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 * *
“이만 들어가자꾸나.”
아버지를 따라 처소로 향했다.
확실히 언두가 머물러서인지 처소가 저번과 달랐다. 창틀도 먼지 없이 개끗하며, 황량했던 후원도 화초를 가져다 심은 듯 꽤 푸릇했다. 꽤 깔끔하게 잘 관리된 모습이었다.
나는 만족스러웠지만······ 금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속삭였다.
“여기가······정말로 아기씨 처소인가요?”
“응. 아버지랑 같이 지내.”
“······.”
금쇄가 입술을 꾹 깨물고 할 말을 내리누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를 아타깝게 보는 눈빛은 감춰지지 않았다.
‘뭐······ 그럴 만도 하지.’
남궁세가에서 우연히 들어갔던 남궁류청의 어릴 적 처소보다 못했다. 물론 그쪽은 탄탄대로가 보장된 하나뿐인 후계, 나와 아버지는 언감생심 후계는 꿈도 못 꾸는 막내라는 차이가 있지만.
이번에 만났을 때 할아버지가 처소를 옮기자고 하시긴 했다.
하지만 내가 거절했다.
대충 이런 대화가 오갔다.
“그러고 보니 돌아가면 처소를 옮기자꾸나. 거긴 너무 외지니 말이다.”
“저······ 거절해도 되나요?”
“어찌하여? 지금 머무는 곳보다 훨씬 넓고 좋단다.”
“제가 공을 세운 것도 아닌데 갑자기 좋은 처소로 옮겨 가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네 공이 없다니! 만신의의 연구 서적을 저렇게 가져오지 않았느냐? 저게 다 백리가의 재산이 될 것인데!”
“하지만 할아버지, 공으로 여기기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가슴아프게 만들었잖아요. 그러니 공보다 실이 큰 것 같아요.”
“······.”
“그리고 여기가 좋을 것 같아요. 눈을 피해서 수련하기에도요. 처소가 구석지잖아요. 헤헤.”
“······.”
방어 초식 한 번 펼치지 못한 채 연달아 두들겨 맞은 할아버지의 수염이 푸들푸들 떨리던 것이 눈앞에 선명했다.
내가 이곳에 남겠다 우긴 큰 이유.
바로 할아버지의 죄책감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내가 이곳에 계속 남아 있을 수록 처음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던 기억을 지울 수 없을 테니까.
‘음음,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러게 왜 여기로 쫓아내셨어요?’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에 들기도 했다.
구석이라서 작정하고 이곳으로 향하는 게 아닌 이상 다른 친지랑 마주칠 이유가 없었다.
나는 금쇄가 걷어 주는 문발을 넘어 방으로 들어가다 우뚝 멈춰섰다.
“무슨 일이세요? 어머.”
뒤따라오던 금쇄가 내 시선이 닿은 곳을 보고 탄식했다. 흰 고양이가 내 침상에 자리잡고 있었다.
“대체 어디 갔나 했더니만······.”
언제 내 방에 들어왔는지 놀랄 노릇이었다.
“너 그런데 여기가 내 방인 건 어떻게 안 거니?”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고양이 발치를 뒹구는 흰 꽃을 집어 들었다.
“네 주인은 어쩌고 여기 와 있는거야?”
고양이는 제 앞발만 열정적으로 핥을 뿐이었다.
외투를 벗기 무섭게 언두가 들어왔다.
“아기씨, 여기······ 그 고양이는 뭐죠?
아기씨 고양이인가요?”
“아니. 내 고양이는 아니고······ 잠시 맡았다고 해야 하나? 한동안은 돌볼 것 같아.”
언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지만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몰라.”
“예?”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제대로 물어봤지······.”
“예?”
“손에 그건 뭐야? 그거 주려고 온 거야?”
눈을 끔뻑이던 언두가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을 건넸다. 서신이었다.
“예예. 아기씨께 온 것이에요. 그리고 음, 저 그리고 금쇄 좀······.”
“알겠어.”
언두가 화색이 만면한 채 금쇄와 함께 나갔다.
야율이려나? 천산염제와 떠나기전에 서신을 한다고 했었다.
나는 약간 설렘을 안고 서신을 꺼냈다.
예상은 장렬히 틀렸다. 서신의 주인은 서하령이었다.
‘아니? 서신이 나보다 더 먼저 도착하다니!’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를 떠올렸다.
영약은 잘 흡수했으려나?
활기차던 수향문 사람들 또한 기억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신을 펼쳤다.
그리고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 이 나쁜 계집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서하령은 말도 없이 떠난 내가 너무하다고 화내는 것으로 서신 한 장을 거의 채웠다.
사실 필체가 너무 기개 넘쳐서 몇 자 쓰지도 않았는데 한 장을 다 채운 것에 가까웠다.
「 백일단이 상등품이었나 봐. 내공이 예상보다 많이 늘었어. 너한테 알려주고 싶었는데······ 」
이 부분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하령아······ 보통 내공 폐인에게는 내내공이 늘었다고 자랑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 줄 수 없어 안타깝다는 내용으로 또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서신에는 남궁류청의 근황도 짤막하게 쓰여 있었다.
「 ······남궁류청이 폐관 수련에
들어갔어. 」
결국, 들어갔구나. 이건 또 바뀌었네.
예전에는 이 시기에 폐관 수련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스승이 되지 않아서 인가?’
그리고 마지막 장을 펼쳤을 때,
갑자기 뭔가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른 꽃이었다.
‘이게 뭐야?’
