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감히 표를 다치게 해? 너 미쳤어?”
그때였다. 우르르 다가오는 발소리와 함께 여기에 있을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말이야?”
백리리였다. 친우들과 함께인 앞에는 서하령도 있었다.
‘아, 쌍둥이들이랑 얘기하느라······.’
누가 다가오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거기다 저번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었다.
백리리가 서하령을 밀치면서 앞으로 나와 두리번 거렸다.
“뭐야? 오라버니 왜 그러고 있어?
······다쳤어?”
골치가 아파왔다.
백리리는 어릴 적부터 금지옥엽으로 아낌없이 사랑을 받아 왔다. 콧대가 아주 높아 본인에게 거슬리면 제 오라비인 백리명의 말도 무시해 버리는 제멋대로인 아이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교만한 부잣집 딸.’
과거에는 나를 상대도 하질 않았다. 나 같은 내공 폐인은 격이 맞지 않는다고 여기는 듯했다.
오죽하면 이번 생에 마주치고 얘기한 적이 더 많았다. 앓아눕고, 남궁 세가를 방문하고, 폐관 수련을 하느라 가문에 얼굴을 내비친 기간이 훨씬 짧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날 본체만체하긴 했어도 괴롭힌 적은 없었다. 그러니 되도록 얽히지 않으려고 했다.
훌쩍이던 백리표가 소리쳤다.
“보면 몰라? 저 계집년이 나, 나한테, 돌을 던졌다고!”
백리리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돌이라고?”
“그래! 이거!”
백리표가 질척한 바닥에 박힌 새알만 한 돌을 가리켰다.
“언니가 왜······.”
“거짓말! 연이가 그랬을 리가 없어!”
서하령이 대뜸 소리쳤다.
‘오 살짝 감동인데.’
말이 잘린 백리리가 눈을 치켜뜨며 서하령을 돌아보고, 백리표가 버럭 소리쳤다.
“수향문 계집애는 꺼져!”
“하! 이 개자식이 뭐라는 거야?”
서하령이 꿈쩍 않고 험한 말을 내뱇는 모습에 깜짝 놀라서 바라봤다.
“뭐라고?! 너······!”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모습에 황급히 말렸다.
“하령아! 이리 와.”
서하령이 백리표를 노려보다 콧방귀를 끼고는 내게 다가왔다.
그 뒤로 백리리가 눈을 세모꼴로 뜨고 서하령을 노려보는 게 보였다.
‘왜 서하령을 노려보지?’
쌍둥이들과 친했으니 나를 노려봐야지 않나?
의아했지만 빠르게 다가오는 서하령에게 시선을 뺏겼다. 버들바람 같은 발걸음이었다.
‘경공이 많이 늘었네.’
무심히 생각하던 난 내 앞을 막아선 서하령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마치 지켜 주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서하령이 나를 흘끔거리며 작게 속삭였다.
“아니지, 연아? 네가 던진 거 아니지?”
“······.”
나는 조용히 흙이 묻은 손바닥을 보여 줬다. 서하령이 눈을 홉떴다.
“······이 자식들, 연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프흡.”
순간 웃음이 터져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때 백리리가 소리쳤다.
“그쪽이 뭔데 끼어드는 거예요? 외부인은 빠지시죠.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서하령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웃기는 소리! 우르르 몰려들어서 연이 핍박해 놓고는,
알아서 하겠다고?”
“언제 핍박했다는 거예요!”
“뻔하지!”
나는 말리려 서하령의 옷자락을 당겼다.
“하령아, 괜찮아.”
백리리의 뒤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익숙한 기척이 보였다. 전력을 다했는지 순식간에 도착한 백리명이 버럭 소리쳤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어른이 없는 자리. 책임자는 백리명이었다. 소란이 일어난다면 백리명이 문책을 피할 수 없었다.
백리명이 백리표를 보고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표야! 그 꼴은 뭐야?
그 상처는 뭐고!”
“형!”
백리표가 밸리명을 붙잡고 소리쳤다
그때 백리명이 온 방향에서 또 다시 누군가 다가왔다. 두 명으로 이번에도 익숙한 기척이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재빨리 전음했다.
「 오지 마. 」
두 사람이 우뚝 멈춰 섰다.
야율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남궁류청은 무척 성난 표정이었다.
‘쟤는 왜 화가 난 거야?’
나를 훑고는 다소 표정이 편 남궁류청이 다시 다가오려는 걸 야율이 막았다.
나는 야율을 향해 고맙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남궁류청에게 전음했다.
「 기다려. 」
그사이 백리명이 소우악과 백리표에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고 있었다.
“악아, 표야,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냐?”
소우악이 억울한 얼굴로 소리쳤다.
“나란 표가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저 계, 백리연이 갑자기 우리한테 진흙을 던졌어!”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그걸 표가 맞았는데, 심지어, 심지어 그 안에 돌이 들어 있어서! 형!”
소우악이 백리명을 붙잡았다.
백리명이 당혹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 곧이어 소우악을 향해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악아,
표를 데리고 의원에게······.”
“아니! 무릎 꿇고 사과부터 시켜! 저 계집년이 나를 이 꼴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백리표가 소리쳤다. 분노가 아픔을 잠식한 듯한 모습이었다.
백리명이 눈을 꽉 감았다가 나를 돌아보았다.
“연아. 악과 표의 말이 사실이냐?”
나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던졌어요.”
