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9)
외전23화
백리연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아이가 따진다는데 뭘 어쩌겠는가?
한참을 고민하던 백리연은 창문 너머로 잔잔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보고 눈을 반짝 빛냈다.
백리연의 귀엣말을 받은 남궁류청이 객실을 나가고, 잠시 후 마치 바람이 부는 것마냥 배가 느릿하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백리연은 차분히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배의 기울기와 아이가 뒤집기를 시도하는 방향과 힘이 일치한 순간, 자연지기를 이용해 아이를 슬쩍 밀었다.
“······!”
드디어 아이가 뒤집기에 성공했다.
짝짝짝!
“아기씨, 성공하셨군요!”
“아이구, 드디어!”
백리연이 세화를 재빨리 안아 들었다.
“여휴, 잘했어요. 잘했어. 와, 우리 세화 멋있다. 이제 맘마 먹으러 갈까, 맘마?”
세화는 그 조그마한 얼굴로도 뭔가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이었다.
아이와 유모, 어멈이 객실 안쪽방으로 들어가고, 남궁류청이 방에 되돌아왔다.
남궁류청은 침상에 앉아 있는 백리연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백리연이 말했다.
“수고했어.”
“살다가 배를 흔들어 보길 다 하고 정말······.”
“또 이러면 어떡하지?”
남궁류청의 안색이 순간 창백하제 질렸다.
잠시 뒤, 굳은 낯의 남궁류청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돌아가면 어머님께 효도해야겠어.”
백리연은 작게 웃으며 남궁류청에게 머리를 기댔다. 자식이 생기면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더니, 이 또한 남궁류청도 피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 * *
아이가 이제 뒤집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조금씩이나마 기어다니기 시작할 때쯤 백리 세가가 있는 성내로 들어섰다.
백리연이 마차 창문을 열자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흘러들어 왔다. 청명한 하늘 아래 시끌벅적한 거리는 변한 것 없이 그대로 였다.
백리연이 남궁류청의 무릎 위에 앉은 세화를 향해 말했다.
“여기가 엄마가 살던 곳이야.”
남궁류청이 이어서 말했다.
“미래에 네가 살아갈 곳이지.”
“뭐 그런 말을 벌써 해?””
“미리 알아 두는 게 좋지.”
“아니, 화아가 알아듣기는 하냐고.”
아이는 뭘 알아듣긴 했는지 얌전히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백리연도 세화를 따라 창틀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괬다.
그때였다. 말을 타고 다가온 진진이 창문 앞에 무언가를 내밀었다.
“아가씨께서 좋아하던 당과집에서 사 온 거예요.”
“오. 고마워!”
“뭘요.”
포장을 풀자 익숙한 형태의 당과가 나왔다. 곧장 집어 든 백리연이 하나를 입에 쏙 넣었다. 당과는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음, 그래 이 맛이었어.”
남궁 세가의 주방 어멈을 비롯하여 근방의 당과집도 실력이 좋았지만, 이곳과는 다른 맛이었다.
남궁류청이 물었다.
“맛있어?”
고개를 끄덕인 백리연이 당과를 집어 들며 물었다.
“너도 먹어 볼래?”
“응.”
“웬일이야?”
백리연이 눈을 크게 떴다.
“네가 좋아하는 거라며? 무슨 맛인지 보게.”
백리연이 눈을 깜빡이자, 남궁류청이 살짝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럼 나중에 내가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
백리연은 멍하니 바라보다 남궁류청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웅얼거렸다.
“고마워.”
가슴이 절로 따스해졌다.
작게 중얼거린 백리연이 고개를 들었고 그녀를 내려다보는 남궁류청과 눈이 마주쳤다.
그윽한 눈빛에 점차 서로 간의 숨소리가 가까워지고 달콤한 숨이 잡아먹히려는 순간.
“바아!”
갑작스러운 소리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서 떨어졌다.
거친 움직임에 남궁류청 다리위에 있던 세화가 순간 옆으로 넘어질 뻔한 것을 백리연이 황급히 받아 들었다.
“부우!”
세화가 골난 듯한 소리를 냈다.
남궁류청과 백리연은 붉어진 뺨을 하고 잔뜩 헛기침을 했다. 다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세화가 마치 자신도 달라는 듯 당과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제 앞니가 나고 이유식을 시작한 아이는 손에 쥘 수 있는 모든 걸 입에 가져가고 있었다.
딱딱한 표정의 남궁류청이 당과를 손에 닿지 않게 멀리 치웠다.
“이건 안 돼. 너무 달아. 네 것은 이거야.”
그러고는 마차 구석에 있던 바구니를 가져와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뽀얀 빛의 쌀과자가 들어 있었다.
