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주변의 하인들이 걱정스럽게 소녹을 보았다. 나는 어리둥절하게 보다 이내 깨달았다. 내 어조가 워낙 매서웠기 때문이었다. 기가 막혔다.
‘뭘 했길래 벌써 인망이 이리 좋아?’
누가 보면 내가 악역인 줄 알겠어!
순간 내가 악역이던 소설이 떠올랐다.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부정한 생각을 털어 냈다.
나는 소녹을 데리고 가며 언두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어······ 저도 서신만 받아서요.”
그러니까 아버지가 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팔괘촌에 들렀을 때 서신과 함께 이 아이를 보냈다고 했다. 그렇게 오게 된 소녹은 언두 아래로 들어가 일하게 되었다고.
‘아버지······ 백리가에 고아원이라도 차리실 생각이에요?’
생각해 보니 그때 흑시장을 부수고 데려온 애들은 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한번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아버지가 제일 잘 하는 게 데려와 놓고 방치하기 아닌가? 마치 나처럼.
‘물론 데려오신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긴 한데······.’
어휴, 어휴.
답답함에 가슴을 두들기자 언두가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괜찮으세요? 의원을 불러올까요?”
“······이건 의원이 못 고쳐.”
“예에? 대체 무슨 병이란 말입니까!”
“홧병.”
“예?”
어쨌든 내 실책이었다. 아버지께 말씀 전해 달라고 했으니, 팔괘촌에 남았던 심 부관이 어련히 알아서 잘했을 거라 생각했다.
‘솔직히 남궁가에서 정신이 없어 잊어버리기도 했고.’
한번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언두에게 괜찮으니 물러가라고 하고 소녹과 방 안에 단둘이 남았다.
문까지 꼼꼼히 닫고 접근하는 사람이 없는지도 살폈다.
그리고서 소녹을 한번 쭉 훑어봤다.
‘그래도 잘 지내긴 한 모양이네.’
비루먹은 망아지 꼴이었던 그때보단 꽤 소녀티가 났다.
그 다음 종이와 붓을 가져왔다.
소녹이 내가 가져온 것을 보고 여러 몸짓을 해 가며 설명했다.
대충 자기는 글을 쓸 줄 모른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나는 방긋 웃었다.
“거짓말하지 마. 너 글 알잖아.”
“······!”
소녹이 눈을 홉떴다.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표정을 관리했으나, 이미 늦었다.
“설명해. 왜 여기 온 건지.”
나는 소녹의 손에 억지로 붓을 쥐여 주곤 멈칫했다.
‘먹도······ 갈아야 하잖아?’
연필 줘······!
문명의 이기를 그리워하며 나는 먹을 집어 들어 열심히 갈았다.
숨이 막히는 어색한 상황이었다.
나는 문명의 이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다 열심히 갈았다.
“자, 이제 써.”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갯짓했다.
소녹이 입술을 짓씹으며 나와 종이를 번갈아 보았다. 결국, 붓에 먹물을 적셨다.
「 어떻게 알았어? 」
나는 당당하게 거짓말했다.
“만신의가 알려 줬으니까.”
「만신의도 모르실 텐데.」
“그래? 알고 계시던데.”
죄송합니다. 나는 또 돌아가신 분께 대충 떠넘겼다.
당당한 2차 거짓말에 소녹도 그런가 넘어가는 기색이었다.
“그래서 여기까진 왜 온 거야?”
그리고 한참 뒤,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백리연의 방에서 울려 퍼졌다.
* * *
그 시각 백리 세가의 다른 전각.
백리명은 백리세가에 도착하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불려왔다.
방 안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백리명도 각오하고 간 것이지만 할머니 앞에 서니 조금 떨렸다.
고모는 당연하게도 눈을 번질번질하게 빛내며 노려보고 있었고, 반대로 어머니는 매우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착잡한 낯이었다. 아버지가 주변을 한 번 훑고 헛기침으로 운을 뗐다.
“명이 왔구나. 잘 다녀온 모양이야.”
“예.”
코웃음 소리가 들렸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할머니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온화하게 말했다.
“멋대로 굴었더구나. 그래도 좋은 결과를 내서 다행이다.”
“······.”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장나니었다는 듯 한층 더 무거운 분위기가 모인 이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할머니, 대부인만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칭찬이란다. 그래, 이 할미보다는 가주를 따르는 것이 네게 이득이라 느낀 것이겠지.”
덥지도 않은데 저절로 등에서 땀이 솟았다. 보다 못한 백리의묵이 끼어들었다.
“어머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하하하.”
어색한 웃음소리였다.
대부인은 그 말에 반응도 하지않고 말했다.
“그래. 연이 그 아이는 어떻더냐?”
백리명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할머니가 대뜸 백리연의 안부를 물을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그동안 백리연을 탐탁지 않아했다. 그러니까······ 이제와서 안부를 물으실 리가 없으신 것이다.
백리명이 마른침을 삼키고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 어떻다니요?”
“남궁 세가에 치료를 위해 가지 않았더냐? 정확히는 만신의를 만나러 간 것이겠지만. 우리에게도 비밀로 하고 말이다.”
조소가 묻어나는 음색이었다.
백리명은 어떤 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백리연, 그 아이는 나았다더냐?”
아, 그 질문이었구나.
백리명은 그제야 요점을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네가 직접 확인해 보았느냐?”
“그건 아니에요. 제가 확인하진 않았고, 석 태의가 얘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래?”
백리의묵이 다시 조심스레 끼어 들었다.
