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8)
외전22화
백리패혁이 인자한 눈길로 증손녀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처음 보는 사람의 품에서도 전혀 울지 않고 말똥말똥 눈을 마주쳤다.
백리패혁은 기쁜 듯이 반달이 된 눈을 한 채 아이에게 연신 입을 맞추었다.
원래 이렇게 아이를 좋아하는 분이셨던가? 그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이 아이는 정말로 대범하구나.”
백리연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눈을 흘겼다.
“태어난 지 아직 사흘째예요.”
“쯧, 모르면 말을 말거라. 아이일 수록 특히나 더 예민해. 내 아무리 기세를 억눌러도, 갓 태어난 애들은 내가 곁에 가면 울음을 터트리기 일쑤다.”
“정말요?”
“그래. 백리명 그놈 자식들은 돌이 될 때까지 내가 다가가기만 하면 자지러져서 안아 보지도 못했다.”
백리패혁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는 어느 순간 조용히 잠이 들어 있었다.
“세화, 이 아이는 팔다리도 길쭉하고 골격도 튼튼하고, 눈빛은 맑고 총기가 느껴지는 것이 문무를 겸비한 아주 대단한 아이가 될 것이야! 내 장담하지!”
위지백을 처리하는 길에 겸사겸사 들렀다는 말이 정말인지, 백리패혁은 딱 사흘을 머물고 떠났다.
배웅에 나선 남궁류청이 공손히 말했다.
“좀 더 머물다 가시지요.”
“됐다. 내 자리를 비운 것도 비밀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자리를 비우면 승냥이들이 어찌나 극성인지.”
백리연이 웃으며 말했다.
“에이, 승냥이들도 목숨 아까운 줄은 알 텐데요.”
“결정했으니 끝난 게다.”
“그래도······.”
백리연은 아쉬움에 말을 흐렸다.
그녀가 못 본 새 할아버지는 놀랄 만큼 나이가 든 모습이었다.
백리패혁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챈 듯 말했다.
“아직 가려면 멀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노친네 먼저 가기 전엔 안 되지.”
“그 노친네가 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자네랑 나랑 따져 봐야 두 살 차이라네.”
함께 배웅을 나왔던 남궁무철이 었다.
백리패혁이 코웃음을 쳤다.
“두 살이나, 겠지.”
“누가 보면 갓난앤 줄 알겠네. 그 나이 먹고 두 살 가지고 요란이라니.”
“억울하면 두 살 늦게 태어나지 그랬나?”
다행히 출발 준비가 모두 끝나서 이 누가 볼까 창피한 대화는 금방 끝났다.
“아버짐, 몸 조심히 살펴 가십시오.”
백리패혁은 백리의강의 인사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유모에게서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귀여운 것. 우구구. 이 할애비를 잊으면 안 된다? 내년에 보자꾸나.”
자다가 끌려 나온 아이는 졸음에 겨운 눈빛을 하다 백리패혁의 품에서 그냥 잠들어 버렸다.
그 모습에 백리패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거참,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 * *
그리고 백리패혁의 말처럼 아이가 누굴 닮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아주 분분했다.
확실한 것은 남궁류청은 별로 닮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보통 첫째는 아버지를 많이 닮는다는데 세화는 전혀 아니었다.
백리연은 제 친부를 닮았다고 주장했고, 대부인은 자신을 닮았다고, 남궁완은 자신의 누이를 닮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 셋다 눈이 번쩍 띄는 처연한 인상의 미인이었다.
매일 같이 논쟁을 하던 백리연과 대부인, 남궁완은 결국 내기까지 걸었다. 15년 후 계례를 치를 때 누굴 제일 닮았는지 판단하기로.
시작은 장난이었다. 허나 백리연과 대부인, 남궁완 셋 다 통이 매우 큰 데다, 나중에는 소식을 들은 남궁 세가의 식솔들까지 참여해 만약 내기에서 승리한다면 정말 한 재산 두둑이 얻게 될정도가 되었다······.
백리의강은 혀를 차며 말했다.
“누굴 닮은 게 뭐 그리 중요하다고 그러느냐?”
“아빠! 아닌 척하지 마세요. 아빠도 내기 걸었다는 거 아버님께 다 들었거든요!”
“······비밀 보장해 준다더니.”
“그래서 누구한테 거셨어요? 그건 안 알려 주시더라고요.”
백리의강은 헛기침을 하며 대답을 피했으나, 백리연의 채근을 이기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나한테 걸었느니라······.”
백리연은 침상에 엎드려서 웃음을 터트렸다.
‘신선처럼 구시더니!’
백리의강이 아이를 안아 들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아이 어미도 되었는데, 언제까지 그리 체통없이 웃을 테냐?”
“왜요? 웃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습니까.”
남궁류청이었다.
백리연이 문발을 걷고 들어오는 그를 환영했다.
“왔어?”
“응. 시간이 좀 남길래. 점심 같이할까 해서.”
“······.”
백리의강은 반색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심사가 불편했다.
일단 딸아이 편을 들어 주는 걸 기꺼워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볼 때마다 얄미운지.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괘씸해졌다.
특히 세화를 낳느라 무척 고생한 딸아이를 생각하면 더더욱 사위가 거저먹은 것만 같았다.
“자네가 보기엔 누굴 닮은 것 같나?”