처음 든 생각은 뭘 잘못 넣었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누군가의 서신에 꽃을 넣을 때는 잘 펴서 예쁘게 말려 보내지 않는가?
그런데 이건 그냥 꺾어다 집어 넣은 것처럼 좀······ 엉망으로 말라 있어서 대체 무슨 꽃인지 알아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복숭아꽃이었다.
‘이거 설마······ 남궁류청?’
아무리 생각해도 서하령이 내게 복숭아꽃을 꺾어 보낼 이유가 없었다.
“허.”
헛웃음이 나오더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 이미 했다고 보러 오지 않더니만, 또 이런 걸 챙겨 주다니.
나는 모두 읽은 서신을 내려놓으며 다리 위에 올라와 있는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이건 어쩌지······ ?’
이상하게 말라비틀어진 복숭아 꽃.
헛웃음이 터졌다.
나는 고양이를 향해 마른 꽃을 내밀었다.
“이것 봐라. 이게 뭐 같아?”
고양이의 금색 눈동자가 복숭아 꽃을 바라봤다.
나는 고양이 앞에 복숭아꽃의 줄기를 잡고 빙그르르 돌렸다.
나는 피식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거 남궁류청이 보낸 거거든. 네가 매번 가져오는 거랑 같은 종류야.”
고양이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웃기지 않아? 아니, 어떻게 사람이 고양이보다 못나게······ ”
그 순간이었다.
“합.”
소리와 함께 꽃봉오리가 그대로 사라졌다. 나는 순간 굳었다가 다급히 소리쳤다.
“뱉어! 고양아! 그걸 먹으면 어떻게 해! 그걸 왜 먹은 거야! 그냥 보여 주는 거였다고!”
아니, 아무리 쓸모없는 거래도 고양이 배 속으로 들어가는 건 좀······!
억지로 고양이 입을 열었을 때는 이미 흔적도 없었다.
“대체 그건 왜 먹은 거야? 어!”
고양이를 흔든다고 꽃이 다시 나오는 일은 없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뭐어······ 남궁류청이 알 일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자기가 준 꽃을 고양이 밥으로 썼다는 걸 알면 으음, 모르겠다.
그 성격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니, 근데 고양이가 복숭아꽃을 먹어도 되나?”
나는 고양이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고양이는 갑자기 왜 그러냐는 듯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고양이도 목젖을 찌르면 토하나?”
그 순간 고양이가 화들짝 놀라며 내 품에서 뛰어내렸다.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곤 창문을 날쌔게 넘어갔다. 웬만한 무림 고수 뺨쳤다.
나는 혀를 차며 고양이를 따라 방을 나섰다.
처소를 쭉 걸어나와 안뜰로 향했다.
안뜰에는 언두를 비롯한 하인 여럿이 부산스럽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금쇄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그건 건드리지 마!
조심히 다뤄야 해서.”
“앗, 네! 네.”
한 여종이 들고 있던 목함을 조심스레 내려놓는 것을 보고 당금이 쌀쌀맞게 말했다.
“안에 든 게 뭐길래 그래? 우리도 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 너 혼자만 알면 어떻게 관리하라고?”
“그게 어! 아기씨! 마침 잘 오셨어요.”
말하던 금쇄가 나를 보고 환영했다.
나는 의아하게 주변을 훑었다.
“이게 다 뭐야?”
짐이 생각보다 많았다.
“원래 세 상자뿐 아니었어?”
왜 여섯 상자가 나와 있는 거야?
“음······ 잘못 기억하고 계신 게 아닐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똑똑히 기억하는데
세 상자였다고.’
그것도 처음 백리 세가에서 출발할 때는 한 상자밖에 안 되던 짐이 그만큼 늘어나서 기가 막혔는데.
“······장부 좀 줘 봐.”
“그보다 아기씨, 이건 어찌할까요?”
나는 금쇄가 내미는 목함을 열었다.
우아한 빛깔의 장식이 드러났다.
당금이 관심을 가졌다.
“옥팔찌? 이건 처음 보는 건데?”
금쇄가 웃으며 답했다.
“그렇겠지. 이건 남궁 세가의 작은 마님께서 아기씨께 드린 거야. 작은 마님의 혼수품이었는데 내가 듣기론 황실에서 하사한 거랬어.”
“금쇄!”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은 왜 하는 거야?”
금쇄가 당금을 보며 새침하게 말했다.
“귀한 거니, 다들 내력을 알아야죠. 그래야 조심히 다루지 않겠어요? 저 혼자만 알면 관리하기 힘드니까요.”
놀란 듯 눈을 부릅뜬 당금의 입꼬리가 파들거렸다.
“······어, 엄청······ 좋은 걸 받아 오셨네요. 하, 하하.”
우리의 대화를 들은 다른 하이들도 팔찌를 보며 감탄했고, 금쇄의 말을 듣지 못한 이들은 무슨 일이냐며 다른 하인들에게 물어보고 다녔다.
곧이어 언두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데 관심 가지지 말고,
일해 일!”
하인들이 우르르 흩어졌다.
이를 무심히 보던 나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쟤······ 뭐야?”
나는 무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언두가 내가 가리킨 방향을 보고 말했다.
“소녹이요?”
소녹이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들었는지 이쪽을 바라보았다.
“아기씨랑 아는 사인가요?”
“알다마다······! 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언두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어······ 그, 도련님이 거두셔서요.
손도 야무지고 일도 무척 잘해요.”
“뭐라고요?!”
소녹은 나를 보고 그저 반갑다는 듯 칠렐레 웃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 나 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