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6)
외전20화
* * *
“초조해 보이는구나.”
“장인어른께서도요.”
“티가 났느냐?”
“그냥 짐작한 겁니다.”
“······.”
“이 상황에 침착하실 수 있을리 없을 테니까요.”
백리의강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위지백. 백리의강이 딸 옆이 아니라 이런 산중에 이슬을 맞으며 있는 이유였다.
마음같아서는 위지백을 무시하고 딸에게 달려가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위지백은 위험인물이었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이미 크나큰 원한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무림맹주이던 시절에도 이미 딸아이를 두 번이나 죽이려 들었고, 다시 돌아온 지금도 임신한 딸을 해하려 들었다. 여기서 그를 끝내야 했다.
딸아이와 배 속 아이의 조금이라도 평온한 미래를 위하여.
“연이가 그러더군요. 위지백의 목을 선물로 달라고.”
“노력해 봐야겠구나.”
백리의강은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위지백을 기습한 그들은 현재 진을 펼쳐 그를 포위한 상태였다.
위지백의 세력은 아직 공고하지 못했다. 그들은 한 박자 늦게 기습다하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처음에는 위지백을 도우려 했으나, 수세에 몰렸다는 사실을 알자 손쉽게 포기했다.
그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자신들의 세력을 모아 두고 지켜보고있었다. 위지백이 승기를 잡는다면 도울 것이고 패배한다면 이댈 발을 뺄 터였다. 그러니 이번에 위지백을 끝내야 했다.
백리의강이 나무 사이에 비치는 태양을 보고 말했다.
“슬슬 형산문주가 빠져나갔겠구나.
“다음이 북서 방향에 화산의 운은장로와 운성 장로 차례였지요?”
본래 장문인이나 장로쯤 되면 엉덩이가 매우 무거웠다.
마교라는 특수 사항이 아니라면 협동도 잘 하지 않았다.제 문파를 이끌고 수련하며 제자를 양성하는 데 바쁘고, 저 위치 정도되면 오만하고 자존심이 높아 충돌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형산파와 화산파가 독기를 머금었다.
형산파에서는 형산문주가 제자들을 이끌고 직접 나섰고 화산파는 장로들 대다수가 힘을 보탰다.
형산파 장문인이 벽기현을 아꼈던 사실은 매우 유명했다. 심지어 형산문주는 벽기현에게 자신의 명첩을 주기까지 했다. 명첩을 준다는 것은 언제든 형산문주의 귀한 손님으로 맞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각패보다는 훨씬 가벼운 의미지만 그걸 준 사람이 형산문주라는 것이 매우 귀한 의미를지니고있었다. 그리고 그 명첩을 벽가에서는 멋대로 벽성율을 형산파 제자로 밀어 넣는데 사용했다. 벽기현도 동의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현재 벽성율은 형산파에서 파문되었다. 당연했다. 형산파를 속여서 무공을 훔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강호 문파의 파문이란 건 그냥 쫓아내는 게 아니었다. 내공을 폐하고 사지 근맥을 끊어서 완전히 폐인을 만들어 버렸다.
굳이 형산의 이름을 욕심내지만 않았더라면, 가문이 멸문했어도 다른 벽가 생존자처럼 살 수 있었을 터. 자업자득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또한 형산파 제자였던 벽성율이 천귀조 사건에서 도주한 일을 당시 맹주였던 위지백이 나서서 수습해 주었다.
형산파는 그 일로 오랜 기간 무림맹주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걸 알았으니, 이는 문파 전체가 모욕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은원은 절대 잊지 않는 강호인답게, 형산파는 이에 대한 원한을 갚기 위해 출사했다.
화산파의 지원은 화산파 장문인의 막내 제자였던 화산지검 명진 진인의 죽음 때문이었다.
위지백이 명진 진인을 사지에 몰아넣고, 조금만 버티면 현무단주가 현무단을 이끌고 지원 가겠다고 해 놓고는 도망친 사실이 현무단주의 입을 통해 밝혀진 것이었다.
화산파는 기함했다. 위지백이 뒤가 구린 인간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인간 말종일 줄은 몰랐고, 말종이더라도 감히 화산파의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백리의강이 씁쓸하게 말했다.
“그저 한 사람의 욕심에 얽혀 스러진 목숨이 안타까울 뿐이다.”
“······.”
남궁류청은 그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장인어른이라는 생각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의견에 동의 하지 않는 것과 반대로, 만약 아들이 태어난다면 장인어른을 닮길 바랐다.
심지어 남궁류청은 어머니가 기도를 올리는 불상 앞에서 몰래 절을 올리기도 했다. 딸이라면 연이를, 아들이라면 장인어른을 닮게 해달라고.
그때였다.
쿠아아아왕-!
갑자기 하늘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폭음이 터지고 한 박자 뒤에 거센 기파의 충격이 그들의 옷자락을 펄럭였다.
남궁류청이 황급히 백리의강을 보았다.
“진은······?”
“무사하다.”
백리의강의 안색이 창백하다.
현재 그들이 위지백을 포위한 진은 제갈 세가주의 도움으로 만든 포위진법이었다.
