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
“어디 가?”
뭐가 이렇게 당당하지? 방금 나 몰래 따라오는 거 들킨 거 아닌가?
기가 막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냥 잠깐 나가는 거야. 너는 어떻게 따라온 거야?”
“그냥 보여서 따라왔어.”
“······.”
지금 내 말 따라 하는 거야?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 말했다.
“따라오지 마.”
“왜?”
“······사람은 원래 허락없이 따라다니면 안 돼.”
내가 이런 것까지 알려 줘야 하나?
어릴 적에 졸졸 따라다니는 건 잘 몰라서라고 할 수 있지만 커서도 이러는 건 옳지 못했다.
‘거기다 내가 나오고 바로 뒤따라 온 걸 봐서는 평소에 내 처소 주변을 얼쩡거린 것 같은데······.’
하루 이틀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처음 본 어미 새를 졸졸 따르는 걸 무슨 효과라고 하던데, 그건가?’
고개를 끄덕인 야율이 반짝거리는 눈을 한 채 말했다.
“그럼 허락해 줘.”
“······.”
“응?”
“······안 돼. 몰래 나가는 거니까.”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허락 안 하면 말하겠다는 거야?”
“응?”
야율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는 듯이 나를 보았다.
‘뭐지? 내가 나쁜 놈이 된 것 같은 이 상황은?’
야율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곤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로······ 안 돼?”
“······.”
그 모습에 순간 남궁세가에서 지낼 때 마당에서 나를 기다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야율은 그렇게 매일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었다.
내가 입을 열었을 때였다.
취! 치!
갑작스러운 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봤다. 결이가 기침을 한 것이었다.
결이는 내가 바라보자 불만스럽게 꼬리를 바닥에 내려치다 어서 가자는 듯 일어났다.
“······오늘만이야.”
야율이 환하게 웃으며 내 옆에 섰다.
“다가오지 마. 너 너무 눈에 띄니까 아까처럼 숨어서 와.”
* * *
조금 가자 제갈 세가주가 준비, 그러니까 매수한 듯한 하인이 나타났다.
그는 야율까지 함께 나갈 거라는 얘기를 듣고는 당황하긴 했으나 나와 야율을 샛문으로 조용히 빼돌려 줬다.
물론 야율도 급하게 눈에 띄지 않게 하인의 복장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옷을 갈아입긴 했는데, 나 잠행나온 사연있는 귀공자요, 라고 보여서 조금 웃겼다.
밖에 대기한 마차가 있었고 말 없는 마부의 안내에 따라 올라탔다.
꽤 달린 뒤 마차가 멈추고 마부가 문을 열어 주었다.
마차에서 내린 나는 풀 냄새를 잔뜩 맡았다. 웬 숲길 앞이었다.
‘그렇게 멀리 나오진 않은 것 같은데 여기가 어디지······?’
조용하니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 사이로 물소리가 조금씩 들렸다. 그제야 어딘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마부가 등불을 내게 건네고 야율과 함께 하나뿐인 길을 따라 올라갔다.
역시나 한 번 본 적 있는 선착장이 나왔다. 저번에 석가약과 다른 소저들과 함께 왔던 작은 선착장이었다. 그곳에 놀잇배가 하나 있었다.
하얀 손이 천막을 들어 올리고 소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서 와.”
제갈화무가 내 뒤에 시선을 두었다.
“그런데······ 혹을 달고 왔네?”
내가 설명하려 할 때 제갈화무가 손을 들어 막았다.
“하지만 쟤는 안 돼.”
제갈화무가 내 손목을 잡더니 확 잡아당겼다.
“엇!”
제갈화무의 품에 넘어지듯 배에 올라탔다. 출렁이는 배에서 황급히 균형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놀랐잖아!”
그러곤 뒤를 돌아보았다.
나를 뒤쫓으려는 야율을 갑자기 나타난 흑의인들이 막아섰다.
“야······!”
갑자기 내 입을 틀어막는 손이 보였다. 눈을 부릅뜨자 제갈화무가 기다란 검지를 올려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고 제갈화무를 노려보았다가 야율에게 전음을 보냈다.
등롱은 내가 가지고 들어왔기에, 강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전음을 보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 싸우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
금방 돌아 올게! 」
제대로 전달됐는지 격해지던 기세가 멈췄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는 성난 눈으로 제갈화무를 노려보았다.
제갈화무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쟤가 안쓰러워?”
“뭐? 아니 지금, 후······ 그래, 아무래도 신경 쓰이긴 하지.”
제갈화무가 고개를 젓더니 부채를 쫙 펼쳤다.
“저 야율이란 애, 반년 전에 천산염제랑 둘이서 흑도방파 하나 몰살 시킨 건 알아?”
“응?”
“밤새 장원 안에서 비명과 고통의 신음이 울리고 완전히 조용해지자 불길이 치솟았다······.”
노래하는 듯한 어조의 말이 끝나자마자.
풍덩.
