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6)
36화
* * *
자리를 비운 아버지가 마침내 이곳에 남기로 남궁완의 수락을 받아 냈다.
그때 난 이미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종일 마차 안에서 굴러다니다 애든 어른이든 공평하게 입에서 불을 뿜는 남궁완까지 상대한 차라 심신이 매우 피로했다.
그렇게 난 영종문에서 내준 손님방에서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란스러움에 설핏 잠에서 깼다.
우물거리며 다시 잠들려던 나는 이곳이 영종문임을 기억하고 눈을 떴다.
“······아버지?”
방 안은 조용했다. 등잔을 켠 방 안도 아직 어둑했다.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침구를 걷고 일어난 난 눈을 비비며 방을 나섰다.
횃불로 환한 마당에 영종문 제자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영종문의 제자라는 제자는 다 몰려나온 느낌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영종문 제자들 앞에 계신 아버지가 나를 돌아보았다.
“왜 벌써 일어났느냐?”
나는 다시 길게 하품을 하고 눈을 비볐다.
“무슨, 하암, 무슨 일이에요?”
“신경쓰지 말고 다시 자거라.”
“우음, 지금 몇 시예요?”
“네 잠든 지 한 시진 정도 지났다.”
그럼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란 소린데 지금 이게 무슨 소란이지?
뭔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난 주섬주섬 옷자락을 정리하며 말했다.
“측간 갔다 올래요.”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화장실에는 낮에도 가 본적 있었다.
나는 화장실 방향으로 향하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길로 빠졌다.
소란스러운 장원이 내 움직임을 가려줬다.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지금 무슨 상황인지 답해 줄 만한 사람을 찾으러 나온 것인데, 솔직히 너무, 정말 너무너무 졸렸다.
나는 눈만 감았을 뿐인데 잠깐 새 잠든 모양이었다.
휘청 넘어질 뻔해 재빨리 난간을 붙들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도, 말도 안 돼! 복천이 죽었다니.”
“부문주님께서 남궁 대협이랑, 용봉지회 선배님들이랑 조사하러 가셨으니까 진정해. 응?”
“너무, 너무 이상해. 복천은 우리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좋은데······.”
복천이라는 영종문의 제자가 죽은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잠이 확 깼다.
‘이날 영종문 제자가 죽었을 리 없는데?’
그랬다면 아버지와 남궁완이 떠났을 리가 없었다.
이건 분명 전에 없었던 일이었다.
규모가 작다지만 그래도 한 문파의 제자를 죽이다니.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설마 그 마두가?’
용봉지회가 머무는 영종문의 제자를 살해할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다 못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 이 지역에 또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왜?’
왜 갑자기 용봉지회가 아닌 영종문의 제자를 죽인거지?
그때와 달라진 것이라곤 아버지와 남궁완이 영종문에 남아 돕기로 한 것뿐이었다.
심지어 두 분이 여기 남기로 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하루가 무엇인가?
‘반나절도······.’
그래, 반나절도 되지 않았다.
나는 황급히 달려 나갔다.
‘이건 함정이야!’
* * *
남궁완과 부문주, 용봉지회 일행이 도착한 곳은 성내에서 매우 떨어진 으슥한 숲의 한 공터였다.
그리고 그곳에 여럿이 둘러앉아 한 시신을 살피고 있었다.
“단번에 죽었습니다.”
시신은 영종문 제자로, 청년에 가까운 나이였다.
당소용이 시신의 눈을 조용히 감겨 주었다.
“검상은 아닙니다. 둔기나 무기를 쓴 것도 아니고 이건 뭐라고 해야 할지······. 날카로운 것으로 단숨에 심장을 꿰뚫은 것 같습니다. 지름은 성인 남성의 주먹 정도로, 습격자는 저와 비슷한 키로 보입니다.”
독과 약은 한 끗 차이였으며 독을 다루는 사청 당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도 의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런 당소용의 눈에는 부자연스러운 몇몇 상황이 보였다.
“거기다 검을 뽑은 자국이 없습니다.”
“습격을 받은 사실도 모르고 죽은 거로군요!”
벽성율의 말에 당소용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기엔 공격 자체는 정면에서 당했네.”
“아······.”
무공을 익힌 이가 정면에서 오는 공격에 검조차 뽑지 못했다는 건 이상했다.
이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죽은 제자와 2인 1조로 함께 움직이던 동문이었다.
