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 * *
내가 백리명과 고모 사이에 벌어진 일을 들은 것은 백리가에 오고 열흘이나 지나서였다.
그 열흘간 나는 첫날 빼고는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아버지와 함께 처소 후원에서 무백신공을 수련했다.
당연히 처소 후원에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접근을 막았다 한들 목검을 들고 땀에 전 채로 아버지와 왔다갔다 하는데, 처소 하인들이 내가 검술 수련하는 것 자체를 모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내가 아버지께 다시 검술을 배우기 시작하자 하인들은 나를 보며애잔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아이고, 쓸데없는 짓을.”
“단전이 없으니 그래 봤자 평생 삼류를 못 벗어날 텐데.”
“근데 왜 아무도 접근 못 하게 하는 거야?”
“내공 폐인이 수련하는 게 창피하겠지.”
“며칠 하다 말겠지.”
하지만 그런말도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렇게 열흘이 지나자 몇몇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기씨 말이야. 남궁세가 가기 전 보다 훨신 건강해지신 것 같지 않아?”
“그러게. 그때는 오래 걷지도 못하셨는데······.”
“설마······?”
“에이, 하지만······.”
헹, 그래! 의심해라!
내가 원하던 반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거기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의 훈련이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말도 안 되는 미래계획에 아버지께 살려 달라고 하려 했는데, 아버지도 할아버지와 비슷한 분이셨다.
아버지는 마치 백리가에 도착하기만을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나를 데굴데굴데굴 굴리기 시작했다.
‘아니, 백리가에 돌아가지 말자고 할 때는 언제고?’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그 순간, 아버지의 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연아, 집중하거라.
팔에 힘이 빠졌다.”
“······.”
너무 힘들어서 딴생각할 틈이 없었다.
‘사실은
아버지가 이걸 노린 게 아닐······’
“백리연!”
정말 딴생각할 틈이 없었다.
“힘드냐?”
“······조금요.”
“괜찮다. 내가 보기엔 아직 할 수 있겠다.”
“······.”
새벽부터 이어진 훈련은 정오가 되기 전에 끝났다. 그것도 평소보다 반 각 정도 일찍 끝난 것이다.
아버지가 일이 있어 오후 나절 자리를 비우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자리를 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불청객이 찾아왔다.
기세당당한 모습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후원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라 했는데.’
아버지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이꼴이라니.
나는 후원 입구를 지키는 하인이 있는 방향을 흘끔 보았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다가온 자는 백리가의 의약당 소속 의원인 하 의원이었다.
“여긴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이냐니요?”
하 의원은 걸어올 때부터 이미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연 아기씨가 진찰을 받으러 오지 않으시니 제가 여기까지 온 것 아닙니까.”
툴툴거리는 말투가 불만이 가득 해 보였다. 불손한 태도.
원래부터 이랬기에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를 진찰하러 오셨다고요?”
“예, 어서 가시죠.”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는 괜찮아요. 석 태의께서 이미 진찰하시고 처방도 다 해주셨는걸요.”
하 의원이 짜증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한심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아가씨도 이제 백리가의 일원이시지 않으십니까? 석 태의께 의존하면 가문의 체면이 뭐가 됩니까?”
과거에 나는 이 의원에게 늘 저자세였다. 일단은 만날 때마다 투덜거리며 온갖 눈치를 줬다.
거기다 나를 도와주러, 진찰하러 온 의사 선생님이라는 생각에 저절로 주눅이 들었다.
나는 일부러 호들갑 떨며 말했다.
“와, 신기하네요! 하 의원님 바쁘신 거 아니었어요? 예전엔 바빠서 맨날 못 온다고 하셨는데!”
움찔한 하 의원이 헛기침을 몇번 했다.
“큼, 지금도 바쁩니다. 겨우 시간내서 온 거니 어서 들어갑시다.”
그동안 하 의원은 내 치료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나만 있을 때는 처소에 발걸음도 하지 않고 처방전만 대충 내주다가, 아버지가 오시면 그때야 어쩔 수 없이 오고 가는 정도였다.
그가 늘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 있었다.
‘4공자님도 쓸데없는 짓을.’
귀찮아 죽겠다며, 절대 나을 일없는데 괜한 희망을 붙들고 있다는 듯.
그런데 갑자기 나를 진찰하러 왔다?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하 의원이 날 찾아온 이유는 하나였다.
내 단전이 나았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그동안 의약당에서 나를 진찰하려는 것을 내 부탁 때문에 아버지가 거부해 왔다.
그러니 똥줄 타는 거다.
심지어 분명히 내공폐인일 텐데, 검술 수련을 다시 한다?
의심이솔솔 피어날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온 것이다.
조소가 절로 나왔다.
‘이거 참······ 너무 예상한 대로 아냐?’
일부러 그런 의심을 하도록 만들고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보려 한건데·····.
열흘도 못 참을 줄이야.
하 의원은 살짝 초조한 낯이었다.
나는 유유자적하게 후원도 한 번 둘러보고 들고 있던 목검도 바닥에 툭툭 두들겼다.
하 의원이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
“아기씨, 어서 가자니까요, 뭐 하시는 겁니까?”
나는 눈을 깜빡이다 웃었다.
“싫어요.”
“예?”
“싫다고요.”
하 의원이 당황하는 듯하더니 왈칵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다그쳤다.
“하, 정말 . 아기씨! 바빠 죽겠는데,
어디서 투정입니까!”
큰소리가 난 순간 움찔 떨었다.
