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4)
외전18화
* * *
새해가 밝아 남궁 세가에서 설연회를 열었다.
작년은 가희와 악공을 불러 아주 떠들썩하게 보냈지만 올해는 외부인 출입을 꺼려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조용한 연회 자리에 남궁완이 흥이 나질 않는다며 갑자기 칠현금을 가지고 왔다.
이 시대의 명사를 위한 기본 교육은 시서화금이었다. 또한 명문가의 자손들이 기본적으로 배우길 바라는 육예에도 악학(음악)이 있었다. 이건 검을 드는 무림가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물론, 무공에 심력을 쏟아야 하는 만큼 다른 부분은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러한 이유로 백리연도 남궁류청도 기본은 할 줄 알았다. 보통 손재주가 필요한 일의 대부분은 남궁류청이 더 나았는데 칠현금 만큼은 백리연의 실력이 훨씬 좋았다. 전생에 피땀 흘린 결과였다.
백리연은 뿌듯해하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근데 왜 자수는 저 녀석이 더 잘하는 거지?’
사실은 그녀가 남궁류청에게 자수를 시키자, 남궁류청은 그녀의 손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밤새 몰래 자수를 연습해갔었다.
이 일은 당시 자수를 가르쳐 준 남궁류청의 유모만 유일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유모는 나이가 들어 고향의 자식들에게로 돌아갔으니, 백리연은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사이 남궁완이 칠현금을 가지고 자리를 잡았다.
백리연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버님이 타시려고요?”
“왜, 그럼 안 될 이유라도 있나?”
대부인이 미묘한 표정으로 백리연을 보며 말했다.
“한번 들어 보렴.”
그리고 곧 대부인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칠현금 위에 오랫동안 병장기를 잡아 굵고 울퉁불퉁한 손이 올라오고 곧이어 간드러진 곡조가 연회석에 울려 퍼졌다.
백리연은 멍한 낯을 했다. 그녀도 어디서 금 좀 탈 줄 안다고 이름 내밀 만한 실력이었지만, 남궁완의 실력 앞에서는 빛이 바랠 지경이었다.
곡조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였다. 백리연이 “앗.” 소리와 함께 인상을 찡그리며 배에 손을 올렸다.
곡조가 뚝 끊기고 남궁완이 황급히 물었다.
“왜 그러느냐?”
“아이가 금 연주가 무척 마음에 들었나 봐요.”
“뭐?”
“엄청나게 움직여요!”
좀처럼 미동도 없던 아이가 엄청나게 활발하게 움직였다.
“요 녀석, 듣는 귀가 있구나!”
기뻐하던 남궁완은 순간, 아주 오래전에 묻어 두었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의 누이.
그가 어울리지 않게 금에 일가견이 있는 것은 오로지 그의 누이때문이었다.
누이는 무가의 장녀로 태어났지만, 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태생이 온화한 누이가 좋아하던 것은 아름다운 꽃과 화초들, 서화, 악기와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누이는 성품이 온유했던 만큼 가문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했다. 누이는 좋아하는 것들을 묻어 둔 채 검을 들었다.
그래서 가문의 천둥벌거숭이였던 그가 나섰다.
그는 누이 대신 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종종 깜짝 놀랄 연주로 누이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때 깜짝 놀란 목소리가 상념을 깨트렸다.
“아버님? 아버님! 왜, 아니. 어······ 어어······ 괘, 괜찮으세요?”
“괜찮다. 그냥 좋아서 그랬다.”
그 순간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밝은 눈동자가 걱정과 당황을 가득 머금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 한쪽에는 늘무거운 돌이 하나 얹어져 있었다. 그 돌은 그 자리에서 영원히 그를 짓누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았다.
* * *
1월 말일.
다섯 번째 암살 시도가 걸렸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시비 한 명의 악다구니가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정말로 끈질긴 시도였다.
그 뒤로 내내 남궁류청은 수심에 차 있었다.
그녀에게 내색하려 들지 않았지만, 모를 수가 없었다.
최근 날이 갈수록 강호의 정세가 복잡해지고 있었다.
수심에 찬 낯이 그 복잡한 정세와 연관이 있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서말하지 않는 것 같기에 백리연도 묻지 않았다.
태교에 좋지 않을 것 같아 궁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게 된 모양이었다.
남궁류청이 서슬 퍼런 표정으로 말했다.
“위 전맹주가 세력을 규합 중이야.”
“허어?”
잠시 고민하던 백리연이 말했다.
“······설마 그 다섯 번째 암살시도가 위지백이랑 관련 있는 거야?”
이를 악문 남궁류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위지백은 자신은 모함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정마 대전을 치르면서 무림맹에 불만을 품은 일부 정파 세력과 정사지간의 세력을 규합해서 새로운 연맹을 창설하려 들었다.
무림맹의 정반대 측이라 볼 수 있는 천마신교, 마교가 무너지자 정사지간의 문파들은 무림맹의 세력 팽창을 막을 이가 없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위지백의 연맹 제안은 그 지점을 시원하게 긁어 준 것이었다.
