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
29화
여기서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안됐다.
난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 석가약이라고 제가 학당에서 알게 된 친우가 있어요. 지금 정방 밖에 있는 아이예요. 그가 이 모란 화분을 선물로 가지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음······ 할아버지와 같이 보았으면 해서요.”
“고작 그것?”
“어······.”
난 머뭇거리는 척하며 쌍둥이들과 백리명을 흘끔거리다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아버지의 담담한 눈빛이 나를 침착하게 해주었다.
“할아버지, 전 괜찮아요. 아버지가 모란을 다시 가져다주시기도 했고, 이렇게 화분도 얻었으니까요.”
안 그래도 깊던 할아버지 미간 주름이 더더욱 깊어졌다.
나는 최대한 아이답게 느껴지도록 말을 골랐다.
“그리고 명 오라버니는 원래 표 오라버니, 악 오라버니와 더 친했으니까요. 어······ 말리기 어려웠을 거예요.”
내 말에 백리명이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했다.
이와 반대로 쌍둥이들의 눈빛은 더욱 악의에 찼다.
난 그런 쌍둥이들의 시선을 모르는 척 말을 이었다.
“저는 그러니까······ 할아버지께서 너무 화내지 않으셨으면 해요. 꽃은 내년에 또 볼 수 있으니까요.”
“꽃은 피고 지는 것이니 이에 일희일비하지 말라?”
“아, 네! 맞아요. 헤헤.”
난 내 뜻을 제대로 알아주셔서 기쁘다는듯 웃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
난 재빨리 얼굴에서 웃음기를 걷어냈다.
“너도 잘한 것 하나없다. 다투지만 않으면 되는 게야? 아주 갸륵하구나! 갸륵해. 저를 괴롭힌 것들을 봐 달라고 선물까지 들고오고. 남궁완 앞에서 백리 세가의 체면을 떨어트린 건 너도 똑같다!”
난 당황한 척 고개를 푹 숙였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 결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야!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러 수백당에······! 아니, 차라리 잘됐다. 너도 저기서 똑똑히 지켜보거라!”
할아버지가 아버지 곁을 가리켰다.
내가 머뭇거리자 할아버지가 눈을 치떴다.
시무룩한 얼굴을 한 난 어쩔 수 없다는 듯 아버지 곁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내 어깨를 다독였다.
곧이어 할아버지의 정색한 목소리가 정방에 울렸다.
“백리명, 너도 느끼는 바가 있겠지.”
“예.”
“넌 백리 세가의 장손이다. 네 동생은 소우악 백리표뿐이야? 백리연은 네 동생이 아니냐? 다 네겐 똑같은 동생이다. 그런데 아이와 표를 말리지는 못할망정 몹쓸 짓 하는 걸 가만히 구경하고 앉았어!”
백리명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백리리 일은 네 잘못이다! 백리리에게 주지 않았다면 않았다고 사실을 말할 것이지 어디 말도 안 되는 협잡질을 해!”
백리명은 아무것도 모른 채 혼났던 백리리를 떠올리자 죄책감이 들었다.
남궁완이 모란에 대해 질문한 순간 너무 당황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남궁완이 그런 거짓말에 속을 것 같으냐? 괜히 영문 모르는 동생을 끌어들여 얼굴에 먹칠이나 하고! 앞으로 백리리가 남궁 세가 사람을 어지 보겠느냐!”
차라리 모란을 주지 않았다고 이실직고를 하였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텐데.
그리고 내심 억울하기도 했다.
자신은 백리리에게 모란을 가져다줄 생각이었다.
비록 쌍둥이들이 백리연을 골탕먹이는 걸 말리진 않았지만, 받은 걸 버린다는 못된 생각까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엄정히 말했다.
“백리명, 네게 반년간 금족령을 내린다. 중앙당도 한동안 출입금지다. 다만 학당은 다니게 해 주마.”
“배려에 감사합니다.”
백리명은 고분고분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중앙당 출입 금지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반년간 금족령이라니! 대체 친우들에게 뭐라고 설명한단 말인가?
남궁완과의 불화가 흘러나가기라도 한다면······ 창피하여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백리명은 참담한 심정으로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듯한 손자의 모습에 백리패혁은 약간 누그러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일로 제대로 반성하게 할 생각이었다.
백리패혁이 단호하게 소리쳤다.
“이미 저지른 잘못은 벌을 받아야 한다. 가져오너라!”
어느새 나타난 하인은 회초리를 들고 있었다.
“······!”
“흡!”
“헉!”
쌍둥이들이 겁에 질린 신음을 내뱉었다.
대나무로 만든 황색의 회초리는 휘두를 때마다 낭창하게 휘어졌는데 맞으면 정말 까무러치게 아팠다.
