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4)
34화
말이 잘린 남궁완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앞장서서 안내하던 악중해가 사라지니 우리도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남궁완이 폭발하기 전에 악중해가 돌아왔다.
“다행히 아직 팔고 있더라고요.”
돌아온 악중해가 들고 있는 건 아주 투명하니 달달해 보이는 탕후루였다.
“너 이자식, 갑자기 어디 갔나 했더니 그딴 걸 사러 간 거야?”
남궁완의 구박에 오히려 악중해가 발끈했다.
“그런 거라니요! 연아, 자.”
난 그가 내민 탕후루를 얼떨떨하게 받았다.
“아? 감사해요.”
“맛있게 먹으렴. 선배님, 애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고요. 여기까지 나왔는데 이런 간식거리도 못 먹으면 아쉽잖아요! 제가 아래로 동생이 여섯입니다. 척하면 착이죠.”
남궁완은 말을 말자는 듯 고개를 돌렸다. 말이 통하질 않으니 포기한 듯했다.
악중해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음!’
하지만 아작 베어 문 탕후루 안의 과일은 상큼하니 단맛과 잘 어울렸다.
난 아버지께 탕후루를 내밀었다. 군말없이 받아먹은 아버지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하하하, 아버지 입맛엔 너무 달죠?”
“······ 먹을 만 하구나.”
“그럼 더 드실래요?”
아버지가 고개를 슬쩍 틀었다.
난 아버지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웃었다.
악중해가 입을 헤 벌린 채 나와 아버지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남궁완이 악중해를 향해 말했다.
“내 건?”
“예? 그······ 드시려고요?”
“너 때문에 저녁도 못 먹었는데, 없어?”
남궁완이 악중해를 향해 눈을 부리부리하게 떴다.
“아, 그, 금방 사 오겠습니다!”
악중해가 황급히 답하며 뛰어갔다.
아버지는 그런 남궁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아버지와 눈이 마주친 남궁완이 눈썹을 치켜들었다.
“왜?”
“······아니다.”
나는 남궁완을 향해 탕후루를 내밀었다.
“아저씨도 드셔 보세요!”
와그작 메어 문 남궁완이 미간을 찌푸렸다.
“달고······ 시군.”
“새콤달콤하다고 하는 거예요!”
곧이어 사라졌던 악중해가 탕후루를 들고 돌아왔다.
악중해가 숨을 몰아쉬며 내밀었다.
“선배님, 여기요!”
“너나 먹어.”
“네?”
* * *
반 각은 넘게 걷지 않았을까 싶었을 때, 악중해가 넓은 당벼락에 이어진 한 장원 대문을 가리켰다.
“저깁니다!”
힘 있는 필체로 쓴 문패가 대문 위에 보였다.
[영종문]강호엔 듣도 보도 못한 수많은 문파가 있었는데 영종문도 그런 문파 중 하나였다. 검을 주로 쓰는 곳으로 제자들은 모두 합쳐도 채 60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이 사실도 오면서 악중해의 설명으로 알 수 있었다.
작지만 무림맹의 정파 동맹 중 한 곳으로 용봉지회 사람들은 지금 여기서 함께 조사하고 있었다.
악중해가 쾅쾅 대문을 두드렸다.
안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벌컥 열리고 소년이 나왔다.
“악 선배님! 어디 갔다 오신 겁니까!”
“음? 내가 말하지 않았나?”
악중해가 들어오라는 듯 손짓했다.
영종문의 제자처럼 보이는 청년이 우리를 보고 얼떨떨한 눈을 했다.
“저분들은······?”
“부문주님은 계신가?”
“예? 예. 그,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되는데요.”
“같은 무림맹의 선배님들이다. 도와주러 오신 거야. 설명은 차차 할 테니 부문주님께 청당에서 뵙자고 말씀드려 줘.”
악중해를 따라 조금 걸어 들어갔을까, 담벼락의 원형 문 너머로 누군가 휙 나타났다.
“너 대체 어디 있다가 온 거야!”
등을 내려치는 손길을 악중해가 비범하게 피했다. 다만 불행히도 귀를 잡아채는 손길은 피하지 못했다.
귀를 잡아 뜯을 것처럼 당기며 여인이 낮게 중얼거렸다.
“성율이랑 혜향이 너 찾는다고 지금······!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인 줄 알아?”
“아, 아아, 아! 아파! 나 말하고 갔는데?”
“무슨 말! 아무도 너 어디 갔는지 모르던데!”
“안······ 했나?”
“했나아? 했나아?”
“자, 잠깐! 잠깐! 아, 아아! 아파! 내 뒤 좀 보라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돌아본 여인은 그대로 굳었다.
약관을 조금 넘은 듯 보이는 여인이었다. 특히 새카만 머리칼과 눈동자를 지녔는데 검은자와 흰자가 선명하게 대비되는 눈이 인상 깊었다.
남궁완이 말했다.
“당소용, 여전하구나.”
사천 당문의 당소용.
이번 무림맹 파견 임무의 조장이었다
영종문의 대표로 나온 자는 부문주인 임조욱이라는 자였다. 살짝 후덕한 체형으로 인상이 좋은 장년이었다.
“명성이 자자하신 백리 대협과 남궁 대협께서 직접 와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포권지례를 한 부문주가 말을 이었다
“문주님은 몸이 편찮으셔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인사드리는 것이니 괘념치 마시길 바랍니다.”
굳은 표정의 남궁완이 말했다.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부문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저희 영종문에서도 이 실종사건을 조사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았습니다. 다만 장문인께서 와병 중이시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지요. 이렇게 지원을 와 주셔서 무림맹에, 그리고 대협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아버지를 흘끗 본 남궁완이 말했다.
