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 * *
‘이상한데.’
수련이라서 며칠 못 만날 거다? 굳이 내게 조심하라고까지 말하고.
분명 거짓을 말하고 있는 태도였다. 하여간 남궁류청도 제 아버지처럼 거짓말엔 별 재능이 없었다.
남궁완 아저씨에 비하면 좀 더 그럴듯 하긴 했다. 하지만 오래 알고 지낸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뭐, 걔도 걔만의 일이 있겠지.’
남궁류청은 남궁류청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할 뿐.
“아하하하하. 그게 정말이오? 아니 소협······!”
“······그런 상황이라면 검을 빗겨 내리는 건 어떠하오? 우리 문파의 비기라면 중심을 잡을 수 있소.”
색색의 화려한 비단 무복을 입은 이들이 세상의 시름따위 전혀 없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악공들의 연주 소리에 끊임없이 날라 오는 음식과 술들. 사치스러운 연회장을 뒤로하고 나오자 입구를 지키던 문지기가 내 앞선 이에게 질문하는 것이 보였다.
“마차가 필요하십니까?”
청년은 점원의 부축을 받으며 비틀비틀 걷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마셨길래?’
쉬지않고 술기운을 배출하는 건 꽤나 귀찮은 일이었다. 계속 신경 써서 운기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즐기는 자리에서 편하게 있고 싶은 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
또한 맨정신으로 있을 거라면 술을 왜 마시냐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문지기가 내게도 마차가 필요한 지 물었으나, 거절하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는 내가 처음 주루로 들어갔을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여전히 밝고 소란스러웠다. 다만 취한 못습의 사람들이 훨씬 많아 졌다.
비슷비슷하게 화려한 전각들이 모인 거리를 지나 걸음을 옮길수록 빛이 사라지고 주변은 조용해졌다.
반 시진 정도 걷자 거리의 불빛이라고는 하늘에 떠 있는 달빛이 전부였다.
허름하고 냄새마저 날 것 같은 누추한 거리에는 밤바람을 타고 소란이 아스라이 들려올 뿐이었다.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 집 안에서 코 고는 소리가 좁은 골목까지 들릴 정도였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나는 작은 가정집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똑똑 문을 두들겼다.
살짝 두들겼는데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직 잠들어 있지 않던 기척이 움직이며 안에 불이 밝혀졌다.
곧이어 문이 크게 삐걱거리며 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왔네? 대체 뭐가 궁금해서······.”
문을 열고 나오던 여인이 나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진······ 진진이 아니잖아? 다, 당신은 누구······ 누구시죠?”
내 차림새를 빠르게 훑어본 여인이 곧장 존대를 했다.
“예전에 한 번 본 적 있을 텐데요.”
“예?”
“······.”
“진진한테 내가 시킨 거니까. 진진이 이제 어디서 지내는지 알잖아요?”
“······! 설마······ 백리······ 소저?”
이 여인은 흑시에서 구출되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구출된 사람들 중 나이가 좀 찬 사람들은 무림맹에서 데려가 친지를 찾아 주었고, 어린애들은 아버지가 거두었다.
그 흑시 출신 중 가장 잘된 이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진진이 될 것이다. 백리 세가 백검단주의 직전 제자가 되었으니.
부단한 노력 끝에 인정받은 뒤로 진진은 흑시 출신의 주변 사람들을 챙겼다.
“밖에서 계속 얘기할 건가요?”
입술을 깨문 여인이 조용한 거리를 살핀 후,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살짝 비켜 주었다.
문 안으로 몸을 숙여 들어가자 바로 부엌이었다.
여인이 나를 경계하며 말했다.
“그······ 딱히 얘기할 만한 자리는 없어요. 제게 무슨 대접을 바라지 마세요.”
“잘됐네요. 꽤 좋은 찻잎을 가져왔거든요.”
“필요 없······!”
“진진이 부탁한 거예요.”
“······.”
거짓말이다. 그냥 내가 챙겨 온 것이었다.
입술을 깨문 여인이 부엌 찬장을 뒤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은밀히 무림맹주에 관한 조사를 해 왔다.
하지만 과거 남궁류청과 대립할 때에도 아무 흔적없던 무림맹의 뒤를 캐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맹주와의 대립으로 인해 분노한 할아버지의 협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문제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나마 있는 거라곤 여성 편력 정도.
스님이나 도사도 아니고 세속 문파의 사람이 여자를 ‘조금’ 밝히는 정도는 문제 삼을 수 없었다.
그래도 천하 십강에 드는 정파의 인물이고, 무림맹 하급 무사에서 무림맹주까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마교와의 대립을 생각한다면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눈감아 줘야 할 판국에 문제가 없다면 안도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야율의 일까지 있고 잡히는 게 없어서 초조할 찰나. 진진이 알아 온 것이다.
“다 떠났다고 들었는데요.”
탁!
여인이 성질난 듯이 찻주전자를 내려놓았다.
“그자들이 그렇게 말하던가요? 부모도 없고 연고도 없는 제가 여길 떠나서 어디서 지낸단 말입니까?”
