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2)
외전16화
* * *
확실히 의원의 말대로 일주일정도 더 지나자 몸의 이상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남궁류청은 그 일주일 동안 약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밥을 입으로 먹는 건지 코로 먹는 건지도 모르는 표정으로 먹다가 식사를 마치면 바짝 붙어서 아무말 없이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겨우 여유가 생긴 일조차도 팽개쳐 놓은 채 마치 한 번 버려졌던 유기견이 주인 옆에서 떨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굴었다.
그동안 대신 일을 살피던 남궁완이 잔뜩 성을 내자 그제야 겨우 떨어졌다.
그녀는 금안으로 매일같이 잘 보이지도 않는 아이를 살펴보았다. 아이는 안정적으로 자리했다.
그래도 한동안은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의원은 그녀에게 처음 석 달간은 운기도 금지했는데, 운기를 하다가 잘못하면 유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 전해 듣고는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백리연은 그간 아이가 무사했음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과연 위험했던 극초기도 잘 버틴 녀석답게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입덧도없었다.
매일같이 상태를 묻던 대부인은 이 사실을 알고 매우 안도하며 말했다
“내가 청이를 가졌을 땐 정말 입덧이 지독했단다. 물은 당연하고 침도 제대로 못 삼킬 정도였지. 다섯 달을 그리 지내니 뼈밖에 남지 않았단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 시어머니를 비롯하여서 대대로 남궁 세가 안주인들은 지독한 입덧을 겪었다고 하더구나. 정말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아이가 벌써 효심이 깊구나.”
안도하고 기뻐하던 대부인이 아주 작게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태아 때부터 성격이 나오는 게지.”
“······.”
그렇게 입덧은 없었다. 대신 식탐이 엄청났다. 그녀는 살면서 이렇게 식탐을 부려 본 적이 없었다.
본래도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은 좋아했다. 남궁류청과 가출 여행을 떠났을 때, 유명 향토 요리를 목적으로 돌아다니기도 했으니.
하지만 이렇게 먹고 싶은 음식이 끊임없이 샘솟는 것은 처음이었다.
재력도 권력도 능력도 있는 남편에 똑같이 재력 권력 능력자인 시아버지, 거기에 연륜까지 더한 시할아버지까지, 그들이 이 세상에 있는 음식 중 못 구하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떡볶이가 먹고 싶어.”
남구류청이 살짝 눈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떡 뭐?”
“떡, 볶, 이.”
입맛은 영혼에 각인되는 것일까? 이제 전생은 거의 기억도 나지 않거늘 음식만 불현듯 떠올라 그녀를 괴롭혔다.
“허니 버터 브레드······.”
언제 어떻게 먹었는지는 기억도 못하면서 그 맛만큼은 왜이렇게 선명한 것인지.
떡볶이는 장렬히 실패했으나, 허니 버터 브레드는 어찌어찌 비슷한 맛을 낼수 있었다.
“비슷해!”
“앉아서 먹어.”
남궁류청이 걸상을 가져다주었다.
딱딱한 남궁류청의 얼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밀가루가 묻어있었다.
웃기지도 않게 남궁류청은 요리마저 잘했다. 본래는 주방 어멈에게 부탁하다가 답답함을 참지 못한 남궁류청이 제가 하겠다고 나섰는데······. 휴, 주방 어멈은 남궁류청이 바빠서 직접 음식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했다.
백리연은 남궁류청에게 그가 만든 허니 버트 브레드를 한 입 먹였다.
남궁류청의 미간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작게 웃은 백리연이 남궁류청의미간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어때?”
“······네 입에 맞는 게 중요하지.”
그러고는 곧장 차로 입을 헹궜다.
백리연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매운 음식도 별로고 단 음식도 별로고. 대체 뭘 좋아하는 거야?”
“그건 내가 할 말이지. 넌 너무 맵거나 혀가 사라질 것처럼 단, 자극적인 것만 찾는다고.”
백리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제 살짝 태가 나기 시작한 배에 손을 얹고 말했다.
“내가 아니라 이 아이가 먹고 싶은 거라고.”
“······.”
백리연은 손을 뻗어서 얼굴에 묻은 밀가루를 닦아 주며 웃었다.
“이거 어머님께도 가져다드리자.”
* * *
아이의 이름은 백리세화(百里世華)가 되었다.
임신 사실을 아버지와 할아버지께 알리고나서 처음 받는 답신에 적혀 있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모습에 백리연은 살짝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버지 서신이 엉망인 걸 보면 서의 바로 답신을 보내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할아버지가 미리 생각해 두신 거 아니야? 아버지는 동의하셨나?’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물어보니 백리패혁이 혼인할 때 이미 생각해 둔 것이라고 했다.
남궁류청은 좋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인간 세(世)에 빛날 화(華)라. 좋은 이름이네.”
“너무 거창한 거 아닐까?”
남궁류청은 백리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깨를 끌어안았다.
“괜찮을 거야.”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왜?”
백리연은 고개를 숙였다.
아이를 가지고 나니, 적을 많이 만든 게 약간 후회되었다.
원한은 핏주을 타고 내려갈 텐데.