서하령이 깜짝 놀라 나를 붙잡았다.
백리명도 놀라서 소리쳤다.
“어찌······!”
나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라버니들이 먼저 던져서였어요. 저는 제게 날아온 걸 잡아서 되던졌을 뿐이고요.”
소우악이 버럭 소리쳤다.
“거짓말! 형!
저년이 거짓말하는 거야!
설마 저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백리명이 백리표를 돌아보고 다시 내게 말했다.
“······똑같이 던졌다기에는 너는 멀쩡해 보인다만.”
“그야 다 피했으니까요. 표 오라버니는 못 피했고.”
“즐거가 있느냐?”
“그야 당연히······.”
나는 뒤를 돌아 다리 주변을 살폈다.
분명 여기 어디 소우악이 던진 게···.
‘어라, 없네?’
소우악이 던진 진흙은 보이지 않고, 졸졸 시냇물만 흘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물에 휩쓸려 갔나?’
뭔가 그러고보니 첨벙 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필이면······!’
잠시 당황했지만, 재빨리 다시 앞을 보고 말했다.
“오라버니들 손을 보세요. 진흙 투성이일 텐데.”
백리명이 쌍둥이들을 돌아보았다.
백리표가 두 손을 숨기며 주춤거릴 때, 소우악은 반대로 대놓고 양손을 보여주며 백리표의 이마를 가리켰다
“이건 표 이마를 살피느라 묻은거야!”
“맞아!”
소우악의 말에 백리표가 냉큼 동의했다.
“······.”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백리명이 주변을 둘러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연이 네 말엔 증거가 없다. 하지만 표가 다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 더 할 말이 있느냐?”
서하령이 나서려는 것을 또 꽉 붙잡고 앞으로 나섰다.
“제가 오라버니들에게 진흙을 던져서 얻는 이득이 뭔데요?”
“그야 넌 우리를 싫어했으니까!”
“제가 오라버니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오라버니가 절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요?”
“내가 왜 네까짓 걸······!”
“저 때문에 고계암에 갔다고 원망하잖아요.”
“······!”
곧바로 백리리의 친우 중 한 명이 의문을 표했다.
“······고계암에 갔다고?”
“어, 뭐야? 리리, 너희 오라버니들 언제 고계암에 갔어?”
고계암은 벌을 받는 곳으로 유명했기에 아이들이 흥미로운 듯 물었다.
소우악과 백리표의 낯이 시뻘게졌다
쌍둥이들이 고계암에 가 있는 동안 대외적으로는 여행도 할 겸 먼 친척 집에 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까지야 그 수작에 맞춰 조용히 있어 줬지만······.’
이렇게 나를 건드는데 입 맞춰 줄 이유가 있나?
“그리고 하령아.”
“응?”
서하령이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처음 이 상황을 봤지? 어땠어? 본 대로 말해 봐.”
“응? 어···· 너는 여기에 서 있었고···백리 쌍둥이 공자들은 저쪽에서 한 명은 울고 한 명은 소리치고 있었지.”
고개를 끄덕인 나는 백리명을 보며 말했다.
“오라버니, 제가 서 있는 곳을 봐요.”
백리명이 인상을 찌푸린 채 내 주변을 살피다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진흙과 돌이 어디 있어서 던지죠?”
나는 돌다리를 발바닥으로 톡톡 두들기고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내게 던졌다면 모를까.”
백리리와 함께 있던 몇몇이 탄사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소우악은 이렇게 질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저 계집은 백리연의 친우니까 백리연 편을 드는 게 당연하지! 쟤 말을 어떻게 믿어?”
서하령이 받아치려 했으나 내가 붙잡았다.
백리표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그래, 리리!
백리리도 저 수향문 애랑 같이 왔으니까 리리한테도 물어봐!”
서하령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백리명이 백리리를 돌아보았다.
백리명은 우습게도 이 상황에 겨있는 여동생이 걱정되는 낯이었다.
백리명이 머뭇거리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리리야, 서 소저의 말이 정말이냐?”
“······.”
쌍둥이들이 백리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백리리가 쌍둥이들의 편을 들면 이제······.’
그렇게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서소저 말이 맞아요. 제가 왔을 때, 언니는 다리 위에 서 있었어요.”
그러곤 백리리가 쌍둥이들을 경멸하듯 보고 몸을 뒤로 뺐다.
나는 조금 놀랐다.
소우악은 입술을 깨물었고, 백리표가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뭐, 뭣! 백리리! 너 어떻게······!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주변을 둘러보던 백리표가 소리쳤다.
“그래! 미리 가지고 있었겠지!
미리 가지고 있다가 던진 거라고!”
나는 정말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듯 손뼉을 마주쳤다.
“아~ 제가 오라버니들이 이쪽으로 올 줄 예상하고 손에 진흙을 뭉쳐 가지고 있다가 오라버니들이 오는 것을 보고 던졌다?”
“푸흑.”
“크큭.”
킥킥거리는 소리가 백리리의 친우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이미 상황은 명백했다.
“차라리 표 오라버니가 걸어가다 혼자 넘어져서 얼굴을 박았다고 보는 게 더 말이 맞지 않아요?”
“푸하핫!”
아이들 한 명이 웃음을 크게 터트렸고, 이를 찰싹 때리며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백리명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가 쌍둥이들을 돌아봤다. 그리고는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게 앞을 잘 보고 걷지 그랬느냐?”
상황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