소피를 보고 오겠다던 동문이 2각(3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아 한참을 찾아다녔고, 결국 헤어진 곳에서 5리(약 2Km)쯤 떨어진 곳에서 싸늘한 시체가 된 동문을 발견했다.
그때는 피가 채 식기도 전이었다.
그가 시신을 빨리 찾을 수 있었던 건 시신이 전혀 숨겨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빽빽한 수풀 사이에 인위적으로 만든 이 공터는 약초꾼, 사냥꾼들이 쉬어 가는 곳이었다. 보통은 숲속에 이런 장소가 있는 줄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작정하고 주변을 뒤진다면 텅 빈 공터이므로 바로 눈에 띄었다. 그리고 바닥과 수풀을 흠뻑 적신 핏자국은 그가 이 자리에서 살해당했다는 걸 알려 주고 있었다.
그것이 의문이었다.
“이자는 왜 여기 온 걸까요?”
끌려오거나 겁박당한 흔적도 없었다. 자신의 발로 이 공터로 온 것이다.
자박자박 수풀을 헤치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둘러봤을 때 다른 사람의 흔적이라든가 주변에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평범한 숲이에요.”
악중해와 마혜향이었다.
횃불을 든 악중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밤이라 발견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동문에게 비밀로 하고 올 만한 이유는 없어 보였습니다.”
시신 곁에 꿇어앉은 부문주가 바닥을 내리쳤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나도 좀 보지.”
남궁완이 시신 곁으로 다가왔다.
악중해가 들고 있던 횃불을 가까이 비춰 주고 당소용은 잘 볼 수 있도록 제자의 옷자락을 더 벌렸다.
남궁완은 유심히 들여다보다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상처, 어디서 본 것 같단말이야.”
“어디서 보셨다고요?”
악중해가 고개를 숙여 시신을 다시 살폈다.
그는 그냥 뭔가에 찔렸다는 것 외에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이런 모양의 상처를 어디선가 봤어. 분명······.”
그 순간이었다.
당소용은 뒷덜미를 홱 당기는 손길에 끌려갔다.
한끗 차로 날카로운 무언가가 당소용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가만히 있었더라면······ 하고 생각하니 등허리가 섬찟했다.
“당소용! 물러나!”
목덜미를 당긴 것은 남궁완이었다.
어느새 악중해가 횃불을 집어 던지고 검을 뽑아 당소용을 공격한 이를 막아섰다.
카강-!
맨손과 검이 부딪쳤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들렸다.
재빠르게 멀어진 당소용이 소리쳤다.
“부문주! 무슨 짓입니까!”
“이게 무슨······!”
채채챙 – 당황하면서도 벽성율과 마혜향이 재빠르게 검으로 부문주를 겨눴다.
부문주는 말없이 곧바로 남궁완을 공격해들어갔다.
담소용을 팽개친 남궁완도 검을 뽑았다.
부문주의 손과 남궁완의 검이 부딪치자 이번에는 쾅- 쾅- 마치 벼락이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궁 세가의 검법인 창궁무애검법, 일명 제왕검이라고 부르는 검법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몇 합 나누기도 전에 소리가 점차 잦아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남궁완이 주르륵 밀려났다.
“선배님!”
한쪽 무릎을 꿇은 남궁완이 피를 한 웅큼 토해냈다.
당소용이 재빨리 부문주를 향해 검을 찔렀다.
부문주는 당소용의 공격을 아주 여유롭게 피해 물러났다.
함께 부문주의 움직임을 막아야 할 동료들의 움직임이 없자 당소용이 소리쳤다.
“다들 뭐 하는 거야!”
마혜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용, 나 내공을 쓸 수 없어.”
“뭐? 그게 무슨······!”
당소용이 악중해를 보았다.
입술을 깨문 악중해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너도?”
안색이 창백한 벽성율은 말할 것도 없었다.
부문주를 겨눈 벽성율의 검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당소용이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나는 괜찮은데, 설마 선배님도?”
피 섞인 침을 뱉은 남궁완이 검을 지지대 삼아 일어나며 말했다.
“산공독이다.”
“산공독이라니! 대체 언제······!”
산공독은 몸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지만, 내공을 흐트러트리는 독이었다.
“하하하! 오면서 다들 물 한 잔씩 마시지 않았느냐?”
말을 달리느라 마른 입을 모두 내리자마자 물 한 모금씩으로 축였다.
물을 마시라 권한 것 또한 부문주였다.
악중해가 이를 갈며 말했다.
“왠지 오늘따라 저녁이 짜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