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점소이가 말을 이어 갔다.
“공자님께선 하루만 묵고 떠나실 터이니 크게 걱정하실 필욘 없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버지와 나 둘 다 수저를 들지 않자 점소이가 음식을 권했다.
“음식 식겠습니다. 어서 드셔요. 제가 어린 애기씨를 너무 겁먹게 했나요?”
난 웃으며 수저를 들었다.
“아니요. 아버지가 계셔서 안 무서워요! 아버지가 지켜 주실 거거든요.그렇죠, 아버지?”
아버지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점소이가 박수하며 좋아했다.
“어허, 부녀 사이가 정다우신 게 아주 보기 좋네요!”
그때 좋은 분위기에 초 치듯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불쑥 들어온 손이 내 옆자리 의자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내 것도 한 그릇 내오게.”
“왔나?”
고개를 끄덕인 남궁완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이미 다 들었으니 또 설명할 필욘 없어 좋군. 저 말대로라네. 실종된 아이가 마은 명은 넘었고, 거지들까지 포함하면 몇이나 될지 알 수도 없네.”
“인신매매인가?”
“아마도 그렇겠지. 갈수록 기승이군.”
오는 길에 성의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두 분이 숙소를 잡자마자 조사를 시작한 것이었다.
“어찌할 건가? 더 알아보려면 개방 지부를 찾아봐야 할 것이야.”
남궁완이 턱을 쓰다듬으며 나를 눈짓했다. 나를 고려해 생각하라는 뜻이었다.
오로지 나만 생각한다면 이 일에 끼어들어선 안 됐다.
‘납치범을 하루 이틀 만에 잡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 만약 지체하면······.’
한시라도 빨리 날 만신의에게 데려간다는 계획이 어긋난다.
하지만 아버지 성품에 이런 일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남궁완이 말했다.
“의강, 시간을 오래 끌 순 없어.”
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연이 너는 이만 올라가거라. 식사도 올려보내마.”
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렇게 쫓아낸다고?’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고 내려온 건데!
이대로 돌아가면 내가 세운 계획들이 모두 어긋났다.
“아, 음······ 그게요. 그게······.”
생각해 백리연. 무슨 핑계라도 대라고.
‘아, 그래!’
난 대뜸 소리쳤다.
“혼자 있기 무서워요!”
마침 찻잔에 차를 따르던 남궁완의 손이 삐끗하며 탁자에 찻물을 쏟았다
“에이, 쯧.”
성질을 내며 찻주전자를 치운 남궁완이 나를 보고 말했다.
“바로 전엔 안 무섭다며?”
“아니요. 무서워요.”
“꼬맹아, 핑계를 댈 거면 그럴 듯한 것을 대라.”
난 입을 삐죽이며 정말이라는 듯 소리쳤다.
“그야 아버지랑 남궁완아저씨가 바로 옆에 있으니 안 무서웠던 거죠!”
“뭐?”
“아저씨, 들어 봐 봐요. 이런 얘기를 듣고 방에 혼자 있으면 얼마나 무섭겠어요? 안 그래요?”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은 아버지 대신 옆자리 남궁완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아버지가 굳은 얼굴로 나를 보았다.
“백리연, 그 손 놓거라. 누가 그리 행동하라 했어? 어디서 배운 무례한 짓이야.”
남궁완이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었다.
“뭐어, 무례라고 할 것까지 있는가? 애가 흔들어 봤자 얼마나 흔들린다고. 깃털도 이것보단 낫겠군.”
“하나······.”
무뚝뚝한 낯의 아버지가 말을 이어 나갈 때였다.
“완 선배!”
누군가의 반가운 외침이 아버지의 말을 막았다.
‘완 선배라면······ 남궁완 아저씨?’
난 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았다.
여관 입구에 커다란 덩치를 지닌 청년 한 명이 서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시원스러운 인상의 청년은 등에 천으로 감싼 창을 메고 있었다.
남궁완이 미간을 좁혔다.
“악중해?”
“예, 접니다! 선배님!”
저 사람이 악중해이라고?
청년이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10대 세가 중 한 가문이자 창으로 유명한 산동 악가의 차남, 악중해.
현시점으로 꽤 주목받던 후기지수였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남궁류청이 활동할 땐 악중해의 이름을 기억하는 자는 거의 없었다.
“소용이 선배를 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찾아봤더니 여기서 뵐 줄이야! 그간 잘지내······.”
멈칫한 악중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의강 선배님? 선배님도 계셨군요!”
입구에선 아버지의 뒷모습만 보이기에 이제야 알아본 모양이었다.
악중해가 아주 호들갑을 떨었다.
“선배님! 오랜만이에요! 완 선배님만 만나도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의강 선배님까지 계시다니! 여기엔 어쩐 일이신 겁니까? 심지어 두 분이 함께요!”
남궁완과 아버지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그제야 날 발견한 듯 또다시 멈칫한 악중해가 눈을 끔뻑거렸다.
“이 귀여운 아이는 누구죠?”
아버지가 담담히 말했다.
“내 딸일세.”
“따, 딸이요?”
“인사하거라 연아.”
나는 얼빠진 얼굴로 바라보는 악중해를 향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백리가의 백리연이라고 해요.”