갑작스러운 소리에 돌아보자 사람 한 명이 물에 빠졌다가 고개를 내미는 것이 보였다.
“내 몸에 손대지 마.”
방금 사람을 빠트렸다고 보기에는 기이할 정도로 고저가 없는 목소리였다.
야율이 선착장 가장자리로 다가가자 그를 누군가 붙잡았다가 빠진 듯 보였다.
“봤지?”
“······.”
“네가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걸 좋아하는 건 알지만······ 동정에서 끝내도록 해. 거기서 더 가까워져서 좋을 거 없어. 네가 그 아이의 인생을 책임져 줄 거 아니잖아?”
“······뭐?”
“불쌍한 척하는 데 넘어가지말라고.”
나는 기가 막혀 제갈화무를 바라봤다. 제갈화무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왜?”
“그 말을, 양심도 없게, 네가?”
제갈화무가 기침을 터트리듯 웃었다.
나는 얼굴을 가리느라 머리에 쓴 천을 벗어 던지며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른 거야?”
진짜, 별거 아니면 가만 안 둬.
제갈화무는 탁자의 접시를 내밀었다.
“추오당에서 이번에 새로 만든 떡이래.”
내가 좋아하는 곳의 떡이었는데, 맛있지만 거리가 멀어서 자주 먹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자려다 끌려 나온 판이라 출출했다.
반사적으로 하나 집어 먹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역시 맛있넴. 뭐가 들어간 거지?”
“여기 차도 있어.”
제갈화무는 자연스럽게 차도 따라 건넸다.
“너는 안 머검?”
고개를 끄덕이던 제갈화무가 갑자기 하나를 집었다.
안 먹는다며?
“네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천막 한 쪽을 걷어 올려묶어 놓았는데 드문드문 있는 다른 배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밤에 뱃놀이할 철이 아니라 몇 척 없었다.
강에서 부는 바람이라서 그런지 들이치는 바람이 조금 거셌다. 천막을 올려 고정한 끈을 끌러 내리려 할 때였다.
나는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배를 보곤 두 눈을 의심했다.
금안에 보이는 기척.
‘······고모?’
쌍둥이들이랑 시가에 간 거 아니었어?
‘설마 이것 때문에······.’
나는 뒤를 홱 돌아보았다.
제갈화무가 빙그레 웃었다. 입술을 깨물고 다시 앞을 보았다.
‘누구랑 같이 있는 거지?’
배는 여럿이 타고 있었다. 고모 빼고는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제갈화무가 천막을 묶은 끈을 끌렀다. 더는 배가 보이지 않았지만 금안으로는 여전히 천막 너무 배 안에 탄 사람들이 가늠됐다.
나는 자연지기로 청력을 돋웠다.
강물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다가 배들끼리 가까워지자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운남으로 ······귀주······흔적이 끊겼습니다.”
“10년 넘게······ 머물던 땡중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는······ 계속 추적해. 알았어? 그쪽은 됐고, 그건 어떻게 됐어?”
“······자신의 능력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쨍그랑!
나는 와락 인상을 찡그렸다.
청력을 집중한 상태라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것도 못 알아낸다고? 대륙 제일의 약제사? 어떻게든 알아내라고!”
“죄송합니다.”
“여보.”
여보?
들은 적 있는 목소리였다. 소가장의 소가주인 고모부였다.
소가장은 장원이라고 불릴 만큼 꽤 큰 가문이었다. 하지만 백리 세가에 비할 바는 되지 않았다.
성품이 제멋대로인 고모에게 큰 소리 낼 수 없도록 일부러 세가 약한 가문을 골라 시집보낸 것이었다.
할머니의 예상대로 소가장은 고모에게 꼼짝을 못 했다. 다만 문제는 고모도 자신의 시가인 소가장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 백리 세가에만 머물러 있었다.
시가를 부끄럽게 여기는 고모는 고모부가 백리 세가에 오지 못하게 막았다. 할아버지 팔순에도 연회 전에 미리 와서 축하와 선물을 드리고 떠났을 정도였다.
물론 그렇게 지내는 대가로 백리세가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었다.
옷자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보아 고모부가 씩씩거리는 고모를 다독이는 듯했다.
“정말로 할 것이오? 장인어른께서 아시면······.”
“그자는 아버지도 아니에요! 목숨줄도 긴 노친네. 감히 내 아들들을 고계암에 보내 놓고는. 그럼, 이대로 쫓겨나란 말이에요? 어머니 오라버니 다 믿어선 안 됐는데.”
뭐라고?
내가 있는 곳이 배만 아니었다면 펄쩍 뛰었을 것이다.
“하나라도 제대로 처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소저, 마지막으로 약제사가 말씀하시기를······.”
저들끼리 말을 하면서도 음모를 꾸미는 건 아는지 목소리를 낮췄다.
스치듯 지나간 배가 다시 조금씩 멀어지다 어느 순간에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멀어졌다.
그제야 나는 다시 제갈화무를 돌아보았다.
“대체······ 뭔 짓을 꾸미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