그렇게 아픈 걸 어찌 아나면······.
‘나도 맞아 봤거든.’
그대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니, 진짜로 기절했던 것 같기도 하고······.
할아버지가 하인에게 회초리를 받아들었다.
백리명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양손을 내밀고 바르게 서거라.”
몸을 바로 한 백리명이 이를 악물고 손을 내밀었다.
‘미친······ 할아버지가 직접 때리시는 거야?’
나름 특별 취급이라면 특별 취급이지만, 나라면 별로 안 달가울 것 같았다.
쫙 – 내려치는 매서운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고개를 틀었다.
백리명이 불쌍하거나 그렇진 않았다. 제 잘못에 벌을 받는 것뿐이니까.
그런데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참고 참던 백리명도 막바지에 이르러선 신음을 내뱉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에 괜히 안좋은 기억이 떠올라, 속도 메스꺼워졌다.
그렇게 반쯤 나가 있던 혼은 어깨를 두들기는 손길에 깨어났다.
아버지가 걱정스럽게 날 바라보고 계셨다.
“아, 저 괜찮아요.”
내 이마를 짚어 확인한 아버지가 걸음을 옮겼다.
백리명 앞에 선 아버지가 그의 팔을 잡고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워 주었다.
“잘 참았다.”
백리명은 울컥 터져 나오는 울음을 애써 삼켰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쌍둥이들을 돌아보았다.
쌍둥이들이 서로를 붙잡은 채 바들바들 떨었다.
할아버지 손에서 회초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희들은······ 과연 네 어미가 무슨 선택을 할지 두고 보자꾸나.”
* * *
어른들은 모두 나가고, 아이들만 남은 정방엔 씨근덕거리는 숨소리만 들렸다.
나는 백리명에게 다가가 물었다.
“오라버니, 괜찮아요?”
인상을 찡그린 백리명의 얼굴은 식은땀 범벅이었다.
난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백리명에게 건네려다 벌겋게 부어오른 손을 보곤 멈칫했다.
그때 타박타박 가벼운 발소리가 다가왔다.
고개를 돌린 백리명이 인상을 찡그렸다.
“석 공자가 여긴 어떻게 들어오신 거죠?”
“장부관께서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석가약이 고약함을 내밀었다.
“아······.”
“손을 이리 내십시오.”
고약을 바르는 것조차 아픈 듯 백리명이 끙끙거렸다.
빠르게 고약을 바른 석가약이 자연스럽게 내 손수건을 가져가 제 손을 닦았다.
“돌아가면 찬물에 한 번 화기를 빼내고 다시 약을 바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담그지 마시고요.”
“고맙네.”
석가약을 향해 인사한 백리명이 나를 돌아보았다.
머뭇거리던 그가 말했다.
“연이 너도······ 걱정해 줘서 고맙구나.”
형?”
백리표가 뭐 하냐는 듯 백리명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말해주기라도 한 백리연에 비하면 쌍둥이들은 대체 한 것이 뭐란 말인가?
괜히 얽혀서 혼나고, 혼자 맞기까지 하니 분하고 억울할 뿐이었다.
백리명은 백리표를 무시하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간 내가 네게 못난 모습을 보였지? 미안했다.”
“괜찮아요.”
내 선선한 대답에 백리명이 희미하게 웃었다.
“앞으론 사촌끼리 잘 지내자꾸나.”
“명이 형!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백리표가 백리명의 말을 자르며 버럭 소리쳤다.
“지금 저 천것 때문에 우린 가문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표야, 진정해.”
백리명이 당황하여 말했다.
정방을 나가셨다지만 할아버지께선 멀리 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소란이 커진다면 다시 돌아오실 수도 있었다.
“뭘 진정해? 형부터 정신 차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런데도 백리표가 소란을 피울 수 있는 건 자신은 절대 쫓겨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소우악은 사정이 달랐다. 고모의 답에 따라 백리 세가에 남을 수 있는 백리표와 달리 소우악의 선택지는 모두 나가는 것뿐이었다.
소우악은 벌건 눈으로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난 나를 잡아끄는 손길에 고개를 돌렸다.
“이만 가자.”
석가약이었다.
“······그래.”
내가 선선히 석가약에게 끌려갈때였다. 소우악이 내 뒤에 대고 소리쳤다.
“너, 알고 있었지? 남궁완이 있는 거 알면서 일부러 말 안 한거지!”
난 걸음을 멈추고 쌍둥이들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백리표와 소우악의 머릿속으로 백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음이었다.
「 맞아. 사실 나 그때 남궁 소가주 계신거 알고 있었어. 」
나는 눈을 부릅뜬 쌍둥이들을 돌아보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 그런데 그게 뭐? 내가 너희 보고 모란 밟으라고 시켰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