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 * *
잠시 후, 다시 위지백이 입을 열었다.
“벽성율이 한 일에 대해 해명할 생각은 없네.”
남궁완이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 픽, 웃었다.
벽성율. 그는 용봉지회와 남궁완이 갑작스레 천귀조와 마주쳤을 때, 동료를 버리고 홀로 도망쳤다.
악중해는 도망치는 벽성율을 지키려다 크게 다치기까지 했다.
백리연이 데려온 의원이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다만, 벽성율은 죄를 반성하며 형산파의 제자가 아닌 일반 맹원이 되어 봉사하기로 했네.”
“일반 맹원이라니, 파문당한 것입니까?”
“그건 아니네. 하지만 벽성율의 처분에 대해 형산과 당문, 악가 모두 동의했네. 모두 원만하게 넘어가기로 하였으니 소가주도 이해해 주게.”
남궁완이 인상을 찡그렸으나 더는 코웃음 치지 않았다.
천귀조 사건에서 피해를 본 것은 임무를 실패한 용봉지회 후기지수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악중해였다. 사경을 헤매다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런 악중해가 본가에서 넘어가기로 한 일을 남궁완이 들추기는 애매했다.
심기가 뒤틀렸지만 어쩔 수 없이 참고 넘어가야 했다.
“알겠습니다.”
위지백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 쫓아내고 죽이는 것으로 끝낸다면 우리가 마교나 사파 잡것들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내 이번에 그를 데려온 것은 자네들에게 직접 사죄하길 바라서였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자네들 마음일세. 나 또한 거기까지 관여할 생각은 없다네.”
남궁완은 떫은 감이라도 씹은 표정을 지었고, 백리의강은 고요한 낯이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군. 내 여기 온 것은 벽공자 때문이 아니네.”
위지백의 시선이 남궁 세가주에게 향했다.
“만신의의 연단실을 발견하였다 들었습니다.”
남궁 세가주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천하의 시선이 모였습니다. 만신의의 연단실에 공청석유가 있다는 소문이 돌더군요. 조심하십시오.”
영약과 신공.
이를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거는 자들이 널린 세상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선인의 무덤이 파헤쳐졌나?
비교적 최근인 13년 전만 해도 약선이라 불리던 백여 년 전 절대 고수의 무덤이 발견돼 한차례 큰 혈사가 벌어졌다.
욕심에 눈이 먼 사람은 어디든 존재했다. 정의를 추구하는 백도 무림 문파 연합이더라도 이를 비껴갈 수는 없었다.
그들은 남궁 세가가 대체 만신의 와 무슨 관계가 있기에 만신의의 유품을 모두 손에 넣느냐는 헛된 주장을 펼치곤 했다.
말은 그럴듯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추할 뿐이었다.
이미 만신의의 친지와 제자는 모두 죽어 멸문지화나 다름 없거늘, 대체 누구에게 넘겨준단 말인가?
그저 어떻게든 잇속을 챙기기 위해 공연히 소란을 피울 뿐인 것이다.
만약 아직도 남궁 세가주가 무림맹주였다면 아마도 꽤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무림맹주는 위지백 자신이었다······.
“위지 맹주에게 고맙군. 굳이 그 말을 해 주기 위해 예까지 들르고 말이야.”
위지백은 그저 씩 웃음 지을 뿐이었다. 남궁 세가주는 찻잔을 들며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말게. 이미 손에 넣었으니.”
위지백이 눈을 부릅떴다. 정말 놀란 낯이었다.
“공청석유가 소문일 뿐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그래. 백리 소저가 만신의의 연단실을 찾았고, 공청석유를 찾아 우리에게 넘겼네.”
“허어.”
놀라는 위지 맹주에게 남궁 세가주가 찬찬히 모든 일을 설명했다.
남궁 세가주가 이 일을 위지백에게 모두 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세간에 허튼 소문이 돌지 않게 퍼트려 달란 이야기였다.
괜한 소문으로 강호에 피 흘리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공청석유가 이미 남궁 세가의 손에 들어갔다면, 웬만큼 미친 게 아니고서야 이를 탐낼 자는 없을 테니까.
위지 맹주도 바로 남궁 세가주의 뜻을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잠잠하게 만들도록 하지요.”
“위지 맹주가 고생이군.”
“허허, 이건 고생이라고 할 것도 아니지요.”
뜬소문을 듣고 강호인이 몰려드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럼 이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지요.”
그러곤 바로 백리의강과 남궁완을 보았다.
“소가주와 단주도 소식을 들었을지 모르겠군. 천귀조 그자가 천라지망을 뚫고 귀주성 방향으로 도주했다네.”
남궁완이 탄식하고 백리의강도 낯빛이 가라앉았다.
