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 * *
늦은 저녁.
간단하게 차린 탁자 중앙에는 내가 포장해온 음식이 놓여 있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돼지 뒷다리살이 김을 모락모락 내며 갈색 연잎 위를 장식했다.
나는 아버지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맹주님이 오셨다고요?”
정말 의외의 소식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새삼 내가 아는 미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너도 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게요.”
대답은 했지만, 과거에 몇 번 마주한 적 있어 진짜 보고 싶지는 않았다.
위지백. 전형적인 강직한 무인상으로 평가도 이와 비슷했다.
회귀 전에 아버지 때문에 나와 몇 번 마주쳤을 때 태도가 정중해, 괜찮은 사람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지 않나?
위지백은 저 말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세간에 위지백은 별다른 뒷배없이 실력 하나로 무림 맹주에 올랐다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본인은 그 자리에 별 미련 없는 것처럼 얘기하고 다녔다.
좋은 후배가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이 자리를 넘겨주겠다며, 그 날을 고대한다 말하며······.
하지만 진짜 권력에 관심 없는 사람이 왜 무림맹주 자리에 오르겠는가?
위지백은 어마어마한 권력욕의 화신이었다.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자가 있으면 가차없이 축출해 내고 앞길을 방해했다.
가령······ 남궁류청 말이다.
남궁류청이 갖은 고생을 해서 사건을 해결하면 갑자기 나타나 그 공을 홀라당 집어먹는 식이다.
지금 쉰에 가까운 위지백은 십년 후에는 예순밖에 되지 않았다.
원래도 노화가 느린 절대고수인데, 세월과 함께 내공이 깊어지는 이 세계에서 예순은 내공이 중후할 시기였다.
그에게 떠오르는 태양, 남궁류청이 거슬리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버리기는 애매한 사람이었다. 천하 십일강에 이름 올린 만큼, 무력 하나만큼은 대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강호는 아슬아슬한 균형 상태였다. 천하 십일강에 이름을 올린 백도 무림의 절대 고수가 다섯.
한 명이라도 빠지면 흑백 세력싸움에서 크게 밀리는 것이었다.
참고로 천산염제는 정사지간으로 취급된다. 정파도 사파도 아닌, 그러니까 백도도 흑도도 아닌 개인 세력으로 여겼다.
하지만 남궁 세가에 큰 문제가 생긴다면, 천산염제가 모른 척 할 리 없었다. 그러니 굳이 따지자면 백도에 가깝긴 했다.
그렇게 유지되는 균형이었다.
‘뭐, 어찌 되었든 미래의 일이었지만.’
수육을 집어 먹은 아버지가 살짝 탄식했다.
“맛있죠!”
“향하루 음식이구나.”
“어? 맞아요!
아버지가 어떻게 아세요?”
“남궁완과 몇 번 가봤단다.”
나는 충격에 빠져 아버지를 보았다.
“그런데······
제게 왜 안 알려 주셨어요?””
“음?”
감히 아버지께 실망이라고 말할 수 없어 그냥 뾰로통하게 바라보고 야율을 돌아보았다.
“야율, 어때? 맛있어?”
야율이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고마워.”
나는 많이 먹으라고 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먹어.”
“나 완전 배불러.”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수육을 보자 살짝 입맛이 돌았지만, 이미 목구멍까지 꽉꽉 눌러 넣은 상태였다.
심지어 이 상태로 마차 탔다가 토할 뻔했다.
“나 거기서 두 공기나 먹었거든.
류청은 세 공기나 먹었어. 처음에 객잔 들어갈 때는 완전 떫은 표정이더니. 하하.”
야율이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
“남궁 공자?”
“응. 원래 안 간다고 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마차에 있더라고.”
나는 야율의 머리를 또 쓰다듬었다.
야율의 표정이 풀어지고 밥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네가 두 공기나 먹었다니, 의약당에 소화제를 달라고 해야겠구나.”
또 약이라니!
나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런데 맹주님은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지나가는 길에 남궁 세가주님의 얼굴을 뵈러 온 거란다.”
“그렇구나.”
“그리고······.”
아버지가 말을 흐리며 야율을 보았다.
“천귀조가 귀주성으로 도망쳤다더구나.”
야율의 젓가락질이 멈췄다.
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맹주님께서 야율, 널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다. 자리를 비워 다행이었지.”
헉, 그건 진짜 다행이었다.
아버지가 무림맹주를 배웅하고 야율이 돌아온 시간을 듣고 가늠해 보자신기할 정도로 딱 맞게 엇갈렸다.
“조심하거라.”
“예.”
야율은 입맛이 뚝 떨어져 버린 듯했다. 안쓰럽게 바라보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괜찮다는 듯 희미하게 웃고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음, 그리고 연이 너도 알아두는 게 좋겠구나.”
