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5)
35화
얼굴을 잔뜩 찌푸린 남궁완이 다소 사납게 내 이름을 불렀다.
“백리연,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금까지 이야기하는 거 못 들었어? 당장 이리 와!”
“아저씨, 아버지. 제 말을 한 번만 들어 주세요.”
“······.”
남궁완이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채 나를 노려보았다. 날카로운 기운이 나를 찔러 댔고 솔직히 좀 무서웠다.
다들 어쩔 줄 모르며 눈치를 볼 때 악중해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 선배님, 이야기라도 한 번 들어 보시는 게?”
생각지도 못하게 악중해가 편을 들어주었다.
남궁완의 매서운 눈초리가 악중해에게 향하자 나를 찌를 듯하던 기운이 조금 누그러졌다.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를 걱정하시는 마음은······ 콜록, 콜록.”
좀 전까지 나를 짓누르던 기운에 잔뜩 긴장해서인지, 갑자기 기침이 터졌다.
아버지의 낯이 흐려졌다.
방안의 다른 사람들도 걱정에 찬 눈빛을 했다.
‘아니, 아니야! 걱정하지 마! 그냥 기침일 뿐이야! 하필 타이밍이······.’
난 서둘러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젓고 태연하게 말했다.
“저를 걱정하시는 마음은 알아요. 하지만 저는 아직 괜찮아요. 당장 심하지 않은 저보다는 이유도 모른 채 납치되어 팔려가는 자들부터 구했으면 해요.”
“······연아.”
아버지가 내 이름을 탄식하듯 불렀다
과거 이 임무는 실패로 끝난다.
‘아니, 그냥 실패 정도면 다행이지.’
이건 단순한 인신매매 사건이 아니다
살인 사건. 그것도 악명을 떨치던 마두와 얽힌 사건이었다.
나는 용봉지회 사람들을 보았다.
그중 악중해는 약간 바보같이 입을 헤-벌린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악중해의 이름이 미래에 언급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서 마두의 손에 죽기 때문이지.’
악중해는 사망. 나머지 셋은 가까스로 목숨만 부지한 채 도망친다.
당소용을 뺀 둘은 심각한 중상을 입어 다신 검을 잡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이 일로 실의에 빠진 당소용은 용봉지회에서 나가고 사천 당가 친족들이 모여 사는 당가타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마두는 모습을 감추고 무림맹은 추적에 실패한다.
이때 도주한 마두는 후일 남궁류청에게 처단당한다.
그렇다. 이 사건은 악역인 마두의 악랄함을 강조하는 서브 스토리였다.
악당이 악명을 떨칠수록 이를 꺾은 자의 명성도 함께 올라가는 법이니까.
무림맹의 빛나는 청년들의 날개를 꺾은 악당이라니 얼마나 악독한가?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의 뒷수습을 남궁완, 당신이 한다고!’
난 양손을 꽉 말아 쥐고 말했다.
“아버지는 평생 약자들에게서 눈을 돌린 적 없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늘 아버지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내 일이 급하다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한다면 전 앞으로 아버지를 닮고 싶다고말할 수 없을 거예요.”
* * *
당소용이 식은땀을 흘리며 악중해에게 전음을 보냈다.
「 선배인이 왜 저렇게 화를 내시는 거지? 오면서 들은 거 없어? 소저의 병이 깊은가 ? 」
「 전혀 없었더. 애가 좀 아파 보이긴 했지만, 여독 때문인 줄 알았지. 」
「 의강 선배님은 왜 완 선배님이 화를 내시는 걸 두고 보시는 거지 ? 」
「 병이 깊어 치료가 급한 게 아닐까? 」
「 아 이런. 저 작은 아이가······. 아이고, 좀 말려 봐. 」
「 네가 해. 무섭단 말이야. 」
「 네가 선배랑 친하잖아. 」
「 남궁완 선배께 친한 사람이 어딨어······? 그리고 친하다고 화를 덜 내는 분도 아니셔······. 」
둘이 전음을 나누는 동안에도 남궁완은 제 허리만 한 아이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고 있었다.
끝내 분노한 남궁완이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너, 후회하지 말거라!”
당소용이 콱 찌르자 악중해가 헐레벌떡 남궁완을 뒤쫓아 갔다.
“서······선배!”
난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떠나면 후회는 그쪽이 할걸.’
