히고설키다 보면, 더는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그게 데일의 노림수다.
데일은 냅다 셋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 움직임을 읽어낸 기사들이 검을 내질렀다.
마력으로 강화된 일격은 데일의 갑옷에 상처를 냈다.
하지만 어떻게든 셋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간 데일은 이내 어지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난전 유도.
이윽고 데일이 행동을 멈췄을 때.
기사 들은 더는 누가 동료이고 누가 데일인지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청각에 집중하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숨소리도 죽였다.
기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 놈도 무한정으로 기술을 사용하지는 못할 거다. 버티면서 안개가 흩어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해.’
그때. 기사는 자신에게 인기척이 다가옴을 느꼈다.
‘온다!’
그는 곧장 검을 내질렀다. 날붙이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저쪽도 검을 휘두른 것이다.
기사는 적의 공격 궤적을 예측하고, 더욱 힘을 주었다.
캉!
어둠 속에서 검끼리 부딪쳤다.
기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이런!”
“알드 경! 당신이었소!?”
두 기사가 당황하는 사이. 기척을 숨기고 있던 데일의 검이 정수리를 향해 직각으로 떨어져 내렸다.
기사는 본능적으로 검을 마주 들었다.
하지만 급하게 자세를 잡은 터라, 충격을 완전히 흘려낼 수가 없었다.
기사가 땅을 굴렀다.
위기다. 기사는 체면도 상관 않고, 바닥을 여러 번 뒹굴었다.
일단 살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냥 두고 볼 데일이 아니다. 기사가 바닥을 구르며, 갑옷과 땅이 부딪히는 소리를 추적했다.
기어코 기사의 투구를 단단히 붙잡았다.
“이, 이거 놔라 이 괴물아!”
기사는 미친 듯이 저항했다. 데일은 단검을 꺼내, 투구가 가려주지 않는 목 부분에 찔러넣었다.
피가 튀었다.
생명력이 강한 기사는 그러고도 한참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했어도, 목에 검이 찔리면 살아남기 어려운 법이다.
사람이기에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
다른 두 기사는 동료에게 일어난 일을 직감한 듯. 다급히 외쳤다.
“알드 경! 괜찮소?”
“살아있소?”
데일은 기사의 목에서 단검을 뽑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생기를 흡수하려다,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새로 배운 기술이 있었지.’
영혼 지배.
상대의 영혼을 뒤흔들어, 조종하는 기술.
산 사람에게는 그 성공률이 낮은 기술이지만…….
‘죽은 사람에게도 사용이 가능하지.’
데일은 기사의 몸에 건틀릿을 찔러넣었다.
아직 시체에 남은 잔혼이 느껴졌다. 데일은 최대한 생기는 놔둔 채, 잔혼만을 흡수하려 노력했다.
익숙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데일은 이내 요령을 찾았다.
데일은 빠르게 잔혼을 취했고, 그 잔혼을 향해 기술을 사용했다.
‘영혼지배.’
잔혼이 저항했다. 하지만 이미 육신을 잃은 영혼의 힘은 약하다.
잔혼은 이내 데일의 명령에 따라, 기사의 몸으로 되돌아갔고, 다음 순간.
알드라는 이름의 기사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으, 으어어.”
되살아난 알드의 입에서는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데일이 시체에 다시 불어넣은 건 잔혼. 말 그대로 영혼의 잔재. 찌꺼기를 뭉쳐 놓은 것에 불과하다.
온전한 상태일 수는 없다.
아주 잠시 동안만 데일에게 되살아나는 걸 허락받은 언데드.
데스나이트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수준이 떨어지는 존재.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적을 혼란에 빠트리기에는 충분하다.
데일은 명령을 내렸다.
“공격해라.”
이것보다 더 어려운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다.
검을 쥐어 든 알드는 동료였던 기사들을 향해 뛰었다.
갓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근육은 살아있었을 때와 비슷한 힘을 내주었다.
“으어.”
알드가 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기사들은 누군가 다가온다는 걸 알아차리고 검을 휘둘렀다.
알드는 방어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기사들에게 검을 휘둘렀다.
기사들은 알드의 얼굴을 보고 당황했다.
“아, 알드 경?”
“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하지만 알드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기사들도 알드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분노를 터트렸다.
“감히 이런 짓을!”
“이 천벌 받을 이교도야!”
데일은 그들의 분노를 흘러넘겼다.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다른 경쟁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그들이 신의 천벌을 들먹여봤자 우습지도 않았다.
데일은 검을 들고 기사들에게 향했다.
온몸을 사슬갑옷으로 무장한 알드는 그때까지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기사들을 붙잡고 있었다.
데일도 알드에게 합류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 후.
마침내 안개가 걷혔다.
바깥에서 그 나름의 싸움을 이어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었다.
적들은 경악했다.
“기, 기사님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혼자서 전부 죽였단 말인가…….”
기사를 처리하고 남은 사병은 열일곱 명. 여전히 이쪽에 비해서는 많은 숫자다.
하지만 데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쪽에는 새로 부하가 된 언데드 기사 3명이 더 있으니까.
* * *
싸움이 행방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사병들은 잘 훈련되어 있었지만, 데일과 그들의 주군이었던 기사들을 상대로는 역부족이었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사병들은 항복하거나 도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데일은 단 한 명도 살려주지 않았다.
하티를 시켜서라도 끝끝내 추격해 목숨을 거두었다.
‘놓치면 귀찮아진다.’
이 기사들은 나름대로 가문이 있을 것이고, 연줄이 있을 것이다.
데일이 죽였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좋을 게 없었다.
애초에 살려둘 이유가 없는 놈들이기도 했고.
잠시 동안 되살아났던 기사들은 머지않아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데일의 마력이 동이 난 것이다.
‘마력 소모가 생각보다 더 심한데.’
강력한 힘을 지닌 기사라 그런지, 짧은 시간 동안 지배하는 데에도 마력이 많이 들었다.
흑기사의 고질적인 문제인 마력 부족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새로 얻은 기술이 적어도 다수를 상대로 한 전투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건 확인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한 성과였다.
‘어째 평범한 인간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진 기분이긴 하지만.’
모든 전투를 마무리하고. 데일이 동료들을 향해 돌아왔다.
시종과 에른스트, 그리고 다른 사병들은 데일을 놀란 얼굴로 쳐다보았다.
시종이 중얼거렸다.
“어. 음. 강하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시종은 말을 흐리고는 기사들의 시체를 흘끔 확인했다.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한 용병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한 게 기쁘다. 기쁘긴 한데…….
‘너무 기대 이상인데?’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이 들었다.
적어도 목적지인 서북부까지는 무사히 도착하겠다고. 그리고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어도, 에른스트 하나 정도는 데리고 도망쳐줄 거라고.
충성심 강한 시종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이제 다시 길을 떠날 시간이다.
한 번의 전투로 주저할 시간은 없다.
앞으로 이런 전투를 몇 번이고 치러야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