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 * *
무림맹 본단 중앙의 전각.
일필휘지로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던 방의 주인은 손님이 찾아왔다는 하인의 말에 벌떡 일어나 맞이했다.
황색 가사를 입은 승려가 염주를 든 손을 모으며 말했다.
“아미타불, 공손 총사. 많이 바쁘신 것 같은데 소승이 방해를 했나 보오.”
“아닙니다. 원음 선사의 방문은 언제든 환영이지요. 어서 오시지요.”
자리에 앉으라는 듯이 손짓했으나 원음 선사가 품속에서 서신을 하나 꺼내 공손 총사에게 내밀었다.
“방장님의 서신입니다.”
공손방의 낯빛이 밝아졌다.
“소승은 전해 드렸으니 이만 물러가 보겠소.”
“아니, 원음 선사님 차라도 한잔 하고 가시지요.”
“아닙니다.”
“이렇게 가시면 제가 죄송스럽습니다. 제게 좋은 용정차가 들어왔으니 맛이라도 보고 가시지요.”
원음 선사는 거절했으나, 공손방이 거듭 붙잡자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하인이 차를 내오는 새 공손방은 서둘러 서신을 읽었다.
소림은 무림맹주와 반맹주의 대립에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서신은 그들 사이를 중재하는 내용이었다.
“후우, 방장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화합은 우리도 바라는 바입니다.”
원음선사가 인자하게 웃었다.
공손방이 서신을 접으며 물었다.
“차 맛은 어떠합니까?”
“소승이 차 맛을 알아야 얼마나 알겠소? 하지만 향만큼은 정말깊구려.”
“소림사로는 언제 돌아가십니까? 가실 때 조금 챙겨 드리겠습니다.”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오.”
몇 번 실랑이가 오가고 결국 원음 선사가 받아 가는 걸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말없이 차를 마시던 원음 선사가 입을 열었다.
“이건 공손방 총사의 성의를 보아 알려드리는 것이오.”
공손방이 눈을 빛냈다.
“방장께서 나서서 중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맹주의 재신임을 요구할 것이오.”
“그건······.”
“지금까지 맹주의 권위를 지켜주고자 우리는 가만히 있었소. 알지 않소? 용과 호랑이를 한곳에 모아두고 고삐를 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들 제 지역에서는 내로라하는 세력이거늘, 자신의 위에 누군가 앉아 있는 걸 반기겠는가?
힘들게 맺은 동맹이었고, 한번 권위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다음 맹주도 조그마한 실책이나 바람에 흔들리게 될 터였다.
“솔직히 이리 오래 끌 다툼인지도 모르겠소. 천산염제의 제자가 어린 나이에 살육을 저지르고 흡성마공을 익힌 것을 용납할 수는 없으나, 이미 죽었다지 않소?’
계속 사람 좋은 낯빛이던 원음선사가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벽가장에서 제 혈육을 잘 챙기고, 교육하였다면 이런 문제가 생겼겠소? 벽가장은 양심이 있다면 백리 대협을 탓할 것이 아니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봐야 할 것이오.”
“······옳은 말씀입니다.”
원음 선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 맹주란 자가 허어······.”
소림의 승려니까 혀를 차는 정도에서 멈추지 바깥에는 무림맹주에 대해 뒷말이 무성했다.
근래 무림맹주는 매일같이 주색잡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따지자면 사생활인 부분이었다.하지만 무림맹주가 사파인도 아니고 백도 무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 적어도 눈 가리고 아웅은 해야지 않겠는가!
“저도 거듭 말씀드려 보았지만······.”
공손방은 고개를 떨궜다.
원음 선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맹주님께서는 명예를 중시했는데 이리되었으니 그 상심은 이해합니다. 허나 이런 시기일수록 처신을 바르게 해야지 않겠소?”
원음 선사가 바로 일어났다.
“차는 잘 마셨소. 아미타부, 모든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오.”
잠시 후, 서재 뒷방이 열리며 한 소녀가 사뿐사뿐 걸어 나왔다. 소녀는 누가 봐도 공손방을 닮아 있었는데, 공손방의 딸로 이름은 공손월이었다.
“아버지, 드시면서 하세요. 제가 만든 간식이에요.”
“고맙구나.”
탁자에 접시를 내려놓은 공손월이 눈치를 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위 맹주님이 재신임이 되지 못하고 쫓겨날까요?”
공손방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근래 여러 실책을 벌였다 한들, 위맹주님은 천하 십강에 오른 초고수시다. 마교의 속셈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불가능한 일이지.”
공손방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재신임 이야기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로 타격이 클 게다. 지금까지는 한번 맹주직을 맡으면 본인이 사의를 표하기 전까지 계속 맡았으니.”
“그렇군요.”
실망스러운 딸의 표정에 공손방이 물었다.
“표정이 왜 그러느냐?”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공손월이 어물어물 말을 흐렸다. 그리고 주제를 돌리듯 질문했다.
“이 중재를 다들 받아 들일까요?”
공손방이 서랍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안에서 노란 봉투를 꺼내거라. 그래 그거. 꺼내 읽어 보거라.”
“백리 세가에서 온 거네요?”
공손월이 아버지의 말을 따라 노란 봉투 속에서 서신을 꺼냈다.
“······납품권, 상방 교역권, 세상에 이 토지도요? 아니, 장로회요?”
하나씩 읽어 나가던 공손월이 깜짝 놀라 서신에서 고개를 들었다.
“은자랑 각종 이권은 그렇다고 해도 아니······ 아니, 백리 세가 사람을 장로회에 넣겠다니.”