내게 큰소리를 내며 위협적으로 구는 사내를 보면 나오는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는 찰나, 하 의원이 내게 손을 뻗는 것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뻗으려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나서야 의원이 내게 손을 뻗었다.
지금까지는 경로와 약점을 아는 느낌이었다면, 방금은 예지에 가까웠다.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내 손목을 잡으려는 의원의 손목을 흘려 내고 목검으로 목을 겨눴다.
“헉.”
새벽부터 오전 나절을 통으로 쓴 무백신공의 움직임이었다.
이를 알아본 의원이 눈을 부릅떴다.
나 또한 탄식했다.
‘아, 아버지가 이걸 보셨어야 했는데.’
물 흐르는 듯한 흐름이 아주 완벽했다. 아버지가 이 자리에 계셨다면 만족했을 것이다. 그간 딸내미를 데굴데굴 굴렸던 보람을 느끼시지 않을까?
모든 상념을 뒤로하고 목검을 쥔 손에 힘을 가했다.
의원의 목젖 부근을 목검으로 꾹 눌렀다.
“싫다고 했잖아.”
* * *
‘······ 그건 뭐였지?’
하 의원이 무공을 익힌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보인 걸까?
남궁류청과 대련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예지에 가까운······.
‘금안의 능력인 건가?’
갈수록 이 능력도 발전하는 건가?
그때 머리맡에서 갑자기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아기씨, 잠시만 고개 좀 뒤로 젖혀 주세요.”
스윽, 스윽.
금쇄가 내 머리를 빗어 내리다 갑자기 또 한숨을 내쉬었다.
금쇄가 왜 저러는지 알았다.
“괜찮아, 금쇄.”
“화나서 그러지요. 후우, 어떻게 공자님이 자리를 비우시자마자 이런일이 벌어질 수가 있냐고요!”
“하하.”
익숙하고 예상했던 바라 나는 솔직히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금쇄는 아닌 듯 했다.
“하인들 태도는 어떻고요? 다 같이 무슨 약이라도 처먹었는지······.”
나는 깜짝 놀라 돌아봤다. 금쇄는 무슨 일이 있냐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하여튼, 당금 그 아이만 없었어도 제가 후원을 지키고 있었을 텐데.”
금쇄가 예쁘게 머리를 틀어 올리기 시작했다.
“아니, 아기씨 처소를 왜 본인이 멋대로 뒤지고 있냐고요? 청소를 맡긴 것도 아닌데.”
금쇄가 잠시 투덜거리다가 말했다.
“이 정도로 할까요?”
“응. 문병 가는데
치장하는 것도좀······.”
백리명의 소식을 듣고 문병을 갈 예정이었다.
고모가 실수로 백리명에게 뜨거운 물을 쏟았다는데······.
과연 실수일까?
심지어 입단속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내가 그 사고를 알게 된 것은 열흘 만이었다.
금쇄가 다 됐다는 듯이 어깨를 살짝 두들겼다. 숫제 애 취급이었다.
“응. 아 참, 그 후원 출입 맡았던 하인은 계속 후원 출입을 맡게 둬.”
“왜요? 그자가 오늘 하 의원을 들여보냈잖아요.”
금쇄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러니까 맡게 두는 거야.”
금쇄는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나는 가볍게 웃었다.
“가법대로 할 생각이거든.”
“가법이요?”
“응. 가법대로 하면 처음은 3개월 녹봉 감봉하고 한 번 더 같은 실수를 할 경우엔······ 곤장을 치거든.”
큰 가문일수록 가법이 지엄했다.
물론 하인을 가법대로만 다스리진 않았다. 사람 사는 곳이고, 서로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에 모든 걸 율법대로 하면 피차 피곤하기 때문이다.
보통 주인이 적당히 나무라는 선에서 끝났고, 진짜 가법대로 다스리는 일은 적었다.
하지만······ 내가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자비로울 필요가 있나?
금쇄는 나를 다시 보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기씨······ 계획이 있으셨군요?”
“그럼 그럼.”
“가끔은 정말······ 이 쪼끄만 머리로 뭘 생각하시는지 정말 궁금하다니까요.”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 갔다 올게.”
“아, 있잖아요, 아기씨······.”
금쇄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나를 붙잡았다가 말을 흐렸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금쇄가 마른침을 삼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소녹 그 아이요.
착하고 일도 잘하는 것 같은데 이만 화 푸시는 거 어때요?”
“······.”
“아기씨가 아끼시는 벼루를 깨트리긴 했다지만, 오늘 보니까 공자님 없어도 열심히 일하는 건 소녹뿐이더라고요······.”
처음 소녹과 따로 얘기한 날, 벼루가 깨지고 나는 크게 화를 내면서 울었다.
언두, 아버지 모두 깜짝 놀라며 나를 달랬고 소녹은 처소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주로 바깥일을 하게 된 것이다. 언두가 조금 실망했다.
당금 대신 소녹을 내 몸종으로 내심 생각해 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금쇄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기씨, 야율과는 사이좋았잖아요?”
“야율과 소녹.
소녹을 믿게 된 바탕에는 야율이 있었다.
‘어떻게 할까?’
나는 금쇄를 바라보며 고민했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소녹은 아직 어리니까······.”
그리고 결정했다.
나는 금쇄에게 몸을 숙이라 손짓했다.
내가 귓가에 속삭이는 말을 들은 금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기씨······ 대체 무슨 계획이 있으신 거예요?”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불을 어디까지 지를까 그런 계획?”
“······.”
“아, 맞아. 까먹을 뻔했네. 양파 좀 가져다 줘.”
“······양파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