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 * *
자, 정리해 보자.
첫 번째, 고모는 어떤 스님을 찾고 있었고 그 스님은 도망쳤다.
두 번째, 약제사에게 어떠한 약을 의뢰했고, 실패했다.
세 번째, 할아버지를 해하려 한다.
“정말 미쳤네······.”
기가 막히고 머리가 복잡했다.
차라리 무슨 일을 꾸미는지 명확하게 말했다면 확실하게 대비할 수 있을 텐데.
‘아니야. 이런 대화를 엿들을 수 있던 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거야. 아쉬워하지 말자. 이제 그럼······.’
그때 갑자기 뺨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입술 그만 괴롭혀.”
제갈화무의 손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나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나 보다.
제갈화무의 말에 왠지 모르게 심통이 났다. 그가 바란 대로 해주고 싶지 않아, 일부러 입술을 더 꽉 깨물었다.
그러자 제갈화무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백리 세가주는 노회한 강호고수야. 화초처럼 자란 네 고모가 음모를 꾸민다고 해서 거기에 당하실 것 같아?”
“······.”
제갈화무의 말은 틀린 것 없었다.
고모는 할아버지를 뒷배로 할머니의 극지한 보살핌, 오라버니의 보호 속에서 지냈다.
일을 꾸민다고 해 봤자라고나 할까. 벌써 내게 이렇게들키지 않았는가?
‘물론 내가 화무에게 고모의 움직임을 지켜봐 달라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쉽게 내막을 엿들을 줄이야.
‘그래도······.’
그때 입술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또다시 놀라서 앞을 바라봤다.
“뭐······.”
순간 입안에 떡이 쑥 들어왔다.
제갈화무는 웃는 낯으로 손수건에 손을 닦을 뿐이었다.
“······.”
나는 한숨을 내쉬곤 떡을 우물거렸다.
삐걱거리며 유유히 강물을 헤치는 소리만 들렸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맞지. 할아버지를······ 내가 걱정할 필요 없다는 걸 이성적으로는 알아. 하지만 그래도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예상외일지는 몰라도, 나는 좋은 것 같은데.”
“뭐?”
“네 고모가 백리 세가주를 노리는 거. 아주 마음에 들어.”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눈을 치켜떴을 때 제갈화무가 말을 이었다.
“널 노리는 것보다야, 네 할아버지가 훨씬 덜 위험하니까. 사실은 너, 일부러 고모를 자극한 거잖아? 널 노리다가 실수하도······ 읍!”
나는 떡을 집어서 제갈화무의 입에 넣었다.
눈치는 빨라서.
맞다. 원래는 나를 노리도록 유도해 실수를 잡아낼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할아버지를 노린다니.’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제갈화무는 떡을 넘기고 말했다.
“음, 그럼 이 얘기를 들으면 기뻐하려나?”
“뭘?”
“네 고모가 쫓던 스님을 잡았어.
“······!”
“왜 도망쳤는지, 왜 찾았는지 물어봤는데 입이 너무 무겁네. 거리가 멀어서 여기까지 데려오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거야.”
제갈화무가 나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어때? 기분은 좀 좋아지셨나요?”
* * *
야밤의 외출은 야율에게 들킨것을 빼면 조용히 끝났다.
그리고 걱정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나는 그저 할아버지를 자주 찾아뵈면서 별문제 없는 걸 확인할 뿐이었다.
‘당장 시가에 있는 고모가 일을 꾸민다 해도 할아버지께 손쓰기 어렵긴 하겠지······.’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헛기침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맹에는 나흘 뒤에 출발할 것이다. 의강은 준비할 것이 있다면 고 총관에게 말해 두도록 하고, 의묵은 장 부관을 도와 가문에 문제없도록 이끌거라.”
“알겠습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무림맹에 가게 되었다. 곧 무림맹회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저번 생에서 아버지는 가지 않으셨다.
할아버지의 산수연 전까지 쭉 무림맹의 일을 하다가 가문에 돌아오신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고모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갔지.’
쌍둥이들 중에서는 백리표만 할아버지를 함께 따라가고 소우악은 소가장에 머물렀다. 그 일이 고모가 쌍둥이들과 함께 시가로 향하며 이렇게 바뀐 것이다.
“연이 너, 아버지가 없다고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되느니라. 알았느냐?”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말에 갑자기 발끈하여 반박했다.
“아버지, 연이는 지금껏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 없던 아이입니다.”
“뭐라? 없긴 뭐가 없어?”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 없을 때 영약을 먹고 주화입마에 빠진 사실을 아주 까맣게 잊어버리신 듯했다.
할아버지의 언성이 높아지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할아버지도 참, 제가 걱정된다면 걱정되신다고 말씀하세요. 두 분이 똑같이 저를 걱정하시는데 저때문에 다투시기까지 하시다니. 휴우, 다 제가 인기가 많은 탓이죠.”
“헛소리하지 마라!”
할아버지가 헛웃음을 지으며 소리쳤으나, 굳어지려던 분위기는 단숨에 풀어졌다.
“원래는 연이 너도 데려갈 생각이었다만······ 일이 이리되었으니 어쩔 수 없지.”
남궁류청과 야율이 내 생일 때까지 머무리기로 하여 나는 아버지를 따라갈 수 없었다.
“대신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마.”
“좋은 소식이요?”
그때 단호한 성정이 느껴지는 나이 지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공에 의강까지 떠나면 집 안이 적적하겠군요.”