“반백년이 넘게 강호에서 가문을 키운 노회한 고수다. 이미 이번 일로 단단히 이득을 챙길 생각이야.”
장로회는 무림맹이 처음 세워질 때 중심이었던 6개의 문파와 3개의 세가 사람들이 대대로 물려받던 자리였다. 그런데 백리 세가에 한 자리를 주거나 새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공손월이 황망하다는 듯 물었다.
“가능······할까요?”
장로회는 무림맹에 끼치는 영향력도 대단했다. 게다가 장로회는 대대로 무림맹주를 견제하곤 했다.
장로회에 자리를 마련하라는 것은 위 맹주에게는 백리세가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이 제안을······ 맹주님께서 받아들이실 리가 없어 보이는데요.”
“그러면?”
“네?”
“그럼 마교를 뒤에 두고 계속 백리 세가, 남궁 세가와 대립해야겠느냐?”
공손월이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다 말했다.
“맹주님이시라면······ 차라리······ 그쪽을 선택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말하면서도 몇 번이나 머뭇거리는 것이,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알 수 없어 조심스러운 느낌이었다.
공손방이 피식 웃었다.
“잘 알고 있구나.”
“예?”
“맞다. 근래 맹주님의 태도라면 그러고도 남지.”
인상을 찡그렸던 공손월이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아버지, 일부러 재신임 얘기가 나오도록 하신 건가요?”
일부러 진퇴양난에 처할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면······.
“그간 나는 맹주님께 이래서는 안 된다고 수도 없이 조언했다.”
공손방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무림맹에 분란이 일어날수록 마교만 이득을 보는 것이라고. 결국 보아라. 그간 얼마나 많은 중소 방파들이 고통 받았느냐? 봉문하고, 혹은 흑도에 밀려 사라지고. 그들은 우리의 동맹이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
공손방은 긴 한숨을 내수며 찻주전자를 들어 바닥을 드러낸 찻잔을 채웠다.
“하나 재신임 이야기를 총사인 내가 꺼낼 수는 없지.”
그 순간 총사도 반맹주파가 되는 것이었다.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공손방이 조소하며 찻주전자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오히려 바라는 바다.”
공손월은 이를 통해 제 아버지가 맹주가 바뀌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설마······ 백리 세가주가 다음 맹주를 노리는 건가?’
입술을 살짝 깨문 공손월이 물었다.
“하지만 그럼 결국······ 무림맹이 백리 세가에게 백기를 들었다고 쑥덕거릴 텐데, 맹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을까요? 아버지는 무림맹의 총사신데······.”
공손월이 말끝을 흐리자 공손방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걱정말거라. 이는 방도가 있으니. 그보다 네게 말할 게 있다.”
“말씀하세요.”
“곧 남궁 공자가 올 거다.”
“남궁 공자면 남궁류청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뒷짐을 진 공손방이 은근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자주 들여다보고 살뜰히 신경 쓰거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남궁 공자가 무슨일로 오는 건가요?”
* * *
“비무 대회를 열겠죠.”
아버지가 되무었다.
“비무 대회?”
“네. 무림맹과 백리세가, 남궁세가가 다시 손을 잡기로 한다면 그 모습을 대대적으로 내보여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내가 있는 곳은 팔향거가 아닌 객잔이었다.
나와 아버지 남궁류청이 함께 앉아 있는 객잔 탁자에는 청주 한 병과 저녁 식사가 놓여 있었다.
나는 조금 슬펐다.
드디어 팔향거 음식을 먹어보나 했는데 이렇게 될줄이야. 참을 걸 그랬나?
나는 젓가락으로 버섯오리볶음을 뒤적이다 내려놓고 아버지를 보았다.
잠시 침묵한 아버지가 말했다.
“하긴, 벌써 열렸어야 할 시기가 지난 지 오래구나.”
“그렇죠. 보통 8년에 한 번씩 열렸는데, 열릴 시기가 한참 지났잖아요.”
정파 무림의 후기지수들이 대거 참석하는 비무 대회.
마교의 습격과 그 후 둘로 갈라진 무림맹의 상황 덕에 비무 대회는 무기한 연기되어 있었다.
남궁류청이 아버지의 술잔을 채우며 말했다.
“맞습니다. 할아버지께서도 제게 서신을 맡기며 비무 대회가 열릴것 같으니, 만약 그렇게 결정된다면 대회에 참가한 후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게다가 후기지수 대회의 승리자는 맹주의 검을 받을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이번에 후기지수 대회가 열린다면 우승자는 당연히······.
나는 남궁류청을 보았다.
남궁류청이 후기지수 비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무림맹주의 검을 받게 될 터.
그리고 남궁 세가는 백리 세가와 함께 맹주와 대립하던 축 중 하나였다.
남궁류청이 우승하고 맹주가 그런 남궁류청에게 가르침을 주는 검을 내린다면 이 얼마나 보기 좋은 화합이란 말인가?
아버지가 술잔을 들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럼, 무한으로 빨리 다 봐야겠구나.”
“괜찮습니다. 급하지 않은 일이니 천천히 가도 됩니다.”
담담하게 대답한 남궁류청이 내 술잔도 채우려 하는 것을 막았다.
이미 두어 잔 마신 상태인 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해서. 저녁도 먹었으니 저는 이만 들어가서 쉴게요.”
아버지가 나와 남궁류청을 한번씩 보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객잔을 걸어 올라가는 내 뒤통수가 매우 따갑게 느껴지는 건······ 착각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