“뭘요?”
“벽 공자를 만났단다.”
처음에는 누군지 바로 기억나지 않았다.
“설마 아버지가 말씀하신 벽 공자가 그······ 용봉지회의 벽성율 공자요?”
딸그락.
젓가락이 접시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나와 아버지가 돌아보자 야율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야율은 아무렇지도 않게 젓가락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이상한데.’
야율의 낯빛, 행동 모두 평소와 다를 것 없었다. 하지만 촉이랄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입술을 지그시 깨문 나는 일단은 하던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벽 공자라니, 세상에 무슨 낯으로 찾아왔대요?”
“사죄하러 왔다더구나.”
와, 뻔뻔해라.
“흥! 중해 오라버니한테는 하셨대요?”
이번엔 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는 우리의 사과를 받았으니 그 둘의 연은 둘이 풀어야겠지. 다만, 악가와는 잘 풀어낸 것 같다. 벽 공자도 반성하고 일반 맹원으로 봉사하기로 했단다.”
“뭐어······ 그렇다면야······.”
대단하네. 나라면 용서 못 할텐데.
그리고 일반 맹원들이 불쌍해졌다. 저런 사람을 어떻게 믿고 등을 맡기겠는가.
나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아버지, 만약 아버지가 중해 오라버니 같은 일을 겪었다면 어쩌셨을 거예요?”
아버지는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답했다.
“아마도······ 용서할 것 같구나.”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하지만 마음속에 새겨 놓기로 했다. 아버지를 따라서 용서하자···.
‘싫은데. 아, 아니야.
아버지를 따라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저었다가 혼자 난리를 치고는 물었다.
“그럼요. 만약에······ 제가 그런 일을 겪었다면요?”
뚝. 갑자기 아버지가 들고 있던 젓가락이 부러지더니 그대로 바스러졌다.
놀라 눈을 깜빡이던 나는 환하게 웃었다.
“헤헤, 용서 못 하시는 거죠! 그렇죠!”
아버지가 내 시선을 피했다.
“수육이 참 맛있구나.”
하하, 말 돌리시기는!
나는 아버지를 위해 더는 캐묻지 않기로 했다. 조금 뒤에 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벽 공자가 그런 일을 벌이긴 했지만······ 벽가 사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란다.”
나는 고개를 갸윳 기울였다.
“기개 넘치고 도량이 넓은 이도 있다.”
“흐음, 그래요? 누구요?”
아버지가 이렇게 칭찬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벽가에 아버지가 칭찬할 정도의 유명인이 있었다면 내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을 텐데.
내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아버지가 말했다.
“벽기현 소협. 아마 너는 들어본 적 없을 거란다.”
벽기현?
아버지 말씀처럼 전혀 들어 본 적 없었다.
“대충 10년······ 아니구나, 벌써 12년이 넘었구나. 벽 소협이 모습을 감춘 지가. 당연히 네가 모를 수밖에.”
10년 전 고수라니.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기다.
강자가 별처럼 많은 강호에서 10년 전 이름을 날렸다면 모를 수 있었다. 소설에서도 등장한 적 없는 듯 했다.
한참 떠올려 보려던 나는 포기하고 물었다.
“어······ 그럼 죽은 건가요?”
이름을 날리던 고수가 갑자기 가라지면 보통 그런 결말이었다.
아무도 찾지 못하거나 알아보지 못할 곳에서 싸우다 죽는······ 그런 식이었다.
“글쎄. 알려진 건 없구나.”
나는 괜히 목이 타 찻잔을 들었다.
아버지는 예전 일을 떠올리듯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악가가 벽 공자의 일을 넘어가기로 한 것은······ 예전에 벽 소협에게 악가 자제의 목숨을 살린 일일 거란다.”
“······벽 공자는 운이 좋네요.”
“강호의 은원이란 그런 법이지. 나또한 신세까지는 아니지만 벽소협에게 도움을 받은 적 있단다.”
“아버지가요? 와······.”
“대단한 여인이었다.”
“헉, 여자였어요?”
“그래.”
나도 모르게 당연히 남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 창피해.’
아버지가 부드럽게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벽 소협도 야율처럼 눈가에 점이 있었다.”
“그래요?”
고개를 끄덕인 아버지의 시선이 야율을 향했다.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던 아버지의 손이 굳었다. 야율은 아까부터 젓가락질을 멈춘 상태였다.
‘뭐지? 분위기가 왜 이래?’
나는 아버지와 야율을 번갈아 보고 물었다.
“둘 다 벌써 다 먹은 거예요?”
나는 잔뜩 남은 수육을 보고 시무룩해졌다.
‘맛있다더니······.’
둘의 입맛에는 별로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