흑시에서 구출되었던 이를 이제야 찾은 이유가 있었다.
무림맹이 마교에게 습격당했을 때 민초의 피해는 적었다지만 그렇다고 아예 피해가 없을 수 없었다.
흑시의 구출자들은 다행히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서 같이 일하던 다른 사람들이 죽은 걸 본 충격으로 다들 무림맹을 떠났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럼 왜 숨어 있었던 거죠?”
“피해서 숨은 건 아니에요. 제까짓 게 무슨 능력이 있다고 피해서 숨겠습니까? 그냥 그쪽과 연관 안 되고 살려고 떠난 것뿐이라고요!”
“가정도 있고 말이죠.”
부엌 안쪽의 방에서 뒤척이는 움직임이 보였다.
여인이 움찔 놀랐다가 겁에 질린 표정을 애써 숨기며 나를 노려보았다.
“혀, 협박을 해 봤자······”
“제 아버지가 누군지 아시잖아요? 아버지 명예에 먹칠할 일은 하지 않아요. 그저 목소리를 낮추라는 소리였어요. 아이가 깨어 날 것 같으니.”
남편은 이미 깨어난 듯 싶었으나 여인이 미리 언질을 준 것이 있는 듯 깨어나려는 아이를 다독이기만 하고 나오지 않았다.
“······.”
여인이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아버지를 언급해서인지 여인의 모습이 조금 누그러진 듯 보였다. 물론 일부러 노리고 언급한 것이었다.
나는 차를 마시며 시간을 주었다.
내가 다시 입을 열기 전 여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자꾸······.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건드리는지.”
“자꾸?”
“그래! 당신네들이라면 다를 거라고 믿은 내가 바보지. 남궁 세가도 그렇고······.”
갑자기 나온 이름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를 악문 여인이 목소리를 낮춘 채 낮게 소리쳤다.
“당신들에게는 우리 같은 허드렛일하는 인간 몇 사라지는 것따위 별일 아니겠지!”
“그 일 자세히 좀 말해 보시죠.”
* * *
아직 등롱이 화려한 주루.
꽤 많은 자리가 비었지만, 그 자리들이 별달리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이 연회자리는 맹회의 또 다른 목적이기도 했다.
젊은 강호인들의 교류의 장.
천하는 넓디 넓었고, 각자 제 지역의 토호로 행세하며 수련하기도 바쁜 이들이었다. 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평생 만나 볼 일이 없는 이들도 많았다.
“백리 소저는?”
“내 알아보니 이미 돌아갔다 하던데.”
“맞소. 위층에만 잠시 얼굴을 비쳤다가 떠났다 들었소.”
“뭐요? 난 아직 얼굴도 못 보았거늘!”
“뭐 어떻소? 서 소저는 있지 않소. 공손 소저도 함께 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호사로구려.”
“입 조심하게. 공손 소저의 친부가······”
그 순간이었다.
와장창! 위층에서 갑자기 뭔가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이 의리도 없는 위선자 같은 놈들. 콩고물 얻어먹고자 철썩 달라붙어 내 발을 핥으려고 들 땐 언제고 이렇게 나를 무시해!”
위층을 올려다보던 청년 하나가 중얼거렸다.
“저거 누구요?”
“씁, 목소리를 봐선 벽 소공자 같은데······.”
다들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 사람이 혀를 차며 말했다.
“벽 소공자가 상심이 매우 큰 가보오. 다들 이해해 줍시다.”
혈기 왕성한 무인들이 모인 연회기에 저 정도의 소란은 꾸준히 이어졌기에 다들 금세 가라앉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 예상과 다르게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무례해지기 시작했다.
“뭐? 남궁? 백리? 얼마 전까지 마교와 붙어먹은 배신자 취급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붙어먹어?!”
이를 지켜보던 위구중이 인상을 찌푸리고 한 사람을 보았다.
“갈수록 정도를 넘는군. 좀 진정시키지요.”
위구중과 눈이 마주친 이가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벽 소공자에게 달려갔다.
위구중이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벽 소공자가 여기 있고 싶다고 하여 가문 일도 있다 보니 마음이 헛헛할 것같아 특별히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건만······.”
안타깝다는 목소리에 위구중의 옆에 앉은 사람이 코웃음을 쳤다.
“제 주제를 알아야죠. 여기 모인 이들이 벽가장에 아첨해서 콩고물을 얻어먹을 만한 사람들입니까?”
“소협 말이 맞소. 별다른 재능도 없는 자들이 맹주님만 믿고 위세 부렸던 주제에 현실을 모르는 거죠. 위 소협 탓이 아니오.”
위구중이 쓰게 웃으며 일어났다.
“후, 그래도 문제를 일으키게 둘 수는 없지.”
위구중이 일어나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듯 시끄러운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저 멀리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서하령을 공손월이 붙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뜬 위구중은 아쉽다는 듯 혀를찼다.
와장창-! 쾅!
“으악!”
“꺄악!”
“아니, 벽 소공자 뭐 하는 것이오! 말려!”
“미쳤소, 벽 공자! 검을 뽑아 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