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백리표가 펄쩍 뛰며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야! 형, 지금 저 계집 말을 듣는 거야?”
안색이 돌변한 백리명이 호통쳤다.
“조용히 못 해?”
백리표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백리명이 말을 이었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먼저 시비를 걸어 놓고 누구 탓을 하는게야?”
“아니, 형이, 형이 어떻게······!”
백리표가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백리명을 바라보았다.
백리명은 그런 백리표의 모습에 점차 분노가 솟아올랐다.
이 녀석들은 사고를 안 치면 죽는 것인가?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사람도 이리 많은 곳에서 눈치도 보지 않고 제멋대로 굴다니!
누군가 이 상황을 보기라도 했다면.
이 상황을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게 서 소저나 백리리가 아니었다면······!
심지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저번 놀잇배에서도!
백리연이 먼저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지.
고모와 틀어졌어도, 내심 저 아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래도 아버지의 혈육이라고 챙겨 줬는데 끝을 모르고 자신들을 살펴 주길 바란다.
자신이 무슨 쌍둥이들의 뒤처리꾼이냔 말이다!
거기다 명백한 상황이었다.
‘이 일이 할아버지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백리명이 단호하게 소리쳤다.
“더 소란을 피우면 내 조금 혼날지라도 할아버지께 모두 아뢸 것이다.
어디 제대로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꾸나!”
나는 내심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제 안위를 지키는 잔머리만큼은 특출하다니까.’
제아무리 살펴봐도 쌍둥이들이 불리한 것 같아 보이자, 바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뭐, 보통 사람이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생떼에는 질려 버리기 충분했다.
“네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할아버지께서 들어 주실 것 같아?”
처음에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던 백리표도 금세 깨달았다. 백리명이 제 안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백리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간교한 배신자 같으니라고!”
“뭐? 배신자? 널 위해서 말하는거다!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소란이야! 이러다 또 고계암으로 쫓겨나고 싶어?”
고계암 소리에 백리표가 흠칫 놀랐다. 백리명도 제가 말을 꺼내고선 놀란 기색으로 백리리의 친우들을 살폈다.
아이들은 점차 격해지는 기세에 놀라서 입을 다문 채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백리명이 다시 백리표를 돌아보았다.
“당장 의원이나 찾아가거라. 허튼 소란 그만 부리고! 안 간다면 내 당장 할아버지께 말씀드리겠다!”
백리표는 핏물이 들어간 붉은 눈으로 분노와 원망을 담아 백리명을 노려보았다.
백리명은 내심 놀랐으나 시선을 무시하며 고개를 뻣뻣이 들었다.
소우악이 백리표를 잡아끌었다.
“형, 두고 봐.”
백리표가 소우악의 손을 뿌리치곤 제 발로 자리를 떴다.
소우악이 입술을 깨물고 나와 백리명을 보았다가 백리표를 뒤따랐다.
쌍둥이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 백리명이 머리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 번 얼굴을 쓸어내린 백리명이 백리리의 친우들을 돌아봤다.
“다들 괜한 소란을 보게 했구나. 이 일은······큼.”
백리명이 헛기침하며 백리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눈을 내리깔고 있던 백리리가 쌀쌀맞게 말했다.
“표 오라버니가 어쩌다 그렇게 크게 넘어졌는지 모르겠네. 그치?”
짧은 침묵이 흐르고 짙은 장밋빛 치마의 소녀가 눈치 빠르게 말했다.
“아, 맞아, 맞아. 어쩜, 앞을 잘 보고 걸으셨어야 했는데 말야.”
“돌부리에 제대로 걸렸나 봐. 정원 돌아다닐 때 조심하자.”
분위기가 다소 가벼워지자 아이들이 웃음을 참는 기색으로 서로 입을 맞췄다.
어쨌든 친지끼리 돌 던져 이마깨며 싸웠다는 얘기가 흘러나가 좋을 건 없는 것이다. 영원히 비밀로 할 수는 없겠지만······ 소문을 잠깐은 미룰 수 있을 것이다.
다 끝난 듯 보이자 백리리가 발을 떼고, 그 뒤를 친우들이 우르르 뒤따라갔다.
‘그러고 보니 백리리 쟤는 여기 왜 온 거야?’
음······ 이유는 모르겠지만 백리리가 쌍둥이 편을 들지 않아 일이 편하게 끝나긴 했다.
살짝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백리리가 뒤를 홱 돌아봤다.
나를 쏘아보는 눈초리에 올렸던 입꼬리를 슬며시 내렸다.
“너.”
나는 흠칫 놀랐다.
“오지랖도 정도껏 해. 내 언니야. 내 혈육이라고!”
“······?”
뭐라는 거지?
순간 백리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하게 봤다.
자세히 다시 살피자 나를 바라보는 줄 알았던 백리리의 시선은 내가 아닌 내 옆의 서하령을 향해 있었다.
“어? 고작해야 몇 개월 같이 지낸 주제에! 잘난 척은!”
“······.”
“······.”
“······어, 리야?”
나는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백리리를 불렀다.
“······흥!”
나를 노려본 백리리가 소맷자락을 털며 몸을 돌려 떠났다. 나는 그 모습을 얼떨떨하게 보았다.
잠시 후. 같이 바라보던 서하령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네 동생 웃기다. 원래 저래?”
“나는······ 나는 몰라.”
“네가 모르는 것도 있어?”
