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말 한마디로 사과하면 다요? 왜 말이 없소!”
남궁류청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채아무 말도 하지않고 있었다.
버럭 소리치는 청년의 얼굴은 불콰하게 물들어 있었다. 차림새 또한 괴상망측했는데 내의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간신히 겉옷만 걸친 모습이었다.
그리고 방 안쪽에서는 부스럭거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흘끗 금안으로 확인한 바로는 여인이었다.
반 벌거벗은 남성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여인.
‘아이고······.’
왜 이렇게 뻣뻣하게 굳어서 아무 말 못 하나 했더니만.
상황이 이런데도 웃음이 터질뻔해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웃음을 참아 낸 후 곧장 끼어들었다.
“사과도 하였는데, 적당히 하시죠.”
“그쪽은 뭐야? 끼어들지 마시오!”
“두 분이 타오르는 연정을 주체못하고 청춘을 불태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누구나 들어가 쉴 수 있는 방에서 앞을 막는 사람도 두지 않은 건 그쪽 잘못 아닌가요?”
“뭐······ 헉!”
내가 손을 뻗었다 거둔 순간 사내가 눈을 감고 바닥으로 쓰러지려 했다.
남궁류청이 얼굴을 찌푸린 채 나를 보았다. 양 뺨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낯이었다.
“지금 혼혈을 짚은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주정뱅이 상대해서 뭐 해?”
나는 기절한 남자를 방 안으로 대충 집어 던졌다. 안에서 “꺅!” 짧은 비명이 들렸지만 무시하며 대충 발로 문을 닫았다.
“······.”
나는 남궁류청을 내가 쉬던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얘가 그냥 온 건 아닐 테고.’
날 따라온 게 분명했다.
“왜 저기로 들어간 거야?”
“······실수야. 방문을 착각했어.”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보니 헷갈릴 만도 했다.
고개를 주억거린 나는 남궁류청에게 말했다.
“너도 세수 좀 할래? 얼굴이 빨개.”
확실히 바른 청년인 남궁류청에게 청춘 남녀 둘이 얽혀 있던 건 너무 자극적인 장면이었을지도.
“됐어.”
시간이 약인 듯 빠르게 낯빛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인상을 찌푸린 남궁류청이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넌······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지?”
“뭐가?”
“그야······!”
당장 뭐라고 소리칠 것 같던 남궁류청리 갑자기 고개를 팩 돌리며 다른 곳을 보았다.
‘왜 저래?’
귀 끝이 새빨개 져 있었다.
‘뭐야, 진정하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나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았다.
그런데 남궁류청의 낯빛은 갈 수록 다시 달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너 어디 아파?”
“아니, 아냐.”
남궁류청이 주춤 물러나며 답했다.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몸이 안 좋나? 목소리가 왜 저래?’
내가 다가가자 남궁류청이 움찔 놀라며 말했다.
“가까이 오지 마.”
“아니 류청, 너 정말 괜찮아?”
무시하고 다가간 내가 남궁류청에게 손을 뻗었을 때였다.
짜악!
남궁류청이 매섭게 내 손을 쳐냈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남궁류청도 제 생각보다 소리가 컸는지 살짝 놀란 기색이었다.
“아니, 이건······ 그러니까 내가 가까이 오지 말랬잖아!”
“······.”
아니, 방금 걱정했다가 맞고, 타박까지 받은 거야?
기가 막혔던 나는 손을 감싸 쥐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
“······”
짧은 침묵과 함께 주루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방 안으로 은은하게 흘러들어 왔다.
이내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
나는 답하지 않았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남궁류청이 황급히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백리연!”
깜짝 놀란 목소리.
“하하, 장난이지······.”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든 순간이었다.
남궁류청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그러니까 서로 거의 맞닿을 듯, 콧날 사이로 종이 한 장이 겨우 빠져나갈 만큼 가까웠다.
“······.”
“······.”
나는 웃기는 커녕 숨조차도 멈췄다. 남궁류청도 그대로 굳은 얼굴이었다. 이렇게 가깝게 바라본 적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주홍빛 등불이 도자기같이 매끄러운 피부 위를 비췄다. 살짝 내 쉬는 숨이 뺨에 느껴지고, 남궁류청이 입을 열었다.
“손······.”