그들은 포위진법을 펼친 후, 합공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방위별로 조를 짜서 순서대로 위지백을 상대하여 힘을 빼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진의 서쪽 축은 백리의강이었다.
백리의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방위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아니면 진법이 깨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금 들린 폭음은 예정된 전투 구역이 아니었다. 무슨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제가 가 보겠습니다.”
백리의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류청이 남궁세가의 무사들과 함께 폭음이 들린 방향으로 향했다. 폭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폭음지를 앞두었을 때, 무언가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남궁류청은 황급히 멈춰 날아온 것을 쳐냈다.
챙-!
이윽고 숨길 생각 없는 기척이 말했다.
“소가주, 거기까지만 오시죠. 더 들어가면 죽습니다.”
남궁류청이 믿기지 않는 낯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못 온다지 않았나?”
제갈화무가 밝은색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한 방향을 고갯짓했다. 하지만 그 고갯짓을 확인하기도 전에 남궁류청이 먼저 시선을 돌렸다.
“네 이놈······!”
피투성이인 위지백이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맞은편엔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이 있었다. 그를 둘러싼, 주변의 풍경이 색을 잃은 것만 같은 짙은 마기도 함께.
* * *
백리연의 처소 안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대부인의 얼굴은 하얀 창호지처럼 창백했고, 가만히 있질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 남궁완의 낯은 반대로 새카맣게 어두웠다.
남궁완이 부관을 잡고 소리쳤다.
“류청과 의강은? 아직도 소식이 없느냐?”
“모, 모르겠습니다. 7, 8일 전후로 도착 예정이라 지금 이동중이실 겁니다. 그래서연락이 전해졌는지 조차······.”
“대체 아는 게 뭐야!”
분별없는 화였으나, 이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소부인, 힘을 내십시오!”
“숨을 들이쉬세요!”
“버티셔야 합니다!”
새벽녘에 양수가 터지고,벌써 두 번째 아침 동이 터 오고 있었다.
만 하루가 지났다. 삼실 안으로 시비들이 뜨거운 물을 담은 대야와 흰 수건을 들고 조용히 들럭날락하길 반복했고, 안에서는 끊길듯 말 듯 아스라한 신음이흘러나왔다.
대부인 곁의 어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부인, 조금 쉬시지요. 벌써 종일 식사도 하지 않으셨고, 쉬지도 않으셨지 않습니까?”
“나는 괜찮네. 조금만 더 있다가지······.”
“아직 바람도 찹니다. 이러다 먼저 탈이 나시겠습니다. 풍한이라도 드시면 태어난 아기씨를 안아보지도 못하실 겁니다.”
그 말에 대부인이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그거 꽤 일리 있구나.”
대부인이 몸을 일으키다 순간 비틀거렸다.
“부인!”
남궁완이 재빠르게 붙잡아 다행히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가서 쉬시오.여긴 내가 지키겠소.”
살짝 고개를 끄덕인 대부인이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전각에서떨어진 곁방으로 향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어느새 태양이 머리맡을 비추기 시작했다.
반백의 부인이 앞섶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산실에서 나와 의원을 찾았다.
연세가 많은 공 의원은 하루 넘게 이어지는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쉬러 갔고, 지금 자리를 지키는 건 공 의원의 제자였다.
의원은 산파를 따라 산실에 들어갔다 나온 후, 심상찮은 표정으로 남궁완을 바라보았다.
남궁완이 버럭 소리쳤다.
“할 말 있으면 해! 눈치 보지 말고!”
“가주님, 그······ 후우.”
“뭔데! 말해!”
의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말했다.
“오늘 해 질 무렵까지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새하얗게 질린 남궁완이 입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지금 뭐라고······?”
남궁완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휙 돌리자, 반대편 정원수 사이에서 백리의강이 비틀거리며 나무를 붙잡았다.
“지금······ 뭐라 하였느냐?”
그때, 백리의강 뒤쪽에서 한 신형이 뛰쳐 나와 산시로 뛰어들었다.
산실 앞을 지키던 이들이 깜짝 놀라 뛰어든 자를 붙잡았다.
“소가주님, 안 됩니다!”
“소가주님을 잡아!”
남궁류청은 제정신이 아닌 듯이 아무 말도 없이 붙잡는 자들을 패대기쳤다.
난동에 산실을 지키던 무사들이 모조리 달려들었다.
그때였다.
“숨, 숨을 안 쉬어! 어서 빨리!’
“수건, 수건 가져와! 설탕물! 설탕물도!”
난동을 피우던 남궁류청부터 산실 밖의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소름 끼치는 침묵이 이어지던 순간······.
“으아아아앙.으아앙.”
가냘픈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기쁨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금쇄가 눈믈을 줄줄 흘리며 문을 열고 나왔다.
“끝났습니다! 무사합니다! 여자 아이예요! 건강합니다!”
산실 밖의 사람들 몇몇이 눈물을 훔쳤다.
남궁완이 대뜸 의원의 멱살을 붙잡고 탈탈 털었다.
“뭐라고! 마음의 준비? 이 돌팔이 자식, 네놈 녀석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들어 주마!”
그때 백리의강이 갑자기 문 앞의 남궁류청을 밀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모두 남궁류청을 붙잡는 데 매달려 있어서 아무도 백리의강을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