천귀조가 도주하고 몇 번 아슬아슬하게 잡을 뻔한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천귀조의 신출귀몰함은 여기서 빛을 발휘했다.
천귀조는 자신을 잡으려는 사람들을 비웃듯 천라지망을 뚫고 유유히 귀주성 방향으로 도주했다.
귀주성은 원래 천귀조가 아이납치를 일삼으며 숨어 지내던 곳이다. 세월이 지났다 한들 누구보다도 그 지역에 대해서 잘 알 터였다.
“그래서 말인데 단주, 자네가 그 천귀조 사건의 생존자를 데리고 있다 하였지?”
“예.”
“한번 볼 수 있겠는가?”
“무슨 일로 보려 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별건 아니네. 천귀조에게 붙잡혀 있는 동안 들은 말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일세.”
백리의강은 내심 안도했다.
“지금은 데리고 있지 않습니다.”
* * *
천암사에서 내려와 도성에 들어 왔을땐 해가 지고 난 후였다.
소부인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향하루라는 객잔으로 데려갔다.
그곳의 음식은 환상적이었다.
특히 연잎에 싼 돼지고기 수육이 일품이었다. 속이 야들야들하고 촉촉하니 역시 소부인이 선정한 진짜배기 맛집이었다.
오는 내내 마차에서 꿀에 절인 대추와 우피당 등 단 과자를 잔뜩 먹고 꾸벅꾸벅 조느라 날아갔던 입맛이 단숨에 돋았다.
남궁류청도 집이 아니라 웬 식당에 들르자 불만스러워 보였는데, 수육을 집어 먹고는 입을 다물었다.
나도 밥을 두 공기나 비웠고, 남궁류청은 세 공기나 비웠다.
서하령이 추천한 맛집 만두와 향하루의 수육을 연달아 먹으며 난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다졌다.
‘음식 맛집도 찾아다녀야겠어.’
이런 음식을 먹지 못한 채 죽었다니, 불행했다.
아버지가 생각나 수육도 포장했다.
빵빵한 배를 두들기며 신나게 처소로 향하던 나는 익숙한 인형을 보고 멈춰 섰다.
“야율!”
처소 출입문 앞에 주저앉아 턱을 괴곤 바닥을 보고 있던 야율이 고개를 들었다.
야율의 환한 미소를 보고 나는 경악했다.
“너! 얼굴 그게 뭐야!”
곧장 달려간 나는 어딘가에 쓸린 것처럼 상처 난 야율의 뺨을 붙잡고 비통한 비명을 질렀다.
야율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살짝 열었다가 다물곤 내 뒤로 시선을 두었다.
살짝 바람이 부는 기척과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다.”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
“네 비명이 처소 담 너머까지 들리더구나.”
그래서 깜짝 놀라 경공까지 쓰며 오신 모양이었다.
나는 배시시 웃고 다시 야율의 상처를 들여다봤다. 이 뽀얀 뺨에 불그죽죽한 상처로 딱지까지 생겨있었다.
‘흉터 남는 거 아냐? 그건 절대 안돼!’
아버지가 야율을 흘끗 바라보고 말했다.
“천산염제 선배님께서 그러셨느냐?”
야율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 박자 늦게 “예.”라고 답했다.
“사내아이가 무공을 익히다 보면 상처 좀 날 수 있지. 너무 마음 쓰지 마라.”
야율은 당연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입을 비죽였다.
‘아니, 나도 팔다리면 이렇게 안 놀랐지.’
“하지만 얼굴이라고요. 이렇게 예쁜 얼굴에 어떻게 상처를······. 흑흑.”
내가 우는 소리를 하자 아버지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외모에 집착하지 말거라.
내면을 봐야지.”
“내면이요?”
야율의 내면은······
별로일 것 같은데······.
‘솔직히 야율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 않나?’
눈이 마주치자 야율이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바라봤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한테 잘해 주면 그만이지.’
“여기 있지말고 들어가자.”
“네. 맞아, 소부인께서 객자에 데려가 주셔서 거기서 저녁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포장해 왔어요.
아버지 저녁 드셨어요?”
“시간이 몇 신데, 당연히 먹었단다.”
시무룩한 얼굴에 아버지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적게 먹어선지 괜찮단다.”
“잘됐네요!”
나는 손뼉을 치며 야율을 돌아봤다.
“야율 너는?”
야율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럼 같이 먹자!”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처에 좋은 연고가있거든. 예전에 손바닥 다쳤을 때 받은건데······.”
어느새 도착한 방의 문을 연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
“어······.”
아주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누가 정리한 거지?
답은 바로 나왔다.
야율이 나를 보며 살며시 웃은 것이다.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야율, 앞으로 연이 방은 네가 정돈해 줄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