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7)
외전21화
산실을 정리하고있던 여인들이 기절할 것처럼 놀라 짤막한 비명을 질렀다.
“꺅!”
“어머나!”
“아직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그 소란에 백리연이 간신히 눈을 떴다. 눈물이 잔뜩 고인 흰 시선이 문 쪽을 향했다.
“······아빠?”
“그래.”
“언제······?”
“조금 전에 왔다. 네 남편도 지금 밖에 있다.”
‘딱 맞췄네.’
희미하게 웃음 지은 백리연은 자신이 저 말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너무 힘이 빠져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맨날 울어.’
‘아빠가 나보다 더 많이 울어.’
‘울지 마세요.’
이 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찰나 깜빡 의식을 잃었다가 다시 손등에 닿는 뜨거운 느낌에 정신이 들었다.
백리연이 입을 열었다.
“아빠,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백리의강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 말 말고 먼저 쉬어라. 쉬고 나중에 물어보거라.”
“아니야. 지금······ 물어볼래요.”
“그만! 말하지 마라!”
절박할 정도의 외침이었다.
“아빠······.”
“묻지 말래도!”
“정말로······”
“백리연!”
“아이 낳을 때 ····· 할아버지가 오신다고 할까 봐 벌벌 떨었어요?”
백리의강이 멍하니 입을 버렸다가 분노에 차 소리쳤다.
“백리연!”
실눈을 뜬 백리연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백리의강의 침착한 모습은 그가 인내심이 매우 깊기도 했지만, 본래도 감정의 격랑 자체가 크지 않은 기질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렇게 분통에 찬 기억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정말······! 내가 너 때문에 정말······!”
그 모습에 백리연은 웃음을 터트렸다.
“헤, 헤헿, 헿어윽. 아윽.”
그러나 웃기 시작하자 배가 울리면서 잠시 잊고 있던 통증이 다시 올라왔다.
백리연이 끙끙거리니까 백리의강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하얗게 질려서 다시 손을 꽉 쥐었다.
“괘, 괜찮으냐?”
“흐으, 흐. 괜찮, 괜찮아요.”
백리연은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까지 너무나 힘들었는데, 역시 그녀는 남을 놀리는데서 기운을 얻는 모양이었다.
시비가 가져다준 설탕을 짙게 탄 차를 한 모금 넘기자 좀 더 기운이 돌아왔다.
“아이는?”
금쇄가 기다렸다는 듯이 산파에게서 강보로 싼 아이를 건네받아 안고 왔다. 아이는 어느새 울음을 그친 채였다.
“소부인, 여기 아기씨예요! 아주 사랑스럽게 생긴 따님입니다!”
백리연은 금쇄 품에 안긴 아이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았다. 빨갛고 쭈그쭈글한 아이는 빨간 감자같은 모습으로 사랑스럽기는 커녕······.
“너무 못생겼는데······.”
백리의강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어찌 그렇게 말하느냐!”
그 소리에 아이가 놀랐는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으애애앵, 으애애애앵.”
화들짝 놀라 쩔쩔매는 백리의강과 달리 산파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것 보십쇼! 그렇게 고생시키더니, 아기씨는 아주 건강하십니다!”
백리연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예정일보다 일찍 나와서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우렁찬 울음소리였다. 배 속에서 잘 컸던 모양이었다.
금쇄가 그녀에게 아이를 한번 안아 보라는 듯이 내밀었다.
가슴에 얹듯이 아이를 안아 들자 마주한 가슴을 타고빠르게 두근거리는 아이의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배 속에 열 달을 품고 있던 그 심장 박동이었다.
아이도 어미를 알아보는 걸까?
그녀의 품에 안기자마자 아이는 울음을 뚝 그쳤다.
눈물이 고인 아이의 눈은 아직 퉁퉁 부어 있었지만, 콧대만큼은 벌써 또렷했다. 토실토실한 뺨, 쪼글쪼글한 다섯 손가락, 발가락을 모두 확인하자 눈물이 고이며 그냥 바보처럼 웃음만 흘러나왔다.
백리연이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도 한번 안아 보세요.”
“내가?”
“네.”
백리의강은 조심스레 백리연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았다.
하얀색 머리칼이 아이의 강보위로 흐트러졌으나, 석상이 된 백리의강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너무······ 가볍구나.”
아이가 굳게 다문 입술을 오물오물 했다. 그 모습을 본 백리의강은 왠지 모르게 뭉클한 감정이 들며, 울컥 눈물이 나왔다.
그때, 또 다른 사람이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백리연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류청?”
꽤 멀쩡한 아버지의 모습에 비해 남궁류청은 너덜너덜한 옷자락과 엉망인 머리칼들이 어디 저잣거리에서 뒹굴며 20대 1의 패싸움이라도 하고 온 모습이었다.
“너, 모습이 왜 그래?”