당시의 행동을 후회하진 않지만 태어나기도 전부터 원한이 잔뜩 쌓인 아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이제 내가 아버지 곁에 붙어 있지 못하니까. 후에 아버지 옆을 지켜 줄 수 있는 심지 굳고 강한 아이였으면 해서.”
“무슨 소리야? 장인어른은 네가 있어서 지금껏 버틸 수 있으셨을 텐데.”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를 가진 후, 벌써 세 번의 암살시도가 있었다.
사람을 죽이기는 어려웠지만, 유산을 시키기는 어무 쉬웠다.
한번은 향로에 약을 섞어서 시도했고, 탕약의 약재를 바꿔치기한 적도 있었다. 그 다음에는 화병의 화초 꽃술에 독이 묻어 있기도 했다.
모두 무사히 막아냈다. 특히 그녀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던 결이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
남궁류청은 그간 성가셔하던 결이에게 팔뚝만 한 붕어를 선물했다.
하지만 결이의 활약과 달리 탕약의 약재를 바꿔치기한 범행 빼고는 진짜 범인, 그러니까 의뢰자를 잡지 못했다. 원수가 워낙 많아서 누군지 추측조차 불가능했다.
남궁세가에 원한을 가진 이인지 백리 세가에 원한을 가진 자인지, 혹은 마교인지.
혈성군이 노린 불타 버린 비단.
남궁류청의 천재적인 기억력은 명확하게는 아니었지만, 당시 스치듯 본 비단의 일부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상단전의 공능이 매우 큰 백리연 또한 기억력이 남달랐다. 둘의 기억을 합치자 그럴싸한 정도까지 복원이 가능해졌다.
물론 복원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해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가능성 높은 다른 사람이 하나 있었다.
제갈화무.
그들은 제갈화무에게 서신을 보내었고, 역시나 제갈화무는 이를 해석해 주었다.
비단이 별것 아니길 바라는 마음과 달리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 비단에 적혀 있던 것은 천마부활과 관련한 구결이었다. 마교 군사인 혈성군은 천마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었다.
비단은 백리연이 불태운 데다,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것이 정녕 가능한 것인지도 알 수없었지만, 혈성군이 그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잠자리가 불쾌해지는 일이었다.
백리연은 서신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발을 핥고 있던 결이가 벌떡 일어나 뒤를 따라왔다.
결이와 함께 정원으로 걸어 나간 그녀의 양 뺨이 11월의 찬 바람에 발갛게 달아올랐다.
이건 그냥 그녀의 느낌일 뿐이었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그냥 감일 뿐이었지만, 그 부활이라는 것에 왠지 그가······ 야율이 얽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동안 야율에 대한 소식은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다.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더는 이 세상에 야율이란 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몸은 괜찮은지, 무사히 지내는 지 소식 한 자락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물론 그녀도 잘 알았다. 이런 걱정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아스라이 떠 있는 달 아래 앙상한 가지 사이에서 추위를 뚫고 홀로 화사하게 피어난 동백꽃이 요요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멍하니 이를 바라보던 백리연은 문득 어느 해 겨울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릴 적 남궁 세가에 반년간 머물고 있던 때였다.
천산염제에게 끌려갔다가 돌아온 야율은 방 안의 한 곳을 뚤허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살풍경한 방 안에 유일하게 생기를 머금은 동백꽃이었다.
그녀는 야율을 향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내가 가져다 놨어. 소부인이 동백꽃이 예쁘게 피었다며 주셨거든.-
-먹는 거야?-
-어? 아니, 아니야! 아니, 물론 먹어도 되긴 한데 그런 의미로 가져다 놓은 게 아니라고!-
야율의 표정에서 그럼 왜 가져다 놨냐는 의문이 절로 읽혔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왜?-
-어······ 왜 일까?-
그녀는 얼굴을 긁적이다가 그냥 배시시 웃었다.
-어쨌든 나는 그래. 너는 없어?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거.-
야율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물점 위, 아이의 새카만 유리알 같은 눈동자에는 오직 한 사람만 비쳤다.
눈동자 속의 사람이 고개를 갸윳거리며 물었다.
-왜?-
-······.-
-말을 해.-
-안 할래.-
-에엥? 뭔데! 왜! 궁금하게! 말 해줘! –
-······병에 안 들어가.-
피식, 별안간 웃음이 터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서운 소리였다.
그때 뒤따라온 남궁류청이 그녀를 보고 물었다.
“무슨 생각 해?”
“그냥······.”
의심스러운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
이상하게 남궁류청은 그녀가 야율에 대해서 떠올리기만 하면 귀신같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고물었다.
백리연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아니, 표정이 굳은 수준이 아니라 심각한 낯으로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지경이었다.
남궁류청이 물었다.
“왜 그래?”
백리연이 남궁류청의 손을 잡아 그녀의 배에 올려놓고 말했다.
“아이가 발길질을 하고 있어.”
눈을 부릅뜬 남궁류청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 무슨······ 거기 누구 없느냐? 의원!”
백리연이 깜짝 놀라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이게 태동이라고! 원래 이런 거랬어! 지금 해지(밤 9시~11시)가 넘었는데 무슨 의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