이 부드러운 쌀과자는 유독 세화가 좋아하는 것으로 몇 개 만들어 놓고 심심해할 때마다 먹으라고 주고 있던 것이었다. 너무 부드러워 세화가 쥐면 손바닥에서 사라지는 양이 더 많았지만.
백리연도 먹어 보았는데 그녀의 입맛에는 너무 밍밍하여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세화는 당과가 멀어지자 씩씩거리면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울먹였다. 또 시작인가 싶어진 백리연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반면 남궁류청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끄러미 세화를 지켜조다가 세화가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 바구니 안의 쌀과자를 집어 들었다.
뭐 하는 건가 의문 가득한 백리연의 눈빛을 받으며 남궁류청이 말했다.
“화아, 그럼 이건 안 먹을 거야? 그럼 아빠가 이거 다 먹어야지.”
그 말과 함께 쌀과자 하나가 남궁류청 입안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세화는 큰 충격을 받은 듯이 눈을 부릅떴다.
남궁류청이 또다시 바구니를 향해 손을 뻗자 세화가 엉덩이를 마구 들썩거렸다.
“으에엥.”
또다시 울음을 터트리려는 찰나, 남궁류청이 바구니를 세화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세화는 마치 그걸 누가 뺏어 갈까 두려운 듯이 꼭 끌어안았다.
“이게 무슨······. 참, 허.”
백리연은 어이가 없어서 너털웃음을 짓다가 이내 마차 밖에 있는 사라들도 들을 정도로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웃어서 나중에는 눈가에 눈물까지 고였다.
“완전 고수인데?”
“다 방도가 있지.”
고집쟁이의 마음은 고집쟁이가 안다 이건가?
웃고 떠드는 사이 어느새 마차가 백리 세가 앞에 당도했다. 대문 앞의 창을 들고 있는 무사는 백리연도 꽤 익숙한 인물이었다.
유창. 백리의강이 흑시에서 구해 온 아이 중 한 명이었다.
진진이 유창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흑시의 아이들 중에서는 단 세 명만이 무사가 될 수 있었다. 백검단주의 제자가 된 진진, 수문문사가 된 유창.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다른 지역에 있는 백리 세가 장원을 지키는 무사가 되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백리 세가의 하인이 되거나 백리 세가 점포를 관리하는 일을 하거나 아니면 혼인하여 이곳을 떠났다. 다들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이윽고 대문을 넘은 마차가 드디어 멈춰섰다. 그녀도 잠시 떠나있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마차에서 내린 백리연이 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아빠! 할아버지!”
* * *
작년과 달리 올해 백리 세가에서 보내는 중추절은 아주 떠들썩했다.
세화는 배 속에서도 금에 관심이 많더니만 이번 중추절에도 악공들의 음악 소리에 흥미를 느끼는 듯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백리연은 이제 슬슬 때가 되었다 싶어 아이에게 말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관심이 많으니 금방 배울거라고 여겼지만······.
“엄~마~.”
“······.”
“어엄마~.”
“······.”
이제는 혼자서도 곧잘 앉아 있고 심지어 일어서기까지 하는 아이는 눈을 말똥말똥 뜬 채로 바라보기만 했다.
일자로 굳게 닫힌 입술은 열릴 기색이 없었다.
심지어 세화는 말을 가르치기 시작하자 오히려 그 전에는 짤막하게 아무렇게나 내뱉던 소리까지 그만두었다.
백리연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보통 이 나이쯤에는 슬슬 말하기 시작한다는데.”
지켜보던 남궁류청이 입을 열었다.
“화아야.”
세화가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엄마.”
이번에는 백리연을 바라보았다.
“아빠.”
다시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백리연이 말했다.
“알아듣기는 하는 것 같은데······. 왜 말을 안 하는 거지? 화아야, 따라 해 봐. 어엄마~.”
“······.”
“······너무 걱정 마. 의원이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 않았으니까.”
“걱정은 안 해. 다만······.”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이틀 전 백리연이 한창 무공 수련을 하고 있을 때, 백리의강이 세화를 봐주고 있었는데 이때 세화가 백리의강을 향해 할아버지라고 말하였다며 백리의강을 비롯하여 하인들까지 증언했기 때문이다.
백리연이 시무룩한 낯으로 말했다.
“나도 듣고 싶다고. 왜 할아버지부터 말하는데!”
백리의강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세화는 천재라고 온갖 곳에 자랑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녀는 슬프고 억울할 뿐이었다.
어째서······ 내 딸인데······! 할아버지보다 엄마가 훨씬 더 말하기도 쉬운데······! 엄마보다 할아버지가 더 좋다는 거니,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