과거 용봉지회의 사고 소식을 들은 남궁완은 아버지께 만신의의 각패를 넘겨주고 온 길을 되돌아간다.
어쩔 수 없이 나와 아버지가 먼저 만신의에게 도착한다.
하지만 만신의는 각패를 보고도 치료를 거절한다. 남궁 세가의 사람이 직접 오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며 차일피일 치료를 미룬 것이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핑계였는데······ 또, 아버지는 또 그런 만신의의 말을 믿는다!
그렇게 남궁완이 오기를 기다리던 어느 날, 만신의는 감쪽같이 모습을 감춰 버렸다.
‘후, 정말 고작 악역 조연의 인생사 세팅을 너무 섬세하게 하는 거 아니냐구!’
주인공인 남궁류청은 절벽에서 추락해도 동굴 속에서 기연을 얻어 나오는데!
쓸데없이 조연 인생만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어쨌든 결국, 사람도 죽고 마두도 놓치고 내 치료도 받지 못한다.
실패의 여정.
아버지와 남궁완은 한 번도 내게 이 일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한 적 없었다.
하지만 난 알았다.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한다는 것을.
‘뭐, 이젠 괜찮겠지.’
난 아직도 삐거덕거리는 붉은 문을 보았다.
‘남궁완 아저씨가 많이 화난 것 같다만.’
아버지가 내게 다가왔다. 이제 아버지를 설득할 차례였다.
이미 진이 다 빠져 아버지를 설득할 생각을 하니 솔직히 눈앞이 아득했다
아버지가 내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너를 위한다면 이래서는 안 되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 고개를 들어 아버질 바라보곤 그대로 굳었다.
마주친 아버지의 눈이 어두운 밤 수면에 비친 달빛처럼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네 선택이 기쁘구나.”
뭐, 뭐지?
지금껏 지내며 아버지가 저렇게 만족스러운 눈으로 나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당황한 날 살짝 끌어안은 아버지가 옷자락을 펄럭이며 남궁완을 따라 나갔다.
난 문발이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을 얼떨떨하게 보았다.
‘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잠시 뒤, 다가온 부문주가 두꺼운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이라고 하였지? 어린아이가 어찌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는지. 역시 백리의강의 딸이로구나.”
백리의강의 딸······.
죽을 때까지 나를 따라다닌 말이었다
하지만 칭찬의 의미로 느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뜨끈해지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난 어색하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물었다.
“그, 실종된 아이가 쉰 명이 넘는댔잖아요? 그 아이중 한 명도 발견이 안 됐으면 이미 모두······ 죽은 거 아닐까요?”
어찌 들으면 발칙한 질문에도 부문주는 자애로운 얼굴로 설명했다.
“시신 50여 구를 숨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란다. 심지어 이 근방은 영종문 제자들이 샅샅이 조사했으니 만약 정말 죽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인신매매로 팔았다면 판매 경로가 있을 텐데 쉰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면 판매 경로를 찾는 것이 훨씬······”
부문주가 내 말을 자르며 말했다.
“샅샅이 조사했다 하지 않았느냐! 우리 영종문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 네가 한 말에 책임은 질수 있고?”
“······.”
내 침묵에 날카롭게 반응하던 부문주가 다시 인자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일은 어른에게 맡기거라.”
가슴이 답답했다.
일반적인 실종 사건이 아니라고 어떻게 알려야 할까?
이어서 부문주가 의외의 말을 했다.
“그리고 인신매매상에게서 실종 된 아이를 발견했단다.”
“······그래요?”
찾았다고?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지만 부문주가 거짓을 말할 리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좀 더 자세히 알려고 해 볼걸.’
납치한 아이들은 어찌 됐는지, 마두는 어떻게 찾았는지, 악중해는 어떻게 죽었는지.
과거에 나는 이 사건에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와 남궁완 두 분이 떠벌리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었고, 소설에서도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갔다.
‘저 마두가 옛날에 어린아이를 납치 살해하고 무림맹의 후기지수를 죽인 천인공노할 악당이다!’
이 정도로, 마두의 악명을 높이는 수단으로 짧게 언급할 뿐이었다.
다만 마두가 남궁류청을 습격하고 열세로 몰았던 것을 혼자 흥이 차 떠벌린 건 있었다.
남궁류청을 습격할 때 쓴 수단과 같은 방식으로 무림맹 후기지수를 죽였다고.
‘그렇다면 이번에도 남궁류청을 습격할 때 쓴 방법을 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