나는 서하령을 부릅뜨고 노려봤다. 서하령은 내 표정이 우스운지 난간을 두들기며 더 크게 웃었다.
그제야 야율이 내게 다가왔다. 남궁류청도 함께 다가오다 바닥의 돌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때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커흠, 큼. 연아,
넌 다친 데는 없느냐?”
뭐야, 백리명 아직도 있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갑자기 선량한 오라비인 척 굴며 백리명이 내 대답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머뭇거렸다. 왜 저렇게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구는지 의아해하던 난 이유를 깨닫고 말했다.
“야율이랑 류청, 하령, 모두 다 입 무거우니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백리명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곤 발을 뗐다. 그가 자리를 뜨기 전에 내가 다시 불렀다.
“아, 맞아, 오라버니.”
“왜 그러느냐?”
“만약에 할아버지께서 이 일을 여쭤보시면 그냥 사실대로 말씀드려요.”
“······그건 또 어째서냐?”
그야 지금 할아버지의 부하가 이 대화를 듣고 있으니까.
“저는 소란이 커지지 않길 바란거지 할아버지께 거짓말을 하려고 한 건 아니니까요.”
이 말도 꼭 전해주세요,
이름 모를 부하님.
과거에 내가 쌍둥이들이 던진 진흙과 그 안의 돌로 이마에 상처를 입고 아버지껜 넘어져서 다쳤다고 거짓을 고했다.
하지만 후일, 할아버지께서 쌍둥이들을 크게 혼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이곳을 담당하는 무사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기척을 숨긴 채.
그 무사는 여기서 있었던 일을 할아버지께 모두 보고 했고······ 쌍둥이들은 내가 할아버지께 일러 바쳤다고 여겼다고 한다.
억지로 짓지 않아도 과거를 떠올리니 저절로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알겠다.”
수긍한 백리명이 멀어지고 나는 서하령을 돌아보았다.
“너는 어쩌다 백리리랑 같이 온거야?”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백리리가 너 어딨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알려 준다고 같이 오다가······.”
이 상황을 보게 된거였군.
고개를 주억거린 내가 이번엔 야율과 남궁류청을 보았다.
둘이 같은 탁자에 있어도 서로 한마디도 얘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대화 좀 하라고 두고 온 것도 있었다.
“너희 둘은 좀 친해졌어?”
“응.”
야율의 대답에 남궁류청이 고개를 번뜩 들고 야율을 미친놈 보듯 바라봤다.
‘음. 거짓말이군.’
야율이 말을 이었다.
“친해졌으니까 앞으로 쟤랑 두지마.”
“······”
“백리연.”
야율의 말을 무시하듯 남궁류청이 나를 불렀다.
내가 그를 바라본 순간, 남궁류청은 흙바닥에 박힌 돌을 발끝으로 들어 올린 후 걷어찼다. 그리고 내게 날아온 돌을 야율이 손을 뻗어 잡아챘다.
‘아니, 나도 잡을 수 있는데······.’
누가 봐도 잡으라고 던진 속도였다.
남궁류청이 살짝 짜증 난 얼굴로 야율을 쏘아보았다가 말했다.
“이건 고의야.”
나는 야율의 손에서 돌을 가져왔다.
새알 크기의 돌. 묵직한 무게감.
이런 돌이 진흙 안에 그냥 딸려 들어갔을 리 없다. 백리표가 일부러 돌을 집어넣고 뭉친 것이다.
나는 그 돌을 멀리서도 잘 확인할 수 있도록 난간 위에 올려 두었다.
“알고 있어.”
* * *
산수연의 남은 날들은 별다를 것 없이 흘러갔다.
극단과 곡예단을 초대하고 소림사에서 승려 몇 명이 와 할아버지의 복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그사이 고모의 처소에 큰아버지와 백리명이 불려가고 몇 번의 큰 소란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소녹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고모가 쌍둥이들과 함께 시가로 떠나고 나서야 조용해졌다는 이야기도.
‘흐음, 더 건드려야 하나······?’
자려고 누웠을 때였다. 창문이 살짝 열리더니 훌쩍 들어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누웠던 몸을 일으켰다.
들어온 것은 제갈화무의 고양이 결이었다.
“······돌아온 거야?”
제갈화무는 천산염제가 야율을 데리고 온 날 이후로 며칠 동안 안 보였다.
그때 결이의 목에 걸린 돌돌 말린 쪽지가 보였다. 불을 다시 켜기 귀찮아 안력을 높이자 간신히 읽을 수 있었다.
[잠깐 보자.]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보자니? 어디서? 설마······지금 밖에 나오라고?”
결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다 칭찬을 바라는 듯 머리를 내게 문질렀다.
나는 결이가 열고 들어온 창문을 활짝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머리맡에 뜬 상현달을 볼 수 있었다.
“꼭 지금?”
탁, 탁, 탁. 결이의 꼬리가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다.
“하아.”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금쇄를 찾았다.
금쇄는 나가야 한다는 내 말을 듣고 목덜미를 잡았지만, 어찌 되었든 내 뜻을 도왔다.
여종 복장으로 갈아입은 나는 조심스레 방을 나왔다. 처소의 뒤뜰.
샛길을 통해서 고양이 꽁무니만 보고 따라갈 때였다.
나를 따라오는 기척이 미약하게 느껴졌다.
‘언제부터······?’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나와.”
그러자 담벼락의 그림자 속에서 야율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