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3)
외전17화
* * *
남궁류청 이 미친놈은 기어코 그 시간에 의원을 불렀다.
의원이 도착한 시간은 해지(밤9시~11시) 끝 무렵이었다.
처소 앞까지 하인에게 업혀서 온 의원은 찬 바람에 지팡이를 짚고 부들부들 떨며 문지방을 넘었다. 백리연은 죄송스러운 마음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이 시각에 의원을 부른 요란한 소란에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을리가 없었다.
남궁무철, 남궁완, 대부인 모두 일어나 그녀의 처소로 황급히 모였다. 그중 남궁무철은 자다가 왔는지 머리도 눌려 있었다.
늦은 시각에 허겁지겁 온 공 의원은 백리연이 멀쩡한 얼굴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한 낯을 했다. 이어서 진맥을 하고는 더 영문을 알 수 없어서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발길질을 하던데, 이렇게 움직여도 되는 겁니까?”
“······.”
잠시 침묵이 맴도았고, 공 의원이 허탈하게 답했다.
“정상입니다. 오히려 조금 늦어서 모두 걱정하였지요. 소부인, 축하드립니다.”
“하하, 가, 감사해요.”
백리연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방 안의 다른 이들 또한 별일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궁류청은 빼고.
“왜 이렇게 움직이는 것입니까?”
“본디 건강한 아이라면 이렇게 움직입니다. 할달한 아이일수록 움직임이 크지요.”
“하나, 아이가 이렇게 발길질을 하면 연이가 아프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괜찮을 겁니다.”
“아직은? 그럼 나중에는 아프다는 것 아닙니까?”
“······.”
공 의원은 아이를 낳는 건 당연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지 그럼 안 아플 줄 알았냐는 말이 목끝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모호하게 말했다.
“아이마다, 어미마다 모두 달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남궁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 멍청이가 다 됐군.”
남궁무철이 헛헛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되었지. 별일 아니라니 다행이구나. 어구구구. 공 의원, 늦은 시간에 고생이 많소.내 사례는 아주 두둑이 함세.”
인사를 한 공 의원이 지팡이를 짚으며 남궁무철의 뒤를 따랐다.
잠시 뒤, 희미하게 구시렁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나이에 별일을 다 겪는군요.”
“아이고, 자네만이겠는가?”
* * *
그해 겨울은 특이하게 눈이 내렸다. 남궁 세가가 위치한 휘주는 사철이 온난하여 눈을 보기가 매우 힘든데 생경한 일이었다.
서신을 읽던 백리연이 고개를 들어 남궁류청을 향해 말했다.
“새해가 지나고 아버지가 오신대.”
“그래?”
백리연이 손을 꼽으며 중얼거렸다.
“새해가 지났다고 바로 출발할 수는 없을 테니까, 2월 초쯤에 출발한다고 치면 아버지는 말을 갈아타며 오시겠지만, 날이 추워 길이 얼었을 테니 시간이 좀 걸릴 거고······.”
“빠듯하겠네. 미리 맞이하러 갈 사람들과 처소를 준비해야겠어.”
백리의강이 일찍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을 보내겠다는 뜻이었다.
“응. 부탁해.”
“걱정 마.”
별문제 없다면 해산 예정일인 3월 말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두루마리를 옆으로 치운 남궁류청이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붓을 들고 무언가 써 내려갔다. 백리연은 그런 남궁류청을 흐뭇한 눈으로 보았다.
그간 몸이 많이 무거워졌다. 이제는 아이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몸이 불편해서 검을 쥐기가 힘들었다. 이에 남궁류청은 지금처럼 업무 대부분을 처소에서 볼 지경이었다.
반듯한 콧날과 날카로운 턱선, 내리깐 속눈썹······. 검을 휘두르는 모습도 멋있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업무를 보는 모습도 왠지 모르게 멋있었다.
이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백리연은 이번에는 할아버지께 온 서신을 펼쳐 들었다.
서신의 첫마디는 늘 똑같았다.
[몸 편히 건강하냐? 식사는 잘 하고 있고? 무슨 일 있거든 바로 알리거라. 네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이야. 여기는 별일 없다.······(중략)······.
네 아비의 서신을 읽었다면 언제 도착할지 알겠구나. 할애비도 함께 가고 싶지만, 둘 중 한명은 가문을 지키고 있어야 하여 내 네 아비에게 양보하였다. 내가 간다고 할까 봐 눈치를 어찌나 보던지 원.
······(중략)······.
다음 아이는 여기서가지는 게 좋겠구나. 친정이 더 마음 편할테고 너도 번거롭지 않고······.]
읽어 내려가던 백리연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남궁류청이 눈을 깜빡이며 백리연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아니, 하하. 할아버지가 둘째는 백리 세가에 왔을 때 가질. 그게 내 맘대로 되는 일이냐고!”
남궁류청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노력해 볼게.”
“······너, 뭘 노력한다는 거야?”
* * *
백리연이 검을 들기 어려워진 이후, 처소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한 남궁류청은 아주 예민해졌다.
누군가 그녀에게 접근하기만 하면 제 새끼를 지키는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워 경계하기 바빴다.