나는 화들짝 놀라며 그대로 손을 뻗었다.
퍽 소리와 함께 남궁류청이 뒤로 거의 날아갔다.
하필 벽을 장식하고 있던 장식대에 부딪친 남궁류청이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이어서 기둥이 부서진 장식대가 쓰러지며 장식대 안의 서책과 도자기, 기타 다른 장식들이 남궁류청 위로 쏟아져 내렸다.
퍽! 쿠당탕탕, 쾅! 쨍그랑!
이 모든 건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입을 딱 벌린 채 바라보았던 나는 한달음에 다가갔다.
“아니, 류청! 괜찮아?”
손에 느껴진 감촉을 보아 내가 남궁류청에게 한 공격이 아주 제대로 들어간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결단코 고의가 아니었다!
내 몸이 수련한 성과를 내보였다고 해야 할까, 깊게 생각도 하기 전에 몸이 반사적으로 나가 버렸다.
남궁류청이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남궁류청의 어깨 위를 덮고 있던 서책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콜록, 콜록. 남궁류청이 마른 기침을 뱉어 냈다.
나는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아니, 네 실력이면 피할 수 있잖아! 그걸 왜 못 막아서······!”
어라? 이거 방금 남궁류청이 내 손을 내치고 한 말고 비슷하지 않나?
고개를 번쩍 든 남궁류청이 나를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말했다.
“괘, 괜찮아?”
남궁류청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괜, 찮, 아.”
그때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큰 소리가 들리던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자, 잠시만요.”
방이 엉망진창이 되었는데도 주루의 지배인은 의외로 태연했다. 무인이 많은 곳이다 보니 이런 일을 자주 겪은 듯했다. 적당히 돈을 주자 크게 따지지 않고 넘어 갔다.
그렇게 수습하고 엉망인 방에서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쓰러진 장식대 아래 깔렸던 남궁류청도 다친 곳은 없었다. 굳이 가장 다친곳을 따지자면 내가 때린 곳이랄까······. 하하.
‘휴, 괜히 장난 좀 치다가······.’
나는 민망함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했다.
“정말 미안해.”
남궁류청이 흘끔 노려보고 옷자락을 털었다.
“됐어. 서로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
“으응.”
눈을 굴리던 나는 어색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질문했다.
“그래서 왜 따라온 거야?”
“아.”
남궁류청이 이제야 떠올랐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나, 며칠 못 볼 거야.”
“응?”
“수련에 집중하려고.”
“음?”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가 말했다.
“그러니까······ 널 만나러 오지 말라는 소리야?”
“그것도 있고. 안 보인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아······.”
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류청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내가 없는 동안 조심해.”
“조심?”
“그래. 특히 위구중.”
“위 맹주도 아니고 위구중?”
“위 맹주를 조심하는 건 당연한 거고. 황보 공자 일, 알아보니 위구중이 뒤에서 부추긴 거였어. 확실한 증거는 잡지 못했지만.”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위구중의 독단이었다는 거야?”
“명령을 받고 한 건지까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실행자가 위구중이라는 게 중요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너한테 시비를 건 것 또한 나를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 네게 그런 짓을 한 거야.”
대충 예상하던 바이긴 했다.
“그런데 오늘 또 네가 한 방 먹였으니.”
남궁류청이 미안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공손월 말로는 위구중은 본인이 받은 모욕을 그냥 넘기는 사람이 아니라더군. 네게 원한을 가졌을 수 있어. 조심해.”
* * *
휘황찬란하게 밝은 밤거리에도 빛이 미치지 않는 부분은 있었다.
등롱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두컴컴한 골목. 그곳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새카맣게 두른 사람 몇이 기척도 없이 어둠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 골목길에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기는 다 했느냐?”
“예.”
청년은 남궁류청이었다. 그와 함께 어둠속에서 뭔가 휙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탁. 가볍게 받아 드는 소리가 들리고 사부작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 걱정되면 남아 있지 그랬느냐? 네가 없어도 충분한 일이다.”
“아뇨. 괜찮습니다.”
곧이어 완전히 검은 복장을 뒤집어쓴 남궁류청은 이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골목에 녹아들었다.
“그럼, 출발하지.”
그 말과 함께 골목은 누가 있었냐는 듯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