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 * *
“제갈화무! 어딨어!”
나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뛰어갔다. 백의를 입은 가문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놀라며 급하게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나는 정신없이 뛰어가다 잠시 멈칫했다.
‘어디로 가야 하지? 객방에 있으려나? 아니, 여기 머무를 때 쓰던 전각? 거긴 이제 다른 용도로 바뀌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때 나를 붙잡아 돌리는 손길이 있었다.
남궁류청이 내가 달려 나오며 떨어트린 털 달린 겉옷을 어깨에 걸쳐 주었다.
나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성질을 냈다.
“꽃이 핀 날씨에 무슨 털 달린 겉옷이야!”
“진정해. 왜 이렇게 화가 났어?”
“왜 이렇게 화가 났냐고? 사기당했으니까 화가 나지!”
“사기?”
제갈화무를 처음 발견한 것은 남궁류청이었다. 좌사를 처리한 후, 천마대총에 들어와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제갈화무를 본 순간, 그가 나와 연관이 있는 걸 눈치채고 깨우려 들었지만, 그가 일어나질 못했다고.
그 후, 천마대총을 빠져나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할아버지는 제갈화무와 내가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한 남궁류청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제갈화무를 백리 세가로 데려왔다고.
남궁류청은 죄가 없지. 그가 내 분노를 받아 줄 이유는 없었다.
아니, 죄가 없진 않았다.
“왜 말 안 했어!”
“안 물어봤잖아.”
나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덮고 답답함에 몸부림쳤다. 이러고 있을 시간도 아까웠다.
“일단, 어디 있어? 안내해.”
다시 생각해 보니 내 집인데 남궁류청에게 안내받는 상황이 조금 우스웠다.
제갈화무의 거처는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전각에서 시비가 황동 대야에 수건을 담아서 나오다가 나를 보고 황급히 몸을 숙였다.
나는 문 앞을 가린 발을 곤등으로 거칠게 밀치며 들어갔다.
방 안에는 얼굴이 낯익은 의원이 있었다. 그는 갑자기 들어온 나와 남궁류청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일어나 인사했다.
“아가씨? 남궁 공자,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제야 의원에게 가려져 있던 침상 위의 인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로 제갈화무였다.
살아 있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렸다.
남궁류청이 옆에서 바로 붙잡아 주었다.
“아가씨!”
놀란 의원에게 나는 하던 일을 계속 하라는 듯이 손짓하고 숨을 가다듬었다.
‘진짜 살아 있어.’
나보다 더 오래 정신을 잃고 누워만 있었다니, 당연히 엄청 여윈 모습이었다.
“상태는 어때?”
“나쁘지 않습니다.”
의원이 침 도구를 정리하며 말했다.
“오래 교류하셨으니 이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제갈 세가주께서 불치병을 앓고 계시지 않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불치병은 본래 치료법이 없는 병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갑자기 점점 다시 좋아지고 있습니다.”
“······좋아지고 있다고?”
“예, 확실히. 이대로라면 병 때문에 목숨을 잃을 일은 없을 듯합니다. 아, 물론 병증이 갑자기 나아진 만큼 갑작스레 악화할 수도 있습니다.”
의원이 제갈화무의 맥을 짚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깨어나질 못하고 계십니다. 정신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쓰러지시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대를 탓하는 건 아냐.”
“기맥의 흐름이 좋아진 탓에 지금은 몸 상태도 좋아지고 있습니다만, 계속 이대로 깨어나지 못하신다면 쇠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알았어. 이만 나가 봐.”
의원이 내실을 나가고, 나는 의원이 앉았던 의자에 주저앉듯이 앉았다.
왜 못 일어나겠는가? 그의 기억 혹은 정신, 또 달리 말하면 혼이라고 할 것을 내가 가지고 있으니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반면 그의 불치병인 절맥은 이 술법때문에 악화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를 짓누르던 술법이 사라졌으니 회복할 수밖에.
나는 미동 없이 눈을 감고 있는 제갈화무의 얼굴을 보았다. 아주 미약한 숨이 느껴졌다.
손을 뻗어 손목을 쥐고 눈을 감았다. 진기를 조심스럽게 불어넣었다. 오랜만이지만 수도 없이 해본 만큼 어렵지 않게 진기도인을 마쳤다.
결론을 내리고 눈을 뜨자 무표정한 남궁류청의 낯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매우 불만스러운 모습이었다.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거야? 저자가 그렇게 중요해?”
“내가 천마를 어떻게 죽였을 것 같아?”
갑자기 나온 주제에 남궁류청이 미간을 좁혔다.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무슨 재주가 있어서 천마를 쓰러트리겠어? 너를 두고 천마대총에 들어갔을 때 제갈화무를 만났어.”
“그래서?”
나는 남궁류청에게 제갈화무를 만나고 헤어지기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복잡한 술법에 관한 이야기는 빼고, 그가 초대 제갈 세가주 때부터 가지고 있던 천마의 무공에 대한 파훼법을 내게 전했다는 식으로.