심지어 백리연은 알지 못했지만, 그동안 벌써 위지백과 몇 번 충돌도 벌어졌다고 했다. 세력 자체가 비교도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위지백도 승산이 있으니 도전한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천하 십일강으로 불리던 태고 진인, 백리패혁, 남궁무철 세 분 모두 이제 연세가 너무 많았다.
그분들은 아직도 강자였다. 하지만 기력이 쇠하고 있다는 것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내공은 심후해졌을 지언정 승패는 내공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 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전심전력으로 나선다면, 그렇지 않아도 길게 남지 않은 남은 날들. 그 남은 날조차 가늠할 수 없을 터였다.
남궁무철이 남궁완에게 가주직을 넘겨준 이유기도 하고, 백리 패혁이 서둘러 백리의강을 소가주직에 앉힌 이유기도 했다.
그나마 태고 진인이 세 분 중에는 제일 연령이 낮았으나, 곤륜파는 중원에서 너무나 멀었다.
이미 한 번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탓에 또 자리를 비우기도 어려웠다.
그에 비하면 위지백은 아직 한창때. 전성기의 나이라고 불릴 만했다.
만약에,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지만 아주 만약에 저 세 분 중 한 분이 나섰는데 위지백에게 패배한다면?
그럼 이제 정말 돌이키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 모든 사정은 설명하지 않아도 백리연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는 것은······.
백리연이 말했다.
“위지백을 치러 가려고?”
“······응.”
남궁류청이 괴로운 표정으로 백리연을 바라보았다. 세력이 더 커지기 전에, 자리를 잡기 전에 싹을 밟기로 한 것이다.
“아버지와 얘기 나눴어. 내가 출전하기로.”
남궁류청은 음산한 낯으로 당시의 대화를 회상했다.
-당연히 아버지께서 출정하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남궁류청은 제 아비를 향해 공손히 말했다.
-가서 위지백을 베고 새로운 천하강자가 나왔다고 이름을 떨치십시오. 저는 연이 옆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 그래. 맞는 말이야. 연이 옆을지켜야지.-
그렇게 고개를 주억거리던 남궁완이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했다.
-연이가 중요하느냐, 위지백을 처리하는 게 중요하느냐?-
-말도 안 되는 비교하지 마십시오.-
자못 짜증스러운 대답이었다.
남궁완은 신경 쓰지 않고 또다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렇지. 비교할 것도 못 되지. 당연히 연이가 더 중요하지.-
그제야 남궁류청은 제 아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닫고 눈을 부릅떴다.
남궁완이 말했다.
-그러니 더 중요한 걸 강한 자가 지켜야지. 당연하지 않으냐?-
– ······. –
– 그래서 내가 강하느냐, 네가 강하느냐?-
– 그건 ······.-
졸렬한 질문입니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치솟았으나, 억누르고 다른 말을 했다.
-할아버님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아버님은 은퇴하셨다. 고작 위지백 하나도 처리 못하면서 이 거친 강호를 어찌 살아가려고 하느냐?-
이런 대화를 통해, 남궁류청이 출정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마치 손수건이라도 손에 들고 있었다면 잘 가라고 흔들어 줬을 것만 같은 태도였다고, 남궁류청은 분통을 터트렸다.
저절로 상상되는 모습에 백리연은 상황도잊고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아버님도 정말······.”
“아버님께서 말씀하시길, 내가 출정하는 걸 네가 반대한다면 두말하시지 않고 아버님이 출정하신다고 하셨어.”
“그렇구나.”
남궁류청이 짙은 눈동자로 백리연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찌 모를까? 출정하지 말라고 하길 바라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남궁완 아저씨가 내 곁에 있는 게 훨씨 더 안전한 것이 현실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남궁류청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살짝 토라진 어투로 말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백리연이 손을 뻗어 남궁류청의 뺨에 손을 올렸다.
남구류청이 기대듯이 고개를 기울이고 말을 이었다.
“장인어른도 함께 가실 거야.”
“아버지도?”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원래 2월 초에 백리세가에서 출발하기로 한 건? 여기로오기로 했었잖아.”
“계획을······ 조금 변경했어. 남궁세가로 향하는 척하다가 방향을 틀어서 위 전맹주를 치러갈 거야.”
“아······.”
설마 그럼 아버지도 못 오시는건가? 해산 전에 아버지 얼굴은 보고 싶었는데.
거기에 남궁류청 또한 내 곁에 없을 거라고 하니, 가슴 한 군데가 뚫린 것처럼 허전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말했다.
“그럼 얼마나 걸리는데?”
남궁류청이 고개를 떨구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한 달 정도 걸릴 거야.”
“한 달?”
지금이 2월 초사흘이었으니 한 달이면 3월 초였다. 해산일은 3월 중순에서 월말 사이였으므로 여유는 있었다. 너무 비장하게 말하길래 그보다 더 오래 걸리는 줄 알았는데······.
날짜를 계산한 백리연은 안도감에 표정이 밝아졌다.
“뭐야? 난 또 해산일까지 못 돌아오는 줄 알았네! 갔다 와, 갔다 와. 빨리 가서 빨리 돌아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