그녀는 아이를 낳느라 바깥의 상황은 전혀 몰랐다.
터벅터벅 걸어오던 남궁류청은 침상 맡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코 아래 손가락을 대어 보았다.
“류청?”
“하.”
탄식을 뱉은 남궁류청이 마치 다리에 힘이라도 풀린 것 같은 모습으로 갑자기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류청!”
그러고는 말도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아니, 뭔데?”
백리연은 울고 있는 두 남정네를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는 내가 낳았는데 왜 이 두사람이 난리야?
“그러고 보니까 아버지, 류청. 언제, 어떻게 도착한 거예요? 아직 귀환하기로 한 날까지 좀 남지 않았어요?”
“······.”
“······.”
“저기요?”
하지만 대답할 정신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그때 세 번째로 문이 벌컥 열리면서 또 다른 이가 뛰어들어 왔다. 이번에는 대부인이었다.
그런데 대부인의 모습도 꼬ㅙ 기이했다. 대부인은 언제나 우아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지금껏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 없는데, 오늘은 마치 자다가 뛰어온 듯이 부스스한 낯이었다.
“사돈! 류청! 지금 이게 무슨 무도한 짓입니까! 아직 제대로 정리도 못 하였건만, 연이가 쉬지도 못하게. 감히 그런 더러운 꼴로, 당장 나가십시오!”
* * *
기진맥진한 백리연은 어느 순간 정신을 잃듯이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뜬 건 만 하루를 꼬박 채우고 난 다음 날 늦은 저녁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산실이 아니라 침실로 옮겨져 있었는데, 누가 자신을 안아 옮기는 동안 한 번도 깨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사이 아이는 점차 부기가 빠지며, 태어났을 때의 빨간 원숭이 같던 모습이 사라지고 보송보송하고 뽀얀 다른 생명체가 되었다.
잠에서 깬 아이는 울지도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말똥말똥한 눈으로 제 부모를 바라보았다. 새끼 토끼처럼 가슴이 아릴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남궁류청과 백리연은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밤새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그렇게 또 오전 나절을 잠으로 보낸 백리연이 정오가 넘어갈 무렵 눈을 떴을 때.
“할아버지이?”
전혀 상상도 못 한 인물이었다.
백리연이 두 눈을 비비자, 지켜보던 금쇄가 산후조리 중에 눈을 비비면 안 된다고 나무랐다.
“아버지는 그렇다고 해도 할아버지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왜, 내 손녀딸도 여기 있고 증손녀도 여기 있는데, 내가 오면 안 된단 말이냐?”
“그런 의미가 아닌 걸 아시잖아요!”
“위 전 맹주를 칠 때 힘이 모자란다면, 내가 마지막 마무리를 짓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건 또 처음 듣는 소리였다.
백리패혁이 입매를 뒤틀었다.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지만.”
“······.”
백리연은 착잡한 심경으로 고개를 떨궜다.
전날 밤. 아이와 밤새 시간을 보낼 때 남궁류청에게 야율에 대한 이야기를 이미 모두 들었다.
야율이 위지백 앞에 나타났다고 한다. 누가 봐도 마기로 보이는 힘을 사용하며 이제 더는 천산염제의 무공을 쓰지도 않았다고.
그를 향해 어찌 된 일인지 물으려던 백도 무림 연맹의 사람들을 향해서도 무차별 공격을 했다고 한다.
일부는 부상을 입었지만, 빠르게 빠져나가 사상자는 없었다고.
그리고 야율은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위지백으 죽였다고 했다.
새로운 천하 강자의 탄생이었다. 역대 압도적인 최연소 천하강자이기도 했다.
이 충격적인 결과에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의 입단속은 해 두었지만, 언제까지 야율이 위지백을 죽였다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을 거라고 했다.
백리연의 표정을 본 백리패혁이 소리쳤다.
“그딴 녀석에게 더는 신경 쓰지 말거라! 신경 쓸 기력이 아까워! 이미 네 손을 떠난 일이야!”
백리연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백리패혁은 계속 말을 이었다.
“아니, 차라리 잘되었지. 그놈이 위지백을 처리해서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지 않았더냐.”
“그러고 보니 왜 따로 오신 거예요?”
본래는 백리패혁도 백리의강, 남궁류청과 같이 도착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간에 갑자기 백리연이 양수가 터져 당장 아이를 낳게 되었다는 소식이 날아온 것이다.
이에 백리패혁이 백리 세가와 남궁 세가의 무사들을 이끌고 뒤따라 갈테니, 백리의강과 남궁류청에게 먼저 가라고 했다고.
“내 네가 애를 낳고 있을 때 온다면 그놈을 때려죽일 것 같아서 먼저 가라 했지! 태어나자마자 우리 증손녀를 애비 없는 녀석으로 만들 순 없지 않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