“일단 상황이 어떠한지 알려 주시지요.”
“그야 물론입니다.”
부문주가 설명을 이었다.
점소이에게 들은 내용과 별다른 건 없었다.
처음엔 어린 거지들이 실종되고, 다음엔 양민들의 아이가 실종됐다. 그중엔 막 걸어 다니기 시작한 갓난아이도 있다는 것과 실종된 아이들이 마흔 명이 아니라 쉰 명이 넘는다는 것 정도만 더 알 수 있었다.
막 부문주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나머지 조원들이 도착했다.
딱 보아도 기백이 남다른 이들이었다
치켜 올라간 눈매가 날카로운 여인부터 차례로 포권을 올렸다.
“청성의 마혜향입니다.”
“형산의 벽성율입니다.”
10대 세가 중 독공으로 유명한 사천 당문의 당소용은 말할 것도 없고 청성파, 형산파 등 전부 명문 대파 사람들이었다.
그중 난 벽성율에게 시선을 두었다.
푸른 두건을 두른 청년은 곱상하니 여인들에게 꽤 인기 있을 듯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지만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여긴 내 딸인 백리연일세.”
나는 아버지 곁에서 정중하게 포권지례했다.
마혜향과 당소용은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아마 ‘백리의강 선배님 딸 있는 거 알았어?’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부문주까지 놀란 기색인 이곳에 벽성율만 여전히 흠모 가득한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선배님들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남궁완이 당소용을 바라보자 그녀가 자연스럽게 설명했다.
“성율은 형산의 속가 제자로 무림 초출입니다. 이번이 첫 임무이기도 합니다.”
왠지 다른 후기지수보다 반응이 열렬하다 싶더니 무림행이 처음인 모양이었다.
열렬히 우러르는 눈빛에 아버지가 입을 뗐다.
“누구에게나 첫 임무는 있지. 침착하게 배운 대로만 행하면 된다네. 혹시 모를 일이 벌어지더라도 당소용을 믿으면 될 걸세.”
당소용이 뿌듯한 얼굴을 했다.
인사를 나누도록 기다린 부문주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안심입니다. 제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무림맹에서 이리 신경 써 줄 줄은 몰랐습니다.”
“······.”
눈을 내리깐 아버지는 고민스러운 기색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도울 것인가 말 것인가?’
엄청나게 갈등하고 있을 것이다.
남궁완이 가늘게 뜬 눈으로 재촉하듯 아버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오해가 있습니다. 저희는 무림맹에서 보낸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저 일이 있어 지나가던 길에 중해를 만나 혹시 도움이 필요할 상황인가 싶어 온 것입니다.”
부문주가 당황한 낯을 했다.
남궁완이 말을 이어갔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지금껏 조사한 바를 보아 후배들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군요. 그렇지 않나?”
남궁완이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짧은 침묵 후 아버지가 결심한 듯 말했다.
“예,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선배님?”
당소용도 당황한 듯 말했다. 평소 아버지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이어 설명했다.
“딸 아이의 몸이 좋지 않아 치료를 위해 가던 길입니다. 지체할 수 없음을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속으로 탄식했다.
과거와 똑같이 흘러갔다.
과거에도 아버지는 나를 위해 신념을 굽혔다. 내 치료 앞에선 아버지의 굳은 신념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말에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당소용이 손을 내저었다.
“백리 소저의 몸이 안 좋았군요. 전혀 몰랐습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원래 저희 임무니까요. 괜히 선배님께 폐를 끼쳤군요.”
“큼, 뭐 아이가 아프다니 부모로서 그보다 중요한 건 없지요. 두 대협의 손까지 필요할 만한 일이 아니지요. 괜찮습니다.”
부문주도 약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 시대에 인신매매는 딱히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가난한 사람은 제 자식을 돈 주고 파는 일이 빈번한데 나치 정도야.
무림맹에서 무림 초출인 벽성율을 위해 다소 쉬운 일을 맡겼다고 보면 되었다. 지금껏 조사한 정도로는 아버지가 없어도 전혀 문제 될 것 없었다.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나 선선히 납득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벽성율은 아버지가 떠난다는 말을 한 순간부터 초조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하루만이라도 지내시면서 가르침을 주실 순 없으신지요?”
당소용이 미간을 찌푸리고 악중해가 웃으며 타박했다.
“무슨 가르침이야? 선배님들 괜히 부담스러우시게. 이렇게 와 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한걸.”
그러곤 재간 부리듯 말했다.
“저희가 있어서 다행이죠? 아니었으면 선배님들 꼼짝없이 발목 잡히실 뻔했는데. 뭐, 나중에 갚아 주시면 되죠. 선배님들한테 빚을 지워 둘 기회가 쉽게 오진 않으니까요!”
악중해의 말에 남궁완도 피식 웃고 아버지의 표정도 조금은 풀렸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버지와 남궁완이 자리에서 깔끔하게 일어났다.
부문주가 살짝 당황한 얼굴로 같이 일어났다.
“바로 가시는 겁니까?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이거늘 식사라도 같이 하시지요.”
“아닙니다. 바쁘신 이들에게 신세 질 순 없지요.”
모두가 배웅하듯 일어나는 와중에 나는 홀로 앉아 있었다. 아버지가 이리 오라는 듯 내게 손짓했다.
그리고 나는 일어나지 않은 채 말했다.
“아버지, 전 괜찮으니 이 사건은 해결하고 가요.”
아버지와 남궁완이 나를 휙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