입을 뻐끔거리던 악중해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아우, 아우, 아우 완전 쪼끄마하네요. 귀여워라! 몇 살이니? 아, 맞다. 난 악가의 악중해라고 한다. 이리 만나서 반갑다!”
약간 호들갑스럽다 느낄 정도로 활기차게 말한 악중해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덩치가 워낙 커서인지 손도 솥뚜껑만 하여 내 정수리를 거의 한 손으로 가릴 수 있을 정도였다.
악중해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을 뿐인데 비바람 맞는 나무처럼 이리 휘청 저리 휘청거렸다.
“그 손 놔라. 쓰다듬는 거냐 괴롭히는 거냐?”
남궁완이 악중해의 팔을 툭 쳐 냈다.
“아니, 선배님 너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오신 거 아니에요?
몇 살이니? 셋? 넷?”
“······여섯이에요.”
“뭐어? 여섯?”
화들짝 놀란 악중해가 나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다 소리쳤다.
“왜 이렇게 작은, 아니, 잠깐 선배님! 정말 실망입니다! 저희에게 소식도 알려 주지 않으시고, 벌써 이런 딸까지 두시다니! 대체 언제 혼인하신 겁니까?”
“······.”
“······.”
무거운 침묵에 악중해가 한 명씩 번갈아 보곤 얼굴을 긁적였다.
“그으······ 제가 뭐 잘못 말했습니까?”
* * *
“콜록, 콜록.”
내 기침에 아버지가 한 손으로 내 옷자락을 여며 줬다.
“여관에서 쉬는 게 어떻겠느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아버지 목에 얼굴을 묻었다.
아버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다시 고개를 살짝 들어 거리를 보았다.
‘썰렁하네.’
해가 지기 시작한 시각이라지만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적었다.
텅 빈 거리에도 장사라고 해 봤자 가판대에 하릴없이 앉아 있기만 한 장사꾼들이 다였는데, 그들은 검을 찬 커다란 사내 셋에 아이 하나라는 이 이상한 조합을 대놓고 구경했다.
악중해는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말했다.
“선배님들, 소해사라는 절을 들어 보셨나요? 못 들어 보셨다고요? 하긴 무림과 연이 있는 곳은 아닙니다. 못 들어 보신 것도 당연하죠. 저도 이번에 처음 들어 봤거든요. 그런데 그 소해사에······.”
끊임없이 종알종알 이어지는 악중해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이 근방엔 소해자라고 큰 절이 있다.
그리고 석 달 전 한 아이가 또 실종되었는데 그 아이의 모친이 소해사의 큰손이었다.
부인은 아이를 잃은 충격에 드러누웠다. 이에 소해사의 주지 스님이 자신이 연이 있던 무림맹의 고위 대사에게 아이들을 찾아 주십사 연락을 넣은 것이다.
“그래서 무림맹에서 저희 용봉지회를 파견한 거죠.”
아버지가 내게 설명했다.
“용봉지회란 무림맹 산하 조직 중 하나란다. 대부분 가문과 문파를 대표할 인재들이지.”
내가 몰랐다는 듯 감탄의 눈으로 악중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라버니도 용봉지회인 거예요?”
“그럼!”
“강하신 가봐요!”
무림맹의 조직 중 하나인 용봉지회는 젊은 후기지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기 자신의 가문과 문파를 대표하는 얼굴로 여겼기에 고르고 고른 뛰어난 능력자들을 보냈다.
하지만 현재 백리 세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원래라면 백리명이 이제 슬슬 들어갈 준비를 할 나이였다. 경험도 쌓고 명문대파 인맥도 얻을 수 있으니 일반적이라면 들어가고도 남았을 터이지만······.
백리명은 끝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그건 쌍둥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용봉지회에서 활약 중인 악중해는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했다.
악중해의 턱이 치켜 올라가는 걸 본 남궁완이 한 소리 했다.
“고작 그런 거 가지고 어깨 으쓱이지 마! 꼴 사납다.”
남궁완의 말에 악중해가 시무룩해졌다.
아버지고 남궁완도 한때 용봉지회 소속이었다. 심지어 남궁완은 용봉지회 회주를 맡기도 했다.
나는 모르는 척 악중해를 향해 물었다.
“혼자 오신 거예요?”
“아니. 보통 파견 임무엔 4인 1조로 움직인단다. 곧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을 거야!”
누가 함께 왔는지 물어보려던 난 악중해의 말에 멈칫했다.
“하지만 의강 선배님은 대부분 혼자 다니셨어!”
아버지가 날 추슬러 올리며 말했다.
“옛일을 꺼내서 뭐 하겠나?”
남궁완이 혀를 차며 말했다.
“넌 아직도 쓸데없이 말만 많구나.”
“쓸데없다니요!”
남궁완의 타박에도 악중해는 꿋꿋했다.
“아 참, 저기 저 객점 가 보셨습니까? 저 오른쪽 건물입니다! 저기서 오늘 점심을 먹었는데 돼지고기 요리가······.”
말수도 별로 없는 아버지와 남궁완을 향해 이렇게 떠들 수 있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아버지와 남궁완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물론 남궁완의 얼굴에 슬슬 짜증이 올라오는 것 같았지만······.
역시나 참다못한 남궁완이 한 소리 하려 할 때였다.
“악중해, 입 좀 닥······”
“엇! 선배님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갑자기 악중해가 어디론가 쑥 튀어 갔다.