“어, 어머니 왜 그러시는지요? 백리연, 그 아이가 치료되지 못했다는 것은 남궁 세가에 있을 때 이미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만신의까지 만났는데 낫지 못했다니, 아나까워서 말이다.”
대부인이 든 찻잔이 입가를 가려 어떤 표정인지 확실치 않았다.
“그 아이의 운은 거기까진가 보구나.”
백리명은 그모습에 왠지 모르게 등허리가 섬찟했다.
대부인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나는 이만 가 보마.”
“어머니, 좀 더 계시다 가시지요.”
“피곤하구나.”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의란아, 가자꾸나.”
백리의란이 찻주전자를 들어 찻잔을 채우며 말했다.
“전 좀 더 있으려고요.”
“······마음대로 하거라.”
대부인은 며느리, 심 부인의 부축을 받으며 방을 나갔다.
심 부인은 며칠 만에 본 아들에게 말 한 번 건네 보지 못한 채 방을 나섰다
대부인이 떠나고 난 후, 안도의 숨을 내쉰 백리의묵이 말했다.
“명아, 나중에 할머니께 사죄하거라.”
“······예.”
백리명이 시무룩하게 답했다.
“그러고 보니 제갈 세가주와 함께 움직였다며? 어떻게 된 것이야? 몸이 약해 본가에서 나오지도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소식을 넣어 두었기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알 수 있겠지만, 자세한 이야기까지는 하지 못했다.
전서구가 너무 자주 날아다니다 백리패혁에게 걸리기라도 한다면 위험해기 때문이다. 백검단주 또한 대부인의 손이 닿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
제갈 세가주를 뵌 적 있습니까?”
백리의묵이 고개를 저었다.
시무룩했던 것도 잠시, 백리명은 역시 할아버지를 따라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다만 설명을 하느라 그의 미소를 본 고모의 눈매가 날 서는 것을 놓쳤다.
“그게 제갈 세가주가 작은 아버지 일행과 함께 있더라고요.”
작은 아버지가 길에서 만나 도움을 주었고 그 연으로 같이오고 있었다고.
백리명의 목소리가 점차 신났다.
“그래서 연이가······”
쨍! 찻잔이 탁자에 부딪히며 깨질 듯한 소음이 퍼졌다.
백리명이 입을 다물자 고모가 말했다.
“백리명, 아주 좋아 보이는구나?”
그제야 백리명은 실수를 깨달았다. 너무 즐거워했다.
“의란, 지금 뭘 하는 것이야?”
백리의묵의 엄한 목소리에 백리의란이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백리의란은 소매로 눈가를 가리며 말했다.
“오라버니, 제가 얼마나 속상하면 이러겠어요? 솔직히 너무 하잖아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요!”
잠시 머뭇거린 백리의묵이 위로하듯 말했다.
“······명이도 답답했겠지. 근신령으로 밖에 제대로 나서지 못한지 2년 가까이 됐잖느냐.”
“고작 근신령을 가지고! 오라버니 지금 명이 편을 드시는 거예요?”
백리의묵이 기가 막혀 소리쳤다.
“의란아! 네 나이가 몇이냐!”
이를 아득 문 백리의란이 백리명을 향해 쏘아붙였다.
“아주 잘됐구나! 이번 일로 근신령도 풀렸다면서? 악이와 표를 팔아먹고 근신령이 풀리니 그리 좋더냐?”
백리의묵은 창백한 낯으로 입술을 깨물고만 있는 아들을 보고 백리의란을 나무라듯 말했다.
“의란아, 팔아먹다니.”
“내 말이 틀려요?”
“네가 실망한 것은 안다. 하지만 명이도······.”
백리의묵은 말을 다 잇지도 못했다. 백리의란이 계속 쏘아붙였기 때문이다.
“명이 너는 고계암에 있는 악이와 표가 안쓰럽지도 않아? 내 아들들만 불쌍하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이 상황에 백리명도 점차 화가 치솟아 올랐다.
아니, 자기가 뭘 그리 잘못했단 말인가? 소우악과 백리표가 본인 잘못으로 벌을 받는 것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계속 자신의 탓으로 모는 고모의 모습이 짜증스러웠다.
백리명은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고모,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뭐? 이성적?”
“악이와 표가 고계암에 가 있지만, 할아버지께서 검술 스승도 붙여 주셨으니 그냥 수련을 갔다고 생각······”
“수련? 하,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럼 네가 가지 그랬어!”
“······.”
“아버지한테 잘 보이자고 하, 백리연 그 계집애를 데리러 가는데 쫄래쫄래 따라가? 그 애가 오는 걸 막지는 못할 망정!”
결국 참을성이 바닥난 백리명이 조소하며 말했다.
“하, 그럼 고모도 따라오지 그러셨어요?”
“뭐, 뭐라고?”
“솔직히 표랑 악이를 보낸 건 고모 아니에요? 고모가 여기 남고 싶어서 그런 거······”
그 순간이었다. 눈이 뒤집힌 백리의란이 눈앞의 찻잔을 던졌다.
뜨거운 찻물이 비산했다.
백리의묵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명아!”
다행히도 무공을 익힌 백리명은 찻물을 피하지는 못했어도 반사적으로 얼굴은 막아냈다.
하지만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손등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백리의묵이 정신없이 소리쳤다.
“밖에 누구 없느냐! 어서 차가운 물 가져오너라!”
생각 없이 손에 집히는 대로 던졌을 뿐인 백리의란은 벌겋게 올라오는 자국을 보고 움찔 놀랐다.
하지만 이내 코웃음을 치며 방을 나갔다.
쨍그랑, 백리의란이 대충 떨군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