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5)
외전19화
* * *
남궁류청은 새벽녘에 사람 눈을 피해 조용히 출정했다.
위지백을 치는 것은 무림맹의 비밀 작전이었으니, 그가 자리를 비운 사실도 비밀이었다. 그리고 남궁류청과 교대하듯이 백리 세가에서 손님이 도착했다.
“진진!”
“아가씨!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이제는 완전히 성숙해진 진진이었다.
진진은 눈속임을 위해 백리의강과 함께 백리 세가에서 나와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남궁 세가에 도착했다.
“소녹도 같이 오고 싶어 했는데, 너무 바빠서 차마 자리를 비울 수가 없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너무 유능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처럼 눈치껏 적당히 해야 이렇게 빠져나올 수 있죠.”
“진진, 거짓말하지 마! 백검단주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사실 백검단주의 숨겨진 막내딸 아니냐는 소문이 돈다던데? 네가 나이만 아니었으면 차기 백검단주였을 거라던데, 아쉽다.”
진진은 백검단주의 첫 제자와 나이가 거으 스무 살은 차이났다.
진진이 백검단주의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이곤 있지만 스무 살 차이를 뒤엎을 정도는 아니었다.정확히는 진진이 원치 않았다.
“아쉽기는요. 저는 이대로 아가씨 곁을 지키다가 아기씨가 태어나시면 아기씨 호위할 거예요.”
“응? 아깝게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누구 마음대로?”
“예? 제 맘대로죠.”
남궁류청이 자리를 비웠으나, 진진을 비롯해 다른 이들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불편한 점은 없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것만 보고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려 들었다.
하지만 이따금 그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소식을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 처지가 답답했다.
2월 말. 아직 귀가 에일듯한 바람은 그대로였으나 볕은 부쩍 따뜻해졌다. 목련과 매화의 꽃망울이 터질 듯 부풀었고, 성질 급한 몇 송이는 벌써 꽃을 피워 냈다
“소부인, 서신이 왔습니다.”
백리연은 접시 위의 서신을 뒤저였다. 백리패혁, 백리의강, 남궁류청. 그녀가 기다리던 세 명의 서신 모두 없었다.
살짝 실망스러운 감정을 감춘 채 뒤적이던 그녀의 눈에 서신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제갈]“······.”
백리연은 인상을 굳혔다.
비단 해석 이후로 그간 딱히 새로운 연락은 없었다.
제갈화무는 제 수명을 핑계로 방기하던 가문을 다시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위지백의 토벌에도 도움은 주되 직접 나서진 못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 온 서신이라.
“불길한데······.”
홀로 중얼거릴 때, 문이 열리고 진진이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아가씨, 귤 드세요. 뭘 그렇게 노려보고 계세요? 거기 원수라도 있어요?”
백리연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 마님이나 부인이라고 해야지.”
“호호, 하지만 제가 아가씨라고 할 때마다 여기 사람들이 이렇게 쌍심지 켜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진진이 사람들의 표정을 따라했다.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별 이상한 걸로 티격태격 그만 해.”
“이상한 거라뇨? 백리 세가주께서 제게 명하시길······ 큼큼, 여기 귤 좀 드세요.”
“아니야, 배불러.”
최근 들어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렀다. 아이가 그만큼 자란 것이다.
그녀는 부른 배를 쓰다듬었다.
‘백리연, 겁쟁이가 다 됐네.’
그녀는 언제나 모르는 것을 두려워했지, 아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회귀 후, 미래를 아는 삶을 살아온 탓인지 특히나 더 모른다는 상황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모두 다 이렇게 살 터.
이제 그녀도 두려움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렇다고 도망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았다. 모른 척 눈감는 것과 정말 모르는 것은 매우 달랐다.
백리연은 각오를 다지고 제갈화무의 서신을 봉투에서 꺼냈다.
[붓을 들고도 한참 고민했어. 이 사실을 네게 알리는 게 좋을지. 하지만 이 선택은 내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마음 같아서는 숨기고 싶었지만, 네게 입은 은혜가 커서 감히 보내.······(중략)······야율을 찾았어.]
서신을 읽어 내려가는 백리연의 표정이 점차 차갑게 굳었다.
* * *
그날 저녁은 무슨 정신으로 먹었는지 알 수 없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 오늘은 일찍 자겠다며 이르게 사람을 물렸다.
불길한 예감이 맞았다. 제갈화무가 그렇게 내가 읽지 않았으면 하며 서두를 꺼낸 이유가 있었다.
계속해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이 상항에서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살면서 이렇게 지켜보기만 한 적이 없어서인지 속이 너무 답답했다.
‘몸이 무겁지만 않았더라면 나도······ .’
순간, 저도 모르게 든 생각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황급히 달래듯 배를 쓰다듬었다.
‘네가 얼마나 착한 아이였는데. 엄마가 미안해.’
백리연은 답이 안 나오는 생각을 접고 침상에 누웠다. 오늘따라 침사이 너무 넓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탓이었을까?
3월 초삼일, 모두가 잠든 밤이 이슥한 시간.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잠든 사람을 깨웠다.
“미양옹, 미야옹, 먉옹!”