“그리고 이렇게 된 거야. 나는 그가 죽은 줄 알았어.”
그래, 생각해 보면 나는 제갈화무의 시신을 확인한 게 아니었다. 눈떠 보니 결이만 있었을 뿐.
그리고 시신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도 의문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황에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심지어 그따위로 말했는데!’
차마 제갈화무가 마지막에 한 헛소리는 남궁류청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
나는 남궁류청을 살짝 잡아당겼다. 반사적으로 다가온 남궁류청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옷자락 아래로 딱딱하게 힘이 들어가는 근육이 느껴졌다.
“왜······ 그래?”
“그냥······.”
이럴 때는 좀 같이 마주 끌어안아 줄 것이지, 남궁류청의 손은 어색하게 주먹을 꽉 쥔 채였다.
나는 얼굴을 파묻듯 문질렀다.
남궁류청이 내 어깨를 막듯이 살짝 잡고 말했다.
“그, 그만 움직이면 안 돼?”
“응? 아, 싫어?”
“······아냐.”
목소리가 이상하게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목덜미가 붉어진 남궁류청이 허공을 찢어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저기 뭐가 있나?’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너무 스스럼이 없었나?’
나는 살짝 민망한 마음에 뺨을 긁적이며 몸을 바로 세웠다.
“그럼 류청, 호법 좀 부탁할게.”
“뭐 하려고?”
“깨워야지.”
“네가 깨울 수 있는 거야?”
“응. 그리고 죽여 버릴 거야.”
“······.”
* * *
당당하게 깨울 수 있다고 답했지만, 나도 확실한 건 아니었다.
다만 제갈화무의 육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 돌려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남궁류청이 호법을 서기 위해 방을 나가고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이었으나, 하려고 마음먹자 자연스럽게 기억과 함께 제갈화무가 한 방식을 재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할수록 그가 얼마나 미친 짓을 한 건지도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제갈화무의 기억을 넘겨받았을때부터 머릿속을 둔중하게 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제갈화무 또한 길고 긴 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정신이 들어?”
흐린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입을 열었다.
“안녕.”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제갈화무가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나는 울컥 치솟는 감정을 억누르며 소리쳤다.
“사람을 아주 잘도 속였겠다!”
“속였다니.”
“하!”
기가 막혀서 헛숨이 터져 나왔다.
손이 근질근질했다. 나는 본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정말 제갈화무를 한 대 때려 주고 싶은 폭력적인 욕구가 치밀었다.
하지만 교양인답게 때리는 대신 그가 기대앉을 수 있게 몸을 일으켜 주고, 찻물을 가져다주었다.
그가 마른입을 차로 축이길 인내심있게 기다려 준 후, 말했다.
“속인 게 아니라고? 그럼 설명 좀 해 보시지. 왜 그딴 식으로 말해서 사람을 착각하게 만든 거지?”
“나는 진심이었는걸.”
“뭐라고?”
“성공 확률을 1할 정도로 봐서.”
“1할? 아니, 성공 확률이랑 네가 그······ 살겠다는 등 개소리를 한 거랑은 무슨 상관이 있는데?”
“물론 일부러 착각하게 만든것도 맞아. 조금은 슬펐으려나?”
툭,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들렸다.
“악!”
비명에 정신을 차리니 제갈화무가 얼굴을 감싸 쥐고 쓰러져 있었다.
‘헉, 나도 모르게 그만.’
아니, 맞을 짓 했어.
내가 손으로 더 때리면 죽을지도 모르니, 나는 그의 베개를 들고 그대로 두들겼다.
“넌 좀 맞아야 해! 죽엇! 죽어버려!”
한참 때린 후 옆자리 탁자를 짚고 숨을 골랐다.
“허억, 헉, 헉.”
체력이 달려서 더 때릴 수가 없었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더 두들겨 팼을 텐데.
나는 뒤집혀 있던 찻잔을 바로 세워 찻물을 따라 그대로 마셨다.
‘슬슬 수련을 좀 다시 해야 할 것 같은데.’
누워 있는 기간은 제갈화무보다 내가 짧았지만, 제갈화무의 몸 상태가 나보다 훨씬 좋았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찻잔을 쥘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제갈화무의 병증이 호전된 까닭도 크지만, 그보다는 단전에 내공을 쌓는다는 정상적인 방식으로 무공을 쌓은 자와그때그때 자연지기를 쓰는 자의 차이였다.
‘그 차이때문에 내공독이 내겐 안 통했던 거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한 계획이었다.
천마가 접선을 불태우는 것에 의문을 느꼈다면, 내공독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빨리 눈치를 챘다면, 내공독이 내게도 문제를 일으켰다면.
죽는 건 내가 되었으리라.
‘그리고 제갈화무도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고 죽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