목소리의 주인은 할머니로 할아버지 곁에 앉아 계셨다.
원래 이런 식사 자리에는 잘 나오시지 않으셨는데 어쩐 일로 모습을 지추셨다. 그리고 저 말을 듣자 무슨 이유로 나오셨는지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작 둘이 자리를 비울 뿐인데 적적할 것까지야 있소?”
“둘이라니요? 다섯입니다. 갑자기 텅 빈 느낌이군요. 그렇지 않느냐?”
할머니가 큰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큰아버지는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할머니의 눈빛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나섰다.
“그러게요, 아버지. 넓은 집 안에 사람이 이리 적으니 적적할 것 같습니다. 의란이야 시부모께 효를 다한다고 해도 아이들 정도는 다시 데려오는 게 어떻습니까?”
할머니와 큰아버지의 말을 대충 해석하자면 이런 말이었다.
할머니는 적당히 하고 의란과 쌍둥이들 데려오지? 그치 아들아?
큰아버지는 의란은 조금 그렇고······ 쌍둥이들이라도 데려오는 게어떤가요, 아버지?
탁. 할아버지가 젓가락을 세차게 내려놓았다
“소우악 그 아이는 백리가에 계속 머물러 뭐 하나? 나이가 열둘이거늘 이제 슬슬 소가장에서 지내고 이끄는 법을 익혀야지. 표도 제 형제를 옆에서 돕는 법을 익히는 것이 좋을 것이고.”
할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열둘부터 준비할 필요가 뭐가 있답니까? 마흔이 넘어도 소가주 자리는 이른걸요. 천천히 준비해도 상관없습니다.”
“고가장주의 뜻은 다른 것 같소만? 소가의 아이를 고계암에 보낸 뒤 계속 항의를 하지 않았소?”
“······.”
할머니의 패배였다.
결국, 할머니는 입맛이 없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숟갈이나 떴을까? 분위기가 이러니 밥도 제대로 먹지못한 심 부인이 황급히 일어나려고 하는 걸 백리의묵이 부축했다.
“큰 애는 더 먹고 가지 그러느냐?”
“괘, 괜찮습니다.”
심 부인이 부축을 받으며 할머니를 뒤따랐다.
할머니가 방을 나서기 전에 갑자기 멈춰서 돌아보았다.
“명이 너는 오후에 정 소저를 잊지 말거라.”
“······예.”
대답하는 백리명의 얼굴이 죽상이었다. 정 소저는 백리명과 혼담이 오가는 여인이었다. 이번 사수연에 처음 만나고, 산수연이 끝난 지금도 만남을 이어 가고 있었다.
할머니가 나가는 것을 본 백리명이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저 정말로 정 소저랑······.”
“네 조모가 신경 쓴 혼담이니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거라.”
할아버지가 백리명의 말을 단호하게 잘랐다.
보통 사대부 가문들에 비하면 무림가문은 이런쪽의 가풍이 자유로운 편이었다. 혼담이 오고 갈 때 미리 얼굴을 마주하고 성품을 알아가기도 했다.
나도 연회에서 정 소저와 한 번 얘기를 나눴는데 음······ 백리명이 왜 저렇게 도살장 끌려가는 듯한 반응인지 알 수 있었다.
‘정말 혼인하려나? 저번 생에는 정 소저가 아니었는데······ 뭐,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할아버지는 백리명을 향해 계속 해 훈계했다.
“네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인품과 자질이니라!”
보통은 아들의 편을 들며 할아버지를 말렸을 큰아버지 또한 백리명을 나무랐다.
“그래.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혼사에 어찌 왈가왈부하느냐.”
백리명은 우울한 낯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때 갑자기 큰아버지가 나를 보며 아버지께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연이는 어찌할 생각이더냐?”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혼인 말이다.”
갑자기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왜 나를 걸고 넘어져?
“······형님, 연이는 아직 열한 살입니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당황스러움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게 뭐 어때서? 곧 열두 살이니 3년이면 계례를 올릴 것이지 않으냐. 얼마 남지도 않았거늘, 아니면 혼약만 먼저 주고받을 수도 있고.”
계례는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비녀를 꽂는 성인식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혼담을 주고받았다.
“남궁 세가의 안주인이 연이를 맘에 들어 하여 본인의 혼수였던 예물도 주었다 하던데.”
“······그건 그저 선물입니다.”
“그러니 더 문제지. 남궁세가의 격에 맞는 혼수를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해야지 않겠느냐.”
“······.”
그때 내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백리리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언니, 남궁 공자랑 혼인하면 남궁 세가 가서 살아?”
“아니······ 이게 무슨, 혼인 안해! 무슨 소리야!”
“그래? 하지만······ 알았어.”
뭘 알아! 전혀 안 믿는 눈빛인데! 더 강력하게 부인하려고 할 때였다.
쾅!
탁자를 할아버지가 거세게 내리치곤 말했다.
“연이도 있는 자리다! 경우 없게 아이 앞에서 혼담 얘기를 꺼내는 어른이 어딨느냐!”
할아버지의 말에 안도하려던 나는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어조가 묘했다.
할아버지께서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하는 게 아닌······ 왜 내 앞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냐고 화를 내는 것이다.
‘뭐지, 이건? 뭐야? 뭐야? 설마······!”
머릿속에 좀 전에 할아버지가 한 말이 스쳤다.
분명 좋은 소식을 가져온다고······.
아니지? 아니지?
난 아버지를 올려다봤다.
아버지는 나를 보고는 걱정하지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뜻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