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1)
외전15화
* * *
쾅-!
걷어차인 것처럼 거칠게 열린 문으로 남궁완이 뛰어 들어왔다.
이를 본 누군가가 그를 타박했다.
“거, 살살 좀 다니지 그러느냐? 애들 놀라게.”
남궁완은 인상을 찡그리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왜 여기 계십니까? 아이들 부담되게.”
“너는 뭐 다를 것 같으냐?”
“저랑 아버지랑 같······”
그때 대부인이 찻잔을 내려놓고 끼어들었다.
“호호, 아이들 앞에서 이게 무슨 소란이랍니까? 아무래도 저희 모두 아이들에게 부담일 테니, 다같이 나가 있을까요?”
“······.”
“······.”
남궁무철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남궁완은 헛기침을 하며 조용해졌다.
남궁완의 찻잔에도 찻물이 채워질 때가 돼서야 의원이 도착했다. 백리연도 기억하는 의원이었다.
예전에 남궁류청의 검에 손바닥이 찢어졌을 때, 그녀를 치료해 주었던 적이 있었다. 벌써 그 일도 10년이 넘은 옛날이었지만.
대부인의 시비가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오는 노인을 황급히 부축했다.
대부인이 일어나 말했다.
“공 의원, 은퇴하였는데 이리 불러 미안합니다. 하나 내 공 의원을 제일 믿을 수 있어 청한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
“괜찮습니다. 당연히 제가 와야지요.”
남궁류청이 굳은 낯으로 물었다.
“공 의원이라니. 어머니, 연이 몸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이 방에서 홀로 눈치채지 못한 인물이었다. 백리연은 눈치챘지만 괜한 기대감이 들까 봐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했다.
남궁완은 목이 탄 듯 그새 다 비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너는 모르면 입 다물고 있거라.”
남궁류청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헛기침을 하는 조부의 눈치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는 백리연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백리연이 괜찮다는 듯이 미소지어 줄 테지만, 오늘은 그눈빛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공 의원이 백리연의 맞은편으로 왔다. 그러고는 주름진 손가락을 그녀의 손목에 올려 맥을 짚었다.
향 한 개비가 다 타들어 가는 동안 방 안은 숨소리조차 없이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모두가 공 의원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류청만 걱정스레 백리연의 손을 꽉 잡은 채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시선과 온기에 백리연은 안도감이 들었다.
드디어 공 의원이 눈을 떴다.
공 의원이 눈꺼풀에 반쯤 가려진 눈으로 미소를 지은 채 잔뜩 긴장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이제 막 한 달을 채운 듯 보입니다.”
대부인과 시비들이 환호 섞인 탄식을 내뱉었다.
남궁완이 다급히 물었다.
“정말로 확실한 거요?”
“아직 태맥이 약하지만, 확실하옵니다.”
남궁무철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홍복이구나. 홍복이야.”
“지금 한 달 차라면 3월이 예정이니 좋군! 아주 좋아!”
남궁완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백리연은 얼떨떨한 얼굴로 남궁류청을 돌아보았다. 남궁류청은 아직도 홀로 이 방 안에서 왕따를 당하고있었다.
본래 눈치가 매우 빠른 녀석인데도 모르는 것을 보아 아마 이런 상황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서인 듯싶었다.
벌떡 일어난 대부인이 백리연의 한 손을 잡은 채 연신 중얼거렸다.
“잘 됐구나. 정말 잘 되었어.”
백리연은 당장 울음을 터트릴 기색의 대부인을 향해 걱정 스럽게 물었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그럼! 안 괜찮을 게 무엇이 있겠니! 그저 기뻐서 그런 거란다. 공 의원, 문제는 없겠지요?”
공 의원이 말을 이었다.
“이제 막 아이가 자리를 잡은 시기라 무어라 확답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기씨, 옛날 일이 입에 붙어서 큼큼. 부인께서도 무척 건강합니다. 본디 처음 석 달이 제일 위험한 시기인데······ 흠흠.”
공 의원이 백리연의 무복과 한 쪽에 놓인 검을 보면서 헛기침을 했다.
“하늘이 보우하셨지요. 앞으로 두 달은 격한 운동을 절대 삼가셔야 합니다.”
그때 남궁류청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이라니?”
“예, 회임하셨습니다.”
남궁류청이 멍청하게 입을 벌린채 나를 바라보았다.
“연이가······ 회임을 했다고요?”
공 의원이 실소를 터트렸다.
공 의원은 남궁류청이 갓 태어났을 때부터 옆에서 보았다.
어릴 적부터 남달리 조숙하고 무뚝뚝하던 아이가 이렇게 정신을 놓은 듯한 모습을 보니 즐겁기 그지 없었다.
“예. 맞습니다.”