대부인의 처소 앞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 시비가 기겁하여 하얀 고양이를 향해 말했다.
“쉿! 쉿! 조용히 해!”
평소 안에 사람이 들어 있다고 주장할 정도로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던 고양이였다.
“미야옹! 먀옹!”
하지만 오히려 더 목청껏 울어젖혔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쫓아낼 수 없나?”
“소부인이 키우는 고양이라고. 근래는 소가주님도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데 감히 우리가 손댔다가 무슨 경을 치려고!”
“하지만 이러다가······ ”
그때였다.
“무슨 소란이냐”
구슬발을 걷고 피로한 낯의 대부인과 중년 어멈이 방에서 나왔다.
중년 어멈이 매서운 표정으로 시비들을 바라보았다.
“어느 안전이라고 소부인과 소가주님을 향해 혀를 놀리느냐?”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고양이는 계속해서 울어 젖혔다. 대부인을 보자 발치에 와서 옷자락을 계속 당기기도 했다.
대부인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시비를 향해 물었다.
“왜 이러는 게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울기 시작한 지라.”
“음······ , 혹시 상공이 보낸 사람은 없느냐?”
“예, 없었습니다.”
최근 남궁완은 집무실에서 침식했다. 집무실이 백리연이 거주한 전각과 훨씬 가까웠고 무슨 일이 벌어지면 바로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민스러운 기색의 대부인이 숨을 내쉴 때마다 새벽녘의 찬 공기에 안개같은 입김이 피어나길 반복했다.
대부인이 약하게 기침을 하자 안색이 변한 어멈이 시비를 향해 손짓하며 물었다.
“마님, 어찌할까요?”
“일단, 연이 처소로 한번 가봐야겠다. 상공께도 연이 처소로 오시라고 연락을 드리거라.”
“알겠습니다.”
공손히 대답한 어멈이 시비가 가져온 두툼한 외투를 대부인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아, 의원도 부르자꾸나. 그리고 산파가 어느 골목에 산다 하였지?”
어멈이 이 말에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산파까지요?”
“청이가······ 결이를 믿고 따르라더구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시비들은 고양이를 따르라니 대체 저게 무슨 소린가 싶어 어리둥절한 낯을 했다.
“그, 시간이 늦은 데다 산파가 사는 곳은 오병 골목이라 사람을 보내서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겁니다. 대신 일단 아이를 받은 경험이 있는 외원의원 부인은 어떻습니까? 원 부인은 바로 올 수 있을 겁니다.”
“그거 괜찮구나. 그럼 어멈 말대로 하자꾸나.”
어멈은 남아서 시비와 하인들을 불러 모아 지휘하고, 대부인은 시비와 함께 백리연의 처소로 향했다.
흰 고양이는 어둠 속에서 기이하게 빛나는 금색 눈동자를 버뜩이며 빨리 가자는 듯이 몇 번이나 대부인을 재촉했다.
대부인의 뒤를 따르던 시비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살짝 으스스하여 어깨를 움츠렸다.
대부인이 백리연의 처소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평소답지 않은 급한 걸음으로 꽤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남궁완도 도착했다.
남궁완이 물었다.
“설명은 들었소. 대체 무슨 일이오?”
“저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소란에 처소 곁채에서 진진과 백리연의 시비가 황급히 나왔다.
“가주님? 대부인? 이 시각에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대부인은 미간을 살풋 찡그렸다. 일단 오긴 하였으나, 막상 마하려고 드니 이 상항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청이가 이 고양이의 말을 잘 들으라고 했는데, 아, 사실 나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구나. 대체 왜 이렇게 우는지, 도통······ . 그 , 연이는 잘 자고 있느냐?”
진진이 공손히 답했다.
“예. 오늘은 일찍 주무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아가씨께서 옆에 사람이 있으면 바로 깨시는지라, 잠든 후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백리연의 처소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울기 시작한 결이를 보며 대부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연이는 남궁류청이 떠난 후 잠을 잘 못 들고있었다. 오늘도 내내 뒤척이다 간신히 잠들었을 텐데, 아무리 예민하고 감이 좋다지만 이런 미물을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게다가 가문의 안주인이자 시어머니라도 자는 아녀자의 침실에 허락도 없이 들어가는 것은 예에 어긋났다.
하지만 그녀는 아들의 말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내 한번 들어가겠네.”
“예? 대부인. 그래도 아가씨가 주무시는데······ .”
“나만 들어가서 얼굴만 보고 나오겠네. 하긴, 이미 벌써 일어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대부인이 시비에게서 등불을 건네받고는 진진 옆을 지나쳐 처소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진진이 자신의 부인을 막아서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노려보던 남궁완은 대부인이 들어가고 나서 한쪽 귀를 막고 고양이를 향해 말했다.
“이봐,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라, 조용히 좀.”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혹은 대부인이 들어간 것에 만족했는지 고양이가 드디어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평소 새벽처럼 쥐 죽은듯이 고요해졌다.
그러나 이내 처소 안에서 짤막한 비명이 울리고 순식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연아! 일어나거라. 의원! 산파, 산파를 불러와!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