“누굴 닮든지 상관없지 않습니가? 세 분 다 뛰어나시니. 그저 어떤 놈팡이가 데려갈지 걱정이 될 뿐이지요.”
“너 같은 놈팡이 말이냐?”
“······.”
백리연이 또다시 침상에 뒹굴며 웃었다.
* * *
세화의 아명은 화아가 되었다.
남궁류청에게 태명과 아명을 지으라고 하였는데, 류청은 제대로 짓겠다며 몇 개월 내내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세화의 뒷글자를 따 화아가 되어버렸다.
한 달 뒤, 세화가 무사히 한 달을 보낸 것을 축하하는 만월연이 열렸다. 상을 스무 개 넘게 차린 만월연은 아주 성대하기 그지없었다.
아이의 아비인 남궁류청보다 조부인 남궁완이 아이를 자랑하기 바빴는데, 연회 내내 눈이 반달로 휘어서 돌아오질 않았다고 했다.
만월연을 치르자마자, 백리의강은 백리세가로 돌아갔다.
백일연까지는 있고 싶었지만, 백리의강은 이제 거의 반 가주나 다름없이 집안의 대소사를 다 맡고 있어서 자리를 오래 비울 수가 없었다.
대신 백리연과 남궁류청이 이르게 백리세가로향하기로 했다.
세화의 돌 무렵이면 본래 약속한 3년이 되기도하고, 첫째인 세화는 백리 성을 잇기로 하였으니 겸사겸사 첫돌을 백리 세가에서 치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첫돌이 되는 3월에 백리세가에 도착하려면 2월에는 출발해야 했다.
2월은 아직 한기가 돌 때였다.
의논 결과 아이도 있는데 추울 때가지말고, 조금 덥더라도 차라리 8월에 미리 출발하여 중추절을 백리 세가에서 보내기로 했다.
아이는 순식간에 자라나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목도 못 가누던 아이는 어느새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장난감을 쥐고 흔들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며 점점 아이의 성격도 드러났다.
아이는 잘 먹고 잘 울지도 않으며 무척 얌전했다. 다들 이렇게 순한 아이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마냥 순한 줄 알았던 아이는 자신이 꽂힌 것에는 고집이 어마어마했다!
잔잔한 강 위, 백리 세가로 향하는 배 안.
백리연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제 그만 하렴. 응? 화아야, 포기해도 돼.”
세화는 젖도 먹지않고 지금 두시진(4시간) 넘게 끙끙거렸다가 으아앙- 성질을 냈다가 다시 끙끙거리길 반복하며 계속 뒤집기를 시도했다.
아이의 새빨개진 이마에는 땀까지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보통 좀 하다가 힘들면 쉬었다가 할텐데, 이러다 실신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보다 못한 남궁류청이 세화를 달래며 안아 들었다.
“화아야, 이제 그만. 일보 전진을 위해선 일보 후퇴할.”
“으애애애앵- 으아앙-!”
안아 들기 무섭게 세화가 우렁차게 울기 시작했다.
평소 잘 울지도 않던 아이니 이에 대한 면역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남궁류청은 화들짝 놀라서 아이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러자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울음을 그치고 씨근덕거렸다.
“······.”
“······.”
너무나 명백하게 손대지 말라는 뜻이었다.
손에 쥐는 힘이 생기자마자, 좋아하는 물건은 일주일 동안 쥐고 놓지 않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결이가 세화 앞에서 보고 따라하라는 듯이 몸을 이리 뒤집고저리 뒤집길 반복했다. 그걸 또 세화는 밝은 고동색 눈동자로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다시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걸 웃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백리연은 미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래도 괜찮은 거요?”
어멈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본디 검을 쥐려면 이 정도 고집은 있어야지요.”
백리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외모는 남궁류청을 닮지 않았지만, 고집은 남궁류청을 닮은 것이었던가.
“류청도 어릴 때 이랬나요?”
남궁류청이 왜 자기를 걸고 넘어지냐는 듯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멈이 웃으며 말했다.
“소가주님은 어릴 적에 무척 예민하셨지요. 대부인, 가주님 빼고는 곁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심지어 유모에게도 낯을 가리셔서 유모를 몇 명을 바꿨는지. 휴, 그런데 심지어 밤에 도통 잠을 주무시려 들지 않아서, 대부인과 가주님이 밤새 안고 거닐어야 했죠. 아기씨는 그러시지는 않으니까요.”
“······그렇죠. 낯은 안 가리죠. 잠도 잘 자고······.”
백리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점에서는 다행이었다.
아니, 잠깐. 고집부린다는 점에는 똑같지 않나?
남궁류청이 어깨를 으쓱하고말했다.
“널 닮은 거아냐?”
“나? 음, 모르겠네. 내 갓난아이 때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
어멈은 남궁류청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잠시 분위기는 숙연해 졌다.
세화는 앞에서 사람들이 뭐라고하든지 말든지 여전히 뒤집기에 집중하고있었다.
백리연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도와주고 싶어도, 손만 대면 자지러지니······.”
정말로 귀신같이 눈치챘다. 심지어 반 시진 전에 보다 못한 결이가 옆에 앉는 것처럼 슬그머니 밀어서 도와줬는데 으앵, 으앵 울며 성을 내서 다시 뒤집기 전으로 되돌려 줘야 했다.
누군가 도와준 것은 성공으로 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 살도 안 된 게 뭐 그런 걸 따지고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