남궁류청이 바보같은 낯으로 입을 열었다 닫길 반복하다가 머리를 좌우로 거세게 내젓고 말했다.
“연이가, 전혀 몰랐던 기색이었는데. 그대도 몰랐지?”
백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류청이 공 의원을 약간 다그치듯이 말했다.
“연이는 의술에도 조예가 깊고, 무공도 깊은데 어찌 눈치채지 못한 것입니까? 그럴 수 있는 것입니까?”
백리연이 말리듯 소맷자락을 당겼다.
이건 뭐 거의 공 의원을 의심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어조지 않은가.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이 일로 그를 속여 얻을 이득이 없다는 것을 알 텐데도 거기까지 생각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공 의원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마치 재롱부리는 아이를 보듯이 설명했다.
“부인께서도 이상함은 느꼈을 겁니다. 다만 그게 임신인 줄은 모르셨을 테죠. 맞지요?”
“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느낌이 들긴 했어요.”
남궁류청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뭐? 그런 말은 없었잖아?”
백리연이 시선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나는 이게 단전이 회복되는 과정 중의 하나인 줄 알고······.”
기맥의 흐름이 불안정해지고 수련이 더뎠다. 게다가 이상하게 몸도 피로했다. 자도 자도 잠이 오고 어느 날은 풍한이 올 듯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기도했다.
수련이 늘 잘 될 수만은 없고, 몸이 안 좋다고 말을 꺼내면 의원이라도 부를테고, 그럼 또 괜히 또 약을 왕창 지어 먹게 될게 아닌가.
‘탕약 싫어······!”
그녀는 아직도 탕약이 너무 싫었다. 어릴 때 평생치를 다 먹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군가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여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다.
물론, 여기서 더 몸 상태가 이상해지면 말할 생각이긴 했다.
남궁류청이 말했다.
“그래도 말을 했어야지!”
그때 공 의원이 끼어들어 편을 들어 주었다.
“이제 막 한 달이 되어 가는 차입니다. 아직 제대로 형체도 갖추지 못하였고, 처음 겪는 일이니 당연합니다. 아마 일주일만 더 지났다면 부인께서 먼저알아채셨을 겁니다.”
백리연은 제 배를 내려다보았다. 인지하고 금안으로 자세히 살피니 쌀알만한 크기로 뭉쳐있는 희미한 기운이 눈에 띄었다.
만약 매일같이 자신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봤다면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누가 매일 자신의 몸을 뚫어져라 살핀단 말인가? 그녀에게 그런 취미는 없었다.
덧붙여 백리연은 임신이나 부인병 쪽은 별로 조예가 없었다. 아버지의 운기 문제와 단전 문제에 집중하기만도 벅찼고, 살아남기도 바빠 아이를 가지리란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 의원이 말을 이었다.
“무가의 경우 보통은 출가할 때 친모가 알려 줍니다만 흠흠, 거기다가 대부인께서도 무가 출신이 아니시다 보니.”
대부인이 손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하구나. 내 거기까진 신경 쓰지 못하였어.”
백리연은 황급히 괜찮다고답했다.
그녀를 향해 살짝 미소지은 대부인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가를 소매로 누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아버님과 상공께 드릴 말씀이 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자리를 잠시 옮기지요.”
딱 보아도 아이들끼리 시간을 주자는 눈치에 남궁무철은 허허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그래! 나중에 다시 찾아오마. 아, 앞으로 아침 문안도 올 필요 없다! 방 안에서 평안히 쉬거라. 나중에 다시 찾아오마.”
남궁완은 눈치 없이 말했다.
“꼭 지금 말해야 하는 일인가?
나는 아직······.”
대부인의 지긋한 시선이 남궁완을 향했고, 남궁완이 입을 꾹 다물고 남궁무철의 뒤를 따라 방을 나갔다.
대부인이 나가기 전에 당부했다.
“청아, 연이를 잘 챙기거라.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
입을 꾹 다문 남궁류청의 눈동자는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공 의원은 그 모습을 즐기다가 지팡이를 쥐었다.
“혹시 더 하문하실 말씀있으신지요? 없으면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후에 찾아가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공 의원마저 나가자 이젠 정말 방에 둘만 남았다.
남궁류청은 다급하게 백리연의 다른 손도 마저 잡았다.
꽉 잡은 손과 마주한 시선에는 혼란 속에서도 기쁨과 행복이 느껴졌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빛에는 감격이 서려 있었다.
남궁류청은 억지로 미소 비슷한 표정을 지어 보려고 하다가 갑작스럽게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머리를 깊이 파묻었다.
잠시후, 백리연은 어깨에서 축축한 기운을 느꼈다.
살짝 웃음 지은 백리연 또한 남궁류청의 머리에 기댔다. 콧등이 시큰해졌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한 감정이 복받치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