여섯 살 때부터 내 곁을 지켜오던 금쇄도 남궁류청의 눈치를 받을 지경이었다. 당연히 외부인은 이보다 더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가시를 세우지 않는 소수의 사람이 있었다.
동지를 며칠 앞뒀을 때였다.
“연아!”
“하령아!”
“세상에, 잘 지냈어? 배가 이게 뭐야!”
서하령이 방문했다. 작년 중추절에 한 번 본 이후로 대충 1년 반 만이었다.
서하령은 그동안 무림맹의 기린회로 활동한다고 무한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다 새해를 보내고자 집에 돌아온 참이었다.
“세화야 안녕! 우리 처음이지? 여기 네 선물도 가져왔다?”
아기 옷과 신발, 딸랑이는 소리가 들리는 아기 장난감, 신통한 절에서 특별히 받아 왔다는 금패였다.
“아이랑 엄마를 지켜 준대.”
“······고마워.”
신경을 쓴 것이 역력한 선물들이었다.
간단히 근황을 주고받은 후, 서하령은 남궁류청에게 눈치를 줬다.
“소가주가 됐다며? 일 바쁘지 않아?”
남궁류청은 모른 척했다.
“이 정도 시간은 괜찮아.”
하지만 서하령은 무서울 게 없는 아이였다.
“아, 여자들끼리 할 말이 있으니까 나가 달라고.”
“······.”
남궁류청이 백리연을 바라보았다. 나가기 싫다는 듯이 바라보는 눈빛이 울망울망했다. 저도 모르게 백리연은 살짝 마음이 약해졌다.
“굳이 내보낼······.”
“연아! 정신 차려!”
결국, 1년 반 만에 만난 서하령이 승리했다.
백리연이 남궁류청의 손을 도닥이며 말했다.
“저녁에 봐.”
“······알겠어. 무슨 일 있으면 불러.”
남궁류청은 곧바로 차가운 표정이 되어 서하령을 흘기며 나갔다. 백리연은 표정을 볼 수 없는 각도였다.
서하령이 봤느냐며 말했다.
“와, 저 녀석 완전 여우가 다 됐네. 지금 너 못 봤지? 방금까지 불쌍한 척하더니 나 노려보고 나갔어!”
“불쌍한 척이라니. 가기 싫어서 그런 거지.”
“······에휴.”
서하령이 과자를 한 움큼 집어먹고 의자에 몸을 늘어트렸다.
“그런데 너 진짜 잘 지내나 보다. 정말 얼굴이 많이 폈네.”
“음? 그전에는 뭐 별로였다는 건가”
“아니,뭐랄까. 예전엔 뭔가 초조해 보였다고 할까? 웃고 있어도 왠지 수심에 차 보이고? 근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없어 보여서.”
무슨 뜻인지 알 수있었다.
회귀해 눈을 뜬 이후로 늘 쫓기듯 바쁜 삶을 살았다. 웃고 즐기더라도 늘 가슴 한쪽에 똬리를 튼 불안감은 지울 수없었다. 친했던 만큼 서하령도 어렴풋이 눈치챘던 모양이었다.
백리연이 주제를 돌리듯 말했다.
“그러는 너는 어떻게 지내? 서향문주께서 네 남편감 찾는다고 휘주 바닥에 소문이 파다해. 매파가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날락 한다고. 서향문주께서 나한테도 좋은 사람 있냐고 물어보셨다고.”
“아, 내가 이래서 집에 오기 싫었어!”
“흠, 들려오는 소문이 좀 있던데. 만나는 사람 있는 거 아냐?”
“만나는 사람? 누구 말하는 거야? 담 공자? 황보 공자? 아, 팽 공자인가?”
“······.”
“그냥 뭐 한번 만나 본 거지.”
한때 한 사람을 열렬히 사모하던 서하령은······. 흠흠, 이뤄지지 않는 한 사람에게 목매던 것보단 이게 낫지.
서하령이 그녀의 배를 보며 말했다.
“나도 아이는 가지고 싶은데. 혹시 배 만져 봐도 돼?”
걱정스러우면서도 신기한 표정이었다.
“그럼. 넌 괜찮을거야.”
한쪽에 늘어져 있던 결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꼬리를 탁탁 내리쳤다.
서하령은 조심스럽게 손을 살짝 댔다가 재빨리 땠다.
“흐, 무서워.”
정말 무서운지 안색도 살짝 창백했다. 평소 씩씩하던 모습과 달랐다.
“하하, 아니 뭐가 무서워?”
“그냥 무섭다고.”
“움직이면 기절하겠는데.”
“움직이기도 한다고?”
“······당연한 거 아냐?”
하지만 아이는 본래도 움직임이 매우 적었는데, 특히나 다른 사람이 앞에 있으면 쑥스러움이라도 타는지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나 사람의 기척을 기가 막히게 느끼는지, 아직까지 그녀와 남궁류청 말고는 아이의 태동을 느껴 본 이가 한 명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에게 금안이 없었다면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게 아닐지 시시때때로 의원을 불러 물어보았을 터다. 그렇게 얌전하던 아이가 갑자기 큰 움직임을 보인 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